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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14화 (143/1,027)

< (5). 초보 역술가 -1 >

120레벨이 거의 다 된 시점이 되서야 드디어(?) 생산 직업을 얻은 이안.

이안은 이카엘의 조언을 듣고 담천을 찾아가 히든 클래스인 영매사로 전직하는 데 무사히 성공했지만, 일단 그에게로 돌아가는 것은 잠시 보류했다.

‘지금 돌아가도 퀘스트가 진행될 것 같긴 하지만….’

샬로스보다도 더 강력하다는 펜리르인 오르빌을 상대하기 위해선 준비가 좀 더 필요했다.

사실 지금은 생산 직업을 얻은 것일 뿐, 전투력이 더 강해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빨리 진행한다고 이카엘에게 돌아갔다가 퀘스트 제한시간이라도 생겨버리면 골치 아파 지니….’

이안은 소환수 아이템을 최대한 제작해서 모든 소환수들에게 다 착용시킨 뒤 이카엘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모든 소환수들이 다 부적이랑 주술문양을 각각 하나씩 장착할 수 있다고 했지?’

이안은 전직 후 새로 생긴 설명텝을 열어 제작과 관련된 정보들을 꼼꼼히 읽어 보았다.

한 십여분 정도 설명을 정독한 이안은 스킬창을 열었다.

“자 이제 한번 만들어볼까…? 일단 부적부터….”

근데 제작 스킬을 사용하려던 이안은 순간 당황했다.

‘뭐야? 한지? 붓? 이걸 다 어디서 구해야 돼? 잡화상점에 파는 건가?’

부적을 만들려면 ‘한지’ 라는 재료 아이템이 필요했던 것.

이안은 서둘러 올리버스 마을의 잡화상점에 가서 판매목록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행히 필요한 아이템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잡화상점 지금까지 한두 번 간 게 아닌데… 왜 이런 게 있는 줄 몰랐지…?’

잡화상점의 판매목록에 ‘한지’나 ‘붓’ 같은 아이템이 생긴 것이 이안이 영매사로 전직한 이후였으니, 이안이 지금 처음 본 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어쨌든 필요한 물건들을 전부 구한 이안은 마을 구석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리고 제작 스킬을 사용했다.

“제작!”

[제작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제작할 물건을 선택하십시오.]

[현재 제작 가능한 아이템 : 부적 / 주술문양]

이안은 원래 계획대로 부적을 선택했다.

“부적.”

그러자 시스템 메시지가 이어졌다.

[‘부적’ 아이템을 제작하시겠습니까?]

[제작에 필요한 아이템 : 한지(1) / 붓 / 먹]

이안은 처음 접하는 제작 컨텐츠에 신기함과 재미를 느꼈는지 어느새 몰입하고 있었다.

“제작한다.”

‘음… 이러고 있으면 이제 알아서 제작되는 건가?’

하지만 이안은 다음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제작 스킬을 사용하면 종전에 영혼강화 스킬을 사용할 때처럼 손이 알아서 움직여서 부적을 그릴 줄 알았는데, 의외의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한지 위에 원하는 문양을 그려 넣으십시오. (붓을 떼지 않고 한 번에 그려내야 합니다.)]

[어떤 모양의 문양을 그려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그려진 문양에 담긴 예술점수와 정성이 부적의 능력치에 반영됩니다.)]

이안은 절망했다.

‘아… 이런 자유도는 사양할 수 없을까…? 이거 뭘 그려야 되는 거야 대체.’

잠시간 고민하던 이안은, 별 생각 없이 붓을 들어 한지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5초 만에 완성된 그림은 오늘 아침 등굣길에 보았던 사우나 마크였다.

이안이 붓을 떼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띠링-

[부적을 완성합니까?]

문양의 디자인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긴 했지만, 이안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연습이니까….’

“응. 완성했어.”

이안의 대답이 끝나자, 시스템 메시지가 다시 이어졌다.

[예술점수 : -10 / 정성 : 1]

[부적 제작에 사용할 영혼구슬 세 개를 고르십시오.(사용된 영혼구슬의 등급이 높을수록 높은 등급의 부적이 만들어집니다.)]

‘음… 어차피 지금 가진 영혼구슬은 전부 일반등급이니까….’

이안은 인벤토리에서 무작위로 구슬을 세 개 꺼내어 들었다.

그러자 이안이 손에 들고 있던 영혼구슬 세 개가 부적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우웅-

이안이 손수 그린 사우나 마크를 향해 빨려 들어가는 세 줄기의 하얀 빛!

이안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띠링-!

[부적 제작에 실패했습니다.]

[좀 더 성의 있게 그려야 합니다.]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지는 영혼구슬!

