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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31화 (160/1,027)

< (3). 불패의 검사 카이자르 -1 >

*          *          *

파스칼 군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카이자르와 라크로뮤, 두 절대자간의 싸움으로 인해, 그 일대가 초토화 되어 버린 것.

그 틈을 타, 이안은 더 손쉽게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철컹-

“자, 이쪽으로 나오세요, 여러분! 남쪽으로 내려가시면 갈레온선이 정박되어 있을 겁니다!”

이안이 간수병을 잡고 얻은 열쇠로 감옥의 문을 열자, 안에 갇혀있던 포로들이 우르르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오오, 고맙소…!]

[폐하께서 우리를 잊지 않으셨구나…!]

할리를 탄 이안은 빠르게 감옥 구석구석을 돌며 루스펠 제국의 포로들을 구출해 나갔다.

감옥의 중심부까지 오는 데는 미로같이 복잡하게 구성된 길을 통과해야 했지만, 중심부의 구조는 원형으로 비교적 단순해서 포로들을 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띠링-

[‘전쟁포로 구출하기’ 퀘스트]

[진행률 - 52/77(67.53%)]

[필수조건 달성률 - 1/2(50.00%)]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행률이야, 구출하는 포로의 숫자에 비례한다는 건 알겠는데… 필수조건은 뭐지? 카이자르 구출 말고 또 뭐가 있는 건가?’

이안은 바삐 움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전황을 확인했다.

처음엔 수적인 열세 때문에 불리한 듯 보였던 전황이, 구출된 포로들과 갈레온선 세척의 합류로 인해 역전되고 있었다.

펑- 펑-!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포격음.

“돌격하라! 카이몬의 떨거지들을 사살하라!”

“와아아…!!”

루스펠 제국의 지원병력이 뇌옥 안으로 물밀 듯 밀려 들어왔고, 덕분에 위치상으로 고립되어있던 이안도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좋아, 다들 안쪽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한건가?’

이안은 시선을 돌려 소환수들과 세리아, 그리고 폴린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장 로란트의 얼굴까지 확인하자, 이안은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휘유, 이제 거의 다 끝났나?’

한참을 포로구출에 집중하던 이안은 슬쩍 진행률을 확인해 보았다.

[진행률 - 72/77(93.50%)]

이제 남은 포로는 다섯.

조금 여유가 생긴 이안이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그 때, 그를 채찍질하는(?) 시스템 메시지가 다시금 떠올랐다.

[변칙 이벤트 발동! 카이몬 제국의 지원함대가 파스칼 뇌옥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카이몬 제국의 지원함대 도착까지 남은 시간 - 00:12:54]

[카이몬 제국 수군제독 하르윈이 파스칼 뇌옥에 도착하기 전까지 모든 포로들을 갈레온선에 태워야 필수조건이 전부 충족됩니다.]

이안이 알 수 없었던 퀘스트 완료를 위한 필수조건의 정체가 드러난 것.

“…카이몬 제국의 지원함대라고? 우리 여기 몰래 온 거 아니었어?”

이안은 ‘이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지’를 속으로 수 십 번 구시렁거리며, 곧바로 할리의 등에 올라 복도 끝에 보이는 마지막 옥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으아아, 12분 안에 다섯 명을 어떻게 배에 태우라는 거야?!’

구출하는 것 까지는 문제될 것이 없었다.

문제는 옥사에서 배가 정박되어있는 남쪽 해안까지 포로들이 아무리 빨리 이동해도 15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안이 직접 카이몬의 지원함대를 막아내면 되는 것이다.

‘내가 막을 수 있을까…?’

카이몬 제국의 수군이 파스칼 뇌옥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그 앞에서 5분간 막아낸다면, 포로들이 무사히 감옥을 빠져나가 정박해 있는 갈레온선에 탑승할 수 있으리라.

‘적 지원함대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를 알 수가 없으니.’

사실 지원함대의 규모를 아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몰랐다.

어차피 함대가 한두 척만 되어도 이안 혼자서 충분한 시간을 끄는 것은 무리일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뇌리에 괜찮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          *

[이 비겁한 노옴…!!]

신형이 천천히 무너져 가는 라크로뮤.

카이자르와 라크로뮤의 팽팽한 접전에 은근슬쩍 접근한 이안은, 뒤쪽으로 잠입하여 마력의 구체를 계속해서 날려댔다.

그리고 그 효과는 무척이나 성공적이었다.

카이자르와 라크로뮤의 전투력이 워낙 비슷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무게의 추가 약간만 기울었음에도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된 것 이었다.

물론 오랜 전투로 인해 라크로뮤의 힘이 많이 빠져있었던 것도 이렇게 쉽게 무너져 내린 이유 중 하나였다.

“비겁하긴, 멍청아. 전쟁에 비겁이 어디 있냐. 이기면 장땡이지.”

까맣게 죽어가는 라크로뮤를 비웃어준 이안은 카이자르를 향해 다급히 말했다.

“카이자르님, 저 좀 도와주시죠.”

이안의 말에 카이자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정당한 일대일의 승부를 마무리 짓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는지,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뭘 말이냐.]

“제 퀘… 아니, 동쪽에서 카이몬 제국의 함대가 상륙하려 하고 있습니다. 포로들이 무사히 배에 오를 때 까지 그들을 막아야 합니다.”

그 말에 카이자르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아니, 카이몬 제국에서 어찌 알고 벌써 원군을…?]

“규모가 제법 커서 저 혼자는 무립니다. 카이자르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안이 생각한 노림수는 바로 이것이었다.

전투력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카이자르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어느정도 승산이 있다 생각한 것.

