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제국 퀘스트 -1 >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퀘스트를 무사히 클리어 한 이안은 이리엘 에게로 돌아갔다.
“오, 이안님. 돌아오셨군요?”
“네. 말씀하신대로 윗슨님 도와드리고 왔습니다.”
이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윗슨에게 이야기는 들었어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내가 수고가 많았지…. 이런 퀘스트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육체적 수고로움은 전혀 없었다.
단지 엄청난 정신노동을 하고 돌아왔을 뿐.
이안이 속으로 투덜대는 동안,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랑의 전도사’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매력’ 능력치가 20만큼 증가합니다.]
그리고 이리엘이 이안의 앞으로 다가왔다.
“약속했던 대로, 제 능력의 일부를 드릴게요. 그리퍼님을 도와 꼭 고대 몬스터들의 교배에 성공하시길….”
이리엘은 고운 손을 들어 손바닥을 폈다.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 앞에 새하얀 빛의 구슬이 생기더니, 이안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소환수 교배’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소환수 교배’ 스킬의 획득으로, 이제 몬스터의 성별을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 몬스터 성별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고?’
조금 의아한 메시지였지만, 이안은 곧 수긍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몬스터 정보창에서 몬스터의 성별에 관한 정보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문득 이안은 자신의 소환수들의 성별이 궁금해 졌다.
‘그냥 정보창에 이제 생기는 건가?’
이안은 라이를 시작으로 모든 소환수들의 성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네, 정보창에 뜨는 거였어. 라이는 수컷이었군.’
그리고 모슨 소환수의 성별을 확인한 이안은 조금 당황했다.
‘뭐야, 왜 내 소환수들 성별은 전부 다 남성인거야?’
그러고 보면 별로 여성스러운 성격을 가진 녀석이 없었던 것도 같았다.
이안은 이리엘에게 물었다.
“이리엘님, 원래 몬스터가 남성 비율이 여성체보다 더 높나요?”
뜬금없는 그의 물음에 이리엘을 큰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네? 아니에요. 특수한 몇몇을 제외한 모든 몬스터는 1:1에 수렴하는 성비를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
이안은 왠지 기분이 꺼림칙해졌다.
‘뭐…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겠지….’
어쨌든 이제 이리엘에게서 볼 일은 다 끝났으니, 차원의 마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아무튼, 이리엘님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이안님.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또 말씀하세요.”
이리엘은 이안에게 파란 수정구슬 같은 것을 건네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비주얼.
“이게… 뭔가요?”
이리엘은 웃으며 대답했다.
“이 수정구슬을 가지고 계시면 제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요.”
“네? 이걸 왜 제게….”
“아직은 이안님께 말씀드릴 수 없지만, 머지않아 제가 이안님께 부탁드릴 일이 생길 것 같거든요. 그때 제가 연락 드려도 될까요?”
그리고 이안의 눈 앞에 조금 뜬금없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분 부분 익숙한 내용을 담은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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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룡 칼리파의 그림자(히든)-
사랑의 숲의 관리자이자 뛰어난 엘프 소환술사인 이리엘은 오래 전부터 큰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당신의 능력이 조금 더 강해진다면 그녀의 고민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
퀘스트 조건 : 신룡의 영혼을 가진 소환술사.
소환술 마스터 3레벨.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
* 이리엘에게서 수정구를 받지 않으면, 자동으로 퀘스트가 거절됩니다.
퀘스트를 거절하면 이리엘의 호감도가 하락하며, 매력 능력치가 20 하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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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눈에 마룡 칼리파 라는 부분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어,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었는데…’
그리고 곧 전설의 드래곤 테이머 오클리로부터 들었던 이름이었음을 깨달았다.
‘히든 퀘스트가 항상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한시간이 정해져 있지도 않은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그리고 퀘스트 창을 읽어 내려가던 도중 ‘퀘스트 조건’ 부분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신룡의 영혼과 관계된 퀘스트라는 것은 이안이 아니면 아무도 받을 수 없다는 퀘스트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이안은 더욱 뿌듯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의아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바로 소환술 마스터 3레벨 이라는 부분.
‘그런데 이건 뭐지? 마스터가 되고 나서도 직업숙련도를 더 올릴 수 있는 거였나?’