“뭐…?”

이안은 자신의 미적 감각을 알아보지 못하는 카일란의 시스템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아니 무슨, 성의 있게 그리라니….”

그렇게 이안의 고통스러운 그림공부가 시작되었다.

*          *          *

“말라임님! 저 쪽 좀 맡아주세요!”

“예, 세리아님.”

“제가 세리우스랑 같이 뒤에서 지원할게요.”

‘로터스(Lotus)’라는 글귀가 쓰여 진 깃발.

그리고 그 아래 이안의 다섯 가신들이 수십 명 정도 되어 보이는 병사들을 이끌고 영지의 치안도를 위해 힘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전부를 이끌고 있는 가신은 이안이 가장 먼저 가신으로 임명한 ‘세리아’였다.

‘남작’ 작위를 가진 유저는 가신을 등용하면 최소 한명 이상, 최대 다섯 명 이하의 가신을 ‘기사’로 임명해야 하는데, 이안은 일단 가장 능력치가 뛰어난 세리아를 기사로 임명해 놓은 것이었다.

다섯 모두를 기사로 임명할 수도 있었지만, 일반등급이나 희귀등급인 가신에게 작위를 주기 아까웠던 것.

덕분에 이안의 가신들 사이에서 위계가 잘 잡혀서 치안대의 통제가 잘 되는 중이었다.

물론 이 부분까지 이안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행인 부분은, 홍일점인데다 나이도 어린 편인 세리아를 다른 가신들이 잘 따라준다는 점이었다.

이는 세리아의 능력치가 다른 가신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주요했다.

그리고 소환술사 직업 특성상 통솔력 능력치가 높아서인지, 제법 강단도 있는 그녀였다.

“텐푸스님, 이제 이 근방에서 토벌되지 않은 구역이 어디어디 남았나요?”

텐푸스는 사제클래스를 가진 금발의 청년이었다.

세리아의 물음에 텐푸스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이제 툴란 협곡만 토벌하면 이 지역은 마무리됩니다.”

“그렇군요. 아까 전에 툴란 협곡을 정찰하러 갔던 로르텐님은 돌아왔나요?”

목소리는 텐푸스 대신 그들의 뒤에서 들려왔다.

로르텐이었다.

“네 방금 돌아왔습니다. 세리아님.”

“어때요? 저쪽도 지금 우리 전력으로 싸울 만 하던가요?”

그녀의 물음에 로르텐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쪽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바로 이동하도록 해요.”

그런데 걸음을 돌리려는 그녀를 향해 로르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 그런데 세리아님. 보고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네?”

“툴란 협곡에서 던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 말에 세리아의 커다란 두 눈이 반짝였다.

“던전이요?”

“네. 세리아님이 던전을 발견하면 들어가지 말고 보고부터 먼저 하라고 하셔서….”

사실 저 명령은 세리아의 명령이 아니었다.

이안이 세리아를 통해 내려놓은 명령이었을 뿐.

하지만 세리아 또한 이안만큼이나 기쁜 표정이 되었다.

‘영주님이 엄청 좋아하시겠어!’

지난 번, 이안과 함께 사냥할 때 숨겨진 던전을 발견하고 너무도 행복해(?)하던 이안의 표정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럼 오늘은 던전의 위치만 확보해 놓고, 복귀하도록 할게요. 영주님께 보고는 제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세리아의 말에 나머지 가신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명을 받듭니다.”

*          *          *

“후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이안.

그의 주변에는 그의 손에서 탄생한 수많은 실패작들이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 창작의 고통이란….”

부적 제작을 시작한지 어언 두 시간 째.

이안은 담천과 함께 만들었던 백여 개의 영혼구슬을 전부 다 사용하는데 성공(?) 했다.

“그래도 다섯 장이나 성공하다니, 뿌듯한데?”

수십 번의 시도로 고작 다섯 장의 부적을 건졌을 뿐이었지만, 어쩐지 기분은 좋았다.

이안은 부적들을 가지런히 깔아 놓았다.

두 장의 부적에는 유명 기업의 로고가 그려져 있었고, 나머지 세 장에는 진성의 이름 석 자가 한문으로 쓰여 있었다.

그것이 진성의 창의력의 한계였다.

“미술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나….”

어쨌든 이안은 성공한 부적들의 능력치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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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성부적(이름 변경 가능) -

분류      -  부적(Charm)

등급      -  일반

착용제한  -  ‘소환수’에 한해 착용가능.

내구도    -  55/55

옵션   -  공격력 + 10% (-3%)

생명력 + 3% (-1%)

초보 역술가 ‘이안’에 의해 제작된 부적이다.

