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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8화 (109/1,027)

< (6). 고대의 소환수 -3 (3권 완) >

*          *          *

“이게 다… 뭔가?”

이안이 탁자 위에 쏟아놓은 영혼석 조각들을 보며, 그리퍼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그를 보며 이안은 피식 웃었다.

“뭐, 보시다시피….”

그리퍼가 놀란 것은 사실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애초에 퀘스트 자체가 아무 정령이나 한 정령의 영혼조각만 전부 모아오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안이 쏟아놓은 영혼석 조각들은, 모든 조각이 다 모여 완전체가 만들어져 있는 것만 세어 봐도 50개는 넘어 보였다.

조각 낱개로 세어보면 수백개를 가볍게 넘는 어마어마한 수량.

이렇게 많은 영혼석을 모으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할리칸의 영혼석을 완성하기 위해 노가다를 한 이안이었지만, 한번 잡고나면 일정시간이 지나야 다시 사냥할 수 있는 할리칸의 희소성 때문에, 남는 시간동안 아무 몬스터나 닥치는 대로 사냥했기 때문이었다.

“이… 이렇게나 많이….”

그리퍼는 잠시 말을 잃었다.

하지만 곧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생각 이상으로 내 부탁을 성실히 들어 주다니… 오클리 어르신께서 자네를 내게 보내신 이유가 있었구만!”

그리고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대의 몬스터 복원’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S]

[20457500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90레벨 후반대에 접어들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필요 경험치의 거의 30%가 단숨에 차오르는 모습을 본 이안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크, 고생한 보람이 있어!’

뿌듯해 하는 이안을 보며, 그리퍼 또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따라 들어오시게. 자네가 구해온 영혼석들을 복원하는 작업을 지금부터 해 보도록 하지.”

“좋아요.”

이안은 신나서 그리퍼를 따라 들어갔다.

퀘스트 보상 란에 쓰여 있었던 고대의 소환수를 얻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할리칸을 얻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말이야.’

마지막에야 손쉽게 상대했던 할리칸이었지만, 그래도 무려 103레벨의 영웅등급 몬스터였다.

처음 상대했을 때는 몇 번이나 죽기 직전까지 몰렸을 정도로 강력한 상대.

‘전투 스타일은 라이랑 비슷한 느낌이고, 전투 능력치 비율은 라이와 레이크의 중간 정도 되려나?’

그리퍼는 혼자 김칫국(?)을 열심히 들이키고 있는 이안을 끌고 자신의 연구실 가장 깊숙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 곳에는 한 눈에 보아도 복잡한 거대한 마법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

그리퍼는 이안이 가져온 영혼석 조각들을 조합하여 정성스레 영혼석들을 완성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성된 영혼석을 하나 집어 들어 마법장치 위해 조심스레 올렸다.

영혼석의 정보를 슬쩍 확인한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건… 클롭시스 영혼석이네.’

높은 방어력으로 이안을 귀찮게 했던 고대의 몬스터.

이안은 영혼으로 존재했던 몬스터가 복원되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에 찬 표정으로 그리퍼가 하는 양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우우웅-

그리퍼가 장치를 작동시키자 장치 곳곳에서 파란 빛이 일렁이면서 공명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오오….”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장치의 중앙에 놓여있던 영혼석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법장치 곳곳에서 피어 올라오던 빛무리들이 점점 영혼석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영혼석 또한 새파란 빛을 내며 꿈틀대기 시작했다.

“자, 어떤 녀석이냐.”

그리퍼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거대한 몬스터의 형태를 만들어 가는 빛무리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새파란 빛의 향연이 잦아들면서 한 마리의 커다란 몬스터 ‘클롭시스’가 두 사람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성공! 성공했어!”

감격에 겨워 클롭시스를 쓰다듬는 그리퍼와는 별개로, 이안은 자신의 눈 앞에 떠올라 있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고대의 몬스터 ‘클롭시스’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고대의 몬스터(일반등급)를 복원하는데 성공하여 명성이 500만큼 증가합니다.]

[이제부터 콜로나르 대륙에 ‘클롭시스’ 몬스터가 나타납니다.]

‘어, 고대의 몬스터 복원에 성공하면 필드에 몬스터가 생겨나는 거였어?’

이안은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

‘나로 인해 콜로나르 대륙에 새로운 몬스터가 생기다니… 이거 기분이 묘한데?’

