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93화 (123/1,027)

< (5). 포를란 영웅의 무덤 -2 >

‘일단 지금은 쓸 수 있는 스킬들만 생각하자!’

잠시 핀의 스킬들에 대한 생각을 접어둔 이안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라이와 할리를 슬쩍 보았다.

크르릉- 크릉-!

라이는 이안의 사냥에서 언제부턴가 항상 몰이꾼의 역할을 톡톡히 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능숙하게 몬스터들을 몰고 있었고, 할리도 라이가 하는 양을 보며 금방 배워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세 방향의 몬스터를 성공적으로 몰이하여 돌아오는 이안을 보며, 피올란이 다급히 소리쳤다.

“이안님! 빨리 오세요! 이제 곧 빙하의 장막이 깨져요!”

빙하의 장막이 깨지더라도 성소의 체력이 다 닳지만 않으면 괜찮았지만, 워낙 많은 몬스터를 몰아온 탓에 자칫 잘못하면 허무하게 성소가 깨져 버릴 수도 있었다.

‘으… 생각보다 빠듯하네….’

이안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떡대의 어비스홀 스킬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확인했다.

‘3… 2… 1… 지금…!’

“떡대, 어비스 홀!”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온 떡대의 어비스홀이 다시금 발동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좁은 협곡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몬스터를 묶을 수는 없었다.

이안의 양 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은 몬스터들에게 전류증식을 난사하여 최대한 마비를 걸어주기 위함이었다.

지직- 지지직-!

그리고 입으로는 소환수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라이, 할리! 너희는 최대한 멀리 떨어진 녀석부터 합공으로 죽여!”

크릉- 크릉-!

이안의 명령을 받은 두 소환수는 재빨리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이안 또한 쉴 새 없이 정령스킬들을 난사했다.

물론 정령마력이 모두 떨어지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레이크는 이안이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더라도 알아서 잘 싸워주고 있었다.

[소환수 ‘레이크’의 고유능력인 ‘용암의 숨결’이 발동합니다.]

화르륵-!

레이크의 용암의 숨결과, 이안의 전류증식. 그리고 피올란의 빙계 광역마법들이 한 데 어우러져 발이 묶인 몬스터들을 빠르게 쓸어 담기 시작했다.

떡대의 어비스홀 효과가 끝난 이후에도, 이안의 전류증식에 붙어있는 부가효과인 ‘마비’와 피올란의 빙계마법에 붙어있는 부가효과인 ‘빙결’이 중첩으로 시너지를 일으키자 몬스터들은 계속해서 발이 묶일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피올란은 헤르스에게 보호받던 상황보다도 훨씬 안전하게 광역마법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

쾅- 콰콰쾅-!

그리고 두 번째 페이즈가 시작된 지 10분도 채 지나기 전에, 페이즈가 끝났음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영웅의 성소’의 방어에 성공하셨습니다.]

메시지가 울려 퍼지자, 피올란과 이안의 시선이 동시에 경과시간을 향했다.

[00:13:24]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시점에 끝난 두 번째 페이즈.

피올란은 경악했다.

‘헤르스님이랑 들어왔을 때보다 두 배 이상 빠르잖아?’

이안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페이즈를 진행시켰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사’ 클래스의 특성상 이안에 비해 헤르스의 딜량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피올란은 자세를 다잡았다.

‘어쩌면 첫 번째 시도부터 B랭크 이상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의 속도가 유지된다면 산술적으로는 S랭크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속도가 가능했던 것은 두 사람의 스킬궁합이 광역 몰이사냥에 특화되어 있었기 때문이었고 세 번째 페이즈 부터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는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리고 곧, 던전의 세 번째 페이즈가 시작되었다.

[‘증오의 거인’들이 잠에서 깨어납니다.]

피올란이 다급히 말했다.

“세 놈 중에 가장 큰 녀석이 스턴스킬 사용하는 녀석이에요! 아마 가운데 놈일 거예요.”

“나머지 두 놈은 조심해야할 거 없어요?”

피올란의 대답이 이어졌다.

“왼쪽에 철퇴를 든 놈은 한 번씩 충격파를 뿜어내는데, 발동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 피하기는 쉬워요. 하지만 못 피하면 둔화 상태에 걸릴 수도 있어서 스턴까지 연계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하구요.”

“오른쪽은요?”

“오른쪽에 해머 든 녀석은 그냥 공격력이 무지막지한 놈이에요. 대신 생명력이 가장 약한 걸로 기억해요.”

