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08화 (138/1,027)

< (3). 해방된 펜리르 -1 >

*          *          *

세계 최대 규모의 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캐스트(YouCast).

이 유캐스트의 메인 화면, 좌측 상단에는 ‘인기 급상승 베스트 순위’ 라는 랭킹 차트가 있었다.

30대 회사원인 한준은 항상 하루의 마지막 일과로, 자기 전 유캐스트를 시청했다.

유캐스트만 매일 챙겨 보아도 연예계, 스포츠, 게임 등 각종 분야에서 흥미로운 사건이나 영상들을 모두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총 조횟수가 높은 베스트 게시판을 주로 시청하던 한준이었지만, 얼마 전 부터는 가장 최신의 영상들을 주로 보기 위해 인기 급상승 베스트 순위 게시판을 항상 가장 우선으로 확인했다.

“흐, 피곤하구만.”

하루 종일 고된 업무에 시달린 한준은 잠옷을 갈아입고 불을 끈 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켰다.

나른함이 몰려왔지만, 자기 전 유캐스트를 시청하는 시간만큼은 거를 생각이 없었다.

“어디보자… 오늘은 무슨 재밌는 영상이 있으려나?”

터치 몇 번으로 유캐스트의 인기 급상승 게시판에 들어간 한준은 스크롤을 슥 내려 보았다.

“음 대부분 어제 봤던 영상들인데… 새로 생긴건 없나…?.”

중얼거리던 그의 눈에 돌연 이채가 어렸다.

“어? 상승지수가 940%라고? 이거 오류 아니야?”

그의 눈에 다른 영상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높은 상승지수를 가진 영상이 들어왔다.

영상의 제목은 무척이나 긴 편이었고, 글로벌 버전인지 영문으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뒤에 한글로 번역되어 있었기 때문에 읽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Kailan]

Diamond Class Dominion Battle (Lotus Vs Polaris)

Summoner User Ian’s Mad Movie (1 VS 30)

Server - Korea

제목을 읽은 한준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어…? 카일란 영상인가본데, 소환술사 유저 매드 무비라고?”

한준은 더욱 흥미가 동했다.

그는 직장생활 때문에 평일에는 여유가 없었지만, 주말에는 항상 카일란을 플레이하는 유저였다.

게다가 그의 직업은 소환술사.

소환술사 유저의 매드무비 라고 올라오는 영상은 지금 껏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준은 망설임 없이 영상을 터치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편집된 영상이 플레이되기 시작했다.

“오, 이거 소진님이 편집한 영상이었네?”

영상 하단에 보이는 ‘Made by Sojin’ 이라는 문구를 발견한 한준이 더욱 들뜬 표정으로 몰입하기 시작했다.

Sojin 이라는 아이디의 업로더는 제법 유명해서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 진짜 30대 1로 싸우는 건가?”

영상이 시작되자 한준은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는 스마트 폰 안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하듯 단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였다.

영상은 지금까지 그가 봐 왔던 어떤 영상 못지않게 화려했다.

“우, 우와….”

어떤 부분을 본 건지 연신 탄성을 내뱉는 한준.

어두운 방 안에서 30분짜리 영상을 한부분도 넘기지 않고 끝까지 본 한준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보기’ 버튼을 눌렀다.

한준이 얼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게… 말이 돼…?”

이제 50레벨 정도의 소환술사인 그에게 있어서, 이안의 영지전 전투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가 보기에 이 영상은, ‘소환술사는 PVP의 최약체다’ 라는 정설을 그대로 뒤집어버리는 것이었다.

바로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소환술사’ 라는 직업에 회의감을 느끼며 캐릭터 초기화를 고민하고 있었던 그의 머릿속에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소환수가 대체 몇 마리야? 하나… 둘… 다섯 마리나 되는 소환수들을 저렇게 정교하게 컨트롤하는 게 가능하단 말이야?’

한준의 눈에 이안의 등에 매달려 있는 뿍뿍이는 소환수로 분류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총 다섯 마리로 센 것이었다.