그리고 그리퍼의 복원작업은 계속되었다.

[고대의 몬스터 ‘라카이누’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고대의 몬스터 ‘펠리스’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

:

같은 종의 몬스터도 꽤 있었지만, 워낙 물량이 많다보니 총 열다섯 종류나 되는 새로운 몬스터가 콜로나르 대륙에 탄생하게 되었다.

일반등급부터 유일등급까지 종류별로 복원작업이 완료되자 이안의 명성도 무려 5만 정도나 더 상승했다.

‘명성 올리는 게 원래 이렇게 쉽진 않았던 것 같은데….’

무려 50만에 가까워진 자신의 명성을 확인한 이안은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명성 시스템은 역시 앞서나가는 유저들의 특권이었어.’

비상식적으로 명성이 높은 기존 클래스의 순위권 유저들이 이해가 되는 이안이었다.

그리고 곧, 마지막 복원 작업이 시작되자 이안의 시선은 다시 마법장치 위에 있는 영혼석으로 고정되었다.

‘할리칸…!’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할리칸 영혼석의 7번조각을 구하는데만 3~4일을 소모한 이안이었다.

조각 생김새만 봐도 몇 번 조각인지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지겹게 들고다니던 영혼 조각들!

우우웅-

그리고 이안과 그리퍼의 기대 속에 복원된 할리칸이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내었다.

[고대의 몬스터 ‘할리칸’을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고대의 몬스터(영웅등급)를 복원하는데 성공하여 명성이 30000만큼 증가합니다.]

[이제부터 콜로나르 대륙에 ‘할리칸’ 몬스터가 나타납니다.]

유령 몬스터로 존재할 때도 제법 멋드러진 대호의 모습을 하고 있던 할리칸이었지만, 이렇게 복원되고 나니 더욱 위압감이 흘러 넘쳤다.

‘캬, 심지어 백호였어!’

할리칸의 모습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집채 만 한 몸집에 순백색의 털, 그리고 붉은 줄무늬를 가진 백호였다.

“오오… 할리칸이라니. 이런 전설속의 영물을 보게 될 줄이야…!”

그리퍼는 황홀한 표정이 되었고, 그것은 이안도 마찬가지였다.

‘갖고 싶다…!’

그리고 그런 이안의 혼잣말을 듣기라도 한 것인지, 그리퍼가 이안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입을 떼었다.

“정말 수고했네, 이안. 덕분에 이 늙은이가 지금까지 책 속에서나 보았던 고대의 몬스터들을 이렇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어.”

이안은 조금이라도 나은 보상을 받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공치사를 해 주었다.

“아닙니다 그리퍼님. 덕분에 저도 특별한 경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리퍼가 손을 뻗자, 할리칸이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가며 새하얀 봉인석으로 변하였다.

이안의 눈이 살짝 커졌다.

‘NPC라서 그런가? 저런 것도 할 수 있다니….’

그리퍼의 말이 이어졌다.

“내 지금까지 자네처럼 뛰어난 소환술사는 처음 보았네. 그래서 말인데… 이 아이를 자네에게 맡기고 싶어. 혹시 맡아줄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이안이 듣고 싶었던 말!

이안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퍼님!”

그리퍼는 웃으며 이안에게 할리칸이 봉인된 봉인석을 건네었다.

“자, 받으시게.”

[할리칸의 봉인석을 획득합니다.]

봉인석을 받은 이안은 싱글벙글한 표정이 되어 곧바로 할리칸의 정보를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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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칸 -

레벨      :  1

분류      :  고대의 신수

등급      :  영웅

성격      :  난폭한

진화불가

공격력    :  20

방어력    :  10

민첩성    :  16

지  능    :  5

생명력    :  376 / 376

마  력    :  125 / 125

고유능력

- 후려치기

기본 공격 시 10%의 확률로 1초간 적을 기절시킨다.

- 바람의 수호자

2분 동안 모든 공격력, 방어력, 지능 능력치를 합한 만큼의 능력치가 민첩성에 추가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20분)

- 백호의 분노

‘후려치기’ 능력이 발동되어 적이 기절하면, 모든 상태이상 효과가 해제되며 10초 동안 움직임이 50%만큼 빨라집니다.

고대의 아르노빌제국 신화에 등장하는 신수이다.

