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81화 (111/1,027)

< (1). 사랑의 숲 -3 >

‘제기랄! 그러고 보니, 몬스터 주제에 죄다 커플이었어!’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맵의 이름도 떠올랐다.

‘사랑의 숲이란 게 이런 뜻이었다니…. 차라리 끝없이 밀려오는 몬스터랑 싸우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아….’

고통 받는 모태솔로 이안!

이안은 10분여 정도를 더 고통 받은(?) 끝에 숲길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무척이나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이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와….”

나무는 거의 그리퍼의 차원의 탑에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고, 이안은 그 웅장함에 압도되어 잠시동안 가만히 서서 그것을 감상하였다.

그런데 그 때, 누군가 낯선 목소리가 이안을 불렀다.

“그대가 그리퍼님의 부탁을 받고 온 이안 이라는 분인가요?”

옥구슬 굴러가듯 낭랑하고 아름다운 목소리.

이안은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응시했다.

“음…? 제가 이안은 맞습니다만….”

이안을 부른 이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적어도 이안이 카일란 안에서 만난 NPC중에는 가장 아름답다 할 만한 여인.

이안의 시선이 살짝 옆으로 옮겨져 그녀의 귀를 향했다.

‘저렇게 뾰족하고 긴 귀라면… 엘프인가보네.’

이안은 카일란의 세계관 안에 엘프 라는 종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방금 처음 알았다.

아니, 이안 뿐 아니라 아무도 몰랐던 사실이리라.

콜로나르 대륙에는 ‘엘프’ 라는 종족은 단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아까 반지 옵션 중에도 엘프 종족의 호감을 증가시켜준다는 옵션이 있었잖아?’

눈 앞의 여인이 바로 그가 찾던 ‘이리엘’ 임을 직감한 이안은 인벤토리에서 반지를 꺼내어 슬쩍 착용했다.

퀘스트를 위해선 그녀의 호감도를 조금이라도 올릴 필요가 있었다.

어느새 이안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엘프 여인은 웃으며 이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내가 바로 이리엘이예요.”

이안은 손을 마주 잡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저도 반갑습니다, 이리엘님. 뛰어난 소환술사시라고 들었어요.”

“뛰어난 소환술사라니요, 과찬이시네요. 저는 단지 이 사랑의 숲을 관리하는 책임자일 뿐이에요.”

가볍게 인사를 나눈 이안은 곧바로 퀘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보려다 잠시 멈칫 했다.

문득 숲길을 걸어오던 내내 궁금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리엘님.”

“네?”

“그… 제가 여기까지 오면서 숲에서 몬스터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네.”

“여기 사랑의 숲 몬스터들이 뭔가 저를 좀 피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건 왜 그런 걸까요?”

이안의 물음에 이리엘은 살짝 주춤했다.

하지만 답을 분명히 알고 있는 듯 한 표정.

이안은 그녀를 재촉했다.

“궁금해서 그래요.”

그리고 잠시 후 이안은 그녀로부터 충격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건… 아마도 이안님에게서 사랑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서였을 거예요.”

이안의 동공이 흔들렸다.

“네?”

“음… 말하자면 솔로의 향기가 난달까….”

“….”

이안도 울고… 뿍뿍이도 울었다.

*          *          *

서걱- 서걱-

현재까지 개척된 북부대륙의 설산 중 가장 규모가 큰 노르만 산맥.

산맥 깊숙한 곳에서, 하린은 무언가를 열심히 채집하고 있었다.

“누나, 얼마나 더 걸리는 거야?”

그리고 그런 하린의 옆에서, 카윈이 연신 투덜대고 있었다.

이제 80레벨이 조금 넘은 하린이 몬스터들의 평균 레벨이 100이 넘는 노르만 산맥에 홀로 올 수 있었을 리는 없었기 때문에 카윈이 같이 온 것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봐. 거의 다 됐어.”

하린은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얻기 위해 노르만 산맥에 온 것이었고, 덕분에 카윈은 호위 겸 짐꾼 노릇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노르만 산맥에는 조미료 레벨을 올려줄 만한 채집 재료들이 많단 말이야.’

