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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84화 (114/1,027)

< (2). 제국 퀘스트 -2 >

*          *          *

집에 도착해 카일란에 접속한 이안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인벤토리를 여는 것이었다.

‘크흐흐 신룡이다 신룡!’

본래 어제 접속 종료 전에 부화 신룡의 알을 부화시켜보려 했었지만, 실험한답시고 고대 몬스터를 교배시켜서 얻은 다른 알에다가 부화 스킬을 써버린 것이었다.

그 탓에 재사용 대기 시간 때문에 곧바로 해보지못했던 것.

신룡의 알을 신주단지 모시듯 꺼낸 이안은 실실 웃으며 양손을 알 위에 올렸다.

“이 영롱한 빛…! 분명 전설등급일거야.”

워 드래곤 카르세우스는 신룡중에서도 가장 파괴력이 강력하다 했었다.

‘이게 전설등급이 아니면 뭐가 전설이겠어?’

이안은 흥얼거리며 부화 스킬을 사용했다.

“소환수 부화!”

그리고 이안의 손에서 따뜻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우우웅-!

그리고 신룡의 알 안쪽에서 꿈틀거리던 보랏빛의 광채가 바깥으로 뿜어져 나오며 주변을 휘감고 돌기 시작했다.

‘오오, 역시 신룡이라 그런지 부화되는 것도 뭔가 다르잖아!’

이안은 신나서 알의 변화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어제 부화시켰던 일반등급의 알은 이안이 부화스킬을 쓰자마자 알이 쩍쩍 갈라지며 몬스터가 탄생했었는데, 이 신룡의 알은 그 이름에 걸맞게 곧바로 부화되지 않고 이안을 애태우고 있었다.

그렇게 5분이 지난 뒤.

이안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뭐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알 주변에는 아직도 보랏빛의 광채가 맹렬히 회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변화가 없었던 것.

이안은 조심스레 알의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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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세우스의 알 -

레벨      :  0

분류      :  알

등급      :  전설(고유)

성격      :  알 수 없음

부화중 (0%)

고대 전설 속에 존재하던 신룡 카르세우스가 남긴 알이다.

카르세우스의 알은 부화하기 시작했다.

워 드래곤 카르세우스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선 강력한 전쟁의 힘이 필요하다.

알을 소유한 소환술사가 강력한 적을 상대로 승리할 때 마다, 카르세우스는 조금씩 힘을 얻어 이윽고 알을 깨고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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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알의 정보를 확인하자마자 이안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알을 부화하기 위해서 뭔가 또 다른 퀘스트나 준비물이 있거나 할까봐 마음 졸였던 것.

‘당장에 부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맘 편히 사냥만 하다보면 이제 부화는 된다는 소리겠지?’

그리고 등급에 또렷이 박혀있는 ‘전설’ 이라는 두 글자가 그 무엇보다 흡족했다.

‘그런데 전설 옆에 (고유)라고 쓰여 있는 건 뭐지?’

아직 정확히 감은 잡히지 않았지만, 단어의 뜻으로 미루어 볼 때 좋았으면 좋았지 나쁜 의미는 아닌 듯 했다.

“이제 뮤란으로 가볼까?”

이안은 카르세우스의 알을 잘 갈무리해서 품 속으로 집어 넣었다.

그리고 퀘스트 정보를 한번 열어 보았다.

황제에게 가기 전에 한번 다시 퀘스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퀘스트 내용을 살피던 이안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어, 이거 뭐야? 제한시간은 대체 언제 생긴 거야?”

이안의 기억 속에 분명 ‘알 수 없음’ 으로 표시되어있던 그리핀 알 부화 퀘스트의 제한 시간이 3주일 정도로 바뀌어 표시되어 있었던 것.

황제 셀리아스가 기사단장 헬라임에게 명령을 내린 순간 퀘스트 제한시간이 생긴 것이었지만, 그것을 이안이 알 리 없었다.

“으, 조금 더 시간 끌었으면 큰일 날 뻔 했네.”

