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09화 (139/1,027)

< (3). 해방된 펜리르 -2 >

“지금 달려들어!”

그 말에 재빨리 다른 소환수들이 펜리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펜리르를 공격한 것은 다름 아닌 라이였다.

콰악-!

[소환수 ‘라이’가 ‘블러디 펜리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블러디 펜리르’의 생명력이 5876만큼 감소합니다.]

라이의 치명적인 공격이 6천 정도의 피해밖에 입히지 못한 것을 본 이안은 살짝 눈을 찌푸렸다.

‘하… 분명 방어형 몬스터는 아닐 텐데… 레벨이 깡패구나.’

보통 일반 몬스터에게 라이의 공격이 9천 가까이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60% 수준의 데미지 밖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

생각지도 못한 펜리르의 반격이 터져 나왔다.

퍼퍽-!

자신의 어깻죽지를 물어뜯은 라이를 향해 펜리르가 앞, 양발을 빠르게 휘두른 것!

[소환수 ‘라이’가 ‘블러디 펜리르’에게 공격당했습니다.]

[소환수 ‘라이’의 생명력이 9760만큼 감소합니다.]

[소환수 ‘라이’의 생명력이 8958만큼 감소합니다.]

순식간에 펜리르의 앞발에 가격당한 라이가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깨갱-!

라이의 생명력은 2만이 채 안되는 수준!

그 한 차례의 공격으로 라이는 거의 빈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치명타라도 떴으면 죽을 뻔 한 거잖아?’

이안은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끼며 서둘러 라이를 소환해제 하였다.

“라이, 소환해제!”

그리고 라이가 사라진 자리로 레이크와 핀의 광역 스킬들이 뿜어져 내려왔다.

콰아아아-!

화르륵-!

그와 함께 펜리르의 생명력도 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소환수 ‘핀’이 고유능력 ‘분쇄’를 사용합니다.]

[‘블러디 펜리르’의 생명력이 2439만큼 감소합니다.]

[‘블러디 펜리르’의 생명력이 2399만큼 감소합니다.]

[‘블러디 펜리르’의 생명력이 2501만큼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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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초마다 공격력의 125%만큼의 피해를 입히는 분쇄 스킬은 그야말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다.

게다가 그 위에 레이크의 브레스까지 겹쳤으니, 130레벨에 달하는 펜리르라 하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소환수의 강력한 스킬에 직격당한 펜리르의 이름이 여지없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이안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력의 구체와 전류증식을 쏘아대고 있었다.

펑- 퍼펑-!

그리고 마지막으로 떡대의 어비스홀이 굉음을 내며 터져 나갔다.

콰아앙-!

펜리르의 이름이 더욱 빠르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이안은 쾌재를 불렀다.

‘보스몬스터 치고는 생명력이 얼마 안 되네?’

던전이나 필드에 등장하는 보스몬스터는, 등급에 관계 없이 일반적인 몬스터들의 몇 배 이상 되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방어형이나 체력형의 보스 같은 경우, 과장 조금 섞어서 하루 종일 때려잡아야 하는 놈들도 있는 것이었다.

물론 분쇄와 브레스의 공격력이 막강하긴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펜리르의 생명력이 빨리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라이를 소환해제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잡을 수도 있겠는데…?’

광역스킬을 모두 뿌린 소환수들이 이 전투를 마무리하겠다는 듯, 맹렬한 기세로 펜리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어비스 홀의 둔화효과가 모두 풀려버린 펜리르는 재빨리 허공으로 도약해 공격들을 모조리 피해 내었다.

타탓-

지상에 서 있을 때는 두 발로 서 있던 펜리르였지만, 통로의 벽을 타기 시작하자, 네 발을 모두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핀! 오른쪽-!”

어느새 레이크의 등 뒤로 돌아 들어간 펜리르가 붉게 빛나는 앞발을 치켜 들었다.

그런데 펜리르의 앞발을 본 이안의 동공이 크게 확대되었다.

‘저건 뭐지?’

