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영지 경영 -1 >
띠링-
[‘로터스’ 길드의 길드원 ‘이안’ 유저의 신분이 ‘남작’ 등급으로 상승했습니다.]
[‘로터스’ 길드의 길드명성이 15만 상승합니다.]
[‘로터스’ 길드의 거점지가 ‘촌락’ 등급에서 ‘영지’ 등급으로 승급되기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단, 귀족 작위가 있는 유저가 영주가 될 때만 승급이 가능합니다.)]
거점지 내부에 있는 잡화상점에 사냥으로 획득한 잡템들을 팔고 있던 헤르스와 피올란, 그리고 카윈은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서로를 쳐다 보았다.
길드원 모두에게 전송되는 길드 시스템 메시지였기 때문에, 세 사람에게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던 것이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카윈이었다.
“크으, 이 형 정말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네!”
세 사람이 잡화상점에 있었던 이유는, 반나절 간 치안등급을 승급기준에 맞추느라 사냥한 뒤, 거기서 얻은 잡템들을 팔기 위함이었다.
그 말인 즉, 다른 거점지 기준을 전부 맞추자 마자 이안의 승급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소리였다.
시스템 메시지를 듣자마자 서둘러 길드정보에 들어가 이안의 정보를 확인해 본 피올란은 고개를 저으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이안님은 정보를 왜 죄다 비공개로 해 놓은 건지 모르겠네요. 귀족 작위 생긴 거 구경하려고 들어가 봤더니 죄다 표시 없음으로 떠 있네.”
카윈도 함께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안형 레벨도 궁금한데 알 수가 없잖아?”
헤르스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레벨 따라잡혔을 까봐 그러는 건 아니고?”
카윈은 잠깐 움찔 했지만 곧 코웃음치며 말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형. 90레벨 넘은지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나를 따라잡아? 이제 한 95레벨 정도 되지 않았으려나?”
옆에 있던 피올란이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
“아마 100레벨 언저리까진 올리지 않았을까요?”
“에이… 설마요. 95레벨 넘고부터 레벨이 얼마나 안 오르는데….”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헤르스가 피식 웃었다.
“그거 비공개 설정은… 아마 그냥 레벨 낮을 때 설정해 놓은 거 귀찮아서 안 바꾼 거 일 거야. 그리고 이안이 레벨은 내가 마지막으로 물어봤을 때 98인가 그랬어.”
카윈이 당황한 표정이 되어 혀를 내둘렀다.
“에엑…? 대체 언제 또 그렇게 올린 거야?”
아마 이안이 이미 103레벨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세 사람 모두 놀라서 기절했을 것이었다.
가장 레벨이 높은 피올란의 레벨이 이제 겨우 113 정도였고 헤르스는 107레벨, 카윈은 103레벨 이었으니까.
카윈의 경우에는 따라잡힌 것이다.
“아무튼 대단하네요, 정말.”
피올란의 말에 카윈과 헤르스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헤르스의 중얼거림이 이어졌다.
“그런데 대체 무슨 퀘스트를 했기에 처음부터 남작 작위를 받은 거지 이놈은?”
그 말에 피올란이 반문했다.
“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원래 처음 받을 수 있는 작위가 남작인 거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 헤르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이번에는 카윈이 물었다.
“그럼 원래 뭐부터 시작하는 건데?”
헤르스의 대답이 이어졌다.
“내가 듣기로는 처음 제국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준남작이나 기사 작위를 받는 걸로 알고 있었거든.”
“그래?”
“응. 그래서 난 내심 이안이 준남작 작위로 시작하기를 바랬었어. 기사 작위로도 영지 승급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제약이 많이 걸리거든. 준남작부터가 진정한 귀족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피올란이 덧붙였다.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저도 대충 정보를 찾아보긴 했었는데, 준남작이랑 남작이 다른 거라고 생각을 안했어요. 그냥 남작이라니까 그러려니 했던 거였는데…. 그럼 이안님 준남작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작위를 받으신 거네요?”
헤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맞아요. 이런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었는데… 어쨌든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거죠 뭐.”
카윈이 삐죽거리며 투덜거렸다.
“아니, 이 형은 뭐 이렇게 운도 좋아?”
