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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10화 (5/1,027)

< (3). 해방된 펜리르 -3 >

[여기가… 어딘가…?]

“에…?”

[그대는 또 누구인가…. 혼란스럽군.]

이안에 의해서 처치된 펜리르.

그의 환영이 일어나 이안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옆에 있던 하린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와… 늑대가 말을 하네?”

하린의 말에 펜리르는 발끈했다.

[난 피의 혈족을 수호하는 지도자 샬로스다. 그런 하등한 생명체와 비교하지 마라.]

펜리르의 기세에 하린은 움찔 했다.

“그, 그래… 뭐….”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를 보고 있던 이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난 이안이라고 하는데….”

[이안? 이안이라….]

이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을 ‘샬로스’라고 소개한 펜리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는 소환술사로군.]

그의 말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난 소환술사야.”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샬로스는 쓰러져 있는 자신의 사체를 한번 보고는 이안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에 이안은 살짝 긴장했다.

상황이 어쨌든 그를 죽인 것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안의 예상과는 달리, 펜리르는 의외의 말을 꺼내었다.

[음… 일단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

“…?”

[광기의 사슬 안에 갇혀있던 나를 구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뭐라 대답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아 어정쩡한 표정으로 있는 이안을 향해 샬로스의 말이 이어졌다.

[힘이 봉인되어있었다고는 하지만, 나를 이겼다니…. 그대의 강함에 경의를 표한다.]

힘이 봉인되어있었다는 말에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그게 봉인된 능력치였다면 원래는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거야?’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이안은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고마워 늑… 아니 샬로스.”

샬로스의 시선이 이안의 뒤쪽에서 멀뚱히 서있는 소환수들을 향했다.

그리고 그들을 한 차례 훑어 본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쉬워.]

이안은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뭐가?”

[그대의 소환수 중에 우리의 일족이 있었더라면… 내가 큰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어떤 도움?”

[일족의 자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우리 일족의 아이를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 말을 들은 이안은 순간 스쳐지나가는 게 있었다.

‘혹시, 이 녀석으로부터 라이를 진화시킬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이것은 사실 짐작 이라기보다는 확신에 가까운 추측이었다.

이안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

“내 소환수 ‘라이’가 아마 너랑 같은 일족일거야. 핏빛 갈기 늑대… 맞지?”

이안의 말에 샬로스의 두 눈이 조금 커졌다.

[음…? 갈기늑대 중에서도 피의 혈족이라면 나의 후예가 맞다. 하지만 네 소환수들 중에는 보이지 않는데….]

지금 라이는 광기에 사로잡혀있던 샬로스에게 당해 아공간으로 역소환 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안이 말했다.

“지금 라이는 소환해제 된 상태야. 한 20분 정도만 기다리면 다시 불러올 수 있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듯, 샬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래서 보이지 않았던 거로군. 그렇지 않아도 피의 일족의 체취가 느껴지는데, 보이지는 않아서 의아해 하던 참이었다.]

“그래, 조금만 기다려 줘. 곧 다시 소환할 테니까.”

그런데 그는 이안의 기대와 달리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쉽게 되었군.]

이안의 두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또 뭐가? 20분 뒤면 라이를 불러올 수 있다니까?”

[그 전에 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영혼계로 가기 전, 이곳에서 실체화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9분 밖에 남지 않았지.]

그 말을 들은 순간, 이안은 벙찐 표정이 되었다.

“….”

이 안타까운 상황에 이안은 입 밖으로 욕지거리가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아 내었다.

‘이런 쓰벌! 대체 게임을 왜 이딴 식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

아무리 열심히 레벨을 올려도 진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 라이를 보며, 뭔가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해왔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단서를 찾았음에도 받아먹을 수 없다니, 그야말로 통탄할 노릇이었다.

억울함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이안을 보며, 샬로스가 말을 덧붙였다.

