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그리핀의 부화 -3 >
‘얘들은 레벨이 오르면서 점점 자라는 건가? 새끼라 그런지 되게 조그맣네.’
어찌 되었든 지금 이안에게 가장 궁금한 부분은 그리핀의 능력치였다.
이안은 둘 중 한 마리의 그리핀의 정보를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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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핀 -
레벨 : 1
분류 : 신수
등급 : 전설
성격 : 강인함
진화불가
공격력 : 23
방어력 : 10
민첩성 : 28
지 능 : 15
생명력 : 475 / 475
마 력 : 265 / 265
고유능력
- 바람의 수호자
바람 속성의 공격을 받으면 3분간 공격력이 30% 증가한다.
- 제왕의 포효
그리핀의 포효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핀이 포효하면 반경 50m 이내의 모든 아군의 민첩성이 30% 증가하며 모든 적들의 움직임이 30% 느려진다.
효과는 10분간 지속된다.
(재사용 대기시간 30분)
- 분쇄
강력한 날갯짓으로 거대한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적들을 난도질한다.
10초 동안 지속되며, 0.5초당 공격력의 125%의 피해를 적에게 입힌다.
(전방 15m, 부채꼴 형태로 분사된다.)
(재사용 대기 시간 10분)
전설 속의 신수이자, 창공의 지배자이다.
바람의 기운을 타고나 무척이나 민첩하고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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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그리핀의 능력치를 확인하자마자 자연스레 할리칸과 비교하고 싶어졌다.
‘할리칸의 1레벨 능력치가 몇 이었더라… 어디 적어뒀었는데….’
곧 메모해둔 수첩을 찾은 이안은 그리핀과 할리칸의 능력치를 비교해 보았다.
‘방어력 빼고 전부 다 그리핀이 높잖아?’
특히 민첩성의 경우는 거의 2배 가까이 되는 수준.
이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두 마리가 아니라 한 마리였으면 미련 없이 황제에게 돌려줬을 것이었다.
아니, 돌려주지 않을 방법 자체가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쌍둥이로 태어나다니.
두 마리 고스란히 돌려주기에는 전설의 신수인 그리핀의 유혹이 너무도 강렬했다.
‘나머지 한 마리 능력치도 확인해 보자.’
이안은 두 마리의 그리핀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같은 그리핀이라 그런지 고유능력은 정확히 일치했다.
구지 차이점을 찾자면, 분쇄 스킬의 계수가 2% 정도 차이 나는 수준?
하지만 전투 능력치는, 두 번째로 확인한 그리핀이 모든 부분에서 2~3 정도씩 부족했다.
‘쌍둥이라고 능력치까지 같지는 않구나.’
그리고 이란성 쌍둥이(?)였는지 성별도 달랐다.
고유능력들은 하나같이 전부 마음에 들었다.
특히 ‘제왕의 포효’ 스킬은 아군의 버프와 적의 디버프를 동시에 걸어줄 수 있는 훌륭한 광역 스킬이었으며, ‘분쇄’ 스킬은 레이크의 브레스보다도 월등한 공격 계수를 자랑하는 막강한 광역 공격스킬이었다.
이안은 분쇄 스킬의 계수를 계산해 보았다.
‘0.5초당 125% 계수로 10초간 공격하면….’
이안의 입이 쩍 벌어졌다.
‘미친…! 공격계수가 2500%라는 소리잖아?’
쉽게 말해서 공격력의 25배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피해를 광역으로 입힐 수 있는 스킬인 것이었다.
레이크의 스킬인 브레스의 계수가 500% 정도인 걸 생각하면,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광역 공격기!
물론 레이크의 브레스는 한 순간에 적들을 집어삼키는 스킬이고, 그리핀의 분쇄 스킬은 10초동안 지속시켜야 하는 채널링 스킬이었기 때문에 비교 기준이 조금 애매하기는 하였지만, 어찌 되었든 위력적인 스킬임에는 분명했다.
