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18화 (147/1,027)

< (6). 어둠의 제왕 -2 >

*          *          *

“아니, 이게 뭐야? 왜 갑자기 어두워져?”

북부 대륙의 가장 큰 마을이자 1위 길드의 소유 영지인 다크루나 영지.

정오도 채 되지 않은 대낮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니 모두가 당황했다.

“이거 무슨 대규모 퀘스트라도 발동하는 게 아닐까요?”

“아니, 그런거라면 시스템 메시지라도 떴겠죠? 그런 것도 없잖아요. 이거 시스템 오류라도 난 건가?”

“아닐걸요. 제 친구는 지금 남부대륙에서 사냥중인데 거기는 아무 이상 없대요.”

수백이 넘는 유저들이 모여 있던 광장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고, 이 기현상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이제 곧 2차 대규모 업데이트잖아. 그거랑 뭔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아 씨 갑자기 어두워지니까 불편하네.”

하지만 소란도 잠시.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유저들은 곧 일상으로 돌아갔다.

*          *          *

“아니, 이러면 낮에 온 이유가 없잖아!!”

이안은 괜히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이카엘을 향해 투덜거렸다.

‘사실 이건 뭐… 미리 알았더라도 방법이 없지.’

스스스-

기괴한 소리를 내며 어두운 안개를 내뿜는 오르빌을 응시하며, 이안은 천천히 한 발짝씩 움직였다.

‘지금 이 상태로는 이기기 힘들어.’

최소한 떡대와 레이크라도 다시 소환해야 저 괴물 같은 녀석과 싸워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크르르-

이안의 지근거리까지 천천히 다가온 오르빌은 으르렁거리며 이안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오르빌의 레벨을 확인한 이안의 얼굴이, 순간 묘한 표정이 되었다.

‘어? 이거 뭐지? 레벨이 120밖에 안된다고?’

퍼포먼스는 엄청나게 화려했지만, 120레벨 정도라면 어떻게든 싸워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 이안.

하지만 다음 순간, 한숨을 푹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다크 펜리르 오르빌 - 등급 : 전설]

“….”

지금까지 필드에서 단 두 번밖에 등장한 적이 없다는 전설 등급의 몬스터.

‘전설’ 이라는 글귀를 보자, 갑자기 눈 앞의 오르빌이 2배는 강해 보이는 효과도 있었다.

‘아냐, 그래도 우리 핀도 전설등급이잖아…?’

이안은 정신을 차리고 눈 앞의 괴물 같은 녀석을 상대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단 20분정도는 어떻게든 버텨봐야 해.’

20분이란, 레이크와 떡대를 다시 소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하지만 오르빌은 이안이 더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캬아오오-!

허공을 향해 한 차례 괴성을 질러 낸 오르빌이 이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타탓-!

기이한 묵빛 안개가 휘감긴 채 달려드는 오르빌!

이안은 재빨리 할리의 등 위에 탔다.

“라이, 너는 생명력이 좀 회복될 때 까지 멀찍이 떨어져 있어!”

라이가 위태로운 상황이긴 했지만, 당장에 한 손이 아쉬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환해제 할 수는 없었다.

할리의 등 위에 탄 이안은 오르빌을 향해 전류증식을 쏘아 내었다.

지직- 지지직-!

하지만 비교적 투사체의 속도가 느린 전류증식이었기에, 오르빌은 쉽게 피해 내며 이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까강-!

이안의 지팡이와 기다란 오르빌의 발톱이 부대끼며 듣기 거북한 마찰음을 만들어 내었다.

까가가각-!

그리고 이안이 오르빌과 맞서는 동안, 뒤편에 있던 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끼아아-!

날카로운 고성을 질르며 달려든 핀의 앞발이 오르빌의 등을 강하게 타격했다.

퍼엉-!

머리는 독수리의 형상이었지만, 몸집은 커다란 사자의 그것을 닮은 핀.

핀의 솥뚜껑만한 앞발에 가격 당하자, 오르빌의 몸이 멀리 튕겨져 나갔다.

[소환수 ‘핀’이 ‘오르빌’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오르빌’의 생명력이 13250만큼 감소합니다.]

의외로 쉽게 일격을 허용하는 오르빌을 보며, 이안은 조금씩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

‘좋아. 이정도면 해볼 만 해.’

이안은 지팡이를 다시 들어 마력의 구체를 쏘아 보냈다.

전류증식에 비해 투사체의 속도가 월등하게 빠른 편인 마력의 구체라면 오르빌을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후우웅-!

이안의 지팡이로부터 쏘아져 나온 보랏빛 마력의 구체가 다시 이안을 향해 달려드는 오르빌의 이동경로를 향해 정확히 쇄도했다.

‘좋아!’

그런데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구체를 보며, 오르빌은 피하는 대신 커다랗게 포효했다.