괴상한 모양으로 제작되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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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옵션을 확인한 이안은 입맛을 다셨다.

‘쩝…. 저기 뒤에 마이너스된 부분은 예술점수가 낮아서 그런 건가…?’

그래도 제작에 쓰인 영혼구슬이 제법 고레벨의 몬스터의 영혼을 담고 있어서인지, 생각보다는 준수한(?) 옵션이었다.

“그래도 없는 것 보다야 낫겠지….”

이안은 손수 제작한 부적들을 소환수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었다.

물론 반발은 있었다.

뿍-!

꾸루룩- 꾹꾹!!

뿍뿍이와 핀이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잠시 반항을 한 것.

하지만 그런 것이 이안에게 통할 리 없었다.

둘의 저항을 가볍게 묵살한 이안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으… 그런데 주술문양도 만들어야 하는데 영혼구슬을 다 써버렸잖아…?”

이안은 어쩔 수 없이 사냥을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5~10% 정도의 능력치 상승효과였지만, 그래도 모든 소환수들에게 전부 착용시켜 준다면 조금은 나으리라.

모든 소환수들에게 부적과 주술문양을 하나씩 다 착용시키는 게 이안의 목표였다.

“또 아이스 트롤이나 잡으러 가야 하나? 아니면 기왕 제작하는거 희귀등급 몬스터를 찾아다가 제작해볼까?”

그런데 사냥 준비를 마치고 올리버스 마을을 나서던 이안은 처음 보는 종류의 메시지 창이 떠오른 것을 보고 당황했다.

녹색의 글씨로 쓰여 진 ‘<가신> 세리아’ 라는 이름으로 온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

‘어? 가신도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거였어?’

이안은 신기해하며 메시지 창을 열었다.

세리아 : 영주님, 무례하게 먼저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영주성에 안 계셔서요….

조심스러운 그녀의 어투가 느껴지는 메시지에 이안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뭐 이렇게 공손해?”

그리고 답 메시지를 보내었다.

이안 : 아 지금 외부에 나와 있어. 이렇게 좋은 방법이 있는 줄 알았으면 보고하러 영주성까지 오라고 할 필요가 없었네. 앞으로는 정기 보고도 메시지로 하도록 해 세리아.

세리아 : 아, 아니에요 영주님! 정기보고는 직접 드리러 가겠습니다!

이안 : 그런데 무슨 일이야?

세리아 : 아… 오늘 치안대 임무 도중에 툴란 협곡에서 던전을 발견했거든요. 영주님께서 던전을 발견하면 들어가지 말고 먼저 보고하라고 하셨던 게 생각나서요.

그 메시지를 본 이안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맺혔다.

그렇지 않아도 퀘스트 하느라 날려먹은 포를라스 고원의 던전 최초발견 보상이 아깝던 참이었기 때문에, 반가움이 더욱 컸다.

‘큰 기대는 안했었는데….’

그리고 머리를 굴려 빠르게 사냥 계획을 세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일반 몬스터들은 전부 사냥하고 던전 안에 있는 희귀등급 몬스터만 포획해야지.’

몬스터를 포획해도 사냥한것과 동일한 양의 경험치가 들어온다.

하지만 아무래도 죄다 포획하다보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초발견 버프를 등에 업고 그런 비효율적인 사냥을 할 생각은 없었다.

이안은 얼른 대답 메시지를 보냈다.

이안 : 오, 그래? 세리아 정말 수고했어!

세리아 : 아니에요. 전 한 것도 없는데요 뭐. 던전은 로르텐이 찾았어요.

이안 : 그래? 아무튼! 내가 지금 그쪽으로 갈게.

세리아 : 지금요?

이안 : 응, 지금 바로! 좌표좀 불러줄래?

세리아 : 에… 여기가…. 툴란 협곡 동 156, 남 879 지점입니다!

세리아에게서 던전의 좌표를 건네받은 이안은 망설임없이 귀환석을 꺼냈다.

‘기왕 사냥하는 거 던전 두배 경험치도 받으면서 하는 게 좋잖아?’

이제 120레벨이 코앞이었다.

119레벨에서 120레벨을 만드는데 필요한 경험치가 이전까지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많았기 때문에 제법 오래 걸리긴 했지만, 던전 최초발견 버프를 받고 이틀 정도 사냥하면 레벨업이 가능할 것 같았다.

‘120레벨도 찍고, 부적이랑 주술문양도 희귀등급으로 전부 다 완성시켜야지.’

“귀환!”

우우웅-

이안이 귀환석을 사용하자 파란 빛이 이안의 몸을 휘감았고, 이안의 신형이 허공으로 빨려 들어갔다.

< (5). 초보 역술가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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