‘재사용 대기 시간도 브레스보다 훨씬 짧고….’
이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미 그의 마음은 기울었다.
지금 이 제단 위에는 이안 말고 아무도 없었다.
이안만 입을 걸어 잠그면 게임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의 비밀을 알 수 없을 것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신이 주신 기회인지도 몰랐다.
‘그래, 설마 걸리기야 하겠어.’
이안은 두 마리 중 능력치가 더 뛰어난 첫 번째 그리핀의 머리 위에 슬쩍 손을 올렸다.
능력치가 더 뛰어난 녀석이 하필 또 남성체인 것이 마음에 조금 안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별보다는 능력치가 중요하니까.’
이안의 손이 머리 위에 닿자, 그리핀이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꾸룩- 꾸룩-!
이안에 의해 알에서 부화한 그리핀이었기에, 친밀도는 그야말로 최상!
이안이 마음만 먹으면 그리핀은 곧바로 그의 소환수가 될 것이었다.
이안은 나직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포획!”
후우웅-
이안이 스킬을 시전함과 동시에, 그리핀의 몸이 새하얗게 빛나며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젠 돌이킬 수 없어.’
이안은 나머지 한 마리의 그리핀을 품에 안고 재빨리 제단을 빠져 나갔다.
이제 황성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이안의 그리핀 알 부화 퀘스트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물론 이안 혼자 가지고 있는 비밀이 하나 있기는 했지만….
‘으, 그리핀 빨리 키워보고 싶어서 근질거리는데… 황제는 왜 안 오는 거야?’
이안은 지금 황제의 접견실에 앉아 셀리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제껏 황실의 기사단들과 함께였기에 새로 얻은 그리핀은 한 번도 꺼내보지 못한 것.
이안은 한시라도 빨리 퀘스트를 완료하고 북부대륙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그리핀을 빨리 키워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하나 있었다.
‘걸리면 정말 뼈도 못 추릴 거야.’
황실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이안은 너무 불안했다.
이안이 두 마리의 그리핀 중 하나를 꿀꺽 했다는 사실을 황제가 알 수 있을 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빨리 다 끝내고 여길 좀 나가고 싶은데….’
드르륵-
그리고 그런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셀리아스가 접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 이안. 정말 수고했네. 고생했어.”
황제는 이안을 발견하자마자 다가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이안은 지은 죄(?)가 있는지라 평소보다도 더욱 공손히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아닙니다, 폐하. 폐하의 기사단이 워낙 강력하여 제가 그 덕을 봤을 뿐입니다.”
사실 틀린 내용도 아니었기에, 이안은 거리낌 없이 아부할 수 있었다.
“그래, 그래. 자네가 데려온 그리핀은 앞으로 황궁의 소환술사들이 앞으로 잘 보살필 것이네. 덕분에 개국기념일에 만 백성이 보는 앞에서 우리 루스펠 제국의 수호신수의 위용을 자랑할 수 있겠어.”
셀리아스는 무척이나 뿌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의 밝은 표정을 본 이안은 적잖이 안심되었다.
‘휴우, 다행이야.’
“살아있는 그리핀이 황실을 수호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백성들이 정말 좋아할 겁니다.”
이어지는 이안의 아부!
평소에 NPC들에게 했던 아부가 좀 더 나은 보상을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아부는 살기 위한(?) 본능에 따른 것이었다.
셀리아스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암, 그렇고말고. 정말 수고가 많았어.”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퀘스트가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기분 좋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루스펠 제국 퀘스트 ‘그리핀 부화’를 완료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
[경험치를 19912000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3레벨이 되었습니다.]
[명성을 100000 획득합니다.]
이안은 제국 퀘스트 다운 막대한 보상에 감동했다.
그리고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아 내었다.
