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33화 (162/1,027)

< (3). 불패의 검사 카이자르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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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업데이트의 예고편 영상.

그것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총 다섯 개의 메이저 게임 방송국뿐만 아니라, 작은 인터넷 방송국 같은 데에도 LB사에서는 각기 다른 NPC의 시점에서 본 트레일러 영상을 송출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유저들은 여러 가지 채널을 골라가며 시청하고, 각각 그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공식 커뮤니티에 채팅방만 수백 개 이상 생성되어 있는 것을 봐도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 와, 이렇게 대규모 전쟁은 처음 보네요. 장난 아닌데?

- 그러니까요. 대충 봐도 수백명 이상은 될 것 같은데 병사 숫자가…. 그런데 카이몬제국이나 루스펠 제국이나, 제국병사들은 레벨도 되게 높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 네, 맞음. 제가 알기로 최소 120레벨은 다 넘을 거예요 병사들도. 아마 장교들이나 기사들은 150레벨도 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을….

- 윗님 말이 맞음. 제가 얼마전에 제국퀘 처음으로 받아서 수행하는데, 그때 저한테 제국퀘 줬던 기사단 간부가 170레벨정도 되더라구요. 진짜 엄청남.

- 와앗, 진짜요? 님도 진짜 부럽네요 제국퀘라니… 전 아직 레벨 80도 못 찍은 찌랭인데….

- 저도 레벨은 아직 두 자리 수에요. ㅎㅎ 운이 좀 좋아서 제국퀘 일찍 받을 수 있었던 거죠. 아무튼 엄청나네요. 저같은 허약한 전사는 저 안에 끼어 들면 곧바로 검정화면 만날 수 있겠네요.

이번 2차 대규모 업데이트는 1차 업데이트 때 처럼, 정해진 시간에 서버를 닫고 진행되는 방식이 아니었다.

대규모 트레일러 영상과 함께, 특정 이벤트가 여기저기서 발동되고, 그 영상들을 송출하면서 자연스레 카일란 전체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업데이트 내용이 사전에 공지되지도 않은 상태.

신규 업데이트에 대한 정보를 트레일러 영상들을 시청해야만 알 수 있었으니, 거의 모든 카일란의 유저들의 시선이 예고 영상에 쏠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수 많은 영상들이 골고루 높은 조횟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유저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가장 핫한 영상은 세 가지 정도로 간추릴 수 있었다.

첫째는, 중부 대륙의 안개가 걷히는 것을 시작으로 루스펠 제국과 카이몬 제국이 전면전을 위해 각기 토벌대를 이끌고 천공의 고원을 지나는 영상.

두 번째는, 북부 대륙을 통해 카이몬 제국으로 진군한 루스펠 제국의 대군과, 그에 맞서 요크람 요새를 지키는 카이몬 방어군 사이의 공성전 영상.

마지막으로 대륙 남부의 콜론해에서 벌어지는 두 제국간의 해전을 담은 영상.

이렇게 세 가지 영상의 조회수가 다른 영상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진영을 떠나서, 가장 박진감 넘치고 신선한 영상미를 감상할 수 있는 콜론해의 해전 영상이 세 영상 중에서도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 크으, 진짜 가상현실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저기 뱃전으로 물 튀기는 것 좀 봐요.

-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아예 바다로 뛰어들어서 수영도 하고 있네 저 병사놈은.

- 잠깐, 그런데 님들 아까 그 파스칼 군도에서 싸우던 이안님은 어디 간 거죠? 갑자기 영상에 안보이네?

- 그러게요, 아까만 해도 그리핀 타면서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그리고 필연적으로.

이안은 엄청난 유명세를 탈 수 밖에 없었다.

50레벨 때 루키리그를 시작으로, 영지전에서의 활약영상이 유캐스트에 공개되면서 빠르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안이, 공략왕 이벤트와 이번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완전한 유명인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안의 유명세는 어느새 한국서버 랭킹 20위권 안에 들어가 있는 네임드 유저들 못지않게 불어나 있었다.

특히, 공식커뮤니티를 들락거리는 소환술사 유저들 사이에선 이안을 모르면 간첩 수준이었다.

- 우리 이안느님 핀이랑 라이 어디 갔나요. 보고 싶은데…  YTBC 1채널 보여주는 NPC가 갑자기 거리가 멀어졌는지 이안님이 사라졌어요.

- 님 3채널로 가보셈. 거기 완전 이안님 직캠 수준임.