[어쨌든 그대 덕에 내 영혼이 구속에서 풀려났으니, 그에 합당한 대가를 주긴 해야겠군.]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템 획득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블러디 홀’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보라색으로 쓰여 진 이름을 보니, 영웅 등급의 아이템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이안의 기분이 나아질 리 없었다.

‘하아… 이제 라이는 어떻게 진화시켜야 하나….’

이안은 기분이 어떻든, 보상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지금까지 카일란을 플레이 해 온 이안의 몸에, 자연스레 베어 버린 처세술(?) 이었다.

“고마워, 잘 쓰도록 할게.”

[우리 피의 일족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이다. 조심히 다뤄주길 부탁한다.]

무슨 아이템인지 아직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도록 하지.”

이제 볼 일이 끝났다고 생각한 이안은 반대편 통로를 향해 걸음을 떼었다.

그런데 그 때, 샬로스의 입이 다시 열렸다.

[아, 혹시 이 통로를 지나 반대편으로 나갈 생각인가 이안?]

“음…?”

애초에 통로가 어디로 이어져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들어왔기 때문에, 그런 계획이 있을 리는 없었지만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린 이제 반대편을 통해서 나갈 거야.”

어차피 던전의 끝은 확인할 생각이었기에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니었다.

[역시 그렇군. 그렇다면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겠나?]

NPC의 부탁은 곧 퀘스트.

이안의 눈에 살짝 이채가 맴돌았다.

‘라이의 진화에 대한 단서를 이 퀘스트로라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무슨 퀘… 아니 부탁인데?”

이안의 물음에, 샬로스의 말이 곧바로 이어졌다.

[영혼을 속박당한 나의 형제가 하나 더 있다.]

그리고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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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펜리르 ‘샬로스’의 부탁-

피의 일족의 수호자인 블러디 펜리르 샬로스는, 당신의 도움으로 영혼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는 당신에게 무척이나 고마워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그의 형제는 영혼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 받고 있다.

샬로스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그의 형제이자 밤의 일족인 다크 펜리르 ‘오르빌’을 영혼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자.

퀘스트 난이도 : S

퀘스트 조건   : 블러디 펜리르 ‘샬로스’의 영혼을 해방시켜 준 유저.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알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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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창이 뜨자 마자 이안의 두 눈은 휘둥그래졌다.

‘S등급? S등급이라고…?’

카일란을 플레이하면서 처음 보는 등급의 난이도.

이안은 순간 갈등에 휩싸였다.

‘S등급 퀘스트라면… 얼마 전에 커뮤니티에서 130레벨 찍은 랭커도 실패했다는 얘길 본 것 같은데….’

하지만 거절해 버리기엔, 방금 전 라이의 진화기회를 놓친 데에 대한 미련이 너무 컸다.

이안은 잠시간의 망설임 끝에, 결국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래, 까짓거, 제한시간도 없는데 한번 해보지 뭐.’

“좋아, 내가 도와볼게.”

이안이 퀘스트를 수락하자, 샬로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고맙다 이안. 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속박 속에서 고통받은 불쌍한 내 형제를 꼭 해방시켜주길 바란다.]

“그래, 뭐… 노력해 볼게.”

‘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그리고 샬로스의 말이 이어졌다.

[이 통로를 따라 10분 정도만 걸으면, 포를라스 절곡을 통과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거다.]

포를라스 절곡이란 통로에 들어오기 전 이안의 눈앞에 펼쳐져 있던 끝없는 절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통로 바깥으로 나가면 아마 해안가로 이어질 거다. 그리고 그 해안가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올리버스 마을이 나온다. 100년의 세월이 지나긴 했지만, 지형이 그렇게 많이 변하진 않았을 테니.]

이안은 샬로스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

크게 복잡한 내용은 없었기에 메모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올리버스 마을에 도착하면, 그 곳에서 ‘이카엘’을 찾아라. 그가 아마 내 형제의 행방을 알고 있을 테니….]

의문점을 느낀 이안이 질문했다.

“이카엘? 그는 인간이야?”

샬로스가 대답했다.

[그래. 그는 나와 오르빌의 유일무이한 인간 친구….]