바람의 기운을 타고나 날렵하고 용맹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새하얀 바탕에 붉은 줄무늬를 가지고 있어, 마치 피가 흘러내리는 것 같다 하여 ‘블러드 타이거’라고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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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레벨이 1이네…?’

일단 정보창 맨 위에 찍혀있는 것이 레벨이었기 때문에, 이안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레벨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레벨이 낮다 하여 실망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드디어 내가 생각해왔던 육성 방식대로 한번 키워볼 수 있는 건가?’

이안이 생각해온 가장 이상적인 육성방식.

그것은 모든 레벨업을 항상 잠재력이 100까지 채워진 상태에서 시키는 것이었다.

잠재력이 높을수록 레벨업 시 능력치 상승폭이 크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처음 얻을 때부터 높은 레벨인 몬스터는 그것이 불가능하겠지만, 1레벨인 할리칸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육성방식이었다.

‘잠재력 100이 꽉 채워질 때 까지 훈련 스킬만 쓰면서 레벨은 1레벨로 유지시키는 거야.’

이안은 할리칸의 기본 잠재력을 확인해 보았다.

‘오호, 70이나 되네 이미.’

잠재력 30 정도는 한 일주일 정도 훈련스킬을 돌리면 채워질 수치였다.

이안은 내친 김에 ‘고급훈련’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할리칸을 소환했다.

“할리칸 소환!”

[‘할리칸’을 처음 소환하셨습니다.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아, 맞다… 이름 또 지어야하네….’

어김없이 찾아온 고통스러운 작명의 시간.

이안은 잠시의 고민 끝에 부르기 쉬운 ‘할리’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할리, 네 이름은 할리로 할게.”

크르릉-

조금 의외(?)이긴 했지만, 다행히도 할리는 자신의 이름을 마음에 들어 했다.

[할리가 자신의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할리와의 친밀도가 상승했습니다. 할리의 충성도가 5 만큼 올라갑니다.]

할리에게 고급훈련 스킬까지 사용하고 난 이안은 다시 할리의 나머지 정보를 읽어 내려갔다.

‘능력치가 얼마나 강하게 성장할지는… 키워 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고….’

세 개나 보유하고 있는 고유능력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쏙 들었다.

‘1초밖에 안 되지만, 이제 나한테도 스턴(stun)기술이 하나 생겼네.’

절묘한 타이밍에 발동하는 스턴기는 전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특히 상대의 스킬이 발동되는 타이밍에 적절하게 터져주면, 스킬 캔슬도 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스킬을 못 쓰게 저지하는 것과 캔슬은 또 다른 의미였다.

카일란에서 스킬은, 캔슬이 되더라도 이미 모션을 취하는 순간 발동한 것으로 간주한다.

즉 재사용 대기 시간은 적용된다는 이야기였다.

재사용 대기시간이 긴 스킬일수록, 스턴기로 인한 스킬 캔슬은 치명적일 것이었다.

‘좋아, 한번 제대로 키워 봐야겠어.’

이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영웅등급의 고대 몬스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열심히 할리칸의 영혼석 조각을 모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영웅등급의 몬스터를 1레벨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사냥터에서 꺼내놨다가 실수로 레벨업하지 않게, 일주일동안 잠재력만 올리면서 관리 잘 해봐야지.’

당장 전투에 써먹지 못하고 낮은 레벨부터 키워야 한다는 수고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안의 예상처럼만 성장해 준다면 충분히 감내할 만한 부분이었다.

‘레이크랑 할리 둘만 소환시켜놓고 80레벨대 몬스터 쓸고 다니면 금방 70레벨 정도까지는 끌어 올릴 수 있을 테니까 뭐….’

그리고 할리의 정보창을 보며 기대에 부풀어있는 이안을 향해 그리퍼가 다가왔다.

“허허, 역시 자네도 소환술사여서 그런지 훌륭한 소환수를 얻은 것이 무척이나 기쁜가보군.”

“그렇습니다. 신수라는 이름에 걸맞는 멋진 녀석인 것 같아요.”

할리를 쓰다듬으며 말하는 이안.

그를 보며 그리퍼는 잠시 이안이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럼 이제 우리의 원래 목적이었던 신룡의 영혼석을 한 번 꺼내 보겠는가?”

< (6). 고대의 소환수 -3 (3권 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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