치켜든 펜리르의 발에서는 핏빛으로 빛나는 발톱이 거의 1m는 되어 보일 정도로 길게 자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촤아악-!

그리고 다음 순간.

이안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소환수 ‘레이크’가 ‘블러디 펜리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소환수 ‘레이크’의 생명력이 29760만큼 감소합니다.]

두 눈으로 확인하고도 믿기 힘들만큼 무지막지한 공격력.

게다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블러디 펜리르’가 ‘레이크’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44640만큼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거의 죽어가던 펜리르가 흡혈 효과로 인해 되살아나 버린 것이었다.

거의 피해량의 150%에 달하는 엄청난 비율을 회복해 버리자 이안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뭐 이딴 괴물이 다 있어!’

물론 사만 사천 정도의 생명력을 회복한다고 해서 생명력이 최대까지 차오른 건 아니었다.

아직 이름이 깜빡이고 있는 것을 보면, 절반 이하의 생명력이 남아있다는 소리.

하지만 소환수들이 대부분의 스킬을 쏟아 부은 상황에서, 30% 이상의 생명력을 회복해 버린 펜리르는 무척이나 위험한 존재였다.

‘공격을 최대한 허용해선 안 된다…!’

방금 펜리르의 공격은 고유능력임이 분명했다.

일반 공격에 당했을 때는 흡혈 효과가 발동되지 않았었으니까.

만약 일반 공격에도 흡혈이 적용되었다면, 그것만큼 골치아픈 것은 없었으리라.

‘그게 그나마 다행인가?’

이안은 망설임 없이 레이크도 역소환했다.

“레이크, 소환해제!”

어차피 레이크의 고유능력들은 광역공격에 특화된 것들이었다.

그리고 막강한 공격력에 비해 순발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인 레이크는 펜리르의 공격을 절대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

한 두 번만 공격을 더 허용하면 사망할 게 분명한 레이크를 계속 소환해 둘 이유가 없었다.

이안은 슬쩍 고개를 돌려 하린을 응시했다.

하린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떡대의 생명력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하린이가 계속 힐 해주면 떡대 정도는 저 무지막지한 공격력을 버텨줄 수 있을 거야.’

이제 전장에 남은 소환수는 핀과 할리, 그리고 떡대와 뿍뿍이였다.

‘최대한 속도전으로 간다. 놈이 생명력을 회복하기 전에 잡아야 돼.’

지지부진 하며 시간을 끌다가, 흡혈 효과가 한두 번만 더 발동하면 그때는 가망이 없었다.

이안의 명령에 따라 소환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핀과 할리의 민첩성은 펜리르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았기 때문에, 쉽사리 공격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할리에 올라 탄 이안을 쫓아오던 펜리르가 결국 목표를 바꿨다.

움직임이 둔한 떡대를 먼저 노린 것이었다.

까가강-!

펜리르의 발톱이 단단한 떡대의 외피를 쓸고 지나가며 쇳소리를 연상케 하는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

[소환수 ‘떡대’의 생명력이 6760만큼 감소합니다.]

[소환수 ‘떡대’의 생명력이 7312만큼 감소합니다.]

연달아 두 번의 공격이 틀어박혔지만, 다행히 치명타는 터지지 않았고, 하린이 재빨리 떡대의 생명력을 회복시켰다.

그리고 이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저놈이 하린이를 포커싱하는 순간 하린이는 바로 게임 아웃이다.’

떡대의 뒤쪽에 몸을 숨기고 있던 하린이었기에, 펜리르가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이안을 태운 할리와, 핀이 맹렬히 펜리르를 향해 쇄도했다.

퍽- 퍼퍽-!

먼저 도달한 핀의 앞발이 펜리르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지나갔다.

그리고 연이어 할리의 앞발이 돌아선 펜리르의 가슴팍을 강하게 찍어 내렸다.

그와 동시에 이안이 소리쳤다.

“할리, 바람의 가호!”

이안이 명령을 내리자, 할리의 고유능력인 바람의 가호가 발동되었고, 순간적으로 민첩성이 증가한 할리는 연달아 펜리르를 가격했다.