아우우-!!

그리고 이안을 절망하게 만드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다크 펜리르 ‘오르빌’이 고유능력 ‘어둠잠식’을 발동시킵니다.]

[오르빌의 움직임이 50%만큼 빨라집니다.]

[이제부터 오르빌의 모든 공격이 치명타로 적용됩니다.]

[이제부터 오르빌은 모든 피해 중 70%만큼을 무효화시킵니다.]

[‘어둠잠식’은 3분 동안 지속됩니다.]

이안은 어이가 없어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이런 무지막지한 버프는 본 적도 없었다.

‘아니 이건 뭐 날더러 어떻게 상대 하라는 거야?’

그리고 이안의 마력의 구체는 오르빌을 휘감는 시커먼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흡수되었다.

[오르빌의 ‘어둠잠식’으로 인해 ‘마력의 구체’가 무효화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할리와 핀의 순발력이 워낙 빨랐기 때문에 스피드로는 오르빌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진 라이는 오르빌의 관심 밖인 듯 보였다.

광기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인지, 오르빌은 바로 눈 앞에 적이라고 인식되는 대상을 최우선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쾅- 콰쾅-!

[소환수 ‘뿍뿍이’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뿍뿍이’의 생명력이 527 감소합니다.]

무지막지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뿍뿍이조차 세 자리 수 이상의 피해를 입을 정도의 막대한 공격력!

‘한 대라도 제대로 맞으면 사망이다…!’

그나마 오르빌이 마구잡이식으로 달려들었기에 이 정도라도 버티며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었지, 만약 제대로 된 AI를 가진 상태에서 싸웠다면 이미 이안은 게임아웃 되어 버렸을 지도 몰랐다.

“할리, 바람의 수호자!”

이안은 어떻게든 어둠잠식의 스킬 지속시간이 끝날 때 까지 버티기 위해, 할리의 등을 꽉 움켜쥐었다.

후우웅-!

할리의 순발력이 극대화되자, 잠시 동안이지만, 순발력만큼은 할리가 오르빌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할리, 거리를 좀 벌려봐!”

크르릉-!

오르빌이 하도 끈덕지게 달라붙어 핀의 분쇄 스킬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분쇄 스킬의 범위 안에 들어가면 아군도 피해를 입기 때문이었다.

할리의 이 스킬을 도주용(?)으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일단 이안은 빠르게 오르빌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이안은 핀에게 명령했다.

“핀, 분쇄!”

그리고 핀의 날갯짓이 시작되었다.

콰아아아-!

핀이 가진 가장 강력한 광역 공격기술!

분쇄가 발동되며 커다란 바람의 폭풍이 마주 달려들던 오르빌을 정면으로 덮쳤다.

[‘어둠잠식’으로 인해 피해가 무효화됩니다.]

[‘오르빌’의 생명력이 1745 감소합니다.]

[‘오르빌’의 생명력이 2301 감소합니다.]

[‘어둠잠식’으로 인해 피해가 무효화됩니다.]

[‘어둠잠식’으로 인해 피해가 무효화됩니다.]

:

:

어둠잠식으로 인해 무효화되는 피해도 많았지만, 도트 방식으로 쉴 새 없이 지속해서 들어가는 공격이었기 때문에 오르빌은 제법 많은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안이 생각지 못한 효과도 있었는데, 분쇄 스킬과 함께 몰아친 거센 바람이 여기 저기 부서져 있던 돌 무더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뾰족하게 부서진 수많은 돌들이 오르빌을 향해 날아들어 추가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

크르르르-!

이안은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전부 다 발동시켜가며, 오르빌의 생명력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다행히 블러드 펜리르처럼 생명력을 흡수하거나 재생스킬은 없는지, 회복하는 일은 없었다.

‘이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레이크와 떡대를 다시 소환할 수 있었고, 라이의 생명력도 제법 차오를 것이었다.

이안은 이를 악물었다.

*          *          *

“으으음….”

태양이 떠있음에도 시커멓게 물든 기이한 하늘을 보며 이카엘은 침음성을 흘렸다.

“이럴수가… 백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오르빌이… 전설이 된 것인가….”

이 현상은 대부분의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신기하고 기이한 현상이었지만, 이카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이런 현상에 대해 알고 있었다.

‘어둠방출. 그것일 테지.’

펜리르는 피의 일족, 어둠의 일족, 그리고 달의 일족.

이렇게 세 가지 힘을 계승하는 부족이 있었다.

그리고 세 일족의 지도자 중 가장 강대한 힘을 얻은 펜리르가 나머지 두 일족의 힘을 흡수하여 완전체로 다시 각성하게 되는데, 이 어둠방출은 세 가지 힘을 삼위일체 하는데 성공해야만 얻을 수 있는 고유능력이었다.

