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포를란 영웅의 무덤 -3 >
* * *
로터스 길드 영지의 영주는 이안이다.
하지만 부영주의 직위를 얻은 헤르스 또한 거의 대부분의 내정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피올란과 이안이 포를란 던전공략에 들어간 동안, 헤르스는 카윈과 함께 인재양성소에 들어왔다.
“형, 하루에 뽑을 수 있는 인재가 셋이라고 했지?”
헤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세 명 까지 뽑을 수 있더라. 근데 무조건 세 명 다 뽑을 필요는 없고. 스텟이 마음에 드는 인재가 하나도 없으면 안 뽑는 거지 뭐.”
카윈이 고개를 갸웃 했다.
“그래도 지금은 다 뽑는 게 낫지 않아? 인력 부족하잖아.”
“지금이야 그렇지.”
지금 헤르스는 ‘건축능력’을 가진 인재를 뽑으려 하고 있었다.
첫 번째 내정건물이야 건축에 소요시간과 자재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두 번째 건축물부터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건축능력의 레벨이 높은 인재를 등용하여 책임자에 임명하면, 그 능력치에 따라 건설기간이 줄어들며, 필요한 비용까지 감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에 영지 승급 초기인 지금, 주요 내정건물들도 다 지어지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건축능력을 가진 인재가 최우선으로 필요했다.
‘일단… 모한이라는 녀석은 뽑아야 할 것 같고….’
헤르스는 ‘모한’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재의 정보창을 찬찬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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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한
lv 87
종족 : 인간
직업 : 건축가
칭호 : (없음)
힘 : 375 (+ 5)
민첩 : 153 (+ 12)
지능 : 235 (+ 15)
체력 : 295 (+ 20)
직업능력
건축술 : 87
예술성 : 69
통솔력 : 80
* 건설속도 + 7%
* 건설비용 - 3%
전투능력 (열어보기)
세부능력 (열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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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한은 지금 인재양성소에 등장한 인재들 중 유일하게 ‘건축가’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인재였다.
헤르스는 일단 그를 등용하였다.
[인재 ‘모한’을 등용합니다.]
[‘모한’을 곧바로 건축현장에 투입하시겠습니까?]
“그래.”
헤르스가 대답하자 연이어 메시지가 떠올랐다.
[투입할 건축현장을 선택해 주십시오.]
지금 로터스 영지에 지어지고 있는 내정건축물은 ‘군사시설’과 ‘자원관리시설’ 이었다.
헤르는는 군사시설을 선택했다.
“군사시설에 투입한다.”
[인재 ‘모한’을 ‘군사시설’의 건축현장에 투입합니다.]
[‘군사시설’ 건축물의 시공속도가 7%만큼 증가합니다.]
[‘군사시설’ 건축물의 건설비용이 3%만큼 하락합니다.]
모한을 등용한 뒤, 헤르스는 남은 인재들 중 그나마 능력치가 양호한 인재들도 두 명을 더 등용한 뒤, 인재양성시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들도 모두 건축현장에 투입해 버렸다.
카윈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영지내정 컨텐츠 진짜 장난 아니게 복잡하고 많네.”
그 말에 헤르스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응. 그렇긴 한데, 그래도 사냥만 할 때 보다 더 재밌다 난.”
“그거야 그렇지. 아무래도 좀 새로우니까.”
크게 기지개를 한번 켠 카윈이 헤르스를 보며 말을 이었다.
“형, 이제 영지에서 할 건 대충 다 끝난 거 같은데, 우리도 포를란 갈까?”
“둘이서 가자고?”
“응.”
그 말에 헤르스는 조금 고민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음… 클리어가 되려나?”
“안될 게 뭐가 있어? 어제는 나랑 클로반형 둘이 가서도 5분이나 남기고 클리어 했다고.”
“아니, 너랑 클로반 형은 둘 다 전사니까, 딜이 어느 정도 나오잖아. 나랑 가면 전투 자체야 더 안정적이긴 하겠지만, 딜이 부족해서 클리어 시간을 맞추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사’ 클래스는 공격력과 맷집이 밸런스 있게 조화를 이룬 직업이었다. 그에 반해 ‘기사’ 클래스는 방어력과 생명력에 능력치가 집중 되어있는 퓨어 탱커의 역할을 하는 직업이다.
