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26화 (155/1,027)

< (1). 파스칼 군도 -2 >

*          *          *

쏴아아-

물살을 가르는 상쾌한 소리.

콜로나르 대륙 남부와 이어진 바다에는 ‘콜론해’ 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콜론해 한복판에는 세 척의 배가 떠있었다.

본래 돛에 커다란 루스펠 제국의 문양이 그려져 있던 전함이었지만, 지금은 상선으로 위장한 세 척의 갈레온선.

그중 가장 선두의 갈레온선 갑판에 한 남자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주저앉아 있었다.

“으… 으으….”

그는 다름 아닌 이안이었다.

극심한 뱃멀미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는 이안!

그 옆으로 다가온 뿍뿍이가 이안을 비웃었다.

뿍- 뿌뿍-!

“뭐 인마… 형 지금 화 낼 힘도 없으니까 저리 좀 가 있어.”

이안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젓자, 뿍뿍이 새침한 표정으로 이안을 째려보았다.

뿍!

“넌 지금 내가 방금 소환해서 멀쩡한 거지, 너도 곧 있으면 멀미할걸?”

이안의 저주!

하지만 바다거북인 자신이 뱃멀미같은 것을 할 리 없다는 듯, 뿍뿍이는 거만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뿌욱-!

신나서 갑판을 이리저리 기어다니는 뿍뿍이를 보며, 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무슨 이 미친 게임은 뱃멀미까지 구현이 되어 있는 거야?’

이안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선미에 서 있는 선원 하나를 불렀다.

“저기요.”

“네, 남작님.”

“혹시 뱃멀미 약 같은 게 있나요?”

이안은 물어보면서도 큰 기대는 갖지 않았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그런데 선원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닌가?

“아, 네 물론 있습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가, 감사합니다.”

이안의 안색이 살짝 밝아졌다.

하지만 선원이 들고 나온 것을 확인한 순간, 다시 얼굴색이 새파랗게 질릴 수 밖에 없었다.

‘이…거 생강 아니야?’

옛날부터 뱃사람들이 멀미를 피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했다는 멀미약인 생강.

하지만 초딩 입맛인 이안에게 생강은 사약이나 다름없었다.

안색이 더 안 좋아진 이안을 보며, 선원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남작님, 괜찮으십니까?”

“거, 걱정 말고 가보세요.”

일단 생강을 받아들긴 했는데,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이안은 선원을 돌려보내고 고뇌에 빠졌다.

‘이걸… 먹어야 해 말아야 해…?’

그런데 그 때.

철썩-!

커다란 파도가 배에 부딪히며, 배가 크게 출렁이는 것이 아닌가!

이안은 순간 몸 속 깊은 곳에서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큰일 났다!’

남작 씩이나 되어서 갑판 위에다가 토악질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이안은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헛구역질을 좀 하고 나니 멀미가 좀 괜찮아 지는 것을 느꼈다.

‘후우, 생애 첫 뱃멀미를 카일란에서 하게 될 줄이야….’

그리고 갑판으로 올라오니, 함장인 로란트가 바깥에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함장님, 이제 얼마나 더 가면 될까요?”

“아, 남작님.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반나절 정도만 더 가면 될 겁니다.”

반나절이라는 말에 이안은 다시 절망했다.

‘생강… 이라도 먹어야 하나….’

결국 이안은 선원에게서 받은 생강을 잘근잘근 씹으며 가장 흔들림이 적은 선체의 중간 쪽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갑판에서 신나게 놀던 뿍뿍이가 누렇게 뜬 얼굴로 기어오는 것이 이안의 눈에 들어왔다.

이안은 피식 웃었다.

‘신나서 기어 다니더니….’

힘없는 표정을 하고 이안의 옆에 다가온 뿍뿍이를 보며, 이안은 왠지 모르게 힘이 나는 것을(?) 느꼈다.

“뿍뿍아.”

뿍…?

“힘드냐?”

뿍뿍-

“나도 힘들다….”

