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라이의 활약 -3 >
* * *
거인이라는 단어 그대로, 엄청난 위압감을 자랑하는 몸집을 가진 포를란의 영웅.
던전의 마지막 보스는 발악이라도 하듯 몽둥이를 휘둘러 대었다.
쾅- 쾅-!
하지만 할리에 타고 있는 이안과 핀. 그리고 라이 모두 엄청난 민첩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거인의 느릿한 몸짓은 계속해서 허공을 가를 수 밖에 없었다.
“피올란님, 캐스팅 다 되 가나요?”
“네, 5초!”
이번 피올란의 마법이 터지는 순간 이안도 모든 소환수들의 고유능력을 한 번에 난사해 던전공략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이안은 속으로 초를 세었다.
‘4… 3… 2….’
그리고 마법을 캐스팅하던 피올란의 양 손이 시퍼렇게 빛나는 순간, 이안은 할리의 등에서 뛰어내리며 소리쳤다.
“공격!”
그러자 미리 준비 중이던 소환수들이 일제히 거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물론 거인은 가만히 있지 않고 반격을 위해 몸을 비틀었고, 이안의 두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이안은 잽싸게 떡대를 향해 소리쳤다.
“떡대야, 저거 네가 받아줘!”
드르륵-
이 순간을 위해 떡대에게 탱킹을 시키지 않고 잠시 뒤로 물러뒀었기 때문에, 떡대의 생명력은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강력한 거인의 카운터 공격이라도 떡대에게 두세 방 정도를 버틸 멧집은 있었다.
날아드는 거인의 방망이를 보며, 떡대가 양 팔을 교차시켜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뒤쪽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한쪽 다리를 뒤로 뻗었다.
쾅-!
던전 전체가 진동할 정도로 커다란 타격음.
[소환수 ‘떡대’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소환수 ‘떡대’의 생명력이 19789만큼 감소합니다.]
던전의 보스의 온 힘을 다한 일격인 만큼, 가볍지 않은 데미지가 들어왔지만, 오르빌과의 전투에서 무지막지한 공격들을 겪어본 이안으로서는 가소로운 수준이었다.
‘뭐야, 아까부터 몇 대는 맞아주면서 싸웠어도 될 뻔 했잖아?’
이안은 거인의 움직임 하나하나, 공격패턴 하나하나를 열심히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었다.
기록을 더 단축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었고, 무엇보다 공략왕 이벤트에 완벽한 공략을 써 내기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었다.
‘그래. 아까 그 상황에서 떡대가 두 대 정도 맞아줬으면, 딜을 더 많이 넣을 수 있었을 거야. 그랬으면 20초 정도는 더 단축됐겠지.’
시간 하나하나를 꼼꼼히 체크하며, 이안은 거인의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했다.
사용 가능한 모든 마법을 뿌린 후, 방전된 피올란이 이안을 향해 다가왔다.
“후, 전 이제 할 수 있는 건 다 했네요. 이제 끝나겠죠?”
“네. 아마도.”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처럼, 거인의 생명력 게이지는 이제 다 닳아서 거의 실금 정도만이 남아 있었다.
이안의 소환수들도 그것을 인지했는지, 더욱 맹렬히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콰콰쾅-!
[소환수 ‘라이’가 ‘잊혀진 포를란의 영웅’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잊혀진 포를란의 영웅’의 생명력이 25798만큼 감소합니다.]
제대로 틀어박힌 라이의 일격을 마지막으로, 포를란 거인의 거구가 천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쿠구궁-
[‘잊혀진 포를란의 영웅’을 처치했습니다.]
이안과 피올란이 잽싸게 경과시간을 향해 움직였다.
[00:19:35]
그야말로 경이적인 기록!
피올란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캬…! 포를란 던전을 20분대로 끊었다니!”
이안도 뿌듯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게요. 시간을 엄청 단축할 수 있을 줄은 알았지만, 거의 30% 가까이 단축이 가능할 줄은 몰랐네요.”
2등의 기록이 30분정도인 것을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의 기록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더 잘 알 수 있었다.
이안의 시선이 무너져 내리는 거인을 향했다.
저 거인의 몸이 전부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부서져 내리고 나면 이제 던전 클리어 결과창이 뜰 것이다.
이안과 피올란은 기대에 찬 눈빛이 되었다.
이미 S등급의 클리어는 확정이었지만, S등급이더라도 성적이 더 좋을수록 그에 비례해 보상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기다리던 정보창이 알림음과 함께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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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를란 영웅의 무덤
제한 시간 - 00:50:00
클리어 시간 - 00:19:35
클리어 등급 - SS
획득 경험치 - 20112000
획득 골드 - 273122골드
획득 아이템 - 포를란 영웅의 갑옷 조각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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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올란은 물론, 이안의 입에도 함박웃음이 거렸다.