포를란 던전이 타임어택 던전 이었기 때문에 헤르스의 이런 걱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흐음… 내가 좀 더 빡세게 딜 해 볼게. 뭐 죽지만 않으면 클리어 실패해도 큰 패널티는 없잖아? 시간만 날리는 거지 뭐….”
카윈의 말에 헤르스는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해 보자 그럼.”
“그나저나, 피올란님은 이안형이랑 들어가서 과연 클리어 할 수 있을까? 내가 소환술사 전투방식이 어떤지를 잘 모르니까 짐작이 안 되네.”
초기화 이후에는 이안이 길드원들과 파티 사냥을 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안 외의 다른 소환술사가 전투하는 것을 본 적도 없는 카윈이었다.
북부대륙에서 사냥이 가능한 고레벨의 소환술사 유저 자체가 무척이나 드물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카윈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헤르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소환술사가 PVE에 특화된 직업이라고는 하는데, 마법사인 피올란님이랑 시너지가 좋을지는 알 수 없으니까. 그래도 이안이 소환수들로 피올란님 마법 캐스팅 가능하게 잘 지켜줄 수만 있다면 충분히 클리어 할 것 같긴 하네.”
카윈이 덧붙였다.
“하지만 이안형이 초행길이니까. 쉽지는 않을 거야.”
헤르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것도 그렇네.”
하지만 두 사람의 걱정(?)은 정말 기우에 불과한 것이었다.
* * *
“피올란님, 조심!”
이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피올란의 머리 위로 거인의 몽둥이가 떨어져 내렸다.
쾅-!
마법사인 피올란이 맞으면 곧장 빈사상태가 될 수 있을 만한 무지막지한 위력!
하지만 다행히 피올란이 재빨리 피한 뒤였다.
“이안님, 저 이제 1분만 있으면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 전부 다 돌아와요!”
피올란의 외침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넵!”
대답을 한 이안은 분주히 소환수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할리야, 뒤 쪽으로 돌아가서 최대한 여러 번 공격해!”
크허엉-!
할리의 패시브 능력인 ‘후려치기’를 터뜨리기 위해선, 강한 한 방의 공격보다 빗맞은 공격이라도 여러 번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할리는 그런 이안의 명령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퍽- 퍼퍽-!
할리의 앞 발이 연속해서 거인을 타격했다.
그리고 이안이 의도한 대로 거인은 기절상태에 빠졌다.
쿵-
하지만 기절이 발동하자마자 바로 풀려버리는 거인을 보며 이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어후, 상태이상 면역력이 강하다더니 뭐 저렇게 빨리 풀려 버리냐.’
원래도 지속시간이 1초밖에 되지 않는 스턴기였지만, 1초는커녕 0.5초도 기절하지 않는 거인을 보며 이안은 분주히 움직였다.
게다가 면역력이 높으면 기절에 걸릴 확률도 낮아지는 건지, 좀처럼 기절이 잘 발동되지도 않았다.
“라이는 앞쪽에서 시선 끌면서 빈틈 노리고, 떡대가 최대한 공격 맞아줘!”
쿵- 쿵-
떡대 보다도 두 배 이상 몸집이 큰 거인이 한 번 움직일 때 마다 던전 전체가 진동하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이안과 피올란은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며 거인을 지속해서 공격했다.
그리고 곧, 거인의 이름이 천천히 깜빡이기 시작했다.
‘이제 생명력이 반 정도 남았나보네.’
이안은 경과시간을 슬쩍 확인했다.
‘28분…. 이미 S등급 클리어는 실패했지만, A등급 클리어는 가능하겠어.’
35분이 경과하기 전에만 클리어하면 A등급이라 했다.
그리고 남은 7분 정도면 거인의 생명력을 전부 소진시키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이안님, 시선좀 끌어주세요!”
피올란의 외침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마법들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온 피올란이 마법을 캐스팅할 시간을 벌어줘야 했다.
후우웅-!
피올란을 중심으로 새파란 냉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확인한 이안이 거인을 향해 마력의 구체를 연달아 쏘아 보냈다.
펑- 퍼펑-!
