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39화 (168/1,027)

< (5). 대 격전지 -3 >

*          *          *

이안과 그리핀의 알 부화를 위한 원정을 왔을 때 보다, 헬라임과 기사단은 더욱 강력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안도 마찬가지.

180레벨이 넘는 파챠오나, 200레벨에 근접하는 테라노돈을 상대로는 아직 역부족이었지만, 한 손 거들 수 있을 정도는 된 것이었다.

게다가 헬라임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강자인 카이자르까지 합세하니, 공포스러운 사냥터였던 천공의 고원이 꿀같은 보너스 던전으로 탈바꿈되었다.

“와… 이안님 맨날 이런 환경에서 사냥했던 거예요?”

감탄과 동시에, 질투의 눈빛을 보내는 피올란.

이안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니에요… 저도 되게 오랜만….”

하지만 이안의 변명(?)은 이어지는 헤르스의 말에 묵살되었다.

“이 자식. 혼자 이런 꿀을 빨고 있었다니… 그러니까 레벨업이 그렇게 빠르지.”

피올란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동감입니다. 이안님 너무해요. 길드원들도 좀 챙겨주세요.”

“맞아 맞아!”

졸지에 길드원들 챙기지 않는 이기적인 영주가 된 이안.

“….”

어찌되었든 순탄한 사냥 속에서, 이안의 일행은 순식간에 천공의 고원을 뚫고 중부대륙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했다.

그리고 곧이어, 일행의 눈 앞에 하얗게 일렁이는 장막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필드를 넘어갈 때 볼 수 있는 차원의 경계.

중부대륙에 도착했다는 증거였다.

그 바로 앞까지 이동한 피올란이 설레는 표정으로 이안에게 물었다.

“우리가 처음일까요 이안님?”

“글쎄요. 거대길드에서 빨리 움직였으면 먼저 도착했을 수도 있으려나….”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에 답을 내려준 것은, 뒤쪽에서 나타난 카이자르였다.

“우리가 처음일 게다. 나보다 더 이곳 지형을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 말에 이안은 속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엄청 빠르게 도착하긴 했어.’

천공의 사막부터 천공의 제단이 있는 구간 까지는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황량한 사막이었다.

하지만 제단을 지나 중부대륙에 가까워질수록, 커다란 바위협곡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분명 카이자르가 아니었다면 많은 시간을 길을 찾는데 허비했을 것이었다.

“그럼… 들어가 보죠.”

이안은 설레는 표정으로 성큼 성큼 걸음을 옮겼다.

최초발견 보상은, 같은 구역 안에 함께 있는 파티원이라면 모두 공유되기 때문에, 누가 먼저 들어가는 것은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이안이 일렁이는 빛의 기류를 통과하자마자, 모든 로터스 길드원들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중앙대륙 ‘시카르’를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명성이 10만 만큼 증가합니다.]

[시카르 대륙의 모든 몬스터들에게서 획득하는 보상이 2배로 증가합니다. (던전을 최초 발견한다면, 경험치 획득 보상이 중복 적용됩니다.)]

[로터스 길드의 길드명성이 10만 만큼 증가합니다.]

:

:

쏟아지듯 떠오르는 시스템메시지들에, 이안을 비롯한 길드원들의 표정이 싱글벙글해졌다.

“크으, 길드명성 10만도 채워졌네? 승급조건 졸지에 채웠잖아?”

헤르스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귀찮게 길드전 안 돌려도 되겠어.”

그리고 이안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문장은, 역시 사냥시 획득보상 증가였다.

게다가 던전 최초발견까지 중복된다는 친절한 설명에, 이안의 두 눈이 반짝였다.

‘가자, 130레벨! 던전 하나만 찾으면 바로 찍는다!’

이안의 시선이 자연스레 훌륭한 버스기사인 카이자르를 향해 돌아갔고, 이안과 눈이 마주친 카이자르가 퉁명스레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느끼하게 쳐다보냐, 영주놈아.”

이안은 영주놈이라는 말에도 기분이 좋은지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몰라도 된다. 흐흐.”

그리고 이안은 황제로부터 받은 칙서를 꺼내어 다시 읽어 보았다.

말이 칙서이지, 이안의 입장에서는 그냥 퀘스트 내용이 친절하게 설명되어있는 설명서(?)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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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르 유적지 탐사-

시카르 유적지에는 ‘홀드림의 성배’ 가 숨겨져 있다.