*          *          *

세 대의 갈레온선은 정확히 반나절이 걸려 파스칼 군도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안에게는 뱃멀미에 이은 새로운 난관이 찾아왔다.

“여기부터 혼자 가야 한다구요?”

“혼자는 아니고, 저 잠입용 수송선에 탈 수 있는 인원이 최대 다섯이니, 네 명을 더 데리고 가실 수 있습니다.”

“….”

이안은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그리핀 부화퀘 할 때처럼 버스 좀 타나 싶었는데….’

불모지의 150레벨이 넘는 몬스터들을 쓸고 다니던 헬라임의 기사단이 생각난 이안은 입맛을 다셨다.

‘일단 세리아는 데려가야 하니 남은 자리는 셋….’

이안은 일단 폴린을 선택했다.

배에 승선한 선원들 중에 함장인 로란트를 제외하면 폴린보다 레벨이 높은 이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안의 시선이 로란트를 향했지만, 로란트는 고개를 저었다.

“전 안됩니다, 남작님. 전 여기서 따로 할 일이 있습니다.”

“으음….”

로란트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원들의 레벨은 130~140 사이로 고만고만했기 때문에 이안은 눈에 보이는 선원들 중 가장 험악하게 생긴(?) 선원 둘을 골라 잠입용 수송선에 올랐다.

‘저렇게 생겨서 못 싸울 리 없어.’

선원을 고른 이안의 근거였다.

“여기, 이건 파스칼 군도의 약도입니다.”

지도를 건네준 로란트는 파스칼 군도에 대해 제법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지도에는 파스칼 뇌옥이 있는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함장님. 포로를 구출한 다음엔 어떻게 합니까? 이 작은 수송선에 포로들을 태워 올라올 수는 없지 않을까요?”

너무도 당연한 이안의 질문.

로란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남작님께선 뇌옥 어딘가 갇혀있는 포로들을 최대한 풀어 주신 뒤, 이 화탄을 허공으로 쏘아올려 주시면 됩니다.”

이안은 로란트가 내민 작은 기계식 석궁같이 생긴 물건을 받았다.

[‘로란트의 신호탄’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로란트의 말이 이어졌다.

“신호가 터지면 제가 남작님을 모시러 갈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이제 대략적으로 퀘스트가 어떻게 진행될지 감이 온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배를 출발시켰다.

멀어지는 이안을 보며 로란트는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남작님.”

“예, 뭐….”

*          *          *

이안은 소환수를 최대한 활용했다.

배 위에서 이안이 정찰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환수는 둘이었다.

하나는 이안의 소환수인 핀 이었으며, 하나는 세리아의 소환수인 블루와이번 이었다.

“핀아, 위쪽으로 올라가서 정박하기 좋을 만한 위치로 안내 좀 해줄래?”

이안의 명령에 핀은 꾸룩거리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본 폴린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아니, 남작님. 혹시 전설의 그리핀… 입니까?”

이안은 순간 뜨끔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얻을 수 있었죠.”

그 말에 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멋지군요, 그리핀은. 황제께서 기르고 계신 그리핀을 먼발치서 한번 본 적이 있는데, 그 녀석은 아직 저렇게 크지 않던데….”

이안의 핀과 달리 황제의 그리핀은 황실 안, 안락한 환경 속에서 곱게 자랐을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성장이 더뎠을 터.

이안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크기까지 비슷했으면 오해받을 수도 있었겠어. 제국 소속의 NPC들 앞에서는 핀을 소환하는 걸 좀 조심해야겠어.’

어찌되었든, 핀과 블루와이번의 도움으로 이안 일행은 무사히 지도에 표시된 섬에 배를 정박시킬 수 있었다.

일행이 내린 곳은 뒤쪽으로 숲이 우거져 있는 해안가였다.

“저긴가봐요 영주님.”

가장 먼저 배에서 내린 세리아가 풀숲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커다란 성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이안은 조금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찾기 힘들게 숨겨져 있을 줄 알았는데… 대놓고 있잖아?’

이어서 불안한 감정이 엄습했다.

‘이렇게 쉽게 풀릴 땐 꼭 뭔가 함정이 있던데….’

