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영지전의 서막 -2 >
* * *
“영주님, 오셨습니까.”
이안이 소환술사 길드에 들어서자, 입구를 지키던 NPC 둘이 이안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이안은 그들에게 가볍게 목 인사를 해 주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다 우리길드 재산인데 잘해줘야지.’
카일란의 시스템은 무척이나 세심해서, 이안이 영지 내에 있는 NPC들을 대하는 태도가 영지 민심에 하나하나 반영이 되었다.
민심도 곧 영지의 스텟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별 볼일 없는 NPC들이라고 무시할 수 없었다.
길드의 2층으로 올라간 이안은,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는 NPC에게 말을 걸었다.
“수고가 많습니다.”
이안의 말에 그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 공손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아, 영주님 오셨습니까.”
“네, 방금 왔어요.”
이안의 존대에,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영주님, 제게 말씀을 낮추셔도 됩니다.”
“아아, 제가 이게 편해서 그래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는 여전히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오신다고 미리 말씀하셨으면 준비라도 좀 했을 텐데….”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게 좀 있는데요.”
“말씀하십시오.”
“혹시, 항상 저 쪽에 앉아 있던 ‘세리아’라는 소환술사가 혹시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이안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물론 알고 있지요. 세리아는 지금 영지 외곽 쪽에 있는 소환수 사육소에 간 거로 압니다.”
조금 의외의 전개에 이안은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오호, 소환수 사육소에요? 왜 갔는지도 혹시 아시나요?”
“세리아가 얼마 전에 어린 블루 와이번을 한 마리 얻었거든요. 녀석을 사육소에 맡겨뒀었는데, 찾으러 갔을 겁니다.”
이진욱 교수가 운영하고 있는 소환수 사육소.
한참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의외의 장소와 상황에서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대답을 한 이안은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 소환수 사육소를 찾아 움직였다.
* * *
“오, 진성이 어쩐 일인게냐. 너도 소환수를 맡기러 온 게야?”
사육소에 찾아온 이안을 발견한 진욱은 반갑게 그를 맞아 주었다.
“아, 교수님 계셨네요. 사육소는 이제 자리가 좀 잡혔나요?”
이안의 물음에 진욱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럼. 덕분에 아주 잘 되고 있지. 얼마 전에 소환술사 길드가 생기고난 뒤 부터는 영지에 소환술사들이 많이 생겨서 그런지, 제법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네.”
손님이 많을수록 제법 짭짤한 돈이 벌리기에, 진욱은 싱글벙글했다.
“아직 유저가 손님으로 온 적은 없죠?”
“아직 유저는 못 본 것 같다. 유저들이 사육소의 이점을 알기 시작하면 분명 많은 사람이 몰릴 텐데 말이지.”
이안은 진욱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다만 잠재력과 진화에 관한 정보가 아직 풀리지 않길 바랐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있는 것 뿐 이었다.
아직 북부대륙에 올 수 있을 정도로 레벨이 높은 소환술사가 많지 않기도 했고.
‘가장 최적의 시기에 효과적으로 터뜨리기 위해선 좀 더 기다려야해.’
하지만 그도 언제까지 그 정보를 독점하고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하나 둘 몬스터 진화에 성공한 유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제 곧 잠재력과 진화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낸 유저도 생겨날 것이었다.
그때쯤 해서 대대적으로 커뮤니티에 홍보를 하면 수많은 유저를 로터스 영지로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었다.
유저가 많아지면 자동으로 영지의 유동인구가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영지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진욱의 소환수 사육소는 영지 발전을 위한 훌륭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영지를 완벽히 지켜 내야지.’
속으로 한번 더 다짐한 이안은 진욱에게 물었다.
“교수님, 혹시 여기 세리아 라는 NPC가 찾아오지 않았나요?”
“아, 그 예쁘장한 아가씨라면 저 쪽에 있을 거네. 그녀가 맡긴 블루 와이번이 저 쪽에 있거든.”
“아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안은 진욱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세리아를 향해 걸어갔다.
그것을 본 진욱은 조금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세리아는 종종 사육소에 찾아오는 NPC였는데, 그가 보기엔 평범하기 그지 없는 NPC였기 때문이었다.
“흠, 저 NPC 아가씨가 무슨 퀘스트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그리고 진욱은 이안을 보면 알려달라는 하린의 부탁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하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진욱 : 하린아, 진성이 지금 사육소에 왔다.]
메시지는 곧바로 돌아왔다.
[하린 :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런데 진성이 거기에서 뭐 하고 있어요?]
진욱은 아무 생각 없이 이어서 답장을 보냈다.
[이진욱 : 음… 지금 저쪽에서 어떤 예쁘장한 아가씨랑 얘기하고 있는데….]
[…]
하린은 진욱의 메시지를 읽었지만,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진욱은 뭔가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친히(?) 해명해주기엔 너무 귀찮았다.
“껄껄,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한편,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지 알 리 없는 이안은, 해맑은 표정으로 세리아의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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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리아 -
레벨 : 108
종족 : 인간
직업 : 소환술사
신분 : 평민
성격 : 쾌활한
인재등급 : (알 수 없음)
전투능력 (펼쳐보기)
세부능력 (펼쳐보기)
보유능력
- 소환수 치유술
정령력을 최대 정령력의 20% 만큼 소모하여, 대상 소환수의 생명력을 60%만큼 회복시킨다.
(재사용 대기 시간 5분)
- 정령의 가호
반경 20M 이내에 있는 모든 아군 소환수들의 전투 능력치를 5%만큼 상승시킨다. (패시브)
- 소환수 복제술(Ⅰ)
아군 소환수 중 하나를 복제하여 전투에 참여시킨다.
