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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07화 (137/1,027)

< (2). 포를라스 고원의 비밀 -3 >

아이템 정보를 확인해 봐도 별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이름만 봐서는 도무지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안은 궁금증을 접어두고 일단 장내의 모든 늑대들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그는, 큰 어려움 없이 일곱 마리의 늑대들을 전부 정리할 수 있었다.

“좋아! 경험치 한번 짭짤하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각심도 더욱 느껴졌다.

확실히 지금까지 사냥해 왔던 일반등급 몬스터들에 비해, 핏빛 갈기 늑대들의 공격력과 민첩성이 월등하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소환수들의 생명력이 제법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하린아 소환수들 치료 좀 해줘.”

“응!”

이안은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가신들을 데리고 올 걸 그랬네. 세리아만 있었어도 소환수 회복에는 엄청 큰 도움이 됐을텐데….’

세리아의 소환수 회복 스킬과 분신 생성 스킬은 사냥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을 놓고 온 것에도 이유가 있었다.

그들이 영지 치안대를 이끌며 주변 몬스터들을 사냥해야 치안대의 사냥 효율이 좋아지기 때문이었다.

‘다음에는 세리아만이라도 데리고 다녀야겠어. 나머지 가신들만으로도 치안대 통솔은 충분할 테니까.’

이안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응급처치 스킬을 계속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린의 회복스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 할 수 있는 효과였지만, 그래도 혼자 사냥할 때를 대비하여 숙련도를 지속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비가 끝나자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볼까?”

“응, 좋아!”

하린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이안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음? 뭐 득템이라도 했어 하린아?”

하린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 던전 들어와서 벌써 2레벨이나 올랐거든. 처음 들어올 때 부터 90% 이상 경험치가 차 있기는 했지만….”

“….”

이안은 이제야 겨우 15% 정도의 경험치가 올랐기 때문에 조금 배가 아팠다.

하지만 이제 93레벨이 된 하린과, 116레벨인 이안의 레벨 업 속도가 차이 나는 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뭐… 하린이 레벨이 오르는 건 길드 차원에서 좋은 거니까….’

하린과 나눠먹는 경험치가 조금 아깝기는 했지만, 그녀의 힐과 버프 덕에 조금 더 빠르게 사냥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큰 손해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두 사람은 걸음을 옮겨 던전 안쪽으로 더욱 깊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어? 이게 뭐지?”

이안이 걸음을 멈추고 손을 들어 제지하자, 뒤에서 따라오던 하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길이 막혔네.”

이안의 말에 앞으로 다가와, 꺾여 있던 통로의 안쪽을 들여다 본 하린의 두 눈이 조금 커졌다.

그리고 이안에게 핀잔을 주었다.

“길이 막힌 게 문제지 이 바보야.”

“그, 그런가…?”

이안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막혀있는 통로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런데 이게 원래부터 막혀있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래?”

“응. 그냥 통로가 막힌 거였으면, 자연스럽게 벽이 좁아졌을 텐데, 여긴 천장이나 벽쪽 보면 완전 직각으로 막혀 있잖아.”

“그러네.”

이안의 설명에 하린도 다가와 막힌 부분을 확인했다.

어두운데다 새카만 벽이어서 잘 보이지 않았었는데, 가까이 와보니 벽은 그냥 평평한 형태가 아니었다.

인공적인 느낌이 드는 울퉁불퉁한 모양이 대칭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었다.

“어, 이거 먼지가 엄청 쌓여있는데?”

하린이 막혀있는 벽에 손을 가져다 대자, 새카만 먼지가 손에 가득 묻어나왔다.

그리고 먼지가 걷힌 자리에는 낡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석벽이 드러났다.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거대한 석문 같은 모습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역시… 이렇게 허무하게 던전이 끝날 리가 없지. 뭐 보스 같은 것도 없었고 말이야.”

이안의 말에 하린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 그런데 일단 먼지를 좀 걷어내야 뭐가 보이지 싶은데….”

그 말에, 이안은 등에 메고 있던 뿍뿍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뿍뿍아, 넌 물대포 같은 건 못 쏘냐.”

