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80화 (4/1,027)

< (1). 사랑의 숲 -2 >

*          *          *

소환술사 직업 게시판은 또 한번 난리가 났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이안으로 인한 것이었다.

cho0111 - 고대의 소환수 관련 시스템 메시지, 저한테만 뜬 거 아니죠, 여러분?

dodo9099 - 신규 몬스터 등장 알림 말씀하시는 거라면 맞음. 그거 글로벌 시스템 메시지였어요.

lhj7777 - 아니 무슨 패치 공지 같은 것도 없었는데 뜬금없이 신규 몬스터가 업데이트 돼요? 전 신규유저라 잘 모르는데, 원래 이런 경우가 있었나요 전에도?

코코문ee - 글쎄요 전에 이런 경우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창의력대장 - 아니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혹시 신규 몬스터 발견한 사람 있나요? 고대의 몬스터라니 뭔가 간지 터질 것 같은데.

dodo9099 - 아직 스샷 올라온 건 못 본 것 같아요.

lhj7777 - 윗분들 스샷 게시판 한번 가 보세요. 5분 전에 이름이 할리칸 이었나? 타이탄 길드 북부 원정대가 올린 스샷 있는데, 거기에 이번에 생긴 고대 영웅 몬스터 스샷 있어요.

코코문ee - 맞아요. 엄청 큰 백호였는데, 레벨이 거의 150에 가깝더라고요. 타이탄 길드에서도 공략 포기한 듯 보였음.

dodo9099 - 오? 그래요? 당장 보러가야겠다!

그리고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댓글들을 읽고 있던 이안은 히죽 웃었다.

“크, 150레벨이라고? 할리가 생각보다 대단한 놈일지도 모르겠는데?”

유령 몬스터로 존재할 때도 강력했는데, 무려 50레벨 가까이 높아져서 콜로나르대륙에 나타났다고 하니, 그 위용이 궁금해졌다.

이안은 곧바로 스크린샷 게시판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탄성을 질렀다.

“캬!”

할리칸은 북부 대륙 보스급 몬스터로 등장한 모양이었다.

‘정말 150레벨이잖아?’

이안은 할리칸의 위용을 확인하고 나니 더욱 더 뿌듯했다.

퀘스트가 아니었다면, 지금 시점에서 이안이 어떻게 150레벨의 영웅등급 몬스터로 등장하는 녀석을 소환수로 써 보겠는가.

물론 아직은 허약하기 그지없는 1레벨의 꼬마 할리칸 이었지만 말이다.

‘빨리 키워보고 싶어서 근질근질 하네.’

대충 점심을 때운 이안은 서둘러 캡슐에 들어갔다.

할리도 빨리 키워보고 싶고, 그를 구원해줄 스킬북을 갖고 있다는 이리엘도 빨리 만나보고 싶었다.

*          *          *

이안은 전투 준비를 단단히 마치고 그리퍼의 차원의 문 앞에 섰다.

‘또 어떤 몬스터들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거니까.’

신규 필드나 신규 던전이 또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며, 이안은 발을 내딛었다.

위이잉-

시야가 어두워지며 세상이 뒤집혔다.

그리퍼의 차원의 문에 발을 디딜 때 마다 생기는 현상이었지만, 아직도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정신 바짝 차려야지.’

지난 번 차원의 문에 들어가자마자 어지럼증이 가시기 전, 몬스터에게 공격당해 제법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던 것이 기억났다.

이안은 긴장했다.

하지만….

“어?”

밝아진 시야로 전방을 확인한 이안은 두 눈을 깜빡였다.

잔뜩 경계하며 들어간 것이 무안할 정도로, 이안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너무나 평화로운(?) 풍경이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이건 무슨 어린이 놀이동산에라도 온 것 같잖아?’

핑크빛 노을에 뭉개뭉개 귀엽게 뭉쳐있는 구름들, 그리고 아기자기한 동물들이 여기저기서 뛰노는 모습까지.

이안이 발 디딘 곳은 영락없는 동화 속 풍경 같은 곳이었다.

