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사랑의 숲 -1 (4권 시작) >
이안의 두 눈이 가볍게 떨렸다.
‘드디어! 드디어 신룡을 볼 수 있어!’
벌써 두 달 가까이 인벤토리 안에 잠들어있던 신룡의 영혼석.
이안은 그것을 꺼내었다.
‘분명 엄청난 놈이겠지?’
복원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자신의 소환수가 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영혼석을 건네준 오클리가 분명 자신에게 신룡을 맡긴다고 하였으니까.
우웅-
이안의 품 속에서 나온 신룡의 영혼석이 가볍게 공명했다.
‘확실히 다른 영혼석들이랑 생긴 것 부터가 달라.’
신룡의 영혼석은 다른 영혼석들보다 크기도 두배 이상 거대했다.
그리고 그 안을 휘감고 있는 보랏빛의 기운이 무척이나 신비스러워 보였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퍼님.”
이안에게 영혼석을 건네받은 그리퍼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마법장비 위에 올려놓았다.
우우웅-
장비가 작동하기 시작하자, 그리퍼와 이안은 설레는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기 시작하였다.
신룡이라면 분명 지금껏 본 적 없는 등급일 것이었다.
소환수로서 뿐 아니라, 필드에 몬스터로서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카일란에 등장한 적 없는 ‘전설’ 등급.
이안은 워 드래곤 ‘카르세우스’ 라면 전설 등급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후우….”
이 전 다른 고대의 소환수들을 복원할 때 보다 배 이상은 오래 걸리는 복원과정을 지켜보며, 이안은 마른침을 삼켰다.
‘불안하게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매 초가 이안에게는 억겁의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때.
허공으로 떠오른 신룡의 영혼석에서 보랏빛의 섬광이 폭사되듯 터져 나왔다.
번쩍-!
“어엇!”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잠시 후 빛무리가 잦아들자, 이안의 그 탄성은 의아함으로 바뀌었다.
“어어?”
반면에 그리퍼는 기뻐하고 있었다.
“오오, 복원에 성공했구만!”
두 사람의 눈 앞에 놓여진 것은 이안이 기대했던 신룡이 아니었다.
다만 무척이나 거대한 ‘알’ 이었다.
좀 특이한 것은, 반투명한 알의 외피에서 영롱한 보랏빛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정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 알을 지켜보는 이안을 향해 그리퍼가 축하의 말을 건네었다.
“축하하네 이안. 복원이 성공적으로 끝났어. 이 알만 깨어나면 자네는 근 100년 동안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 없었던 신룡을 부리는 소환술사가 되겠군.”
그리퍼는 이안에게 ‘신룡의 알’을 조심스레 건네었다.
그런데 순간, 탁자에 팔꿈치가 걸린 그리퍼가 알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이안은 창백해진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
“안 돼!”
고생을 있는 대로 해 가면서 복원시킨 신룡의 알이 깨지기라도 한다면, 이안의 멘탈도 함께 바스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쿵-!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 알.
쩌적-!
그리고 뭔가 갈라지는 소리에 놀라서 쪼그려 앉은 이안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뭐야, 어떻게 이게 깨져?”
쩍 소리를 내며 갈라진 것은 신룡의 알이 아닌 연구실 바닥의 대리석이었던 것.
대형 사고를 칠 뻔한 그리퍼는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 미안하네. 정말 큰 일이 날 뻔 했구만.”
이안은 바닥에 떨어진 신룡의 알을 조심스럽게 수습(?)하여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조심할 필요가 있는 물건인지는 의문 스럽지만… 그래도 귀한 녀석이니까….’
그리고 이안이 신룡의 알을 인벤토리에 넣자마자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잊혀진 고대 몬스터의 흔적’ 퀘스트의 모든 연계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그것을 본 이안은 입맛을 다셨다.
‘에이, 경험치 보상은 없네. 신룡의 알이 최고의 보상이라 이건가?’
하지만 그 다음 바로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들이 이안의 불만을 깔끔히 종식시켰다.