“그렇구나… 그런데 너희 100년이 넘게 갇혀 있었다면서? 인간이 아직 살아있을 수 있을까?”

이안의 물음에 샬로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마 살아있을 거다. 왜냐면….]

잠시 뜸을 들인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운명을 거스르는 자’ 이기 때문이지.]

*          *          *

이안과 하린은 샬로스를 뒤로 하고 통로를 따라 끝까지 걸었다.

“그런데 진성아. 여기 최초발견 버프가 끝나기 전까진 일단 사냥만 계속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지극히 당연한 하린의 의문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나도 그러려고 했어. 통로 나가면 올리버스 마을 이라는 곳이 있다잖아. 거기 가서 귀환석도 사 두고 정비도 한 다음에 다시 사냥하러 오게.”

“아하.”

십여 분 정도, 통로 후반부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빠르게 사냥하며 움직인 끝에, 두 사람은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와아! 진짜 해안이네?”

통로 바깥으로 빠져나오자, 두 사람의 시야에 끝 없이 펼쳐진 바다와 수평선이 들어왔다.

감탄한 것은 이안도 마찬가지였다.

“와… 바다도 정말 구현이 다 되어 있는 거야?”

카일란을 처음 시작하면 밟는 땅인, 콜로나르 대륙은 삼면이 오픈되지 않은 맵으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아직 어떤 유저도 카일란 안에서 ‘바다’ 라는 것을 구경한 적이 없었다.

북부 대륙이 열리기 전에는 아예 사면이 차단되어있었지만, 지난 패치로 맵이 오픈되면서 북쪽은 열리게 되었던 것.

게다가 북부 대륙이 바다와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조차 이안에 의해 처음 발견된 것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최초발견 보상이 이안과 하린의 눈 앞에 떠올랐다.

띠링-

[‘바다’를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이 50000만큼 증가합니다.]

[‘물’속성에 대한 친화력이 5%만큼 상승합니다.]

하린은 속성 친화력이 상승하는 대신, 해산물 요리재료에 대한 이해도가 5% 상승했다.

공짜로 명성과 스텟을 얻은 두 사람은, 기분 좋게 해안가를 따라 북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샬로스의 말처럼, 그들은 곧 ‘올리버스 해안 마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야, 이렇게 구석진 곳에 진짜 마을이 있네?”

이안의 혼잣말에 하린이 동조했다.

“그러니까. 게다가 마을 규모도 엄청 큰 편인데?”

그녀의 말에 문득 이안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혹시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마을이라면… 소속 국가나 길드가 없는 것은 아닐까?’

무소속 상태인 마을이라면, 이는 곧 로터스 길드의 새로운 거점지로 등록할 수 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했다.

이안은 곧바로 올리버스 마을의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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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스-

분류 : 해안마을(무소속)

등급 : 촌락

넓이 : 5582m2

인구 : 1995명

올리버스 해안 북쪽 끝에 있는 마을이다.

조선술과 어업이 발달되어 있다.

영토가치 : 2758

상세정보(열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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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정말 무소속이잖아?!’

이안은 한껏 들뜬 표정이 되었다.

지금까지 북부 대륙에서 발견된 무소속의 거점지 중, 이렇게 규모가 크고 발전되어 있던 곳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등급도 이미 ‘촌락’등급 이었으니, 흡수할 수만 있다면 길드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이안은 서둘러 인벤토리에서 영주의 인장을 꺼내었다.

“거점 점령!”

그런데 싱글벙글하며 인장을 펼친 이안의 두 눈에 생각지 못한 시스템 메시지가 차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올리버스’해안마을을 점령할 수 없습니다.]

[‘올리버스’해안마을을 점령하기 위해선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조건1. ‘촌락’보다 높은 등급의 영지를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충족)]

[조건2. 해당 마을보다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미 충족)]

[조건3. 해당 마을과의 우호도가 70% 이상이어야 합니다.(미 충족)]

< (3). 해방된 펜리르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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