이안은 서둘러 루스펠 제국의 수도인 뮤란으로 돌아왔다.

이제 제국 퀘스트만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면 마음이 완전히 후련해 질 것 같았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해.’

사실 이안의 마음에 항상 걸리던 퀘스트가 이 제국 퀘스트였다.

실패했을 때 가장 데미지가 클 퀘스트가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소환수의 알 부화 스킬을 얻은 순간 안심했지만, 카르세우스의 알이 곧바로 부화되지 않는 걸 보니, 그리폰의 알 부화에도 어떤 조건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3주일 정도의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안은 곧장 황성을 향해 이동했다.

*          *          *

“그래, 이안. 그리핀의 알을 부화시킬 방법은 가지고 돌아왔는가?”

황좌의 앞.

이안은 황제의 옆에서 눈을 부라리며 서 있는 기사단장 헬라임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니 저 미친 괴물은 어째 더 강해진 거 같냐.’

헬라임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이안의 레벨이 더 높아져서 그의 강함이 더 피부로 다가오는 것인지, 실제로 헬라임도 성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이안은 마른침을 한 차례 삼키고는 황제의 말에 대답했다.

“예, 폐하. 소환수의 알을 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얻었습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이안의 모습에 셀리아스는 흡족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안은 말을 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하나 만들어 둔 것이었다.

일부러 그리핀을 부화시킬 수 있다고는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은 것.

‘부화 스킬 써 보면 뭐라도 결과는 나오겠지만 만에 하나 안 되면 변명거리 하나 정도는 있어야 되니까….’

이안은 셀리아스와 헬라임, 그리고 몇몇의 근위기사단을 대동하고 황성 내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5분여 정도를 이동한 끝에, 이안은 그리핀의 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핀의 알의 내부에는 신룡의 알처럼 강력한 빛의 회오리가 꿈틀대고 있었다.

헬라임이 입을 열었다.

“자, 이안. 소환술사인 자네라면 보자마자 알았겠지만, 저것이 바로 신수 그리핀의 알이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셀리아스는 아무 말 없이 이안과 그리핀의 알을 번갈아 응시했다.

‘해 보라는 뜻이겠지.’

그의 의중을 파악한 이안은 천천히 알을 향해 다가갔다.

‘제발, 별 탈 없이 한 번에 됐으면 좋겠는데….’

이안의 양 손이 그리핀의 알 위에 올려졌다.

그리고 이안은 스킬을 발동시켰다.

우우웅-

신룡의 알을 깨워낼 때와 마찬가지로, 이안의 손에서 따스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리핀의 알 내부에 있던 샛노란 기운이 바깥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셀리아스는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오오… 그리핀이 부화하는가.”

헬라임 또한 묘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껏 이안이 미덥지 못했던 그였으나, 황실 내부의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그리핀의 알 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 보였으니 이안이 다르게 보인 탓이었다.

후우웅-!

스킬 시전이 끝나자 이안은 한 발짝 뒤로 떨어졌다.

알의 주변으로 누런색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지만, 신룡의 알 때와 마찬가지로 바로 부화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역시 곧바로 부화가 되지는 않네. 알의 정보를 한번 볼까?’

이안은 그리핀 알의 정보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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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핀의 알 -

레벨      :  0

분류      :  알

등급      :  전설

성격      :  알 수 없음

부화중 (0%)

전설의 신수 그리핀의 알이다.

그리핀의 알은 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핀이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선 강력한 바람의 힘이 필요하다.

콜로나르 대륙에서 가장 바람의 힘이 강한 곳에서 바람의 힘을 흡수한다면, 그리핀을 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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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설이라 쓰여있는 등급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그리핀도 전설… 그런데 그리핀은 전설 등급이면서 고유 라는 옵션은 없네? 이건 무슨 차이일까.’

잠시 후 정보를 전부 읽고 난 이안은 낮게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콜로나르 대륙에서 가장 바람의 힘이 강한 곳…? 거기가 어디지?’

그리고 고민하는 이안을 향해 셀리아스가 물었다.

“이안, 그리핀의 부화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가. 지금 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인가?”