그 모양을 보며 헤르스는 피식 웃었다.
“나도 처음엔 그냥 운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걸 느낀다 요즘따라.”
헤르스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 중에 그 놈만큼 악착같이 게임하는 사람 있냐?”
피올란과 카윈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이안의 게임 플레이량은 길드원 중 그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었다.
게임에 접속해 있는 시간만 가지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하루 종일 접속해있는 길드원들은 제법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안은 그냥 접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쉴 새 없이 사냥이건 퀘스트 건 닥치는 대로 한다.
그것이 다른 점이었다.
“아무튼 대단한 놈이야. 남작 작위 받은 유저는 내가 알기로 아직 스무 명도 안 될 텐데….”
그리고 신규유저 중에는 이안이 처음일 것이었다.
게다가 남작보다 상위 등급인 자작이나 백작 작위를 가진 유저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 또한 길드랭킹 상승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될 것이었다.
“그러게요. 이제 퀘스트도 다 완료하신 것 같으니 이안님 곧 거점지로 오시겠죠?”
헤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아요. 제가 영지 승급에 관해 이야기 해 놓았으니… 곧바로 올라올 거예요. 이안이 올라오면 곧바로 영지 승급 시켜야 겠어요.”
“그래요. 그나저나 이거 부길마 자리 다시 이안님께 넘겨줘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말에는 헤르스와 카윈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카윈이 말했다.
“노노. 부길마는 계속 피올란님께서 하시는 걸로.”
헤르스도 동조했다.
“맞아요. 제 생각에도 부길마는 피올란님께서 하시는 게 길드에 여러모로 보탬이….”
길드 초기에야 부길마의 역할이랄 만한 게 별로 없었지만, 그때에 비해서 길드 규모도 두 배 이상 커진 데다, 거점지까지 생긴 지금 부길마가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주구장창 사냥만 하는 이안보다는 좀 꼼꼼하고 일처리를 잘 하는 피올란이 더 어울린다고, 두 사람 모두 생각한 것이었다.
피올란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안님이 서운해 하시지 않을 까요…?”
카윈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런 거 신경도 안 쓰는 형인 거 아시잖아요. 벌써 이안형 안 지 몇 달 은 되신 분이 왜 이러실까….”
* * *
한편, 이안은 세 사람의 예상처럼 거점지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무척이나 가벼운 발걸음!
흥얼거리는 이안의 어깨에는 아름다운 금빛 깃털을 늘어뜨린 새끼 그리핀이 앉아 있었다.
꾸룩- 꾸룩-!
“핀아, 배고파?”
끄덕.
이안은 새로 얻은 전설등급의 소환수인 그리핀의 이름을 ‘핀’ 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라이에게 사용하고 있던 훈련 스킬을 일단 핀에게 몰아주는 중이었다.
‘한 3일 정도면 핀이 잠재력을 100까지 찍을 수 있을 테니까…. 라이는 그 뒤에 다시 훈련시키지 뭐.’
핀은 처음 얻었을 때부터 잠재력이 90이나 되었다.
할리와 마찬가지로 핀 또한 잠재력을 100까지 만들어 놓고 난 뒤 레벨업을 시킬 생각이었기 때문에, 일단은 핀의 잠재력을 올려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디보자, 마약 미트볼이 어디 있었더라…?”
이안이 인벤토리를 뒤지기 시작하자, 그의 등에 매달려 졸고 있던 뿍뿍이가 눈을 번쩍 떴다.
미트볼이라는 단어는 뿍뿍이에겐 그 어떤 알람보다 확실한 알람이었다.
미트볼이라는 세 글자만 들리면 언제든지 눈이 번쩍 뜨여지는 뿍뿍이.
뿍-!!
그것을 본 이안이 피식 웃었다.
“그래, 너도 하나 줄게 기다려.”
오전치 미트볼 할당량을 이미 먹어버린 뿍뿍이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흔쾌히 미트볼을 내어놓는 이안을 보며 감동하고 말았다.
뿍…!
“자, 여기 있다. 맛있게들 먹어라.”