함장 로란트와, 근위기사 폴린. 그리고 지원병력들도 함께한다면, 카이몬의 함대를 상대로 충분히 시간을 끌 수 있으리라.

카이자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도록 하지. 그런데 말이야, 혹시 이 검 말고 다른 검은 또 없나?]

“네?”

카이자르가 이안에게서 받았던 유일등급의 검을 슬쩍 들어올려 보이며 멋쩍게 웃었다.

[보다시피, 망가져 버렸거든.]

라크로뮤와의 격전중에 아이템의 내구력이 다 닳아 망가져 버린 것.

이안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이 되었다.

‘아니, 수리를 미리 안 해놔서 내구력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빨리 다 닳아버릴 정도는 분명 아니었는데….’

카일란에서 아이템의 내구력은 다 닳지만 않으면 계속해서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었지만, 한번 다 닳으면 복원이 불가능하게 된다.

즉, 카이자르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 이제 아무 쓸모없는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렸다는 소리였다.

‘으… 그래도 저거 경매장에 올리면 20만골드는 받을만한 아이템이었는데….’

졸지에 생돈을 날려버린 이안의 입에서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후우….”

하지만 아무리 복장이 터져도, 지금은 아쉬운 건 카이자르가 아닌 이안이었다.

이안은 인벤토리를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다.

‘남은 아이템중에 쓸 만한 검이 있었나?’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가지고 있는 아이템 중, 대검은 오르빌과의 전투에서 얻은 전설 아이템인 ‘다크 펜리르의 대검’ 밖에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뭔가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르지.’

다크 펜리르의 대검은 계정귀속 아이템이어서 분명 카이자르가 사용할 수 없을 것이었지만, 이안은 일단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제가 이런 게 있긴 한데….”

말끝을 흐리며 대검을 꺼내드는 이안.

그리고 귀티가 좔좔 흘러 넘치는 전설등급의 아이템을 본 카이자르의 두 눈이 반짝였다.

[오오… 이렇게 좋은 검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문제라…?]

“이 검은 제게 귀속된 물건입니다. 아마 카이자르님께서 쓰실 수 없을 거예요.”

카이자르의 두 눈에 아쉬움이 스쳐지나갔다.

[으음… 정말 방법이 없겠는가. 그 검이라면 확실히 카이몬의 애송이들을 도륙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터인데….]

이안은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하죠.”

[뭔가?]

“카이자르님이 제 가신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가신은 제게 귀속된 아이템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오, 그래?]

“…?”

이안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그래… 는 무슨, 내 가신으로 들어오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뭐야?’

황실 기사단장인 헬라임이 전쟁승리에 꼭 필요한 인재라고 얘기했을 정도의 거물급 NPC인 카이자르.

게다가 두 눈으로 확인한 전투력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초강자였다.

고위귀족이거나, 황실 소속의 기사임이 분명한 그가 이안의 가신이 될 수 있을 리 없을 터.

그런데 그 순간, 이안의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불패의 검사 카이자르’가 당신의 가신이 되길 원합니다.]

“…?”

이안이 멍한 표정으로 카이자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카이자르가 이안을 재촉했다.

[안 받아주고 뭐하나? 시간 없는데.]

“카이자르님, 귀족 아니었어요?”

이안은 당연히 카이자르가 자신보다 높은 등급의 귀족이리라 생각했던 것.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나, 평민일세.]

“….”

‘아니 무슨 남작한테 자연스럽게 하대하는 평민이 다 있어?’

이안은 속으로 궁시렁 거렸지만, 재빨리 카이자르의 제안을 수락하기 위해 영주의 인장을 꺼내어 들었다.

“나중에 무르기 없깁니다.”

이안의 말에 카이자르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건 네 놈 하는 거 봐서.]

“하아….”

이안은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지만, 그래도 이런 엄청난 가신을 얻을 기회를 차버릴 수는 없었기에 곧바로 계약을 진행하였다.

후우웅-

이안의 손에 들린 인장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카이자르의 손목으로 새어 들어갔다.

[‘불패의 검사 카이자르’를 가신으로 거두었습니다.]

[가신 ‘카이자르’의 인재등급은 ‘신화’등급이며, 현재 능력치는 ‘전설’등급 입니다.]

[현재 ‘이안’님의 가신 현황 : 6/20]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시, 신화등급이라고?! 미친…!!’

세리아의 인재등급이 영웅등급이었으니, 카이자르의 등급은 전설등급 이상일 것이라 막연히 예상을 하긴 했었지만, 막상 신화등급 이라는 글귀를 확인하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능력치는 대체 몇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카이자르의 능력치를 확인하려는 순간.

카이자르가 이안의 손에 들려 있던 다크 펜리르의 대검을 냉큼 뺏어 들고는 뇌옥 바깥으로 몸을 날렸다.

[가신 ‘카이자르’에게 ‘다크 펜리르의 대검’아이템을 하사했습니다.]

이어서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에, 이안은 어이가 없다 못해 허탈한 지경이 되었다.

‘아니, 하사는 무슨! 이게 강탈이지 어떻게 하사야?!’

하지만 지금, 이안에게는 화낼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 전설등급 아이템 하나로 신화등급 NPC를 얻었으니 사실 손해보는 장사도 아니었다.

[영주놈아, 시간 없다며. 빨리 움직여라.]

카이자르의 호통(?)에 이안은 벙찐 표정으로 그를 따라 움직였다.

‘아니, 어느나라 가신이 저래?’

속으로 연신 툴툴거리며 카이자르를 쫓는 이안.

하지만 뒤늦게 카이자르의 레벨을 확인한 이안은, 잠자코 그의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불패의 검사 카이자르 / Lv 246]

< (3). 불패의 검사 카이자르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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