- 헐, 정말요? 바로 가봐야겠다. 감사합니다.

특히, 이번 영상의 초반부에는 이안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찍혀 나왔고, 심지어 이안이 소환수를 부리는 장면 장면이 전부 영상을 타고 퍼졌기 때문에 이안의 소환수들의 이름까지 유저들이 알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130레벨대의 병사들을 거의 어린아이 다루듯 하며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여주는 라이와 핀은, 소환술사 유저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 님들 근데 이안님 소환수 중에 라이 있잖아요. 저거 옛날에 루키리그에서 등장했던 붉은갈기 늑대가 진화한 거 맞죠?

- 다들 그렇게 추측하고 있는 분위기이긴 한데… 확신할 순 없죠. 일단 저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일반 늑대부터 진화해서 저렇게 말도 안 되게 강력한 소환수로 진화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 윗님 말에 동의. 사실 저도 붉은 갈기 늑대 키우고 있거든요.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 90레벨도 넘게 키웠고, 애정 쏟고 있는 소환수인데, 아직도 진화할 생각을 안해요. 90레벨 될 때 까지 희귀등급이라니… 진화 하기는 하는건지….

- 헐, 님은 붉은 갈기 늑대 진화가능 떠있어요? 전 아예 진화시키자마자 희귀등급에서 진화불가 떠버렸는데… ㅠㅠ

- 네, 저는 진화 가능 떠있기는 해요. 도저히 진화할 생각을 안해서 문제지…. 차라리 님처럼 진화불가 떠있었으면 좀 쓰다가 갈아탔을텐데, 이거 완전 희망고문이예요.

- 그나저나 이안님은 레벨이 대체 몇일까요? 110은 확실히 넘어 보이시고… 120 어쩌면 근접하셨으려나?

- 노노, 소환술사가 어떻게 벌써 120레벨을 찍어요. 아무리 높아야 115정도 아닐까요?

- 아니 그럼 저 전투력은 어떻게 설명함? 130레벨이 저 정도로 세다고 해도 믿기 어려울 지경인데.

- 그… 것도 그러네요.

이안을 향한 온갖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소환술사 게시판에서만 신격화 되던 이안이 슬슬 다른 클래스의 유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만큼, 예고편 트레일러 영상의 효과는 엄청났다.

*          *          *

한편, 이러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이안은 갑판 위에서 거의 외줄타기 수준의 전투를 벌이며 진땀을 빼고 있었다.

전투 자체가 수적으로 워낙 불리한데다 난전인 것도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도 쉴 새 없이 거의 네시간여 동안을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류증식!!”

지직- 지지직-!

이안의 전류증식이 카이몬 제국 병사들을 훑고 지나갔다.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눈 앞에 생각지도 못 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중급 전격의 정령 ‘짹이’의 소환 지속시간이 다 되어 역소환됩니다.]

[이제부터 전격 속성의 정령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헐, 뭐야, 9시간이 벌써 다 지난거야?”

중급 정령인 짹이의 소환 지속시간은 거의 9시간 정도.

짹이가 소환해제 되었다는 말은, 뇌옥부터 시작된 전투가 9시간이 지났다는 이야기였다.

‘하, 이거 골 때리네… 이제 슬슬 전류증식 말고 다른 스킬도 배워야 하나?’

이안이 지금껏 전류증식 외에 다른 공격스킬을 배우지 않은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 가지 스킬만 주구장창 써야 스킬 숙련도가 빨리 올라가서 훨씬 효율적인 DPS(Damage Per Second)를 뽑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이제 전류증식의 레벨은 9레벨 초반.

Max레벨인 10레벨까지 1레벨만을 남겨두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공격스킬을 배우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이제 슬슬 다른 공격스킬을 고려할 때가 온 것이었다.

‘하긴, 어차피 이제 숙련도도 눈꼽 만큼씩 오르고… 9레벨이나 10레벨이나 파괴력이 그렇게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니까 다른 스킬도 찾아봐야겠어.’

90레벨까지는 30레벨 단위로 새로운 스킬이 생성된다.

하지만 100레벨 이후부터는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퀘스트를 클리어 하거나, 몬스터를 통해 새로운 스킬북을 얻어야 했다.

또, 각 직업의 탑에 공헌도를 올려서 탑에 있는 스킬을 공헌도로 구입하는 방법도 있었다.

‘근데 일단 여기부터 좀 탈출하고….’