홀드림의 성배에 담겨있는 성수는 중부대륙 거점지의 성장을 2배만큼 빠르게 만들어 주며, 거점을 점령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준다.

홀드림의 성배를 카이몬 제국보다 빨리 손에 넣어 더 많은 거점지를 점령할 수 있는 기반으로 활용하자.

퀘스트 난이도 : SS

퀘스트 조건   : 알 수 없음.

제한시간      : 없음.

* 카이몬 제국의 유저가 성배를 먼저 획득한다면, 퀘스트는 실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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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드림의 성배라…. 제한시간이 없다고는 하지만,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될 수 밖에 없는 구조네.’

이안이 카이자르를 향해 물어봤다.

“가신님, 시카르 유적지가 어딘지 알아?”

이안의 물음에 카이자르는 지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시카르 유적지는 중부대륙의 가장 중심부에 있다.”

“그럼 홀드림의 성배는?”

카이자르의 표정이 살짝 묘하게 변했다.

“음…? 홀드림의 성배라…. 홀드림은 알고 있지만, 홀드림의 성배 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군.”

이안은 조금 아쉬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유적지의 위치를 알고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되었으니까.

“알겠어.”

카이자르가 궁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홀드림의 성배라는 물건. 엄청난 아티펙트인가?”

두 눈을 반짝이는 카이자르.

다크 펜리르의 대검을 탐낼 때의 눈빛을 발견한 이안은 흠칫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 그런거 아니야. 폐하께서 찾아오라 하신 아이템이라고.”

“아아…. 그렇군.”

그제야 관심을 돌리는 카이자르.

그 모습을 보며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혹시, 좋은 아이템을 구해다가 카이자르에게 주면 충성심을 올릴 수 있을까?’

왠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이안이었다.

*          *          *

“최초발견보상이 뜨지 않았다는 건, 누군가 중부대륙을 먼저 밟았다는 얘기다.”

샤크란의 말에 뒤따르던 세일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마스터. 어떻게 저희보다 빠르게 도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 먼저 도착한 유저들이 있나봅니다.”

그리고 뒤따르던 에밀리가 덧붙였다.

“아무래도 다크루나 길드일 확률이 가장 높지 않겠습니까?”

타이탄 길드와 마찬가지로, 다크루나 길드는 대규모 업데이트가 끝나자마자 중부대륙을 향해 원정대를 파견했다.

명실상부한 랭킹1위 길드인만큼, 에밀리의 생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흐음…. 이번에도 한 발 늦은 것인가….”

샤크란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다크루나길드보다 먼저 중부대륙의 땅을 밟기 위해 그렇게 서둘렀던 것이었는데, 결국 늦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분했다.

“이제 어찌하시겠습니까? 일단 거점지를 찾아 점령하는 게 아무래도 먼저이지 않겠습니까?”

세일론의 말에 샤크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전에 할 일이 있어.”

샤크란의 입 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대륙 최초발견 보상은 다크루나 놈들에게 뺏겼지만… 성배는 우리가 먼저 얻을 수 있겠지.’

샤크란이 확신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홀드림의 성배 획득 퀘스트를 받은 것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

제국퀘스트는 일반 퀘스트와 달라서, 같은 퀘스트가 여러 유저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한번 발생했던 퀘스트가 또 다시 발생하는 법이 거의 없었다.

그 말인 즉, 다크루나길드는 홀드림 성배의 존재 자체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성배만 있다면, 최초보상을 얻지 못한 손해 정도야 가뿐히 역전할 수 있지.’

게다가 곧 있으면, 카이몬 황제로부터 지원받은 카이몬 제국기사들도 중부 대륙에 도착할 것이었다.

샤크란이 뒤로 돌며 세일론과 에밀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중부대륙 중심부로 이동한다.”

그에 에밀리가 당황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예에? 그럼 지천에 널려있는 거점지들은요?”

세일론도 의아한 표정으로 샤크란을 응시했고, 샤크란의 입이 다시 열렸다.

“유적지에서 홀드림의 성배만 먼저 찾아낸다면, 거점지 수복하는 건 일도 아니야.”

적대국인 루스펠 제국의 길드들은, 샤크란의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          *          *

쾅- 콰쾅-!

떡대의 양 팔을 타고 터져 나가는 어비스 홀과, 그 위를 맹렬히 뒤덮는 레이크의 브레스.

