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24화 (153/1,027)

< (8). 뜻밖의 유명세 -2 (5권 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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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소프트의 기획팀 소속인 성훈은, 이번 이벤트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유저 ‘이안’의 공략을 검토하는 중이었다.

사실 ‘검토’라기 보단 ‘감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몰랐다.

성훈은 공략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평가를 하기는커녕 감탄만 하고 있었으니까.

“아니, 이놈은 정말 뭐하는 놈이야?”

공략왕 이벤트의 총 집계기간은 3일.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만으로 이틀이 지난 지금, 진성의 공략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피올란과의 15분 클리어를 달성한 이후, 진성은 한 판 한판을 50분까지 꽉꽉 채워 쓰며 던전의 모든 요소를 연구했다.

등장하는 몬스터 하나하나의 능력치를 분석했고, 페이즈별로 등장하는 몬스터의 숫자, 공격패턴 등 정말 집착에 가까운 꼼꼼함으로 포를란 던전을 파헤친 것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통계로, 진성은 각 직업별 던전 공략에 필요한 최소 스텟 등을 분석해서 정리했고, 이 부분은 수많은 유저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셀 수 없이 많은 공략들이 이벤트 게시판에 올라왔지만, 진성의 공략만큼 변태적(?)으로 세세한 공략은 없었던 것이었다.

“압도적으로 추천수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가 있었네, 정말.”

진성의 공략에는 이미 충분한 스펙을 갖춘 유저들을 위한 요소들도 많았지만, 번번히 공략에 실패하는 초보유저들을 위한 정보들도 상당히 많았다.

포를란 던전에 관심있는 유저라면 누구나 관심있게 읽을 수 밖에 없는 그런 공략이었다.

“제가 말했죠? 진짜 그거 작성자 변태라니까요. 틀림 없어요.”

진성의 게시물의 현재 조회수는 10만이었으며, 추천수는 3만이 넘었다.

2위 게시물의 조횟수가 7만, 추천수가 8천인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압도적인 성적이었다.

“성훈씨. 이거 우리가 점수 매기는 게 의미가 있겠어요? 2등 공략글의 추천수가 1등의 23% 수준인데… 이대로 마지막 날까지 가면 2등이 얻을 수 있는 추천점수도 300점 중에 70점 밖에 안 돼요.”

옆에서 다른 공략글들을 검토 중이던 혜인이 투덜거렸다.

그녀의 말처럼 LB소프트의 평가단과 유저평가단의 점수에서 다른 공략글들이 아무리 높은 득점을 하더라도 이미 1등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2등이 평가단 점수에서 둘 다 100점 만점을 득점하더라도 총점이 270점 밖에 되지 않으니, 1등의 추천점수인 300점을 넘을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뭐… 일단 일은 일이니까 해야겠죠.”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하는 성훈을 보며 혜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데 그 공략글. 저도 아까 봤지만 100점 줄 수 밖에 없더라구요. 포를란 던전 기획한 기획팀에서 공략글 써도 그 사람 보다 잘 쓸 수 있을지 의문 이예요.”

“…동감입니다.”

진성의 공략이 압도적인 1위를 하고 있는 데는, 물론 공략의 퀄리티도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클리어 15분컷 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영상이 함께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더욱 폭발적인 성적을 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안 유저의 길드가 로터스 길드였죠?”

“네, 혜인씨.”

혜인이 뒷머리를 긁적이며말을 이었다.

“로터스 길드 길드마스터 연락처나 좀 알아다 주세요.”

“그건 왜요?”

“어차피 그쪽으로 1등 상품 전달하게 될 것 같아서요….”

성훈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          *          *

한편, 카일란에 접속한 이안은 태평한 마음으로 남부대륙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이미 어제 저녁 확인한 성적만으로도, 너무 압도적이어서 공략이벤트의 1등을 기정사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귀환석을 하나 미리 사놨어야 했는데….”

이안은 인벤토리를 뒤지며 투덜거렸다.

북부대륙에서만 오래 지내다보니, 남부대륙의 마을 중에 어느 곳의 귀환석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툴툴거리는 그의 뒤를 졸졸 따라가던 세리아가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에이, 영주님 그래도 저랑 같이 가니까 심심하진 않으시죠?!”

