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98화 (128/1,027)

< (7). 영지전의 서막 -1 >

*          *          *

“치킨 배달 왔습니다!”

“네, 카드 되죠?”

“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배달된 치킨을 받아 온 유현은 침대에 누워 열심히 TV를 시청하고 있는 진성을 불렀다.

“얌마, 일로 와봐. 일단 먹자.”

“잠깐만, 지금 중요하단 말이야.”

평소에 치킨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진성이 꿈쩍도 안 하고 있자, 티비의 화면을 확인한 유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성의 시선이 고정되어있는 화면에서는 어김없이 카일란 방송이 송출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아직 영지전 중계는 시작도 안 했잖아. 그 전에 빨리 먹어놓자.”

유현의 설득에 그제야 어기적어기적 침대에서 기어 내려온 진성은 닭다리를 하나 집어 들었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티비를 향해 있었다.

“야, 너도 지금 잠깐 저거 좀 집중해서 봐봐. 아직 중계까지는 좀 걸리지만 곧 영지전 룰 같은 거 한번 리포터가 정리해준대.”

그 말에 유현의 시선도 다시 티비를 향했다.

사실 유현이 오늘 진성의 자취방에 찾아온 이유도 같이 치킨이라도 뜯으며 영지전 중계를 보기 위함이었다.

오늘이 바로 가장 먼저 거점지를 얻은 길드들의 거점지가 보호에서 풀리는 날 이었기 때문이었다.

삼일 뒤면 로터스 길드의 영지도 거점지보호가 풀리게 되니, 미리 영지전에 대해 공부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TV에 빨려 들어가듯 고정되었다.

“안녕하세요, YTBC의 리포터 루시아입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리포터 하인스입니다.”

TV에는 YTBC의 간판 리포터들 이라고 할 수 있는 루시아와 하인스가 여느 때처럼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네, 하인스님. 저희가 지금 있는 이곳이 어딘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하인스는 주변을 둘러보며 부드러운 톤으로 진행을 이어갔다.

“물론입니다, 루시아님.”

그리고 그의 시선이 화면 밖의 시청자들을 향해 움직였다.

“저희가 와 있는 이곳은 바로 ‘용맹의 전장’ 이라는 곳입니다. 많은 시청자분들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길드전이 치러지는 곳인데요.”

잠시 뜸을 들인 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바로 오늘! 드디어 이곳에서 첫 번째 ‘영지전’이 치러지게 되기 때문에, 저희가 오랜만에 이 곳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루시아가 부연 설명을 하였다.

“용맹의 전장에 대해 잘 모르시는 시청자분들을 위해 부연 설명을 좀 하자면요, 이 용맹의 전장은 카일란 지도 어디에도 없는 가상의 공간이라는 겁니다. 언제 어디서든 길드전이 발동되면 길드전 참여 인원이 이 용맹의 전장으로 워프되는 방식이죠. 길드와 관계되지 않은 유저들도, 약간의 비용만 지불하면 용맹의 전장에 들어와 해당 전투를 관람할 수도 있답니다.”

“그렇습니다. 루시아님이 말씀 잘 해 주셨네요.”

하인스가 엄지를 펼쳐 보이며 웃자, 루시아는 눈을 찡긋 하며 말을 이어갔다.

“자, 그럼 이제 한국서버 길드랭킹 1위에 빛나는 다크루나 길드와, 랭킹 4위인 오클란 길드의 영지전을 중계해 드리기 전에 먼저 영지전의 룰에 대해서 한번 알아볼까요?”

하인스가 루시아의 말을 받으며 진행을 이어갔다.

“네, 지금부터 그럼… 대부분의 시청자 여러분께는 생소한 내용일 ‘영지전’의 규칙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하인스의 무척이나 깔끔한 설명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유현이 진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야, 진성아. 메모지 같은 거 없냐?”

그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진성은 후다닥 책상으로 올라가 자신의 연구노트(?)를 꺼내어 들고 왔다.

진성은 하인스의 설명을 빠짐없이 노트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영지전 규칙

1. 상대 길드의 영지를 빼앗아 오기 위해서는 영지전을 치러야 한다.

2. 영지전에는 총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일반 길드전과 마찬가지인 ‘용맹의 전장’ 에서의 필드전 이었고,

또 하나는 방어 길드가 영지성을 방어하고 공격 길드가 점령해야 하는 방식인 ‘공성전’ 방식의 전투였다.

공성전은 ‘수호의 전장’ 이라는 맵에서 진행되는데, 이 수호의 전장은 실제 해당 영지의 지형을 고스란히 가져온 가상의 맵이었기 때문에 매 영지전마다 지형이 바뀐다.