그리고 이어지는 핀의 분쇄 스킬에 수많은 몬스터들이 모래바람이 되어 흩어졌다.

[사막전쟁의 원혼을 처치했습니다. 12891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전공 포인트를 5만큼 획득합니다.]

:

:

중부대륙에 진입한 뒤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오히려 천공의 고원에 있었던 파챠오나 테라노돈보다 훨씬 허약한 수준이었다.

주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사막전쟁의 원혼’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래로 만들어진 검투사와 같은 외형을 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레벨대는 150대 초반.

이안이 포르칼 군도에서 질리도록 싸웠었던 뇌옥의 장교들과 비슷한 레벨대의 몬스터들이었다.

‘역시 몰이사냥이 최고지!’

파챠오나 테라노돈보다 낮은 레벨대의 몬스터들이었지만, 그 숫자는 훨씬 많았기에 난이도로 따지자면 크게 다를 것 없는 수준.

하지만 원래 다수를 상대로 한 사냥에 특화된 이안이었기에,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전장을 휘젓고 다녔다.

“세리아, 떡대 치료좀 부탁해!”

“네, 영주님!”

그리고 조금 무리가 온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타나 상황을 정리해주고 사라지는 카이자르 덕에, 이안 일행은 거침없이 전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공포인트는 뭘까? 지난번 퀘스트 완료때부터 조금씩 쌓이더니, 이제 거의 2만 정도나 쌓였네?’

인벤토리 상단에 쌓이기 시작한 새로운 재화인 전공포인트.

지금으로선 어디에 쓸 수 있는 재화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재화임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핀이 꺼내서 싸우는데도 별 말이 없네?’

이안은 슬쩍 헬라임의 눈치를 보았다.

처음 핀을 소환할 때에는 별 생각 없이 꺼냈지만, 사냥하는 도중에 헬라임과 제국기사들의 존재가 생각난 것.

‘내가 너무 걱정한 건가? 하긴… 알에서 쌍둥이가 태어났다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어?’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눈 앞에 일단의 몬스터 무리들이 또다시 등장했다.

그리고 이안의 눈에는 몬스터들이 경험치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폴린, 앞쪽에서 시간 좀 벌어줘!”

“예, 영주님!”

가신이 되고 난 뒤, 이안을 부르는 폴린의 호칭도 바뀌었다.

‘자작님’이라는 호칭에서 ‘영주님’ 이라는 호칭으로 바뀐 것.

충성도도 카이자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서, 벌써 80 정도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반면에 카이자르의 충성도는 그새 1이 떨어져서 4가 되어버린 것.

이안의 입에서 다시 한숨이 푹 새어나왔다.

‘카이자르만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도 좋을 텐데….’

카이자르는 정말 멋대로 움직이며 맵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기 때문에, 이안은 왠지 경험치를 손해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같은 파티거나 가신이라고 하여도,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서 사냥을 하면 경험치를 나눠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타난 몬스터들을 거의 다 잡아갈때 쯤, 이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카이자르가 그의 시야 안쪽으로 불쑥 나타났다.

“찾은 것 같다, 영주.”

“음…? 유적을 찾았다고?”

“그렇다.”

그리고 카이자르의 뒤를 따라가자, 깎아지듯 높다란 협곡 아래쪽으로 펼쳐진 거대한 건축물이 나타났다.

그것은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석조건물이었다.

피라미드와 조금 다른 점은, 커다란 봉우리 주변으로 여러 개의 작은 봉우리들이 솟아있다는 점.

이안의 표정이 밝아졌다.

“좋아, 그럼 빨리 저쪽으로 움직이자.”

어느새 뒤쪽에서 남아있던 몬스터를 처치하고 다가온 다른 일행들도 유적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카이자르의 입에서 생각지 못했던 말이 흘러나왔다.

“한데, 문제가 있다 영주.”

“뭔데?”

카이자르가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 쪽이 무덤의 입구인데, 누군가 먼저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

이안은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뭐지? 어떻게 우리보다 빨리 도착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거지?’

성배를 누군가 먼저 차지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보다는, 던전의 최초보상을 빼앗겼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밀려 올라온 것이었다.

뒤늦게 이안의 옆으로 다가온 헬라임을 향해, 이안이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빨리 움직이죠. 성배를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 (5). 대 격전지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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