‘소환술’은 소환술사의 모든 스킬 성장에 근간이 되는 숙련수치였다.
전사와 기사의 경우는 ‘무술’ 이라는 숙련치가 존재했고, 사제는 ‘신앙’, 마법사는 ‘마법력’ 궁사는 ‘궁술’을 가지고 있었다.
한데, 아직까지 카일란 내 어떤 직업을 가진 유저도 직업숙련치를 마스터 까지 올린 유저가 없었기에, 그 이후는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 들어본 적도 없었다.
‘마스터가 되면 직업숙련도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마스터 3레벨 이라는 글귀를 봐서는, 마스터가 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숙련치를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 같았다.
어쩌면 그 다음단계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음… 아직 멀었네. 내 소환술이 이제 고급 2레벨 이니까… 마스터가 되려면 거의 150레벨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마친 이안은 일단 이리엘에게서 수정구를 받아 들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물론이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리엘이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요 이안님!”
* * *
마탑으로 돌아가자, 그리퍼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반가운 얼굴로 이안을 맞았다.
“오, 이안. 어서 오시게. 갔던 일은 잘 해결 되었는가?”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단 소환수 교배에 관한 능력은 얻어 왔어요.”
그리퍼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잘 했네. 역시 자네라면 이리엘님께서도 마음에 들어 하실 줄 알았지.”
그리퍼는 이안을 데리고 마탑 뒤쪽의 낮고 널따란 언덕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이안이 없던 사이 마치 목장처럼 꾸며져 있었고, 이안이 복원해 온 고대의 몬스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어, 그런데 그리퍼님. 없는 녀석들도 있네요?”
할리칸이야 이안 자신이 받았으니 없다 쳐도, 몇몇 이안을 고생시켰던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안의 물음에 그리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여기는 초식성인 녀석들만 모아두었다네. 육식성인 녀석들은 다른 곳에 분리해 두었어.”
“아, 그런 문제도 있군요.”
퀘스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안은 평원에 있던 몬스터들의 성별을 하나하나 확인해 같은 종이면서 성별이 다른 두 녀석을 골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교배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선 일단 이안의 소환수가 되어야 했기에 둘을 소환수로 등록했다.
‘음… 이제 스킬을 쓰면 되는 건가?’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두 마리의 고대 몬스터, 클롭시스를 보며 이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의 옆에선 뿍뿍이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뿍-!
‘으, 이거 19금은 아니겠지…?’
이안은 손으로 양 쪽 눈을 슬쩍 가리며 스킬을 시전했다.
“소환수 교배!”
하지만 이안이 상상했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마리의 클롭시스의 심장부에서 새하얀 빛이 흘러나오더니, 잠시 후 그들의 앞에 하얗고 커다란 알이 생긴 것.
“휴, 괜히 걱정했네.”
민망한 모습을 보게 될 까봐 걱정했던 이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고, 뿍뿍이는 뭔가 아쉬워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최초로 ‘소환수 교배’를 성공하셨습니다.]
[‘소환수 사육가’ 칭호를 획득합니다.]
[명성이 25000만큼 상승합니다.]
[소환수의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소환수 알 부화’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이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다. 드디어 그리핀 부화 퀘스트를 할 수 있겠어! 그리고 신룡의 알도…!’
얻은 칭호도 한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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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환수 사육가 -
등급 - 없음
- 일정 기준 이상의 친밀도가 있다면, 자신의 소환수가 아닌 소환수에게도 교배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모든 몬스터와의 친밀도 형성이 조금 쉬워집니다.
- 나이가 어린 몬스터일수록 친밀도가 더욱 빨리 형성됩니다.
* 장착하지 않아도 모든 효과가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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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칭호였다.
당장에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되는 칭호는 아니었지만, 좋은 소환수를 키워낼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칭호라고 할 수 있었다.
등급은 '없음' 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전투 관련 능력치를 올려주는 부분이 없어서 그런 것이리라.
‘장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드네.’
이안은 남은 고대 몬스터들 중 한 쌍이 존재하는 녀석들에게도 모두 교배 스킬을 사용했다.
두 마리 이상 복원한 몬스터들 중, 성별이 전부 여성체여서, 혹은 전부 남성체여서 교배할 수 없는 녀석들도 있었기 때문에, 총 교배에 성공한 종은 5종류의 몬스터들이었다.