[‘드래곤 테이머의 깃털장식’(전설) 아이템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봉인이 해제되어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통솔력 이 150만큼 상승합니다.]
[친화력 이 200만큼 상승합니다.]
[이제부터 통솔력에 제한 없이 무한정 몬스터를 포획할 수 있습니다. (단, 통솔력의 한계치가 넘어가면 소환하여 전투에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드래곤 클래스의 소환수를 부리는데 필요한 통솔력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드래곤 클래스인 소환수와의 친밀도가 높아집니다.]
그야말로 꿀 같은 옵션들의 봉인해제!
이안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리퍼의 시선도 인식하지 못한 채 실실 웃고 있었다.
“캬….”
100레벨에 근접한 지금 다시 봐도 감탄만 나오는 최상급의 옵션!
‘영웅등급 소환수로 두셋은 더 영입해도 통솔력이 남겠네.’
잠시 봉인이 풀린 머리장식의 정보창을 다시 보며 그것에 심취해있던 이안은, 이번엔 인벤토리에 들어간 신룡의 알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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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세우스의 알 -
레벨 : ??
분류 : 알
등급 : ??
성격 : ??
고대 아르노빌 제국을 수호하던 신룡이자, 전설 속의 다섯 용 중 하나인 카르세우스의 알이다.
카르세우스는 ‘워 드래곤’ 이라 불리웠을 정도로 파괴적이었으며, 다섯 신룡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룡 칼리파와의 전투가 있었던 날 이후 종적을 감추었다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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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창을 모두 읽은 이안은 좋았던 기분이 다시 다운되는 것을 느꼈다.
‘알 이라니…. 그냥 완전체로 딱 나와 주면 얼마나 좋아.’
그렇지 않아도 제국 퀘스트인 그리핀의 알 부화 퀘스트를 깨기 위해 항상 소환수의 알에 관련된 정보를 찾고 있었던 이안이었기에 머리가 더 지끈거리는 것이었다.
소환수 알의 부화는, 틈만 나면 찾고 있는 정보였지만 아직까지도 단서를 얻지 못한 부분이었기 때문.
‘아니, 오히려 잘 된 일인가…?’
그리핀의 알에 신룡의 알까지 부화시켜야 하게 생겼으니, 어떻게든 소환수의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은 알아내야만 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된 셈이기도 했다.
그렇게 알의 부화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안에게 그리퍼가 다가왔다.
“모든 것이 해결되었는데, 왜 그리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나?”
이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심정으로 그리퍼에게 물었다.
“그리퍼님, 혹시 소환수의 알을 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그런데 의외로 그리퍼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닌가?
“물론 알고 있네. 자네는 소환술사가 그것도 모르는가?”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이안은 흥분했다.
“무, 무슨 방법이요? 알려주실 수 있나요?”
하지만 이어지는 그리퍼의 대답에 이안은 맥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어떤 방법이긴. 알을 낳은 모체가 되는 소환수가 알을 품어주면 부화한다네.”
“….”
이안은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을 꾹 눌러 참았다.
과학시간에 딴 짓 하던 초등학생이라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조언.
‘아니, 이 노인네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그 정도 생각도 못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리핀이건 카르세우스건 대체 어디서 모체가 되는 소환수를 구한단 말인가?
‘그리핀이야 시카르 사막에 가면 있을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지금 들어가는 건 그냥 자살 행위지.’
시카르 사막 필드는 초입부터 130레벨 이상의 무지막지한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150레벨의 몬스터까지 본 사람이 있을 정도였으니, 그리핀의 레벨은 몇이나 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기사단장인지 뭔지 하던 놈한테 물어보면 알려나.’
하지만 투덜거림도 잠시. 이안은 침착하게 그리퍼를 향해 다시 물었다.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는 게 있다면 최대한 알아내야 했다.
“그리퍼님, 신룡의 알의 모체가 되는 몬스터를 찾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혹시 어미가 품어주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그리고 그제야 손뼉을 탁 치는 그리퍼.
“아하,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렇구만.”
이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아니 대체 이 양반이 어떻게 마법사를 하고 있는거지? 아무리 NPC라고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잖아….’