그러자 떡대를 공격하던 거인의 시선이 이안을 향해 돌아왔다.
“이쪽이다!”
거인을 도발하기 위한 이안의 외침.
하지만 잠시 이안을 향했던 거인의 시선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때, 거인의 한쪽 손이 새파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저건…! 그 물대포!’
거인의 필살기 라고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
아직까지 한번 도 발동된 적이 없었던 그 스킬이 발동되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안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 하필 왜 피올란님을 타게팅한거야!’
피올란은 마법을 캐스팅하는 중이었다.
마법을 캐스팅하는 동안에는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쉽게 말해 캐스팅을 중지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물대포를 맞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거인의 손바닥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을 발견한 피올란이 캐스팅을 중지시키려 할 때, 이안이 외쳤다.
“피올란님, 캐스팅 멈추지 마세요!”
“네?”
“제가 막을게요!”
그리고 커다란 굉음과 함께, 거인의 손에서 새파란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콰아아-!!
그 굵기가 거의 아름드리 나무에 버금갈 정도로 무지막지한 물줄기!
빠르게 달려 피올란의 앞을 막은 이안은 등을 돌려 물줄기를 받아 내었다.
펑- 퍼퍼펑-!
앞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한쪽 발을 뻗어 지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안이 미리 노리고 있었던 뿍뿍이의 고유능력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소환수 ‘뿍뿍이’의 고유능력 ‘물의 지배자’가 발동됩니다.]
[소환수 ‘뿍뿍이’가 ‘포를란 거인’의 워터캐논을 흡수하여 생명력을 3749만큼 회복합니다.]
이후에도 물줄기는 계속되었지만 이미 뿍뿍이의 생명력이 가득 차버렸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었다.
[소환수 ‘뿍뿍이’의 생명력이 0만큼 회복됩니다.]
[소환수 ‘뿍뿍이’의 생명력이 0만큼 회복됩니다.]
:
:
연속해서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이안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자, 역시 되는구나!’
모든 물 속성 공격을 흡수하여 그 피해량 만큼 생명력을 회복하는 능력인 ‘물의 지배자’!
한 번도 활용할 기회가 없었던 뿍뿍이의 고유능력을 드디어 요긴하게 사용한 이안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거대한 물줄기가 끝나자, 물의 포탄도 연이어 피올란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안은 빠르게 몸을 움직여 모든 공격을 전부 다 받아 내었다.
펑- 퍼펑-!
피올란은 경악한 표정이 되었다.
“이안님, 대체 뭐예요? 그걸 다 맞았는데 어떻게 멀쩡한 거예요?”
이안은 씨익 웃으며 대꾸했다.
“그건 있다가 설명해 드릴게요, 일단 마법이나 좀 쏴 봐요!”
“5초 남았어요!”
곧 피올란의 마법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연계마법이 하나씩 명중되기 시작하자, 이안도 모든 소환수들을 동원해 총 공격에 들어갔다.
크르릉-!
이안은 거인의 이름이 점멸하는 속도를 슬쩍 확인해 보았다.
‘저 정도면 이제 생명력이 30% 이하로 떨어졌겠지?’
이안은 라이에게 명령을 내렸다.
“라이야, 피의 갈망!”
크릉- 크릉-!
피의 갈망 능력이 발동하자, 라이의 붉은 갈기들이 더욱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소환수 ‘라이’의 공격력과 민첩성이 3분 동안 30%만큼 증가합니다.]
[소환수 ‘라이’의 움직임이 3분동안 40%만큼 빨라집니다.]
[이제부터 생명력이 30% 이하인 적을 공격할 때, ‘라이’의 모든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2회 적용됩니다.]
이안은 지팡이를 고쳐 쥐며 거인을 응시했다.
‘이번에 잡는다…!’
이안과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는지, 피올란도 안간힘을 쓰며 마법을 난사하고 있었다.
이안과 피올란의 모든 스킬들이 거인을 향해 집중포화 되었다.
공격에 적중될 때 일어나는 찰나지간의 역동작으로 거인의 그 거대한 몸집이 조금씩 뒤로 밀려날 정도.
쾅- 콰쾅-!
그리고 잠시 후.
포를란 거인의 거대한 신형이 천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5). 포를란 영웅의 무덤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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