이안은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말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말 한번 잘못 내뱉었다간 헬라임의 대검이 곧바로 날아올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폐하. 제가 부화를 위한 불씨를 지펴 놓았습니다.”

“오오… 그렇구만.”

흡족한 표정을 짓는 셀리아스를 보며 이안은 잠시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바로 부화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황제에게 거부감 없이 알릴 수 있을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야 했다.

‘당황하면 안돼. 원래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이안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어차피 제국 퀘스트이니, 황제의 힘을 적절히 이용해 보는 게 좋겠지?’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핀 알의 정보창을 확인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마치 자신이 알아온 정보인 양 능청을 떨 필요도 있었다.

“그런데 그리핀의 알을 부화시키는 데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조건? 어떤 조건이지?”

“그리핀은 바람속성을 타고난 신수입니다. 그리핀의 알이 완벽하게 부화하기 위해선 콜로나르 대륙에서 가장 바람의 힘이 강력한 곳에서 그 기운을 흡수해야 합니다.”

이안은 슬쩍 황제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셀리아스는 이안의 의도대로 상황을 이해한 듯 보였다.

“허어, 역시 전설의 신수로고….”

셀리아스는 헬라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헬라임, 자네는 혹시 이안이 말한 바람의 힘이 강력한 곳을 알고 있는가?”

이안도 기대에 찬 눈으로 헬라임을 응시했다.

황궁의 기사단장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필시 콜로나르 대륙 곳곳을 토벌하며 누벼왔을 터.

그가 알 수 있는 장소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헬라임의 입이 천천히 떨어졌다.

“바람의 힘이 가장 강력한 장소라면….”

모두의 시선이 그의 입을 향해 모아졌고, 헬라임의 입이 다시 열렸다.

“천공의 고원…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폐하. 천공의 고원 중앙에 솟아있는 천공의 제단이라면 바람의 기운이 그 어느 곳보다 충만할 겁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가장 놀란 것은 이안이었다.

‘뭐? 천공의 고원?’

천공의 고원은 이안도 잘 알고 있는 곳이었다.

가본 적은 없었지만 콜로나르 대륙의 지도를 펴면 대륙 한 가운데 지명으로까지 표시되어있는 곳이었기 때문.

하지만 이안이 놀란 이유는 익숙한 지명 때문이 아니었다.

천공의 고원을 둘러싸고 있는 ‘불모지’ 가 문제였다.

‘아니, 미친 거기를 어떻게 들어가? 불모지 필드 몬스터 수준이 시카르 사막이랑 동급이라고 알고 있는데…!’

최소 130레벨부터 시작해서 몇 레벨의 몬스터가 나올지 짐작도 할 수 없는 필드인 불모지.

이 불모지를 이안 혼자서 뚫고 들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였다.

아니, 이안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유저 혹은 길드도, 아직까지는 불모지를 뚫고 천공의 고원까지 도달할 능력이 없을 것이었다.

이안의 눈이 저절로 셀리아스에게 향했다.

‘이건 제국 기사단의 힘이 무조건 필요해…!’

황제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다.

이안이 셀리아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폐하. 아직 제게는 그리핀의 알을 가지고 천공의 고원까지 갈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이안은 괜한 허세를 부리는 것 보다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부탁할 때라고 여겼다.

“폐하께서 가지고 계신 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옳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사실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자네에게만 그리핀의 알을 맡겨 황성을 나서게 할 수는 없지.”

이안을 돕겠다는 말임과 동시에, 아직 그를 온전히 믿지는 못한다는 말.

하지만 이안으로서는 그 무엇보다도 반가운 이야기였다.

셀리아스는 헬라임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헬라임.”

“예 폐하.”

황제의 말이 천천히 이어졌다.

“경이 이안을 돕도록 하게. 천공의 고원까지 이안과 그리핀의 알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리고 헬라임은 한 치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이며 황제의 앞에 부복했다.

척-

“명을 받들겠나이다, 폐하.”

*          *          *

< (2). 제국 퀘스트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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