대충 파악이 끝난 이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영상에서 봤을 때도 가장 위험해 보이는 놈은 가운데 녀석이었어. 할리의 스턴기술로 놈을 최대한 묶어야 하는데….’

할리는 고유능력 중 하나인 ‘후려치기’ 덕에 10%의 확률로 일반 공격시 적을 기절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바람의 수호자’ 스킬을 사용해서 민첩성을 극대화 시키면 할리의 공격속도가 배 이상 빨라진다.

그렇게 되면 거인이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계속해서 기절 효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안이 노림수가 바로 이것이었다.

기절 효과를 지속적으로 줄 수 있다면 아무리 위협적인 스킬이라도 발동 자체가 안될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첫 번째 페이즈에서 바람의 수호자 스킬을 써 버렸기 때문에, 다시 사용하기 위해선 6~7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했다.

‘어차피 최종 보스는 상태이상 면역력이 강해서 스턴이 잘 걸리지도 않을 테니, 바람의 수호자 스킬은 이번 페이즈에 쓰는 걸로 해야겠어.’

이안은 커다란 발소리와 함께 천천히 다가오는 거인들을 보며 피올란에게 물었다.

“피올란님, 저 중간놈이 처음부터 스턴 스킬을 사용하나요?”

이안의 질문 의도를 파악한 피올란이 재빨리 대답했다.

“아뇨, 그건 아니에요. 생명력이 반 이상 소모된 뒤부터 스턴기술을 사용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까지 던전 공략할 때 항상 저 놈을 마지막에 잡았어요.”

“오케이, 그럼 오른쪽 놈부터 먼저 공격하죠.”

“네!”

이안의 머릿속에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최대한 빨리 오른쪽 놈을 잡는다. 그리고 가운데 놈을 공격하다 보면 할리의 고유능력 재사용 대기시간이 돌아올 거야.’

왼쪽 녀석은 이안이 생각하기에 가장 위협 요소가 적은 놈이었다.

둔화 상태이상 자체는 위협적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발동시간이 느리다면 맞아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안뿐만 아니라 제법 컨트롤 능력이 좋은 피올란도 마찬가지로, 그 정도의 스킬에는 당해주지 않을 것이었다.

가운데 녀석이 스턴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 옆에서 자꾸 충격파가 날아오면 귀찮아질 수 있긴 했지만, 그 위험요소를 할리의 연속스턴으로 방지할 생각이었다.

할리의 ‘바람의 수호자’가 지속되는 2분 안으로 가운데 녀석을 잡아버리고 혼자 남은 왼쪽 녀석을 공격하면 완벽한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머릿속에서 설계(?)가 모두 끝난 이안은 떡대를 앞세워 오른쪽 분노의 거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 저 놈부터 집중공격!”

대부분 소환수의 고유능력이 재사용 대기시간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일반공격과 소환수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것만으로 적을 상대해야 했다.

‘라이의 피의갈망 스킬은 조금 아껴놔야지.’

피의 갈망은 할리의 바람의 수호자 능력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돌아오면 함께 발동시킬 생각이었다.

그 때, 피올란이 소리쳤다.

“이안님, 저 시간 조금만 벌어주세요!”

이안은 피올란이 최상급 공격마법을 캐스팅하려한다는 것을 깨닫고, 할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할리야, 저 두 놈 관심 좀 끌어줘!”

크허엉-!

할리의 딜이 잠시 빠진다고 하더라도, 피올란의 마법을 성공시키는 게 훨씬 더 강력한 딜이 들어갈 것이었기 때문에, 이안의 명령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 할리가 몸을 날리자, 이안은 오른쪽 거인을 향해 마력의 구체를 쏘아 보냈다.

“이쪽이다 이놈아!”

연이어 이안의 ‘약점포착’ 스킬이 발동하였다.

“피올란님, 이 스킬 기억하시죠?”

이안의 물음에 피올란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초기화 전 이안님 밥줄이었잖아요. 초기화 후에도 어떻게 얻으셨네요?”

“어쩌다 보니….”

피올란은 이안의 약점포착 스킬로 인해 표시된 거인의 약점들을 향해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안은 전류증식을 이용해 세 거인의 움직임을 최대한 둔화시켰다.

지직- 지지직-!

세 거인이 지근거리까지 다가오자, 떡대의 어비스홀이 또 한번 발동했다.