“와… 와….”
피올란이 감격(?)에 말을 잇지 못하자, 이안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S등급은 다르네요, 그죠?”
“맞아요. A등급일 때 경험치 1300~1400만 정도였는데 등급 하나 올랐다고 2천만이 넘어버리다니…. 골드 보상은 두 배 가까이 뻥튀기 됐구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전 포를란 갑바도 하나 완성 했습니다. 후후….”
이안의 말에 혹시나 해서 인벤토리를 확인한 피올란도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어…? 저도 완성이네요? 뭐지?”
그리고 보상정보창을 다시 확인한 뒤 고개를 주억거리며 중얼거렸다.
“아… 조각이 20개나 나왔구나….”
완제품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각은 총 40개.
한 번에 그 절반이나 되는 양의 조각이 나왔으니, 생각지도 못하게 완성되어버린 것이었다.
피올란의 입 꼬리가 양 쪽 귀에 걸렸다.
“그럼, 우리 조금만 더 노력해보죠.”
이안의 말에 피올란이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네? 뭘 더 노력해요. S등급인데.”
그에 이안이 혀를 차며 장난스레 말했다.
“이거이거, 피올란님 아직 멀었네.”
“뭐가요?”
“보상창 자세히 봐보세요. 우리가 지금 그냥 S등급인가.”
그리고 등급을 다시 확인한 피올란의 눈이 크게 확대되었다.
“에? 그러네요? S가 아니라 더블S였네? 이런 등급도 있었어요?”
이안이 씨익 웃으며 대꾸했다.
“그걸 저한테 물어보십니까. 눈 앞에 있는데요.”
“그랬구나… 그래서 보상이 이렇게 뻥튀기 된 거였구나…. 어쩐지 한 등급 차이라기엔 너무 보상이 크더라니….”
이안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더블S 등급이 있다는 말은, 트리플S 등급도 있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이안의 말에, 그녀는 혀를 내둘렀다.
“아니, 이 기록도 성에 안 차는 거예요?”
그에 이안은 멋쩍은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아니, 꼭 성에 안 찬다기보다는… 조금 더 단축이 가능할 것 같아서….”
“음, S등급 컷이 25분이었고, 더블S등급 컷이 20분인 것 같으니까… 트리플S를 찍으려면 15분 내로 클리어해야될 것 같은데….”
피올란의 시선이 이안을 향했다.
“그게 가능할까요?”
“뭐, 좀 더 단축시킬 만한 부분이 보이기는 한데… 해 봐야 알겠죠.”
일단 보상들을 정리한 두 사람은 던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랭킹 목록에 새겨진 자랑스러운 기록을 확인하며 뿌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 때.
이안이 돌연 당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엇, 이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피올란님 큰일이에요.”
이안의 말에 들어온 보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행복해하던 피올란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뭐가 큰일이에요?”
이안의 말이 이어졌다.
“다른 게 아니고… 이게 경험치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네…?”
이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피올란은 잠시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곧 그녀도 이안의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혹시 이안님 레벨때문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바로 레벨업은 아닌데, 세 바퀴 정도 더 돌면 121레벨 되네요. 오늘 다섯 번 다 못 채우겠네 여기서….”
그리고 피올란은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이안의 레벨이 벌써 그렇게까지 되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안님은 뭘 했길래 벌써 저랑 레벨이 같아요?”
“그야 뭐, 전 열심히 게임한 것 밖에….”
어께를 으쓱 하는 이안.
피올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그녀 또한 120레벨이었기 때문에, 경험치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경험치를 확인한 피올란의 표정이 더욱 시무룩해졌다.
“이안님….”
“왜요?”
“저… 한 판만 더하면 레벨업….”
그 말에 이안은 피식 웃었다.
“수고하셨어요 피올란님. 다음 트라이가 우리의 포를란 던전 마지막 공략이 되겠네요.”
“흑….”
이런 꿀 같은 기회를 절반 이상 날려버리게 된 피올란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이안은 한마디 덧붙였다.
“뭐, 또 돌고 싶으시면 랩따 한번 하고 오세요.”
일부러 한번 죽어서 레벨을 하나 다운시키고 오라는 말.
피올란은 발끈하며 이안을 째려보았다.
“제가 랩따하고 하루 쉬고 올 쯤이면 이안님이 레벨 올라서 못 들어가겠죠.”
이안은 알고 있었지만, 마치 생각지 못했다는 듯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피올란을 놀렸다.
“아, 그것도 그러네요.”
피올란이 눈을 흘기며 중얼거렸다.
“나빴어, 정말….”