‘여기서 이리엘 이라는 NPC를 어떻게 찾지?’

그런데, 고민하는 이안의 시야에 돌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랑의 숲’을 처음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이 1000 상승합니다.]

[숲의 결혼반지 한 쌍을 획득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위화감 생기는 환경에 당황해 있던 이안은 더욱 어리둥절해졌다.

“맵 이름이 사랑의 숲이야?”

숨겨져 있던 맵 창을 열자 정말 사랑의 숲 이라는 이름이 떡 하니 쓰여 져 있었다.

‘게다가 결혼반지라니… 이건 또 뭐야?’

이안은 인벤토리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인벤토리에 들어와 있는 한 쌍의 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안은 두 개의 반지 중 하나의 정보를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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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의 결혼 반지(여) -

분류      -  반지

등급      -  영웅(성장가능)

착용제한  -  성별이 여성인 유저

내구도    -  175/175

옵션   -  매력 + 30

모든 전투능력 +20% (봉인)

모든 직업능력 +30% (봉인)

모든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 -1초 (봉인)

(재사용 대기 시간이 1초 이하인 스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착용 시 ‘엘프’ 종족의 호감도가 올라간다.

* 착용 시 모든 몬스터와의 친밀도가 50% 상승한다.

* 유저 ‘이안’ 에게 귀속된 아이템이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랍되지 않는다.

(최초 1회에 한해 양도할 수 있다.)

고대 엘프들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전설의 장소인 사랑의 숲의 주인 엘모프가 남긴 반지.

남녀가 한 쌍으로 착용해야 봉인이 풀려 제 힘을 발휘한다.

둘 중 한명이라도 반지를 폐기하면 나머지 하나의 반지도 모든 능력을 잃어버리고 평범한 반지가 된다.

한번 평범한 반지가 되고 나면 본래의 능력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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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에 붙어있는 어마어마한 능력치를 확인한 이안은 입이 쩍 벌어졌다.

‘성장가능? 아이템에 이런 옵션이 붙어있는 건 또 처음 보는데?’

게다가 재사용 대기시간 1초 감소라는 옵션은 무척이나 유니크했다.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옵션은 항상 퍼센테이지 수치로 붙어있었지 이렇게 고정 수치가 붙어있는 아이템은 처음 본 것이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짧은 전류증식 같은 스킬에 효율이 엄청 좋겠어.’

이안은 나머지 하나의 반지도 확인했다.

그 또한 완벽히 능력치가 같은 반지였다.

착용제한 성별만 달랐을 뿐.

‘뭐야 이거? 드래곤 깃털장식 수준은 아니더라도 능력치가 장난 아니잖아?’

아직 50레벨 때 루키리그 보상으로 얻은 반지를 착용하고 있던 이안에게 이 반지의 옵션들은 정말 탐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곧 우울한 표정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봉인해제를 위한 조건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여성용 한 짝을 대체 누구에게 줘야 하는 거야? 하….’

모태솔로의 비애!

이안의 두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게임 아이템마저 솔로를 차별하다니….’

봉인이 풀리지 않으면 이 반지에 붙어있는 능력치는 매력+30이 전부였다.

매력 능력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희귀한 능력치이기는 했다.

매력 능력치가 높으면 NPC에게 호감도를 얻기 쉬워지고, 물건을 사고 팔 때에도 좀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등 많은 혜택이 있었기에, 매력 옵션을 선호하는 유저들도 제법 있었다.

카일란을 플레이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는 능력치임이 분명한 ‘매력’ 스텟.

하지만 아무 전투능력치도 없는 상태에서 매력 30만을 위해 반지를 착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 이정도 능력치면 무조건 봉인 풀어서 써야하는데….’

이안은 일단 걸음을 옮겼다.

반지에 대한 생각은 나중에 해도 되었고, 지금은 이리엘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저 쪽 이려나.’

다행히 이안의 앞에는 길이 하나밖에 없었다.

이안은 길을 따라 숲속으로 움직였다.

짹- 째짹-!

공기 맑고 동화같이 아늑한 분위기의 숲이 마음에 드는지, 짹이도 연신 날개를 펄럭거리며 정신없이 날아다녔다.

