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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101화 (131/1,027)

< (1). 전장의 지배자 -1 (5권 시작) >

우우웅-

거대한 콜로세움이 연상될 만큼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용맹의 전장.

그리고 그 양쪽 끝에 폴라리스길드와 로터스 길드의 전력이 차례대로 소환되기 시작했다.

이안은 로터스 길드측 진영의 정 중앙에 소환되었다.

로터스 길드의 출전 유저가 그 한명 뿐 이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오랜만이네 용맹의 전장.’

초기화 전, 한창 길드 순위를 올린다고 길드전을 해 댈 때는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 들어올 만큼 익숙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게 벌써 몇 달 전 이야기였으니, 이안은 감회가 새로웠다.

[30초 뒤에 길드전이 시작됩니다.]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

이안은 건너편 진영에 소환되고 있는 적진의 유저들의 면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는 손 하나 까딱 할 수 없게 되어있었으니, 할 수 있는 건 상대측의 전력 파악이었다.

‘저 멍청한 놈들은 레벨도 비공개 설정 안 해놓고 들어왔네….’

레벨이 공개로 설정되어있는 몇 몇 유저들을 본 이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상대측 길드가 용맹의 전장에서의 전투를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일단 레벨이 보이는 열두 명 중에는 100레벨 이상이 한 명도 없군. 최고레벨이 95정도인가….’

레벨이 보이지 않는 나머지 열댓 명의 유저들이 문제였다.

그들 중 강자가 섞여있을 수도 있다.

‘놈들은 유저가 나 밖에 없는 걸 봤으니, 아마 방심하겠지?’

그리고 이안의 추측은 정확했다.

멀찍이서 로터스 길드의 진영을 살피던 폴라리스 길드원들은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밀런, 내 말이 맞지?”

루킨의 말에 밀런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러네. 로터스 길드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용맹의 전장을 버릴 줄은 몰랐어.”

“후후… 이거 얼른 달리고 싶어서 근질거리는데?”

“막타는 내꺼다. 넘보지 마라.”

“웃기고 있네. 할 수 있으면 해 보던가.”

루킨과 밀런은 1경기에 출전시켜달라고 길마에게 자원해서 들어왔다.

그 이유야 당연히 로터스 길드가 용맹의 전장을 버리는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

게다가 지금 두 사람은 상대측 진영에 유저가 한명 달랑 접속된 것을 보고 몸이 근질거리고 있었다.

용맹의 전장에서 승리하면, 그 기여도에 따라 명성 보상을 주는데, 상대 유저가 한명이라면 그 한명을 죽인 것으로 판정받음과 동시에 100%의 기여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이아 클래스의 길드전에서 100%의 승리 기여도를 먹으면 모르긴 몰라도 무지막지한 명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었다.

루킨이 멀찍이 보이는 이안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물론 이안을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저놈 참 불쌍하네.”

밀런도 동의했다.

“그러게, 총알받이가 따로 없잖아?”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이안의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고, 상대 길드에서 유저 하나를 출전시켰다면 버리는 카드일 것인데 버리는 카드를 강한 유저로 출전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두 사람의 눈에 이안은 그저 훌륭한 먹잇감이었다.

“첫 경기에 용병을 한명이라도 투입했다가는 진짜 후회할 뻔 했어.”

루킨의 말에 밀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 그랬으면 정말 아까울 뻔 했네. 기여도도 우리가 못 먹었을 테니까.”

막대한 명성을 얻을 생각에 행복해 있는 두 사람과는 별개로, 이안은 전투를 어떻게 해야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승리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양 진영의 NPC들과 관전인원들이 경기장에 소환되기 시작했다.

위이잉- 윙-

경기장에 입장한 헤르스와 피올란은 폴라리스 길드의 전력을 서둘러 확인했다.

“대부분이 90레벨정도네요, 헤르스님.”