종종걸음으로 옆에 다가와 얼굴을 불쑥 내미는 세리아를 보며, 이안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어… 그, 그래 세리아. 확실히 심심하지는 않네.”

이안은 남부대륙으로 내려오면서 가신들 중 세리아만을 데리고 내려왔다.

그 이유야 당연히 다섯의 가신들 중에 세리아가 가장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다른 녀석들까지 끌고 다니기는 좀 귀찮으니까…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고.’

세리아는 전투능력보다도, 그녀의 고유능력인 소환수 치유 스킬이 정말 사냥에 큰 도움이 된다.

‘오르빌이랑 싸울 때도 세리아를 데려가지 않은 것을 몇 번이나 후회했었지….’

다른 가신들은 제대로 강력한 적을 만나면 이안의 소환수 하나 정도의 전투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금방 죽어버릴 것이었다.

하지만 세리아는 보조역할을 하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세리아의 소환수 치유능력만 있었더라면 떡대가 죽는 일도 없었으리라.

“영주님, 그런데 저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세리아의 물음에 이안은 두 눈을 꿈뻑이며 대답했다.

“응? 어디 가는지 내가 말 안 해줬나?”

“넵!”

“…그럼 어디 가는지도 모르면서 따라오겠다고 했던 거야?”

“넷! 영주님께서 가시는 곳은 어디든 좋으니까요!”

“….”

해맑은 표정으로 위험한(?) 발언을 하는 세리아를 보며,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린이가 봤으면 난 살아남기 힘들었겠지…?’

최근 들어 이안도 하린과의 관계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친구’사이는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 이상의 어떤 사이라는 것을 정의하지는 못했지만….

“우린 지금 루스펠 황성에 가고 있어 세리아.”

“루스펠 황성이요?! 우와, 그럼 황제폐하도 뵐 수 있는 건가요?”

어찌 됐든, 귀여운 세리아의 모습에 이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황제폐하 뵈러 가는 거야.”

*          *          *

“그러니까 에밀리. 이번 2차 대규모 업데이트 때 중부대륙이 열린다는 말이야?”

“그렇다니까. 출처가 확실한 정보니까 믿어도 돼.”

“아니, 그런데 중부대륙이 열린다는 것만 가지고는 그렇게 특별한 정보가 될 수 없잖아…? 그게 네가 말한 정보의 전부는 아니겠지? 그것 하나만으로는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물론. 더 중요한 내용은 따로 있지.”

한국서버의 길드랭킹 2위인 타이탄 길드 영지의 심처.

타이탄 길드의 부 길드 마스터인 세일론과 그의 최측근 수뇌부 인물 중 한명인 에밀리가 은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더 중요한 내용이라는 게 뭔데?”

에밀리가 은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일단 중부 대륙에도 북부대륙처럼 주인 없는 거점지가 널려있을 것이라는 정도는 너도 짐작 할 거고.”

“그렇지.”

“가장 큰 파장을 불러올 만 한 건….”

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의 입이 천천히 떨어졌다.

“중부대륙이 PK존 이라는 거야.”

“…PK존이라고?”

“그래, PK존.”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PK존이라는 말은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단어였다.

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였지만, ‘PK존’ 이라는 컨텐츠는 무척이나 민감한 것이었다.

이 컨텐츠가 잘못 구현되면, 게임의 벨런스가 무너져 유저들을 순식간에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을 정도였으니까.

“PK존이라는게, 플레이어 킬로 인한 악명 패널티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소린가?”

“맞아. 그 뿐만이 아니야. 중부대륙에서 플레이어 킬에 성공하면, 오히려 악명이 생기는 대신 ‘전공’포인트가 올라간대. 이 전공 포인트를 명예로 바꿀 수도 있고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도 있는 것 같던데?”

콜로나르 대륙은 현재 크게 양분되어 있었다.

대륙 서쪽은 카이몬 제국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동쪽은 루스펠 제국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데 이 두 적대국 사이에 큰 분쟁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불모지 뒤에 막혀있는 미오픈 지역인 중부대륙이 그 사이를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부대륙이 열리면서 두 제국 간 접촉이 생기기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까진 간간히 일어나는 영지전에 그치는 수준이었는데, 중부대륙을 PK존으로 오픈한다는 소리는 화약고에 불붙인다는 말과 진배없는 것이었다.