‘캬, 고작 2일 동안 3레벨을 올리다니. 게다가 명성은 또 10만이나 주네…? 이러니까 최고 랭커들이 명성이 다 100만이 넘지….’
초기화 전에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순위권 랭커들의 명성 수준이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각 직업의 최초보상 및 제국 퀘스트들을 독점했으니 그렇게 명성이 높았던 것이리라.
반대로, 평범하게 플레이해서는 정말 올리기 힘든 것이 명성 수치라는 것도 다시한번 느꼈다.
10만이라는 명성 수치는 일반 퀘스트를 해서는 정말 뼈 빠지게 노력해야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이었으니까.
마지막으로 이안은 다음 퀘스트를 위한 떡밥을 깔아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가 또 도움 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이런 보상의 퀘스트라면 열 번이고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알겠네. 자네라면 내 앞으로도 믿고 일을 맡길 수 있겠어.”
“감사합니다.”
황제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에 이안도 엉덩이를 떼었다.
‘이제 끝이구나.’
하지만 이안의 예상과 달리, 아직 남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우리 루스펠 황실의 위상을 드높여준 자네에게 내가 선물을 하나 주고 싶네.”
선물이라는 말에 이안은 반색했다.
빨리 황궁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수그러들 정도였다.
‘뭘까? 전설등급 아이템이라도 주려나? 황제의 선물이라면 그쯤은 되겠지?’
기대에 부풀어 있는 이안!
하지만 셀리아스의 선물은 이안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우우웅-
낮은 공명음과 함께 셀리어스의 오른손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뭐? 뭐지?’
이안은 처음 접하는 상황에 조금 긴장했다.
그리고 셀리어스는 굳어있는 이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 금빛의 화려한 문양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루스펠 제국의 상징.
그리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셀리어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빛의 그리핀이 이안을 향해 서서히 빨려 들어갔다.
띠링-
[제국 퀘스트를 S등급으로 완료하여 ‘남작’의 작위가 수여됩니다. (일정량의 명성을 소모하여 작위를 상위 등급으로 승급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최대 20명까지 NPC를 수하로 삼을 수 있습니다. (한 번 수하가 된 NPC를 추방하면 최소 10만의 명성이 하락하니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루스펠 제국의 귀족이 되셨습니다. ‘국왕’ 신분이 되거나 작위를 박탈당하기 전까지는 국적을 옮길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카이몬 제국과 적대관계가 됩니다.]
쉴 새 없이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에 이안은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이거, 좋은 거 맞지?’
이안은 귀족 작위에 대한 정보에 관해서는 아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대충 읽기에도 무척이나 좋아 보이는 내용들 이었지만, 이안의 성격상 하나 하나 뜯어가며 확인해 보고 싶었다.
유일하게 걸리는 부분은 카이몬 제국과 적대관계가 된다는 정도.
‘황성을 나가면 일단 접속종료를 하고 여기에 대한 조사를 좀 더 해봐야겠어.’
시스템 메시지들을 꼼꼼히 기억하느라 정신이 없는 이안에게 셀리어스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껄껄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허허… 어떤가, 이안. 아니 이안 경. 내 선물이 마음에 드시는가?”
그리고 이안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의 몸이 멋대로 움직여 황제 셀리어스 앞에 귀족의 예를 취하기 시작했다.
척-
이안은 당황했다.
‘뭐, 뭐야 이거? 왜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이안은 있는 힘껏 몸을 움직여 보려 애썼지만, 몸이 움직이기는 커녕 이제는 입까지 제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은이 망극합니다, 폐하. 충성을 다하겠나이다.”
‘뭐야? 그냥 게임 시스템 상에서 알아서 움직이게 만드는 건가?’
확실히 황실의 예법 따위를 알 리 없는 이안으로서는 오히려 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렴 어때. 잘 끝났으면 된 거지 뭐.’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이안의 첫 번째 제국 퀘스트는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 (3). 그리핀의 부화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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