복제된 소환수는 본체의 50%의 전투능력을 갖으며, 30분간 지속된다. (지속시간이 다 지나지 않아도 생명력이 0이 되면 사라진다.)
(재사용 대기 시간 20분)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견습 소환술사이다.
밝고 명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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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다 읽은 이안은 흡족한 표정이 되었다.
‘역시, 만족스러워. 이만한 NPC도 찾기 힘들 거야.’
세리아에게 다가간 이안은 말을 걸었다.
“세리아, 안녕. 지난번에 본 적 있지?”
세리아는 많아 봐야 10대 후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소녀였기에, 이안은 말을 편히 했다.
쪼그려 앉아, 자신의 블루와이번에 정신이 팔려있던 세리아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당황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아, 영주님. 죄송해요, 제가 오신 것도 모르고….”
귀여운 모습으로 우물쭈물하는 세리아를 본 이안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 뭐 그럴 수도 있지.”
이안의 표정이 나쁘지 않자, 세리아는 곧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영주님, 영주님께서도 소환수를 맡기러 오신 거예요?”
“응?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럼요?”
이안은 멋쩍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한테 볼 일이 있어서 왔는데…?”
그의 말에 세리아의 양 볼에 살짝 홍조가 어렸다.
“넷? 저… 저요?!”
“응. 잠시만.”
이안은 품 속을 뒤적여서 금빛으로 반짝이는 영주의 인장을 하나 꺼내었다.
카일란에서는 자신의 귀족 인장을 그에게 건네는 방식으로 마음에 드는 NPC를 수하로 받을 수 있었다.
이안이 그의 인장을 세리아에게 건네는 것이 곧 가신으로의 영입 제안이었다.
그리고 세리아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네가 앞으로 날 좀 도와줬으면 해서.”
말을 하며, 이안은 인장을 세리아에게 건네었다.
그러자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견습 소환술사 ‘세리아’ 에게 ‘가신’이 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세리아가 영주의 인장을 받아들었다.
그녀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저… 제가 영주님께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조심스럽게 되묻는 세리아를 보며, 이안은 살짝 긴장이 풀렸다.
대상 NPC와의 친밀도가 낮으면 등용에 실패할 수도 있었기에 조금 걱정했는데, 세리아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안이 실패할 확률은 무척이나 낮은 상황이었다.
그는 세리아와 몇 번 만난 적이 없었지만, 세리아가 소속된 영지의 영주였으므로 기본적인 친밀도가 엄청 높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러니까 이렇게 제안을 하지.”
이안은 빙긋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어때, 날 좀 도와줄래?”
세리아는 환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영주님!”
그리고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영주의 인장이 새하얀 빛으로 변하며 그녀의 손목으로 스며들었다.
[견습 소환술사 ‘세리아’를 가신으로 거두었습니다.]
[가신 ‘세리아’의 인재등급은 ‘영웅’등급이며, 현재 능력치는 ‘희귀’등급 입니다.]
[현재 ‘이안’님의 가신 현황 : 1/20]
[가신 ‘세리아’를 추방하면 17만의 명성이 감소합니다.(명성이 0 이하로 떨어지면 ‘악명’으로 전환됩니다.)]
주르륵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의 얼굴이 환해졌다.
세리아의 인재등급이 ‘영웅’등급 이었기 때문.
등용하기 전 NPC의 능력치를 볼 수는 있었지만, 인재등급은 등용한 뒤에만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현재 능력치는 ‘희귀’등급 이라는 글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능력치만으로 인재등급을 판단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도박성도 있는 것.
처음부터 영웅등급의 인재를 얻은 이안은 뿌듯한 표정이 되었지만, 바로 아래의 메시지를 보고 조금 당황했다.
‘어? 추방하면 명성 10만이 떨어지는 거 아니었어?’
다시 인재등용 컨텐츠에 대한 설명을 확인해 보니, ‘최소’10만 이라는 글귀가 눈에 보였다.
‘가신의 능력치에 따라 감소하는 명성도 차이가 나는 건가 보네.’
아마도 아무 NPC나 무한정 등용해 보면서, 인재등급이 높은 NPC를 찾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인 듯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 이안에게, 세리아가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잘 부탁드려요.”
이안은 세리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녀의 하얗고 고운 손이 이안의 손을 가볍게 맞잡았다.
“나도 잘 부탁해, 세리아.”
세리아가 큰 눈을 깜빡이며 이안을 향해 물었다.
“영주님, 그럼 전 이제 뭘 하면 되나요?”
“음… 일단 하던 대로 토벌대에 합류해서 레벨 올리고 있어. 필요한 일이 생기면 부르도록 할게.”
거점지가 영지등급으로 승급이 되면, 영지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치대를 편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편성해 놓은 자치대는 자체적으로 영지 주변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활동을 매일 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영지 소속의 대부분의 전투형 NPC들은 그 자치대에 속해 있었으며, 세리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는 이안의 직속 가신이 되었지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가 보도록 해.”
“넷!”
쾌활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세리아를 보며 이안은 절로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능력도 좋은데다가, 예쁘고 착한 부하가 하나 생겼으니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는 것.
세리아를 보낸 이안은 또 다른 가신을 등용하기 위해 걸음을 떼었다.
그런데 시선을 돌리자, 이안의 눈에 무척이나 낯익은 누군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오한을 느껴야 했다.
< (7). 영지전의 서막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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