피올란의 말에 헤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러네요. 들고 있는 장비들 보니까 레벨 안 보이는 유저들 중에도 그렇게 고레벨 유저기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생각보다 숫자가 많아서 이안이 혼자서 커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켜보면 알겠죠 뭐. 이안님이 일대 다 전투를 정말 귀신같이 잘 하니까 전 승산 있어 보여요.”

피올란의 말에, 포를란 던전에서 이안의 활약을 떠올린 헤르스는 조금 불안함을 떨쳐낼 수 있었다.

헤르스의 시선이 이안을 향했다.

‘믿는다, 진성아.’

그리고 곧 경기장에 입장한 모든 유저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5초 뒤에 전투가 시작됩니다.]

[5… 4… 3… ]

이안은 온 정신을 집중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몰이사냥 한다고 생각하자.’

핀이 성장한 이후로 110레벨이 넘는 북부대륙의 몬스터들도 손쉽게 몰아잡는 이안이었다.

유저가 일반등급의 몬스터들보다야 강하겠지만, 100레벨도 되지 않는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2… 1… 시작!!]

전투가 시작되자 이안은 재빨리 소환수들부터 소환했다.

“라이, 레이크, 핀, 할리 소환!”

떡대를 제외한 모든 소환수들을 소환한 이안은, 자신의 뒤쪽으로 쭉 도열한 NPC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가신들 중, 전사 클래스인 둘을 불러 얘기했다.

“놈들은 아마 나만 노리고 막무가내로 달려들 거야. 로르텐, 말라임. 너희 둘은 병사들을 이끌고 좌우로 도열해 있다가 내가 전투를 시작하명 양 쪽에서 덮쳐.”

어차피 60레벨대의 병사NPC들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전장에 난입해서 적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두 가신은 동시에 부복하며 대답했다.

“예, 영주님!”

“명을 받듭니다!”

그리고 사제 클래스인 텐푸스에게는 이안 자신의 생명력 회복에만 주력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안이 당하는 순간 전투에 패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마법사인 세리우스와 소환술사인 세리아 둘에게는 같은 명령을 내렸다.

“너희 둘은, 떡대가 어비스 홀을 사용하면 그 때부터 공격을 퍼부어, 알겠지? 특히 세리우스는 광역마법부터 먼저 사용해야해.”

“떡대라면 그 어비스골렘을 말하는 거죠?”

세리아의 물음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안이 명령을 내리는 동안, 폴라리스 진영의 유저들이 저돌적으로 이안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전부 이안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대형이 군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안이 노리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떡대의 어비스 홀만 제대로 박히면 큰 출혈 없이 다 쓸어버릴 수 있다.’

이안이 떡대를 소환하지 않고 기다리는 이유였다.

어비스 홀의 각이 정확히 나오는 지점에 떡대를 소환하여 최대한 많은 인원을 어비스홀로 묶어버리려는 것이었다.

이안은 적들이 코앞까지 올 동안 숨죽이며 기다렸다.

‘최소한 근접형 클래스들은 전부 다 묶어버려야 해.’

이안은 마력의 구체를 쏠 수 있는 사정권 안에 적들이 들어왔음에도 가만히 기다렸다.

구체에 격중 당하면 그 파괴력이 적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이안의 집중력이 극에 달하였다.

전투의 첫 시작을 어떻게 여느냐 가 전황을 크게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타이밍을 잡은 이안은 떡대를 소환했다.

“떡대 소환!”

그러자 앞장서 뛰어오던 폴라리스 길드의 유저들 앞에 거대한 몸집의 떡대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쿵-!

생각지 못한 상황에 폴라리스 유저들은 움찔 했다.

“뭐야? 이거. 저 놈 소환술사였어?”

“이건 처음 보는 소환수인데!”

떡대는 이안이 진화시켜 탄생한 어비스 골렘 이었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처음 보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들 중 하나가 크게 소리치자, 모두가 다시 이안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골렘 무시하고 저 놈만 조져!”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판단.