쾅- 콰쾅!

그리고 이안이 기다렸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환수 ‘할리’의 고유능력, ‘후려치기’가 발동됩니다.]

[‘블러디 펜리르’가 1초간 ‘기절’ 상태에 빠집니다.]

‘좋아!’

기절한 상태로 뒤쪽으로 주춤 물러나는 펜리르를, 할리와 핀이 사정없이 공격했다.

[‘블러디 펜리르’에게 7192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블러디 펜리르’에게 4823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블러디 펜리르’에게 6859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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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펜리르의 기절상태가 회복되려는 순간, 할리의 후려치기가 기적적으로 한번 더 발동되었다.

쾅-!

이안은 남아있던 모든 정령마력을 펜리르를 향해 쏟아 부었다.

보랏빛 마력의 구체와 핀의 바람공격. 그리고 할리의 공격이 집중되자, 펜리르의 커다란 몸집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캬아오오-!

괴성을 내지르며 주저앉는 펜리르를 향해, 떡대가 다가와 커다란 주먹을 내질렀다.

퍽-!

원래였다면 민첩성이 바닥에 가까운 떡대의 공격에 당해줄 리 없는 펜리르였지만, 사방으로 포위당한 데다 마비 효과까지 걸려 있었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털썩-!

그리고 곧, 펜리르의 몸은 회색빛깔로 변하며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아자!”

이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근래 들어 단 한 번도 소환수를 역 소환 시킨 적이 없었는데, 둘이나 소환해제 할 정도로 막강한 상대와 싸우고 나니 온 몸에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블러디 펜리르’를 처치했습니다. 99771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거의 100만에 가까운 막대한 경험치!

하지만 이안은 저 경험치가 결코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후, 진짜 큰일 날 뻔 했네.”

만약 펜리르에게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줬더라면 역으로 이안이 당했을 것이었다.

구석에 숨어서 열심히 떡대의 생명력만 채웠던 하린도 제법 긴장했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안에게 다가왔다.

숨을 고르는 이안을 향해 하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휴우, 진성아 우리 이제 돌아갈까…?”

하린은 괜히 자신 때문에 진성이 더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했다.

하지만 보스 몬스터도 잡은 마당에, 진성이 던전의 끝을 보지 않고 돌아갈 생각을 할 리 없었다.

“아냐. 아직 저쪽으로 길이 더 나있잖아. 던전은 끝까지 들어가 보고 돌아가야지.”

하린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 레이크랑 라이도 소환해제 했잖아. 바로 다시 소환할 수 없는 거 아냐?”

“응. 30분 있어야 소환할 수 있기는 한데… 지금 전력으로도 일반 몬스터들은 잡으면서 움직일 수 있어 걱정 마.”

이안의 고집에 하린은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뭐… 네가 그렇다면야….”

이안은 할리의 등에서 내려와 펜리르의 사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 위에 손을 올렸다.

힘들게 사냥한 만큼, 보상도 기대가 되었다.

[‘블러디 펜리르’ 로부터 32145골드를 획득합니다.]

[‘블러디 펜리르의 목걸이’를 획득합니다.]

[‘펜리르의 원혼’을 획득합니다.]

보랏빛으로 이름이 쓰여 있는 목걸이를 확인한 이안은 입이 헤벌쭉 찢어졌다.

오랜만에 얻은 영웅 등급의 아이템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안이 인벤토리를 열어 획득한 아이템을 확인하려 할 때.

이안의 손에 들려 있던 붉은 색 구슬이 허공으로 떠오르며 기이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두 눈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광기에 사로잡힌 ‘펜리르의 원혼’을 해방시켰습니다.]

“어… 어…?!”

이안의 손을 벗어난 붉은 구슬은 허공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어떤 형체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어서 하린과 이안의 앞에 울긋불긋한 반투명한 형체를 지닌 하나의 유령이 두둥실 떠올랐다.

< (3). 해방된 펜리르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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