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라이의 활약 -1 >
콰아앙-!
라이의 진화가 끝났다는 메시지가 울려 퍼지자마자, 라이를 중심으로 커다란 폭음이 일며 새하얀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헐….”
이안은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연속진화라니….’
영웅등급으로 진화했던 라이가 한번 더 진화했다면, 최소 전설등급일 것이었다.
이안은 설레는 표정이 되었고 이어서 시스템 메시지가 몇 줄 더 떠올랐다.
[‘블러디 홀’ 아이템이 소환수 ‘라이’에 흡수되어 사라집니다.]
[‘다크 홀’ 아이템이 소환수 ‘라이’에 흡수되어 사라집니다.]
[‘루나틱 홀’ 아이템이 소환수 ‘라이’에 흡수되어 사라집니다.]
라이를 향해 빨려 들어가는 세 줄기의 빛.
그리고 마침내 온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촤아악-!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던 어둠이 걷히고, 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라이의 모습이 이안의 눈에 들어왔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른 펜리르들에 비해 곧게 펴진 허리.
길고 날카롭게 튀어나온 앞발의 발톱.
마지막으로 마치 불길에 휩싸이기라도 한 듯 온 몸이 쉴 새 없이 타오른다는 점 이었다.
그 불길은 일반적인 새빨간 불길이 아닌, 순백색의 하얀 불길이었다.
‘두 발로 서 있기는 하지만, 늑대인간… 이라고 하기에는, 얼굴까지 완벽히 늑대인데….’
그렇게 늠름하게 진화한 라이의 모습을 잠시 감상하던 이안의 눈에 새로운 시스템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최초로 ‘완전체’인 소환수를 획득하셨습니다.]
[10만 만큼의 명성을 획득합니다.]
‘어? 완전체는 또 뭐야?’
이래저래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 정신이 없는 이안의 귀로, 오르빌의 걸걸한 음성이 들려왔다.
[군주를 뵙습니다.]
유령의 형상이라 하반신이 없어 무릎을 꿇지는 못했으나,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이며 라이에게 예를 취하는 오르빌.
그리고 이안의 눈 앞에 퀘스트의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블러디 펜리르 ‘샬로스’의 부탁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클리어 등급 - S]
[28978900만큼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279000만큼 금화를 획득합니다.]
S등급의 퀘스트다운 막대한 보상!
이안은 마치 복권에라도 당첨된 듯 한 기분이었다.
노력도 많이 하기는 했지만, 그에 비해 얻은 것들이 너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경험치나 금화보상도 마음에 들었지만, 단숨에 2번에 걸친 초고속 진화를 한 라이가 이안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이안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라이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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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Sovereign Fenrir) -
레벨 : 120
분류 : 맹수형
등급 : 전설
성격 : 용맹한
완전체
공격력 : 3660
방어력 : 1458
민첩성 : 2154
지 능 : 1214
생명력 : 51022 / 51022
고유능력
* 흡혈
적에게 입힌 피해의 25%를 자신의 체력으로 흡수하며,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면, 입힌 피해의 70%를 체력으로 흡수한다.
* 펜리르의 분노 (재사용 대기 시간 10분)
3분간 ‘분노’ 상태가 되어 모든 전투능력치가 50% 상승하며, 치명타 확률이 20% 상승한다.
공격이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때 마다, ‘펜리르의 분노’ 고유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5초씩 줄어든다.
* 어둠잠식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3분간 ‘어둠잠식’ 상태가 된다.
어둠잠식 상태가 되면, 모든 공격이 치명타로 적용되며, 모든 피해의 70%를 무효화시킨다.
어둠잠식이 유지되는 동안 모든 움직인이 50%만큼 빨라진다. (어둠 속에서만 발동시킬 수 있다.)
* 달의 계승자 (패시브)
달빛을 받으면 모든 움직임이 30%만큼 빨라지며, 초당 최대 생명력의3%만큼을 지속적으로 회복한다.
소버린 펜리르(Sovereign Fenrir)는 모든 늑대들의 군주이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펜리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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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무지막지한 능력치와, 하나하나 버릴 것이 없는 훌륭한 고유능력들.
‘이거 이제 낮에 자고 게임을 밤에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어둠속에서만 쓸 수 있는 어둠잠식 스킬과, 밤에만 발동하는 패시브인 달의 계승자.
이 두 고유능력이 너무 엄청났기 때문에, 이안은 정말 진지하게 게임 플레이 시간대를 옮기는 것을 고민하고 있었다.
‘진화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고유능력 중에서는 흡혈만 남고 다 사라졌네. 그래도 뭐 가장 중요한 게 남아있으니까….’
피해량의 일부를 생명력으로 환원시키는 흡혈 능력은 라이의 가장 큰 단점인 허약한 생명력을 보강시켜주는 중요한 능력이었다.
이제 생명력이 5만이나 되었지만, 전설등급인데다 120레벨인 것을 감안하면 넉넉한 수준이라고 보긴 어려웠고, 흡혈 능력은 이 부분을 충분히 커버해줄 것이었다.
그리고 궁금했던 ‘완전체’ 소환수 라는 의미에 대해 찾아보기 위해 도움말 텝을 열었다.
‘완전체가 뭘까. 안좋은 건 아닐 텐데 말이지.’
그리고 ‘완전체’는 진화 관련 도움말 텝 안에 새로 생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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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체 소환수 -
모든 몬스터는 최종적인 형태가 있다.