* * *
이안은 정비를 마치고 던전에 다시 들어가기 전, 방금 전의 기억을 꼼꼼히 되짚어 보며 전투를 복기했다.
‘여기선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고… 떡대의 어비스홀은 아끼지 말고 이때 미리 사용하는 게 더 낫겠어. 어차피 세 번째 페이즈는 어비스 홀 없이 컨트롤로 커버 가능할 것 같으니까.’
그 동안 피올란은 영지에 돌아가 조금이라도 능력치를 뻥튀기시킬 수 있는 버프물약을 가지고 돌아왔다.
하린에게 들러 고급요리를 챙겨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 다 됐어요. 이안님. 이제 할 수 있는 준비는 정말 다 한 것 같아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하셨어요.”
“그나저나 기회가 한 번 밖에 없는 게 정말 아쉽네요.”
“괜찮아요, 이번에 15분 찍으면 되니까.”
비장한 각오로 최후의 던전 공략에 들어간 두 사람은 마침내 원했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얻은 기록은 정말 아슬아슬했다.
[00:14:58]
고작 2초를 남기고 15분컷 이라는 정말 불가능해 보였던 기록을 달성해 낸 것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예상대로 등급에는 트리플S가 찍혀 나왔다.
“헉… 헉…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피올란님.”
“후우… 아니에요. 제가 뭘… 이안님이 다 하셨죠.”
마지막에 시간이 부족하자 이안과 피올란은 어떻게든 딜을 더 많이 넣기 위해 들고 있던 지팡이로 거인에게 물리적인 직접공격까지 시도했다.
애초에 근접클래스가 아닌 두 사람이, 마력이 부족하거나 스킬의 재사용대기시간 때문에 딜로스가 생기는 구간마저 커버하기 위해 무식한 방법을 동원한 것이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의 충분한 보상이 뒤따랐기에, 두 사람 모두 온 몸이 만족감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생각지 못했던 칭호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띠링-
[‘포를란 영웅의 무덤’ 던전에서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셨습니다.]
[‘한계에 도전하는 자’ 칭호를 획득합니다.]
이안은 흥이 나는지,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오예!”
그리고 곧바로 칭호에 붙어있는 옵션을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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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에 도전하는 자 -
등급 - 영웅
- 타임어택 던전에서 기록을 단축시킬수록 추가로 획득하는 경험치의 양이 50%만큼 증가한다.
- 타임어택 던전의 순위보상으로 얻는 명성치가 50%만큼 증가한다.
- 모든 직업능력치가 15%만큼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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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상으로 얻은 칭호는 이안의 마음에 쏙 들었다.
칭호를 확인한 피올란이 입을 열었다.
“‘한계에 도전하는 자’ 라네요. 정말 이안님의 도전정신에 어울리는 이름의 칭호인 것 같아요.”
그 말에 이안은 피식 웃었다.
“그런가요? 흐흐….”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정말 이름 한번 잘 지었네. 그건 그렇고 이런 칭호까지 획득한 걸 보면 트리플S 위에 더 상위의 등급은 없겠죠?”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렇겠죠. 이보다 상위등급이 있다면 10분 안에 클리어…를 해야 할 텐데…. 더 높은 레벨로 도전할 수 있다면 몰라도, 120레벨 이하의 유저가 그 이상의 기록을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지금 15분도 충분히 불가능한 거였어요 이안님….”
“그, 그런가…?”
멋쩍은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는 이안.
피올란은 획득한 보상들을 정리하며 이안에게 물었다.
“이제 남은 두 바퀴 더 도셔야죠 이안님?”
“그래야죠.”
“흐흐… 이거 보상 창 스크린샷 찍어서 길드 메신저 대화방에 자랑해야겠다.”
그 말에 이안이 손사래를 치며 피올란을 말렸다.
“그러지 마요 제발 피올란님…. 저 또 엄청 시달리게 할 일 있어요?”
“어차피 오늘 이후로는 여기 못 들어오는 레벨 되잖아요. 괜찮아요.”
“아… 그래도….”
잠시 동안 훈훈한(?) 실랑이를 하던 이안은 피올란을 보낸 뒤 헤르스를 불렀다.
그리고 잠시 카일란을 종료하고 캡슐에서 나왔다.
‘이제 필요한건 공략을 위한 세부적인 분석이니까.’
이제 기록에 대한 미련은 더 없다.
그렇다면 클리어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최대한 던전에 대한 자료를 많이 모으고 분석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야 완벽한 공략을 써 낼 수 있을 테니까.
“일단, 지금까지 트라이하면서 얻은 정보들부터 쭉 정리해 볼까?”
이안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어쩐지 15분 클리어에 도전할 때 보다 더욱 의지가 불타오르는 이안이었다.
< (7). 라이의 활약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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