뒤이어 내린 폴린이 입을 열었다.

“남작님, 이 숲을 가로질러 뒤쪽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폴린은 손가락으로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등고선이 역순으로 겹치는 걸로 봐서, 이쪽으로 올라가면 성벽을 쉽게 넘을 수 있을 것 같군요.”

이안은 명석한 폴린의 인공지능(?)에 감탄하며 일행을 이끌고 숲을 오르기 시작했다.

*          *          *

공략왕 이벤트의 결과.

그것은 당연히 로터스 길드의 압도적인 1위였다.

로터스 길드 공략의 득점은 무려 500점 만점이었고, 2위 공략의 득점은 260점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 거의 두 배 차이 나는 점수였다.

영주성에 마주앉은 피올란과 헤르스는 행복한 표정으로 공략왕 이벤트의 상품들을 수령했다.

물론 1위 상품 중 가장 중요한 캡슐이야, 미리 적어놓은 주소에 직접 배송되는 것이었지만, 그 외 다른 상품들은 해당 길드의 영주성으로 보내져 왔기 때문이었다.

“와, 길드명성 30만에 수수께끼 상자라니. 이것도 은근 쏠쏠한데요?”

피올란의 말에 헤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수수께끼 상자는 한 사람당 한 개인 줄 알았는데, 두 개 씩이나 주네요?”

“네, 그런데 하나는 아이템상자고 하나는 골드상자니까….”

헤르스는 수수께끼 상자의 정보를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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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한 수수께끼 상자 (골드) -

100골드~500만 골드 사이의 금화가 들어있는 상자이다.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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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상이 구겨졌다.

“이거… 너무하는데요? 100골드에서 500만골드라니…. 갭이 너무 큰 거 아니에요?”

헤르스의 투덜거림에, 피올란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설마 100골드 나오겠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것보다 아이템 상자가 더 대박이에요. 아까 카윈님 보니까 이거 까서 보리빵 먹었던데요?”

“… 걔는 벌써 깠어요?”

“네, 받자마자 바로 깠나보더라구요. 그래도 골드 상자에서는 130만골드 먹었다고 신나하시던데….”

헤르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130만골드라니… 나도 그정도만 먹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헤르스는 인벤토리에서 먼저 골드상자를 꺼내었다.

“피올란님. 저 먼저 가봅니다.”

“오케이, 난 헤르스님 까는 거 보고 나서 열어야지.”

그리고 헤르스는 떨리는 손으로 수수께끼 상자에 손을 올렸다.

“오픈!”

그러자 새하얀 빛에 휩싸이며 허공으로 떠오르는 수수께끼 상자!

피올란과 헤르스의 두 눈이 상자를 향해 고정되었다.

그리고….

띠링-

[유저 ‘헤르스’가 ‘신비한 수수께끼상자’를 열어 124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본 헤르스의 입에서 괴성이 튀어나왔다.

“으아아아!!”

그것을 본 피올란은 남 일 같지 않아 불안했지만, 그래도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푸후훗, 헤르스님 운 정말 없으시네요. 천이백 골드라니…. 어떻게 100~500만 사이의 숫자중에 천이백이….”

그리고 이어서 상자를 오픈한 피올란.

헤르스는 더욱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유저 ‘피올란’이 ‘신비한 수수께끼상자’를 열어 3974505골드를 획득했습니다.]

피올란이 획득한 골드는 헤르스의 수천 배인 4백만 골드에 육박했기 때문.

헤르스는 허탈감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그리고 피올란이 헤르스를 위로했다.

“힘내요 헤르스님….”

하지만 4백만 골드를 얻은 피올란의 위로가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제기랄, LB소프트 기획자들 월급 제도를 바꿔야 되요.”

“네?”

“신비한 카일란의 월급상자 같은 걸 만들어서 월급도 랜덤지급을 해야 돼요.”

“….”

“한 2만원~천 만원 이렇게요. 월급으로 2만원 정도 받아봐야 정신차리지….”

< (1). 파스칼 군도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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