소환수들에게 미트볼을 나눠준 이안은 잠시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두 마리의 소환수가 미트볼을 먹는 모습을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거점지로 돌아가면 영지 경영부터 먼저 시작해야겠지?’
헤르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길드원들이 이안이 영지에는 관심이 없는 줄로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틀린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벌려놓은 퀘스트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영지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일 뿐, 이안은 영지라는 새로운 컨텐츠에 무척이나 큰 흥미를 느끼고 있던 중이었다.
새로운 연구거리가 생긴 기분이랄까?
이안은 두 세 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거점지에 대해 제법 많은 공부를 했다.
남작 작위를 받았으니 분명 그가 영주가 되면서 영지가 승급될 것이었고, 그렇다면 영지의 모든 컨텐츠에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야 했다.
‘지금까지야 유현이가 알아서 잘 해줬으니 신경 쓸 일 없었지만… 실질적으로 영지관리를 이제 내가 하게 될 테니 최대한 잘 성장시켜 봐야지.’
거점지를 영지 등급으로 승급시키는 데 성공한 길드들이 아직 많지 않아서 많은 정보가 풀리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흥미로운 정보들이 제법 있었다.
특히, 사병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이안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었다.
‘사병들을 잘 키워서 대규모 토벌대를 꾸리면 사냥 효율이 분명 엄청 좋을 거야.’
이번에 NPC들 덕에 막대한 경험치를 쓸어 담아 본 이안이었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할리도 80레벨이 넘었으니 이제 핀 레벨만 일정수준까지 올리고 나면… 후후….’
핀의 ‘분쇄’ 스킬로 몬스터들을 쓸어 담을 생각에, 이안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는 보유한 소환수들을 키우는 데 주력할 시간이었다.
어차피 새로운 소환수를 영입하기에는 통솔력에 여유도 없었다.
핀의 등급이 전설이라 그런지, 통솔력을 어마어마하게 잡아먹는 바람에 통솔력이 한계치까지 꽉 들어차 버린 것이었다.
그마저도 전설의 소환수 최초 부화로 인해 얻은 추가 통솔력 때문에 겨우 가능했던 것.
‘신룡의 알이 언제 부화할 진 모르지만… 그 땐 또 통솔력 늘릴 방법이 생기겠지 뭐.’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환수들의 식사가 대충 끝난 것 같았다.
그런데 뿍뿍이가 핀의 앞에서 뭔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뿍- 뿍-
이안이 살펴보니 핀이 미트볼을 반만 먹고 앞에 남겨놓은 것이었다.
뿍뿍이는 바로 그것을 탐내고 있었다.
핀은 뿍뿍이를 한번 보더니 한쪽 발로 미트볼을 슬쩍 밀었다.
꾸룩- 꾹꾹-
도도하고 새침한 핀의 표정은 마치, 나는 이미 배가 부르니 먹던 말던 알아서 하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리고 뿍뿍이는 잽싸게 기어가서 핀의 미트볼을 단숨에 입 속으로 집어 넣었다.
뿍- 뿌뿍-!
뿍뿍이의 행복한 표정!
그 모습을 보며 이안은 실소를 흘렸다.
핀에게도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면 ‘뿍뿍이의 호감도가 200% 상승했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떠 있을 것 같았다.
‘핀이는 식탐이 별로 없나보네.’
깃털을 이용하여 미트볼 기름이 묻은 부리를 고상하게 손질하는 핀!
반면에 핀이 남긴 미트볼까지 순식간에 먹어치운 뿍뿍이는 흡족한 표정으로 빨빨거리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뿍뿍이가 핀이를 많이 좋아하겠어.’
뿍뿍이로서는 마치 닭다리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와 함께 치킨집에 온 것 같은 상황이랄까.
뿍뿍이는 어느새 핀의 옆으로 다가가 머리를 부비고 있었다.
거의 소울 메이트를 찾은 듯한 표정!
핀도 뿍뿍이가 싫지는 않은 표정이었다.
이안은 피식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소환수들이 친하게 지내는 것은 그에게 반가운 일이었다.
“자, 가자 얘들아. 이제 금방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이안의 말에 핀은 곧바로 날아와 그의 어깨에 앉았으며, 뿍뿍이도 짧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이안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안은 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 (4). 영지 경영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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