‘아니 그리고 저 독수리 비슷하게 생긴 소환수는… 신화에 나오는 그리핀 같은 이미지인데…. 설마 진짜 그리핀은 아니겠지?’

처음 영상을 돌려볼 때에는 화려한 전투에 정신이 팔려 이안이 운용하는 소환수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틈조차 없었지만, 두 번째 영상을 돌려보니 소환수 하나 하나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핏빛 갈기 늑대야 진화시킨 유저들이 제법 나왔으니까 그렇다 쳐도, 나머지는 완전 처음 보는 소환수 들인데? 저 백호는 설마 할리칸…?!’

한준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소환술사 랭커들의 스펙을 종종 구경했던 그였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펙을 본 적은 단연코 한 번도 없었다.

‘이거 합성이나 조작… 은 아니겠지? 아니면 혹시 운영자?’

한준이 열심히 고민하는 사이 영상은 전부 끝났고, 그는 아무 생각 없이 한번 더 플레이를 눌러 보려다 멈췄다.

‘댓글이나 한번 확인해 볼까?’

그는 스크롤을 내려 댓글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댓글이 달려있었지만, 모두 한국어로 번역이 되어있었기에 읽는 데 지장은 없었다.

Kpi0900 - 미친! 이게 소환술사라고? 이걸 지금 날더러 믿으라는 거야?

Holyaai - 저 파란색 골렘은 정체가 뭐야? 저 회오리로 빨아들이는 채널링 스킬 혹시 뭔지 아시는 분?

CoCo1123 - 세상에! 저건 그리핀이 분명해. 루스펠 제국 본성 외곽에 그려져 있는 걸 분명히 봤다고!

KailanHolic - 소환술사 갓…. 소환술사 까던 놈들 다 어디 갔어? 좀 데려와서 보여주고 싶네. 그나저나 저 새낀 레벨이 대체 몇 인거야? 아무리 제일 먼저 열린 한국서버라고 하더라도 90레벨 대 서른 명을 혼자 찜 쪄 먹는 게 말이 돼? 무슨 130레벨이라도 찍은 거야?

Pts1120 - 윗분, 뭔가 잘못 생각하고 계신 거 같은데…. 소환술사는 모든 서버가 다 오픈 된 다음에 나온 직업입니다. 서버 빨리 열린 한국이라고 해도 소환술사 클래스면 다를 게 없어요.

댓글은 이미 수백 개도 넘게 달려 있었다.

이 수 많은 댓글들에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같이 느낌표와 물음표로 도배되어있다는 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댓글들을 쭉 읽어 내려가던 한준도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당연한 반응인 거지. 소환술사를 조금이라도 플레이해 본 유저라면 저 전투력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잘 알 테니까 말이야.’

소환술사인 그는 PvP를 하다가 상성에 밀려 거의 5~10레벨이 낮은 유저한테도 져본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안의 전투력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준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아… 일찍 자려고 했는데… 글러먹었네 오늘은….’

그는 ‘이안’ 이라는 유저에 대해 검색해 보지 않으면 도저히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컴퓨터 앞에 앉은 그의 손에서 딸깍 거리는 마우스 소리가 연신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다 됐다!”

이안이 손을 올린 구슬에서 붉은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혈관옥’이 100.0%만큼 복원되었습니다.]

그리고 구슬로부터 새어나온 새빨간 빛이 통로를 막고 있던 석문 전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한 시간 여 정도를 던전 전체를 돌며 쉴 새 없이 사냥한 끝에, 복원율을 100%까지 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피의 관문’이 봉인이 풀립니다.]

이안과 하린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고, 가로 세로 4m도 넘어 보이는 거대한 석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하린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탄성이 흘러나왔다.

“와아….”

반면 이안은 본능적으로 하린의 손을 잡아 끌며 뒤로 물러났다.

“하린아 뒤쪽으로 좀 떨어지자. 안에 뭐 있을지 모르니까.”