더 높은 요리레벨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더 고급 재료가 필요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더 위험한 사냥터에서의 채집, 혹은 사냥이 필수였다.

하린은 이안을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급한 퀘스트 때문에 치안도 작업도 한동안 못한다는 그를 억지로 끌고 올 수는 없었다.

“아니, 근데 무슨 재료가 그렇게나 많이 필요한 거야? 대체 뭘 얼마나 만들려고 그래?”

설산 여기저기서 재료만 벌써 몇 시간째 채집하고 있는 하린을 보며 카윈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한 표정이 되었다.

“만들 요리가 많으니까 그렇지.”

“왜? 이제 길드원들 버프용도로 만들어놓은 요리들도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데….”

카윈이 의아해 하는 것은 당연했다.

카일란에서 음식은 요리한 지 일주일이 지나면 점점 품질이 떨어진다.

맛이나 포만감 부분에서는 변화가 없었지만, 버프되는 능력치가 일주일을 기점으로 점점 줄어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일주일치 정도 길드원들이 섭취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 놓고 나면 더 만들 필요가 없었는데, 하린이 계속해서 재료를 채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하린은 길드원들에게 줄 요리를 만들 때 보다 더욱 다양한 재료들을 이것저것 채집하고 있었다.

“혹시 숙련도 노가다 때문에 그래?”

하린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넌 알 거 없어.”

“아 뭐야. 이렇게 호위까지 해주는데 정말 이러기야?”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카윈.

하지만 하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네가 원해서 온 게 아니잖아. 그냥 오늘 네 차례였으면서 생색내긴.”

로터스 길드에서는 요리로 인한 사냥 버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고, 그 때문에 고레벨 길드원들이 돌아가면서 하린의 채집을 도와주고 있었다.

사실 그저 카윈의 차례였을 뿐이라는 그녀의 말이 맞았기에,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은 카윈은 삐죽거렸다.

“이 동생한테 요즘 너무 까칠하다 누나.”

“뭐가.”

“사실은 나한테 더 맛있는 거 해주려고 지금 계속 채집하는 거지?”

“….”

아무 대답 없이 묵묵히 채집만 하는 하린.

카윈은 하린에게 대답을 재촉하였다.

“아, 누나 왜 대답이 없어…! 길드에서 제일로 친한 사람이 나잖아. 아니야?”

“….”

또다시 하린은 대답이 없었고, 카윈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같은 학교라고 헤르스형이나 이안 형이랑 벌써 더 친해진 건 아니겠지!’

카윈과 하린의 인연은 카일란에서가 전부가 아니었다.

카윈은 카일란 이전에 다른 게임부터 하린과 같이 해오며 친분을 쌓아놨던 것.

하린이 카일란을 하게 된 것도 카윈의 영향이 가장 컸을 정도였다.

알고 지낸 기간도 헤르스나 이안보다 몇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그렇기에 하린이 벌써 형들과 더 친해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전부터 이 누나 이안형을 되게 챙기던데, 혹시 이안형을 좋아하기라도 하는 건가?’

잠시 가설을 세워 본 카윈이었지만,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눈치도 없고 하루 종일 폐인같이 게임만 하는 형을 누나가 좋아할 리 없지. 그렇다고 이안형이 엄청 잘생긴 것도 아니고. 그럼 대체 누굴까?’

그런데 그 때, 카윈의 뇌리에 돌연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혹시, 그때 그 거북이?!’

카윈은 한달 전 쯤의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그러자 이안의 소환수인 뿍뿍이에게 마약미트볼을 건네주며 행복해하던 하린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장면이 떠오른 순간 카윈은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누나가 뿍뿍인지 뭔지 그 머리 큰 거북이가 마음에 든 게 분명해. 그래서 이안형한테도 그렇게 잘해주는 거였어!’

카윈의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

‘머리가 등껍질만한 대두 거북이 따위에게 지다니… 조금 귀엽긴 하지만….’

카윈이 그러거나 말거나 하린은 열심히 요리 재료만 채집할 뿐이었다.