‘교배에 성공해서 곧바로 알이 나오는 종류도 있고 아예 새끼 몬스터가 바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구나.’
교배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분이나 되었기 때문에, 다섯 종의 몬스터들을 전부 교배에 성공하고 나자 세 시간이 또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이제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생각에서인지, 이안의 표정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밝았다.
* * *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 오늘 강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할게요.”
강의 종료를 알리는 교수의 마지막 한 마디를 끝으로, 학생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미 가방을 전부 싸 놓았던 진성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 했다.
“진성아 잠깐만. 뭐가 그렇게 급하냐.”
진성은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유현을 보며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뭐가 급하긴, 지금 빨리 퀘스트 하러 가야되니까 그렇지.”
유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무슨 퀘스트를 하는데 요즘 거점지에 코빼기도 안 비춰?”
유현이 진성을 잡은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거점지 승급을 위한 준비가 거의 다 되어가는 마당에 길드 내 최고의 인재(?)인 이안의 근황을 알아야 할 것 같아서였다.
진성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싸질러 놓은 게 너무 많아서 수습하느라 바쁘다 이해 좀 해줘라.”
“무슨 퀘스트인지는 말 못하고?”
“아니, 말 못할게 뭐 있냐. 지금 퀘스트 하나 남았는데, 이게 제국퀘스트야. 게다가 제한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빨리 해야 돼.”
이안은 별 생각 없이 얘기하고 빠르게 강의실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지만, 유현은 제국퀘스트라는 진성의 말에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유현은 이안의 뒤로 빠르게 따라붙으며 다시 물었다.
“뭐? 제국퀘스트라고? 너 지금 명성 몇인데?”
“아, 명성이랑 관련 없어. 나 제국퀘스트 명성 관련 없이 예전에 소환술사 최초 50레벨 찍었을 때 받았어. 그때 클리어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쟁여놨던 거고.”
명성도 이미 제국 퀘스트 수행 조건을 한참 넘어선 진성이었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성이 오히려 의아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야, 근데 제국퀘스트라는 말에 왜 그렇게 놀라? 제국퀘스트 하면 명성 잘 오르는 거 말고 또 뭐 좋은 거 있어? 아, 귀족 작위 받으면 NPC 부하로 부릴 수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것 같다.”
하지만 유현은 진성이 말한 그런 이점들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바로 거점지의 승급의 가장 핵심 열쇠가 진성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놀란 것이었다.
“얌마, 너 지금 클로반 형이 제국 퀘 받으려고 뭐 빠지게 퀘스트 하러 다니고 있던 거 알아?”
“뭐? 클로반 형이 왜?”
“그 형이 우리 길드에서 명성 제일 높았거든. 너같이 특수한 루트가 아닌 이상 제국퀘스트 받으려면 40만 명성이 충족 돼야 하는 거 알지? 그 형 아마 어젠가 그저께 겨우 40만 명성 찍었을 거야.”
하지만 거점지 승급을 위해 귀족 작위를 받은 길드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진성으로서는 계속해서 의문점 투성이었다.
“그러니까 왜? 어차피 레벨 올리면서 적절히 필요한 퀘스트 하나씩 하다 보면 결국 40만 명성은 채워질 텐데… 이해가 잘 안되네. 제국퀘스트가 이 시점에 그 형한테 그렇게나 중요해?”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마, 클로반 형한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길드 차원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야 지금. 길드 거점지를 영지로 승급시키는 데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귀족 작위가 있는 길드원’ 이거든.”
“음…?”
잠시간의 정적.
그리고 오래지 않아 진성은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그리고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뭐야. 그래서 클로반 형이 그 조건 채우려고 퀘스트만 주구장창 하러 다니던 거였어?”
“…그렇다니까.”
진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여기서 내가 명성 50만 넘은지도 오래됐단 얘기까지 하면 한 대 맞겠지?’
그동안 너무 길드와 단절된 상태로 솔로플레이만 열심히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핀 부화만 성공하고 나면, 이제부턴 길드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어.’
그리핀 부화 퀘스트를 빨리 클리어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 * *
< (2). 제국 퀘스트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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