“응, 알겠어.”

그긍- 그그긍-!

석문이 좌우로 열리면서 굉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고, 이안은 석문 안쪽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안쪽을 확인한 이안은 전투 자세를 잡았다.

“하린아 뒤쪽으로 좀 멀찍이 빠져 줘. 안쪽에 보스 몬스터가 있는 것 같아.”

안쪽에서는 강렬한 빛이 새어 나왔다.

그 때문에 안에 있는 몬스터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역광으로 인한 실루엣은 흡사 거대한 늑대를 닮은 모습이었다.

조금 특이한 점은, 늑대가 두 발로 서 있다는 정도.

곧 빛이 잦아들고, 늑대의 형체가 완전히 드러났다.

“와, 늑대인간인가? 엄청 멋진데?”

하린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탄성을 질렀지만, 반면에 몬스터의 정보를 곧바로 확인한 이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블러디 펜리르 - Lv 128  (영웅등급)]

‘펜리르? 으… 보스 몬스터니까 영웅등급일 줄은 알았지만… 128레벨 이라니….’

펜리르(Fenrir)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전설 속의 늑대였다.

신화 속 신수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몬스터가 약할 리는 없을 터.

이안은 더욱 긴장했다.

‘저건 근데 늑대 주제에 뭐 저리 크냐.’

백호인 할리보다도 조금 더 커 보이는 덩치에 타오르는 듯한 붉은 털.

그리고 두 눈동자마저 짙은 적색을 띄고 있는 늑대는 무척이나 위압적인 모습이었다.

크르르….

펜리르도 이안을 발견했는지, 두 눈을 번뜩이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광기 어린 표정을 하고는, 몸을 돌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이안은 침착히 소환수들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떡대, 앞으로 앞으로 먼저 나가!”

드르륵-

떡대가 커다란 발소리와 함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펜리르 또한 마주 달리기 시작했다.

펜리르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민첩했고,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까딱하면 정말 골로 갈 수도 있어.’

이안은 할리의 등에 올라탔다.

상대는 얼핏 보아도 이안보다 월등한 민첩성을 가지고 있었다.

펜리르가 만약 소환수들을 무시하고 이안에게 달려든다면, 그로서는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할리를 타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움직임을 놓치면 안 돼!”

펜리르가 먼저 달려든 상대는 다행히도 떡대였다.

이안은 떡대가 펜리르의 공격에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붉게 빛나는 펜리르의 앞발이 떡대의 가슴팍에 그대로 작렬했다.

콰쾅-!

[소환수 ‘떡대’가 ‘블러디 펜리르’ 로부터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소환수 ‘떡대’의 생명력이 12740만큼 감소합니다.]

피해량을 확인한 이안은 속으로 침음성을 삼켰다.

‘치명타라고는 하지만 1만이 넘는 피해라니….’

이제 120레벨에 거의 근접한 떡대의 생명력은 6만이 넘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정도의 생명력이라 하더라도 만이천의 데미지가 들어온다면 다섯 회를 못 버티고 사망하게 되는 것이었다.

2500이 넘는 떡대의 방어력을 감안하면, 정말 무지막지한 공격력이었다.

이안은 서둘러 떡대의 어비스홀을 발동시켰다.

“떡대, 어비스홀!”

처음부터 어비스홀을 발동시켰다면, 민첩성이 무척이나 빠른 펜리르가 피해버릴 위험이 있었기에, 공격을 한 번 허용하더라도 일부러 늦게 사용한 것이었다.

쿠오오오-!

그리고 아무리 날렵한 펜리르라 하더라도 바로 지근거리에서 펼쳐진 광역 스킬인 어비스홀을 피할 수는 없었다.

캬아아오-!

어비스홀의 범위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펜리르가 괴성을 질렀다.

펜리르의 발이 묶인 것을 확인한 이안이 재빨리 소리쳤다.

“지금 달려들어!”

< (3). 해방된 펜리르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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