몬스터를 포획하면 정보창에 ‘진화가능’ 혹은 ‘진화불가’ 라는 글귀가 쓰여 있는데, 이 둘 중 하나의 글귀가 쓰여 있으면 해당 몬스터는 같은 종족 안에 더 상위의 능력을 가진 종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진화불가’ 일 경우, 상위의 종이 존재하긴 하지만, 해당 개체는 진화할 수 없다는 뜻이며, ‘진화가능’ 일 경우 상위의 종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완전체’의 경우에는 해당 종족 안에 더 이상 진화할 수 있는 상위의 종이 없다는 의미이다.
즉, 완전체 몬스터의 의미는 해당 종족의 최상위 개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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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라이가 늑대로서 진화할 수 있는 최상위 단계까지 전부 진화했다는 뜻이잖아?!’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아직까지 모든 면에서 완전히 베일에 쌓여 있는 등급인 ‘신화’등급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전설등급인 라이가 완전체라면, 늑대 종족 중에는 신화등급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개체는 없다는 소린가?’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는 이안을 향해 오르빌이 다가왔다.
[그럼 내 역할은 이제 여기까지인 것 같군 인간 소환술사여.]
오르빌의 말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고맙다.”
[고마운 것은 오히려 자유를 선물 받은 나지.]
말을 하며 허공으로 흩어지는 오르빌의 환영.
오르빌이 사라지고 나자, 이안은 다시 라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문득, 생각난 게 있는 이안은 라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라이야, 그런데 너… 이제 말 할 수 있는 거야?”
호기심어린 눈으로 라이를 바라보는 이안.
라이는 그의 기대(?)에 부응해 주었다.
[그렇다 주인.]
어딘지 모르게 건방져 보이는 라이의 표정과 말투.
하지만 라이의 어린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이안의 눈엔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슥슥-
라이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어준 이안은 서둘러 귀환석을 사용했다.
그가 향한 곳은 올리버스 마을이었다.
‘이카엘 그 늙은이한테서 뭐라도 콩고물이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들러보긴 해야지.’
사실 퀘스트 진행상 이카엘에게 다시 찾아갈 이유는 없었지만, 이안의 본능은 왠지 이카엘을 한번 찾아가보라 말하고 있었다.
* * *
올리버스 마을에 도착한 이안이 처음 한 일은, 마을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마을을 로터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이안은 잊지 않고 있었다.
‘음… 이제 우호도가 30%는 넘었네.’
최초 발견했을 때의 우호도가 20%정도였으니, 10%이상 상승한 것.
올리버스 마을을 로터스에 귀속시키기 위해서는 70% 수준까지 올려야 했기에 아직 먼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이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퀘스트로 우호도가 빠르게 오른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길드원들에게 마을 위치를 공개하고 이쪽으로 와서 퀘스트를 하라고 하면 되겠어.’
S급 퀘스트를 성공시킨 이안만큼 우호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길드원이 투입된다면 금방 70%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군사력 조건은 이제 거의 충족 되어 가네. 지금 훈련 들어가 있는 병력만 생성되면 되겠어.’
대략적인 계획이 세워지자 기분이 좋아진 이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카엘의 집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이안을 만난 이카엘은 무척이나 반갑게 이안을 맞아 주었다.
이카엘의 첫 번째 반응은 바로 이것이었다.
“허허, 펜리르의 군주를 소환수로 부리게 되다니. 축하하네 이안.”
“감사합니다. 라이 덕에 퀘스트도 성공할 수 있었네요. 여러모로 운이 많이 따랐습니다.”
이안의 겸손한 말에, 이카엘은 고개를 저으며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아닐세. 이 모든 것이 다 자네의 능력이야.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네.”
그리고 이안에게 오르빌과의 전투에 대해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던 이카엘이 화제를 전환했다.
“아, 그나저나 이안.”
“예?”
“그리퍼에게 듣자하니, 자네도 루스펠 제국의 귀족이라던데… 맞는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한데 그건 왜…?”
이카엘은 대답 대신 품 속에서 둘둘 말려 있는 붉은 가죽 재질의 두루마리를 꺼내어 이안에게 건네었다.
“이건 폐하께 보내는 서신이라네. 혹시 황궁에 갈 일이 있거든 이것 좀 전해주시겠는가?”
이안은 입가에 실실 웃음이 맺히려는 것을 겨우 억눌렀다.
‘흐흐…! 역시, 뭐라도 떨어지는 게 있을 줄 알았다니까!’
황제에게 전하는 서신.
딱 봐도 새로운 제국퀘스트의 냄새가 풀풀 풍겼다.
“물론입니다. 제가 빠른 시일 내에 폐하를 찾아 뵙고 서신을 전달하도록 할게요.”
“고맙네 이안. 다만, 무척이나 중요한 서신이니 자네가 꼭 직접 전해드려야만 하네.”
이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서신을 받아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안의 예상대로 제국퀘스트 창이 시야에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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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엘의 부탁-
각성한 오르빌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당신을, 이카엘은 무척이나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는 당신에게 매우 중요한 제국의 문서를 맡겼다.
이 문서를 루스펠 제국의 황제에게 전달하라.
퀘스트 난이도 : 없음
퀘스트 조건 : 이카엘의 인정을 받은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알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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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시간 없는 게 가장 마음에 드네.’
일단 이안은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황성에 찾아갈 생각은 없었다.
신형 캡슐이 눈 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한 것.
‘피올란님한테 연락해봐야겠다.’
이안의 발걸음은 포를란 분지를 향하고 있었다.
* * *
< (7). 라이의 활약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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