이안의 말을 들었는지, 등껍질 안에 들어가 있던 뿍뿍이가 고개를 내밀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뿍?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뿍뿍이를 보며,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핀이한테 부탁하는 게 빠르겠네.”

그리고 이안은 모든 소환수들과 하린을 뒤쪽으로 멀리 떨어지도록 하였다.

“핀아 저기다가 분쇄 스킬 좀 써봐.”

꾸룩- 꾸룩-!

이안의 명령에 허공으로 살짝 날아오른 핀은 먼지 쌓인 석벽을 향해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그리고 핀의 앞에서 생겨난 커다란 바람의 소용돌이가 석벽을 쓸고 지나갔다.

하린은 뒤쪽으로 몇 발자국 더 물러서며 눈살을 찌푸렸다.

“어후, 먼지 좀 봐.”

그녀의 말처럼 통로 안쪽에서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기 때문.

일행은 먼지바람을 등지고 통로 밖으로 돌아 나갔다.

그대로 맞았다가는 새카만 석탄처럼 온 몸이 먼지로 뒤덮힐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먼지가 가라앉고 나자, 이안과 하린은 석벽 앞으로 다가갔다.

"와, 이거 멋진데?"

하린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핀의 날개에서 뿜어져 나온 맹렬한 바람이 정말 깔끔하게 석벽에 쌓인 먼지를 제거해 주었고, 형체를 알 수 없던 벽의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가로세로 4m 정도의 석벽 한 가운데 박혀 있는 커다란 구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석벽 한가운데 조각된 입을 커다랗게 벌린 늑대의 입에 물려있는 투명한 유리구슬이었다.

“이게 뭘까?”

하린이 물었지만, 이안이 그것을 알 턱이 없었다.

“글쎄. 무슨 종교 제단 입구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말을 하던 이안은 등에 메고 있던 뿍뿍이를 내려놓으며 허리를 두들겼다.

“아이고 허리야, 일단 좀 쉬면서 생각해 보자.”

그 모습을 본 하린이 피식 웃었다.

"많이 무거워?"

"그 정도는 아니고 뭐…."

뿍뿍이는 바닥에 내려오자마자 머리를 쏙 내밀고는, 여지없이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린은 웃으며 이안을 불렀다.

“진성아.”

“응?”

“혹시 뿍뿍이가 살이 찌는 게….”

여기까지 들은 뿍뿍이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연 고개를 돌려 하린을 째려보았다.

찌릿-!

아무리 미트볼 천사인 하린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준다면 용서할 수 없었다.

하린의 말이 이어졌다.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혹시 운동부족이 아닐까?”

“음…? 운동부족?”

하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응. 항상 네 등에만 업혀 있으니까 움직일 일이 없잖아. 좀 많이 먹더라도 운동을 시키면 살이 안찔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흐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안의 시선이 뿍뿍이를 향했다.

“뿍뿍이 네 생각은 어때?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운동을 좀 해볼래?”

이안과 시선이 마주친 뿍뿍이는 눈을 감고 고뇌하는 표정을 지었다.

뿌욱….

사실 뿍뿍이는 식탐거북일 뿐 아니라 무척이나 게을렀다.

이안의 등에 업혀 있는 것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을 정도.

가끔 등에서 내려와 돌아다닐 때는 기분이 좋았지만, 왠지 악덕 주인 이안이라면 운동도 혹독하게 시킬 것 같았다.

고민하던 뿍뿍이는 결국 결정을 보류했다.

뿍-!

그리고 어디론가 기어가는 뿍뿍이.

그것을 본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봐봐. 쟤 지금 운동도 하기 싫은 거야. 분명해.”

정확히 자신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이안의 촌철살인에, 뿍뿍이는 잠시 움찔 했다.

하지만 못들은 척 하고 다시 기어가기 시작했다.

하린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게….”

두 사람은 잠시 쉬며 장비를 점검했다.

그 동안에도 이안의 시선은 계속해서 투명한 유리구슬에 머물러 있었다.