*          *          *

“그래서 제가 뭘 하면 되는 건가요…?”

이안은 한층 풀이 죽은 목소리로 이리엘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뿍뿍이도 덩달아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뿍-

이안은 처음으로 뿍뿍이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뿍뿍아, 이 형이 너라도 꼭 여자친구를 만들어줄게.’

주인으로서, 뿍뿍이가 여자친구가 없는 것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이리엘은 그들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퍼님이 제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던가요?”

이안은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솔로의 아픔 보다는 눈 앞의 퀘스트가 더 중요했기에 상념을 걷어내었다.

“제가 이리엘님에게서 소환수를 교배하는 방법을 배워오길 원하십니다.”

“음… 소환수의 교배에 관한 부분이라면 확실히 제가 도움드릴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죠. 그런데 소환수의 교배가 필요한 이유를 먼저 알 수 있을까요?”

이안은 이리엘에게 자신이 그리퍼로부터 받았던 퀘스트들과 그 진행과정들에 대해 얘기했다.

더불어 그리퍼가 고대의 소환수들을 교배시키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그리고 이안의 설명이 끝나자 이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층 밝아진 표정이었다.

“그런 이유라면 확실히 제 능력이 필요하기는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이리엘님.”

“정말 훌륭한 일을 하셨어요, 이안님.”

고대의 멸종된 소환수들을 콜로나르 대륙에 복원시킨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잠시 뜸을 들인 이리엘이 말을 이었다.

“제가 이안님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이유는… 제 능력이 악용 될까봐서 에요.”

“악용이요?”

이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능력을 전해받으면, 이안님은 인위적으로 소환수를 교배시킬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는 자연의 섭리에 거스르는 일이죠.”

이리엘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은 이안은,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본래 모든 동물들은 암수 한 쌍의 사랑으로 자연스런 교배를 할 수 있다는 건, 이안님도 알고 있는 사실일 거예요.”

“뭐 그렇죠.”

“하지만 그 일련의 과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죠. 저는 그 시간과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는 능력을 이안님에게 줄 수 있어요.”

“…?”

교배 시간을 단축시킨다니.

생각하기에 따라 무척이나 묘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이리엘의 설명에, 모태솔로 이안의 양 볼이 약간 붉어졌다.

‘뭐, 뭐지…! 나에겐 너무 어려운 얘기잖아…!’

혼란스러워하는 이안과는 별개로 이리엘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 능력을 악용해서 소환수들을 마치 가축처럼 기르려고 할 까봐 능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물어본 거였어요.”

이 설명에 대해서는 이안도 이해가 되었다.

확실히 소환수를 마음대로 교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다면, 가축처럼 소환수들을 사육할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렇군요. 무튼 그럼 이제 제게 그 능력을 가르쳐 주시는 건가요?”

하지만 그렇게 쉽게 능력을 얻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고개를 저은 이리엘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능력을 제게 배우기엔, 이안님의 능력이 아직 부족해요.”

“제 능력이 부족하다고요?”

이리엘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안님이 뛰어난 소환술사이신 건 분명하지만… 연애에 대한 이해는 더 필요하겠어요.”

촌철살인으로 이안을 한번 더 죽이는 이리엘.

그리고 이안의 시야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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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전도사-

사랑의 숲의 관리자이자 뛰어난 엘프 소환술사인 이리엘은 당신이 사랑에 대한 감정을 좀 더 잘 이해하길 원한다.

그리고 마침 그녀에게는 오래 전부터 하나의 염원이 있었다.

사랑의 숲에서 유일하게 커플이 아닌 두 요정들을 이어주는 것!

당신이 두 요정을 커플로 이어주며 사랑의 감정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다면, 이리엘은 기꺼이 그녀의 능력을 전해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

퀘스트 조건   : ‘고대의 몬스터 복원’ 퀘스트에서 암,수 한 쌍 이상의 고대 몬스터 영혼석을 완성시킨 유저에 한함. (소환술사 한정)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소환수 교배’ 스킬(소환술사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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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의 숲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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