모든 영지전은 양 측 유저들 중 한 쪽의 유저들이 모두 전멸하거나, 주어진 1시간의 전투시간이 모두 지나고 나면 종료되며, 생존자가 많은 쪽이 승리하게 된다.

수호의 전장의 경우에는, 전투가 시작됨과 동시에 방어측의 영지성 안에 수호의 크리스탈이 생기는데, 그것이 파괴되어도 전투가 종료된다.

3. 영지전을 1회 승리한다고 해서 영지를 빼앗아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격길드가 용맹의 전장에서 3회 승리하고 나면 맵이 수호의 전장으로 바뀌는데, 이 수호의 전장에서 승리해야 영지를 빼앗아 올 수 있는 방식이다.

반면 방어길드는 용맹의전장과 수호의 전장을 통틀어 총 3회의 승리만 거두면 방어에 성공할 수 있다.

4. 영지전은 매 24시간마다 진행되며, 한번 모든 영지전이 끝나 승자가 결정된 영지는 일주일 동안 ‘거점지 보호’ 상태가 된다.

5. 모든 영지전은 각 진영 별로 30명의 유저만 출전할 수 있다.(국가전으로 규모가 커지면, 출전유저 숫자 제한이 100명으로 증가하며, 영지 소속 NPC의 출전에는 숫자 제한이 없다.)

6. 한 명의 유저가 같은 영지전에 2회 출전하고 나면 더 이상 출전이 불가능하다.

일견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영지전의 룰.

하지만 쭉 정리를 하고 난 진성은 게임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개발사의 노력이 느껴졌다.

진성이 정리해 놓은 내용을 읽어 내려가며 유현은 중얼거리듯 얘기했다.

“와, 그냥 길드전보다 훨씬 복잡하네 이거.”

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일반 길드전이야, 져 봐야 길드 명성만 깎이지 뭐 있냐. 순위 한두 개 떨어지고 나면 그만이잖아. 영지전이랑은 무게 자체가 다르지.”

“맞아.”

하인스가 워낙 알기 쉽게 잘 설명하기도 했지만, 진성이 잘 정리해 놓은 덕에, 두 사람은 금방 영지전의 룰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유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예를 한번 들어보자.”

“해봐.”

“만약 내가 공격길드고, 네가 방어 길드라고 했을 때, 내가 최단시간에 영지를 점령하려면, 4연승을 해야 하는 거네?”

“그렇지.”

“반대로 너는 3연승만 해도 방어에 성공하게 되는 거고.”

“응, 맞아.”

잠시 생각하던 유현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만약 용맹의 전장에서 3연승을 해서 수호의 전장까지 갔어. 그리고 수호의 전장에서 첫 패배를 해. 그럼 다섯 번째 영지전은 어디서 치러지는 거지?”

진성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거야 당연히 수호의 전장이지. 일단 공격길드가 용맹의 전장에서 3번 이기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계속 공성전을 해야 하는 거야.”

“아하….”

유현은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방어 길드에 유리한 룰이기는 하네.”

“아무래도 그럴 수 밖에. 공격길드에 비해 방어길드가 잃을 게 많은 싸움이니까. 공격길드야 일반 길드전이랑 마찬가지로 길드명성만 잃는 거잖아? 그거야 좀 잃어도 복구할 방법이 많지만, 길드영지를 한 번 뺏기고 나면 피해가 정말 막대하잖아.”

그 밖에 영지전의 특이점은, 한 유저가 같은 영지전에 세 번 이상 출전할 수 없다는 부분이었다.

영지전에 승리하기 위해선 매 전투 마다 인원 분배가 무척이나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안이 이 부분을 읽으며 중얼거렸다.

“전투에 참가할 수 있는 인원 제한이 30명 인 점은 일반적인 길드전과 동일한 부분인 것 같고… 한 명이 세 경기 이상 출전할 수 없게 만들어놓은 룰은… 절대강자 한 명이 혼자 영지전을 캐리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장치네.”

“그런 것 같아. 무조건 영지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도, 그 사람 혼자서 가져올 수 있는 승리가 최대 2회니까… 공격길드의 경우는 남은 2경기, 방어길드는 1경기를 나머지 유저들의 힘으로 가져와야 하네.”

대략적으로 정리를 끝낸 둘은 서둘러 치킨을 뜯기 시작했다.

이제 곧 한국서버 정점에 있는 두 길드인 다크루나 길드와 오클란 길드의 영지전이 시작될 것이었다.