“떡대, 지금!”

후우웅-!

어비스홀은 정확히 세 거인을 발동범위 안에 집어넣는 데 성공했지만, 원체 몸집 자체가 크고 무거운 보스급 몬스터들이다 보니, 일반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처럼 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상범위 안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안은 당황하지 않았다.

‘어차피 피올란님 스킬 캐스팅될 시간만 벌어주면 되는 거였으니까…!’

그리고 이안의 기대대로, 떡대의 어비스 홀은 그 정도의 시간을 벌어주기에는 충분했다.

“하압…!”

짧은 기합성과 함께, 피올란의 지팡이에서 커다란 냉기구체들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아이스 스톰…!”

쾅- 콰콰콰쾅-!

휘몰아치듯 나선형의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투사체들은, 정확히 거인의 약점들에 틀어박혔다.

‘지금이야!’

피올란의 공격에 순간적으로 휘청하는 거인의 모습을 이안이 놓칠 리 없었다.

우우웅-

이안의 지팡이를 타고 파란 마력의 구체가 발사되어 거인의 약점을 연속해서 타격했다.

펑- 퍼펑!

[마력의 구체를 명중시켜 ‘증오의 거인(3)’ 에게 4973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적을 성공적으로 명중시켜 5의 정령마력을 다시 회복합니다.]

강력한 고위마법을 명중시키는데 성공한 피올란은 연이어 금방 캐스팅되는 하위등급의 공격마법들을 쏘아내어 거인을 공격하였다.

쐐애액-!

그리고 두 사람의 완벽한 연계공격에, 거인의 생명력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쿵-!

공격하던 거인의 거구가 내려앉자, 두 사람은 재빨리 공격대상을 바꾸었다.

피올란은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가운데 거인을 두고 왼쪽을 공격하려 하였다.

그런데 이안이 그녀를 제지하였다.

“피올란님! 큰 놈 먼저!”

“네에?”

피올란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안에게 어떤 생각이 있을 것이라 여겨 더 캐묻지 않고 그의 말을 따랐다.

이안은 할리의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을 확인했다.

‘좋아, 이제 2분만 있으면 바람의 수호자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온다…!’

이안과 피올란은, 방금 전 오른쪽 거인을 상대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가운데 거인의 생명력을 야금야금 갉아 먹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컨트롤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었다.

‘됐어, 이제 재사용 대기 시간은 돌아왔는데….’

아직 거인의 생명력이 반 이상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바로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이제 곧 녀석이 스킬을 사용할 때가 됐으니까…. 놈이 스턴기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그 때 바람의 수호자를 발동시켜야겠어.’

그리고 이안의 예상처럼, 곧 거인의 한쪽 주먹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할리, 바람의 수호자!”

그 뒤는 이안이 생각했던 것처럼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아니, 오히려 할리의 연속 스턴이 터지기 시작하자 허무할 정도로 쉽게 거인을 제거할 수 있었다.

퍽- 퍼퍽-!

[소환수 ‘할리’의 고유능력, ‘후려치기’ 가 발동합니다.]

[‘증오의 거인’이 1초간 ‘기절’ 상태에 빠집니다.]

:

:

가장 큰 두 번째 거인마저 쓰러지자, 남은 한 녀석은 그야말로 손쉽게 잡아낼 수 있었다.

스킬을 사용할 때를 제외하면 공격패턴이 다른 두 녀석과 거의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오케이!”

마지막 거인을 쓰러뜨린 피올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세 번째 페이즈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했음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증오의 거인들을 모두 처치하셨습니다.]

시간은 이제 23분 정도가 경과한 상태였다.

피올란은 그것을 확인하고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23분이나 지났네요. 대체 S등급 클리어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S등급 클리어를 성공하려면 남은 2분 안에 보스를 처치해야한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피올란의 투덜거림에 이안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저는 충분히 더 단축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에엑…? 정말요?”

이안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곧 영웅의 성소가 허공으로 비산하며 던전의 보스인 ‘포를란의 거인’이 등장할 것이었다.

두 사람은 숨을 고르며 ‘영웅의 성소’를 응시했다.

“이제 마지막이네요. 조금만 더 집중하죠.”

“그래요. S는 못 받더라도 A등급은 받아 봐야죠?”

“좋아요!”

간결한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둘의 시야 상단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제 포를란의 영웅이 깨어납니다.]

< (5). 포를란 영웅의 무덤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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