진화를 해도 성격이 변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흐음….”

한편, 이안은 숲의 정취를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그리퍼님한테 이리엘이라는 NPC의 인상착의라도 물어볼걸 그랬어. 이름을 봐선 여성일 것 같은데, 또 고대의 소환술사라니까 뭔가 흰 수염 길게 늘어뜨린 노인일 것 같기도 하고….’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 때.

그의 눈 앞에 거대하고 새하얀 무언가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왔다.

부스럭-!

‘몬스터…?!’

이안은 재빨리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타난 몬스터(?)를 확인하고는 식은땀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헉…!”

이안의 앞에 나타난 몬스터는 새하얀 순백색의 거대한, 그리고 무척이나 아름다운 한 쌍의 말이었다.

조금 특이한 점은 이마에 길쭉한 뿔이 솟아 있다는 것 정도?

그리고 이안은 그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유, 유니콘?!’

이안의 앞에 나타난 몬스터의 정체는 바로 영웅 등급의 몬스터인 유니콘이었다.

그들의 레벨은 무려 170!

‘으… 이걸 어떡하지?’

이안은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아무리 이안이라도 170레벨의 몬스터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게 분명했다.

하지만 다행히 유니콘들은 이안을 공격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푸힝- 푸히잉-!

오히려 이안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다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숲 속으로 사라지는 유니콘!

‘뭐야? 저것들 왜 저래?’

무슨 영문인지 알 길 없는 이안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옆에서 쫄래쫄래 따라오던 뿍뿍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뿍뿍아.”

뿍-?

“쟤 왜 저러는 걸까?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뿍뿍이는 잠시 고심했다.

이안의 파티에서 두뇌를 담당하는 거북인만큼 뭔가를 보여줘야 했다.

뿍뿍-

하지만 뿍뿍이는 결국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똑똑한 거북 뿍뿍이조차도 유니콘들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안은 처음 만난 몬스터의 레벨이 예상을 한참 벗어날 정도로 고레벨이자,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대로 퀘스트를 포기하기엔 소환수의 알 부화 스킬북이 눈 앞에서 아른거렸다.

‘말도 안 되는 레벨의 몬스터를 만나긴 했지만… 날 공격할 의사는 없어 보였으니까, 조금 더 들어가 볼까?’

이안은 계속해서 용감하게 걸음을 옮겼다.

분명 클리어할 수 있는 퀘스트였기에 발생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분명 퀘스트의 난이도 등급은 A등급 이었고,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레벨인 170레벨대의 몬스터를 상대로 싸워야 할 리 없었다.

그렇게 오분 여 정도를 더 들어갔을까?

이번에는 우측 구석의 나무 사이로 한 쌍의 사슴이 튀어나왔다.

순간 긴장했던 이안은 그들의 레벨을 보고 갸우뚱 했다.

‘뭐야? 얘들은 진짜 그냥 사슴이잖아? 레벨이 10도 안 되네? 무슨 170레벨 몬스터가 10레벨 몬스터랑 같은 맵에서 등장해?’

이안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맵인 ‘사랑의 숲’.

그런데 더욱 당황스러운 건, 사슴들의 행동도 앞서 지나간 유니콘들과 다른 바 없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뭔가 비웃음까지 당한 느낌이랄까.

‘이것들이…!’

분노한 이안은 당장에 마력의 구체를 날려 사슴을 죽여 버릴까도 고민했지만, 후환이 두려워 그럴 수 없었다.

그랬다가 사슴의 원수를 갚겠다고 유니콘이라도 나타나면 꼼짝 없이 죽은 목숨일 것이었다.

‘에효, 이리엘이나 빨리 찾아보자.’

이안이 걷는 길은 제법 길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30분이 넘게 길이 구불구불 이어졌다.

이안은 숲길을 걷는 동안 수 많은 몬스터들을 만났고, 그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곧 알 수 있었다.

‘제기랄! 그러고 보니, 몬스터 주제에 죄다 커플이었어!’

< (1). 사랑의 숲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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