“그냥 패널티가 없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보상까지 주어진다니…. 상위 컨텐츠가 분명한데 보상이 시덥지 않은 것일 리도 없고 말이야.”

“맞아. 내가 거기까진 정보를 얻지 못했는데, 얼핏 듣기로는 ‘옥새’ 라는 것도 있대.”

에밀리의 어조는 약간 상기되어 있었고, 지금까지 평정을 유지하던 세일론의 표정이 일변했다.

“옥새라고? 그 국가 등급으로 승급하는데 필요한 그 옥새?”

에밀 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그 옥새야. 전공 포인트가 얼마나 필요한지, 또 무슨 조건이 더 붙어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래.”

잠시 동안 말이 없던 세일론의 입이 천천히 떨어졌다.

“하… 난리 나겠군. 옥새라니…. 중부 지역 오픈되는 순간 진짜 박 터지게 싸워야겠네. 사냥 나갈 시간 같은것도 없겠어”

“그렇겠지. 아예 사냥을 나갈 이유가 없을걸?”

“그건 왜?”

“적국 소속의 유저나 NPC를 죽이는 것으로도 제법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나보더라고.”

두 사람 모두 최상위 랭커인 만큼, 이번 업데이트가 어떤 식으로 앞으로의 플레이방향에 영향을 미칠지 금방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전쟁이 터져도 어차피 기존의 대륙은 PK불가 설정이 유지될 테니까, 초보존까지 위험해 질 일은 없겠고. 결국 서부대륙으로 진입하려면 불모지랑 시카르 사막을 뚫어야 하니, 길이 완벽히 뚫리기 전까지는 120레벨 이상인 최상위 랭커들 끼리의 전쟁이 되겠네.”

세일론의 말에 에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흐음… 루스펠 제국 소속 길드 중에 버거울 만한 길드가 스플렌더 길드나 오클란 길드 정도인가?”

현재 한국서버의 5대 길드 중,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는 다크루나 길드와 타이탄길드는 모두 카이몬 제국의 소속이었다.

하지만 3위~5위까지를 차지하고있는 스플렌더 길드와 오클란길드, 그리고 벨리언트 길드까지 이렇게 세 개의 길드가 루스펠 제국의 소속이라 순위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균형은 맞는 셈이었다.

세일론은 하얗게 빛나는 자신의 대검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이번 기회를 잘만 잡으면 다크루나 길드를 앞지를 발판이 생길 수도 있겠어.”

“동감이야. 중부 대륙의 거점지 최소 세 군데 이상 확보하고, 요충지 몇 군데 확보해서 이번에야말로 다크루나 길드 한번 이겨 봐야지.”

사실 두 사람의 안중에 루스펠 제국 소속의 길드들은 있지도 않았다.

1,2위를 다투는 카이몬 제국의 두 길드에 비해, 루스펠 제국의 길드들은 전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어떻게든 옥새를 먼저 손에 넣어야해. 당장에 국가등급까지 승급시키려면 멀긴 했지만, 그게 있고 없고는 차이가 크니까.”

세일론과 에밀리는 루스펠 제국을 거의 길드 성장을 위한 발판 정도로 보고 있었다.

그들의 경계대상은 항상 같은 제국의 소속인 다크루나길드였다.

“그나저나 에밀리. 길마님은 어딜 가셔서 요즘 통 보이질 않는 거야?”

타이탄 길드의 길드마스터이자, 한국서버 전사 클래스 중 독보적인 랭킹1위인 샤크란.

그는 세일론이 카일란 내에서 유일하게 존대를 하는 유저였다.

“샤크란님은 아마 카이몬 제국 황성에 가셨을 거야.”

“황성? 거기는 왜?”

“제국 퀘스트 때문이지 뭐.”

“그렇군. 어떤 퀘스트인지도 알아 혹시?”

그리고 에밀리의 말이 이어졌다.

“글세. 잘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 (8). 뜻밖의 유명세 -2 (5권 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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