하지만 그것은, 떡대가 ‘어비스 홀’ 이라는 고유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지 못한 그들의 최악의 실수였다.

“떡대 어비스홀! 핀 제왕의 포효!”

이안의 외침과 함께 떡대의 양 팔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제 완전한 성체로 자라난 핀이 허공을 향해 포효했다.

키아오-!

그리고 제왕의 포효가 가진 둔화효과에 어비스홀의 효과가 중첩되자, 앞장서 달려오던 열댓의 유저들의 발이 묶여 버렸다.

“이게 뭐야!”

“미친, 이거 둔화효과가 뭐 이래?!”

어비스 홀의 범위 안에 빨려 들어간 유저들이 당황 하기 시작하자, 이안의 손이 번쩍 치켜들어졌다.

“전원 공격!”

이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이크의 브레스가 먼저 그들을 덮쳤고, 핀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화아악-!

117레벨인 레이크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브레스의 화력은 어마어마했다.

“미친! 생명력이 한방에 절반 가까이 깎였어!”

“쓰벌! 함정이야!”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폴라리스 길드의 유저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 허공으로 날아오른 핀의 날갯짓이 그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콰아아아-!

이제 100레벨이 넘은 핀의 커다란 금빛 날개에서 뿜어져 나온 바람들이 광포한 회오리바람을 만들었고, 그것은 무자비하게 폴라리스 길드의 유저들을 향해 몰아치기 시작했다.

[소환수 ‘핀’의 고유능력, ‘분쇄’가 발동됩니다.]

그것은 재앙이었다.

쾅 - 콰쾅-!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 어비스 홀의 범위에 들어오지 않은 원거리 클래스 유저들이 떡대를 향해 화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어비스 홀을 일단 끊어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생각한 모양이었다.

일단 어비스 홀이 끊어져야 몸을 움직여 광역스킬들을 피할 수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판단이었다.

그리고 집중 포화가 쏟아지자, 엄청난 맷집을 자랑하는 떡대의 생명력이 순식간에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버렸다.

그것을 본 이안은 세리아에게 명령을 내렸다.

“세리아, 떡대를 치료해줘!”

“넷!”

세리아의 고유능력인 ‘소환수 치유술’이 발동되었다.

[가신 ‘세리아’가 ‘소환수 치유술’을 사용하여 소환수 ‘떡대’의 생명력을 60% 회복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떡대가 제법 오래 버티자 당황한 유저들은, 힘겹게 깎아놓은 생명력이 전부 회복되어 버리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아, 돌아버리겠네!”

폴라리스 길드 유저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긴 절규에 가까운 외침.

이도 저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광역 공격스킬들에 난도질당한 근접 클래스의 유저들은 하나둘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는 전사 클래스인 루킨도 있었다.

“제기랄…!! 이거 딜이 왜 이래!”

그리고 당황한 루킨의 눈에 이안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안…! 네놈이었구나!”

그리고 그의 외침에 이안의 시선이 움직였다.

이안은 어이가 없었다.

“뭐야 이 멍청이는 또 왜 여기 있어?”

그리고 이안의 지팡이에서 마력의 구체가 쏘아졌다.

퍼엉-!

투사체 맞추는 실력이 거의 신기에 가까울 정도인 이안에게, 바로 앞의 루킨을 맞추는 것은 그야 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마력의 구체를 명중시켜 ‘루킨’ 에게 772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적을 성공적으로 명중시켜 5의 정령마력을 다시 회복합니다.]

114레벨이 된 이안의 소환마력은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해졌고, 그런 이안의 마력의 구체는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은 그를 처치하기에 충분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유저 ‘루킨’을 처치하셨습니다. 전투 기여도를 3.7% 획득합니다.]

“끄악-!”

억울한 표정으로 회색빛이 되어 사라지는 루킨!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이 모질이는 왜 자꾸 엮이는 거야? 기분 나쁘게.”

< (1). 전장의 지배자 -1 (5권 시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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