연계로 이어진 퀘스트는 더블S 등급의 난이도에 걸맞게 무척이나 어려웠다.

퀘스트 자체는 단지 세 척의 배를 이끌고 이스룬 항구까지 귀환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끈질기게 쫓아오며 계속해서 공격을 퍼붓는 카이몬 제국의 함대에게 잘못 걸리면, 그대로 퀘스트를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남작님, 전방 우현에 카이몬 제국 깃발입니다!”

갑판 쪽에서 들려오는 선원의 외침.

이안은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아오, 뒤에서 쫓아오는 건 몰라도 저 앞쪽에선 대체 어떻게 나타나는 거야? 우리가 먼저 출발했는데.”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는 이안에게, 옆에 있던 카이자르가 핀잔을 줬다.

“그거야, 우리는 계속 싸우면서 항로가 틀어졌고, 저들은 직선으로 가로질러 왔으니 그렇지 않겠나.”

그 말에 이안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후우….”

마지막으로 카이자르의 일침이 이안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일해라 영주 놈아!”

*          *          *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을 맞아, 한국대학교에서도 축제가 시작됐다.

그리고 바로 축제의 첫날인 오늘.

가상현실과 학생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유현아 그쪽에 맥주 한 박스 있지?”

“네, 형!”

“그거 들고 이쪽으로 좀 와봐!”

가상현실과는 축제기간동안 강의실을 개방하여 주점을 열기로 했다.

주점의 오픈 시간은 오후 6시.

그렇기 때문에 낮 시간부터, 주점의 준비를 위해 과 학생들은 모두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민아 너는 아까 사오라던 안주 재료들 다 사왔어?”

“네, 오빠. 방금 수철이랑 미영이 데리고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이에요.”

“굿굿, 좋아!”

가상현실과 주점의 총 책임자는 나이상으로 가장 맏형인 세원이었다.

남학생들을 동원해 테이블을 세팅하고, 흰 천막으로 어수선한 부분들을 가리고 나자, 제법 그럴싸한 주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야, 유현아.”

“네?”

“근데 진성이 얜 축제 때 아예 안 나온대?”

학과 주점은 과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이긴 했지만, 참여 자체가 필수는 아니었다.

게다가 진성 외에도 참여하지 않는 인원이 많았기 때문에 진성이 나오지 않는다 해서 문제될 것은 없었다.

참여하지 않은 인원은 주점에서 얻은 수익을 나눠 갖지 못하는 시스템이었기에 불공정하지도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참여하지 않는 인원들도 주점 준비를 거들지 않을 뿐, 이미 학교에 나와서 축제를 즐기고 있었는데, 진성은 아직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기에 세원이 물어보는 것이었다.

“음… 제가 꼬셔놔서 아마 내일은 나올 텐데….”

“내일? 내일은 무슨 행사 있었지?”

“학과별 E스포츠 대회요. 거기 게임 종목들 중에 제가 알기로 진성이가 폐인처럼 팠던 것만 다섯 개는 되거든요.”

세원이 반색했다.

“아 그래? 그럼 우리 과 이번에 양주 한 박스 노려도 되는거야?”

E스포츠 대회의 종합우승 상품인 양주를 떠올린 세원은 입맛을 다셨다.

“아마… 진성이가 나오기만 한다면….”

“뭐, 나온다고 했으면 나오겠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녀석은 아니잖아?”

“그야 그렇죠.”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은 학교 나와서 좀 놀고 그러지, 진성이 걔도 참 징그러운 폐인이다.”

그 말에 유현이 피식 웃었다.

“그걸 이제 아셨어요?”

“뭐, 이제 안 건 아니지만…. 그런데 걔 요즘 카일란에서 뭐해? 영주성에도 잘 안나타나드만.”

유현이 대답하려는 순간, 뒤쪽에서 불쑥 나타난 민아가 대신 입을 열었다.

“오빠 요즘 게임채널 안봐요?”

“응? 무슨 게임채널.”

“그냥 아무 게임채널이나요. YTBC건 ATN이건….”

“그건 왜?”

그리고 민아의 입에서 알 수 없는 말이 이어졌다.

“진성이 요즘 과위선양 하고 있잖아요.”

“과위선양? 그건 뭐야. 국위선양도 아니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유현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민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것이다.

“말 그대로예요 오빠. 우리과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구요. 이안 영주님이….”

< (3). 불패의 검사 카이자르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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