‘하지만 백년 전… 달의 일족이 몰락한 이래로 한 번도 완전체가 탄생한 적은 없었는데….’

세가지 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완전체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으니, 어떻게 보면 그동안 완전체가 탄생하지 못한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오르빌이 완전체가 되었다면 이안, 그의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겠구나….”

이카엘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안이 오르빌을 막지 못한다면, 봉인을 풀고 뛰쳐나온 오르빌을 어떻게든 막아낼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          *          *

“헉… 헉….”

온 몸이 흙투성이에 만신창이가 된 이안.

‘이 놈은 대체… 이길 방법이 없는 건가?’

오르빌의 생명력 게이지 바는 붉게 깜빡이고 있었다.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

하지만 이안의 상태는 오르빌에 비해 훨씬 더 심각했다.

이안의 생명력 자체는 아직 절반 이상이 남아있었지만, 겨우 다시 소환한 레이크는 오르빌에게 당해 다시 소환해제 할 수밖에 없었고, 떡대는 미처 소환해제도 하지 못한 채 생명력이 다해 역소환되어 버렸다.

할리의 생명력도 이제 간당간당했고, 그나마 하늘을 날 수 있는 핀이 조금 쌩쌩한 편이었지만, 그렇게 긍정적이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의외로 오르빌의 공격에 아직까지 당하지 않은 라이가 거의 최대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정도가 가장 희망적인 부분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어둠잠식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그나마 지금 어둠잠식의 상태가 아닌 오르빌이었기에, 이만큼의 피해라도 입힐 수 있었던 것.

70%의 피해를 무효화시키는 어둠의 안개가 오르빌의 몸을 휘감기 시작하면, 정말 답도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지금 끝장을 보자…!’

이안은 돌 무더기 위에 올라가 포효하는 오르빌을 향해 마력의 구체를 연달아 쏘아 보냈다.

그러자 라이, 할리, 그리고 핀까지 모든 소환수들이 오르빌을 향해 달려들었다.

‘소환수들이 게임아웃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일단 저 놈부터 잡고 봐야지…!’

어차피 이런 식으로 전투 양상이 흘러가다간, 오르빌의 생명력을 전부 깎아내기 전에, 이안 쪽이 전멸할 것이었다.

그럴 바엔 도박을 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몰랐다.

크아아아-!

괴성을 지른 오르빌이 이안을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그것을 본 이안의 눈이 살짝 빛났다.

‘나를 타게팅 했다는 거지…?’

오히려 다른 소환수를 노리는 것 보다 이안 자신을 직접 노리는 게 더 나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그래도 뿍뿍이라는 든든한 방패가 있었으니까.

사실 제대로 된 판단능력이 없는 오르빌은 뿍뿍이를 피해 이안을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안이 지금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조금은 여유가 있던 이안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뭐, 뭐야 저건?’

오르빌의 두 앞발에 커다란 마력의 구체 같이 생긴 어둠의 덩어리가 시커멓게 맺히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보는 패턴의 공격이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것이기도 했지만, 굳이 당해보지 않더라도 엄청난 위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그 안에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으아아 -!!”

이안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이미 오르빌의 공격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 공격이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뿍뿍이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저 정도의 범위공격이라면 뿍뿍이로 막더라도 이안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이안이 손 쓸 새도 없이 오르빌은 그의 지척까지 다가왔고, 거대한 어둠의 구체가 이안의 등 뒤를 강타했다.

콰아앙-!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17850만큼 감소합니다.]

순간적으로 들어오는 막대한 피해량!

뿍뿍이가 아니었다면 즉사할 수도 있었던 공격이었다.

이안은 허공으로 튕겨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후우….”

그것을 본 할리와 핀이 이안을 보호하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오르빌에 비해 너무 먼 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안은 눈을 감았다.

‘아… 내 24시간….’

죽음을 생각하니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4시간 접속불가였다.

그리고 그 다음 생각나는 건 퀘스트 실패였다.

‘젠장… 우리 라이 진화시켜야 하는데….’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등 뒤에서 생각지도 못한 그림자가 튀어나와 오르빌을 막아섰다.

그것을 본 이안이 놀라서 소리쳤다.

“얌마, 비켜!”

그림자의 정체가 다름아닌 라이였기 때문.

소환수들 중에 가장 생명력이 약한 라이가 오르빌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선다면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했다.

크르릉-!

하지만 라이는 이안의 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이안은 어쩔 수 없이 라이를 소환해제했다.

아니 그렇게 하려했다.

떡대도 사망패널티를 받는 지금, 라이까지 패널티를 받으면 피해가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라이 소환해제!”

그런데 이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소환수 ‘라이’를 소환해제할 수 없습니다.]

당황해서 멍한 표정이 되어버린 이안.

그리고 그렇게 두 마리의 늑대가 허공에서 뒤엉켰다.

< (6). 어둠의 제왕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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