방어길드가 오클란 길드였고, 공격길드가 다크루나 길드였다.

유현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진성에게 물었다.

“야, 넌 어디가 이길 것 같냐?”

“음… 글쎄?”

“난 아무래도 다크루나 길드 쪽에 좀 더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워낙 전력이 압도적이잖아.”

“그건 맞지만, 이번에 오클란에서 레미르를 영입했잖아. 그래서 사실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

유현은 살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홍염의 마도사 레미르? 마법사 랭킹 1위?”

“응, 맞아. 어젠가 커뮤니티에 떴던데.”

“캬, 그러면 또 모르지. 레미르 광역딜 한 번만 제대로 들어가면 진짜 죄다 녹아내리니까…. 왠지 마법사가 공성전에서는 극강일 것도 같고…. 또 수성이 유리하기도 하고.”

두 사람은 치킨을 뜯으며 TV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제 두 거대길드의 영지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진성은 유저들의 레벨을 훑어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저들도 곧 따라잡을 수 있어…!’

초기화 이후 까마득하게만 보였던 랭커들의 레벨이 이제 손 뻗으면 닿을 듯 크게 멀지 않아 보였다.

화면에 레벨을 공개해 놓은 유저들 중 가장 고레벨의 유저가 120대 후반 정도였다.

‘10위권 유저들은 이제 130 초반 정도 됐겠지.’

이안의 레벨은 이제 111.

이제 20레벨 정도 차이로 크게 좁혀진 것이었다.

어찌 보면 아직도 까마득한 차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었지만, 지금 이안의 레벨업 속도라면 머지않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었다.

이안은 더욱 전의를 불태웠다.

*          *          *

두 거대길드간 영지전의 스코어는 3:3으로 마무리되었다.

스코어는 같았지만 승자는 오클란 길드였다.

결국 수성하는 데 성공한 것.

처음 용맹의 전장에서 두 번의 전투를 가볍게 승리로 가져간 다크루나길드의 저력에 사람들은 다크루나길드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주요 전력을 1경기와 2경기에 대거 투입해 버린 다크루나길드는 세 번째 전투에서 석패를 했다.

힘겹게 한 번을 더 이기기는 했지만, 방어측 진영이 유리한 수호의 전장에서는 허무하게 2연패를 하며 공략에 실패한 것이었다.

예측대로 수성전에서 홍염의 마도사 레미르는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전투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지켜본 이안은 하나 깨달은 것이 있었다.

‘길드원들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영지전에서는 NPC가 정말 중요하구나.’

이안은 고레벨 NPC들이 전장에서 끼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NPC는 죽지만 않으면 연이어서 계속 출전이 가능했으니, 전략을 짜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었다.

‘방송에서 언급이 제대로 되진 않았지만… 난 오클란 길드가 레미르 덕에 이겼다고 하기보단 전술의 승리인 것 같은데….’

오클란 길드는 첫 두 경기를 버리는 패로 사용했다.

한번 죽으면 부활할 수 없는 NPC들은 첫 두 경기에 거의 투입되지 않았으며, 주요 랭커들도 전부 빠진 것.

가장 강력한 패인 홍염의 마도사 레미르는, 수성전에서 두 번 꺼내들면서 확실한 2번의 승리를 챙겨왔고, 나머지 전력을 모조리 투입해서 필드전에서의 1승도 챙겨 온 것이었다.

‘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긴 하지만….’

유현이 돌아가고 난 뒤, 카일란에 접속한 이안은 미뤄두고 있던 부하NPC의 등록을 서둘러야겠다고 느꼈다.

‘남작’ 작위를 가진 이안은 총 20명의 NPC를 수하로 등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등록한 NPC를 이안이 추방하게 되면 10만의 명성이 하락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신중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마지막까지 망설였던 이유가, 수하 NPC가 전투 중에 죽게 되면 어떤 패널티가 있을지 몰라서였는데…. 유저가 수하로 등록한 NPC는 일주일이 지나면 부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주저할 이유가 없지.’

귀족 작위가 있는 유저가 몇 없어서 지금까지 커뮤니티에 풀리지 않았던 정보였는데, 이번에 영지전으로 인해 개인 수하로 등용한 NPC가 많이 죽어나가면서 알려지게 된 정보였다.

이안은 서둘러 영지의 ‘소환술사 길드’ 로 걸음을 옮겼다.

며칠 전부터 이안이 수하로 등용하기 위해 점찍어 두었던 NPC가 그 곳에 있었다.

< (7). 영지전의 서막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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