이안은 속으로 투덜거렸고, 그리퍼의 말이 이어졌다.
“음, 그 외의 방법은 나도 알지 못하네만…. 알 만한 소환술사는 내가 한 분 알고 있지.”
“…?!”
이안은 이번에야 말로 기대에 찬 눈빛이 되었다.
차원의 마도사 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마법사인 그리퍼의 지인이라면.
그리고 그 지인이 소환술사라면, 정말 도움이 될 법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만 했다.
“혹시, 그 분이 어디 계신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리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300년 전에 아르노빌 황성에서 돌아가셨다네.”
“….”
이안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기 직전.
그리퍼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자네가 날 생각 이상으로 잘 도와주기도 하였으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 분의 영혼과 만날 수 있는 차원의 문을 열어 주도록 하지.”
가까스로 목구멍까지 차 올랐던 욕설을 집어삼킨 이안은 멋쩍게 웃어보였다.
“하… 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퍼님.”
그런 그를 향해 그리퍼가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었다.
“방금 자네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귀신같은 그리퍼의 눈치에 식겁한 이안은 손사래를 쳤다.
“그, 그럴 리가요. 잘못 생각하신 겁니다.”
“흠흠, 아니면 말고.”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그리퍼가 말을 이었다.
“그분의 성함은 ‘이리엘’이라네. 내가 차원의 문을 열어 주면 그 곳을 통해 그분이 계신 곳으로 이동할 수 있을 거야.”
이리엘이라는 이름을 들은 이안은 속으로 갸우뚱 했다.
‘이리엘? 왠지 여자 이름 같은데….’
이안은 그리퍼가 묘사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나이 지긋한 노인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것이었다.
그리퍼의 말이 계속되었다.
“이리엘님은 고대 아르노빌 제국 최고의 소환술사 이셨다네. 그 분께서 아마 자네의 궁금증을 풀어 주실 수 있을 게야.”
“그렇군요.”
“그리고 그 분께 가는 김에 내 부탁도 하나만 들어줄 수 있겠나?”
이안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그리고 정말 의외의 타이밍에 이안의 눈 앞에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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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몬스터 교배-
차원의 마도사 그리퍼는 당신이 복원해 온 고대의 몬스터들이 다시는 콜로나르 대륙에서 멸종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복원된 몬스터들을 교배시켜야 한다.
그리퍼는 당신이 몬스터를 교배하는 방법을 고대의 뛰어난 소환술사인 ‘이리엘’로부터 배워 오기를 바라고 있다.
퀘스트 난이도 : A
퀘스트 조건 : ‘고대의 몬스터 복원’ 퀘스트에서 암,수 한 쌍 이상의 고대 몬스터 영혼석을 완성시킨 유저에 한함.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소환수의 알 부화’ 스킬 북(소환술사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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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나르 대륙에는 이미 복원시킨 몬스터들이 탄생한다고 메시지까지 떴었는데… 이건 또 뭔 소리야?’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퀘스트 내용이니 그러려니 하며 이안은 계속해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투덜대며 퀘스트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이안의 시선이, 퀘스트 창 가장 아래쪽에 있는 ‘보상’ 텝에 멈췄다.
이안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오오!!’
‘소환수의 알 부화’ 라는 글귀가 이안의 얼굴에 화색이 돌게 했다.
‘게임신이 날 돕는다!’
소환수의 알 부화 스킬북은 지금 이안에게는 그 어떤 아이템보다 절실한 것이었고, 그것이 때마침 이렇게 이안에게 제 발로 찾아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퀘스트만 성공하면 제국 퀘스트까지 깔끔하게 성공시킬 수 있어!’
이안은 곧바로 퀘스트를 수락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연계 퀘스트가 끝나서 이제 퀘스트 진행 중 파티 불가 옵션과 퀘스트 거부 불가 옵션이 사라졌지만,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안은 빨리 ‘이리엘’ 이라는 NPC를 만나고 싶을 뿐이었다.
* * *
< (1). 사랑의 숲 -1 (4권 시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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