‘저게 뭘까? 저 유리구슬의 비밀을 풀면 석벽이 열릴 것도 같은데….’

이안은 천천히 일어나 석벽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유리구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눈 앞에 생각지 못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혈정’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의외의 상황에 이안은 잠시 움찔 했지만, 망설이지 않고 혈정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핏빛 갈기 늑대들을 잡으면서 얻은 혈정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용한다.”

이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안의 품 속에 있던 혈정 하나가 튀어나와 투명한 구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혈정’ 아이템을 사용하셨습니다.]

[‘혈관옥’이 2%만큼 복원되었습니다.]

[현재 ‘혈관옥’의 복원률 : 2/100]

그것을 본 이안은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거 꽉 채우면 여기 열리는 거겠네.’

이안은 우선, 가지고 있던 모든 혈정을 남김 없이 털어 넣었다.

[‘혈관옥’이 1.2%만큼 복원되었습니다.]

[‘혈관옥’이 2.3%만큼 복원되었습니다.]

:

:

혈정의 크기에 따라 복원율도 달라서, 스무 개 남짓 있던 것들을 다 사용했음에도 복원율은 30% 밖에 되지 않았다.

이안의 손에서 끊임없이 붉은 빛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구경하던 하린이, 호기심을 느꼈는지 다가왔다.

“진성아 뭐해?”

“아, 이거 방법을 찾은 것 같아. 하린아 너도 사냥하는 동안 혈정 얻은 거 있지?”

진성은 하린에게도 비슷한 숫자의 혈정이 있으리라 짐작했고, 그것들도 전부 사용하면 복원율을 거의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린이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저… 그게… 진성아.”

“응?”

“나 요리 재료 넣을 공간 부족해서 혈정인가 그거 다 버렸는데….”

“….”

진성은 조금 당황했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뭐, 어차피 최초발견 버프도 있으니까… 사냥 많이 하면 좋은 거지 뭐.’

왔던 길을 좀 돌아가면, 사냥했던 핏빛 갈기 늑대들이 다시 젠 되어 있을 것이었다.

이안은 통로 구석에 기어들어가 꼼지락거리고 있는 뿍뿍이를 불렀다.

“뿍뿍아, 사냥하러 가자.”

하지만 뿍뿍이는 들은 척도 않았다.

그것을 본 이안은 투덜거리며 뿍뿍이에게 다가갔다.

“야 너 또 뭐 주워 먹고 있냐.”

뿍뿍이가 필드 여기저기서 자라는 이끼 같은 것들을 뜯어먹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기에, 이안은 별 생각 없이 뿍뿍이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이안보다 먼저 뿍뿍에게 다가간 하린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진성아, 이거 혈염초야.”

“응? 그게 뭔데?”

“요리 재료인데,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하린은 곧 떠오른 게 있는지 말을 이었다.

“그, 캡사이신 알지? 캡사이신이랑 비슷한 용도로 쓰는 요리 재료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

그리고 진성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뭐? 캡사이신…?”

진성은 캡사이신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떡볶이를 한번 만들어 본다고 만들다가, 아무 생각 없이 캡사이신을 한 바퀴 둘러 뿌린 적이 있었기 때문.

그 때 맛본 지옥같은 매운맛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거의 이틀동안 엉덩이가 화끈거릴 정도였으니,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린아 그럼, 쟤 저거 저대로 뜯어 먹어도 …?”

이안은 다음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캡사이신(?)을 뜯어먹던 뿍뿍이가 방방거리며 여기저기 뛰어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하린이 한숨을 푹 쉬었다.

“휴우, 저거 한 잎만 먹어도 아마 속이 뒤집어질 텐데….”

이안은 측은한 표정으로 뿍뿍이를 바라보며 애도했다.

“그러니까 형이 아무거나 주워먹지 말랬잖아 뿍뿍아….”

뿍뿍이의 입에서 지금껏 들어본 적 없던 괴성(?)이 흘러나왔다.

뿌루루룩-!!

< (2). 포를라스 고원의 비밀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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