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고대의 소환수 -2 >
* * *
“헤르스님! 15초만 벌어줘요!”
우우웅-!
피올란은 그녀가 익히고 있는 스킬 중 최상위 등급의 빙계 마법인 ‘프로즌 헬’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지팡이를 중심으로 새파란 한기가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던전의 보스 몬스터 ‘포를란의 거인’을 헤르스가 막아섰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거인의 몽둥이가 헤르스의 방패를 강타했다.
그리고 제대로 가드에 성공했음에도 헤르스의 몸이 1미터나 뒤로 밀려 나갔다.
겉으로 보기에도 굉장한 파괴력!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한 헤르스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으… 조금 무리일 수도 있겠는데요.”
그는 자신의 깜빡이는 생명력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 대로 단 한 번만 공격을 더 허용하면 생명력이 바닥날 것이었다.
피올란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제 딱 7초 만요! 이번 공격만 제대로 터지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헤르스는 잠시 갈등했다.
‘지금 여기서 공격을 피하면 피올란님 마법이 캔슬 될 거고… 그럼 어차피 클리어는 물 건너 간 거니까….’
제한시간이 문제였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한 템포 뒤로 물러서는 것이 맞는 상황이었지만, 이제 제한 시간이 1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어차피 던전 클리어는 실패였다.
‘버텨 보자. 까짓 거… 죽기라도 하면 24시간 쉬는 거지 뭐.’
그리고 그 순간 다시 한 번 거인의 몽둥이가 헤르스를 향해 쇄도했다.
쐐애액-!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파공성을 동반한 일격!
헤르스는 침착하게 날아드는 경로를 확인하고 방패를 가져다 대었다.
카일란에 대해 잘 모르는 유저들이 ‘기사’ 클래스의 컨트롤이 별로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적의 공격이 쇄도하는 각도, 그리고 파괴력 등을 감각적으로 계산해서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것은 엄청나게 세밀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고도의 기술이었다.
그리고 그 컨트롤 수준에 따라 같은 공격이라도 피해량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정도였다.
그렇기에 헤르스는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 보다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콰아앙-!
또 한 번 커다란 굉음과 함께 헤르스의 신형이 밀려나갔다.
그리고 곧 헤르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살았다!’
겨우 1500의 생명력을 남겨놓은 채 살아남았지만, 어차피 남아있는 생명력은 이제 상관없었다.
헤르스는 몸을 날려 거인의 공격 사정권에서 벗어난 뒤 피올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예상대로 피올란의 지팡이에서는 커다란 냉기의 소용돌이가 분출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헤르스가 거인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안 마법의 캐스팅이 완료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법공격이 전방으로 뻗어나갔다.
콰콰쾅-!
“오케이!”
뻗어나간 냉기의 광선이 정확히 거인의 몸뚱아리에 틀어 박혔다.
거인은 주춤했고 그 틈에 피올란은 재빠르게 캐스팅 시간이 짧은 하급 공격마법들은 연속으로 쏘아 날렸다.
퍼엉-!
공격을 모두 퍼붓고 난 피올란은 숨을 죽였다.
자신의 모든 마력을 전부 쏟아부은 혼신의 공격이었다.
이번 공격으로 놈이 죽는다면, 드디어 던전 클리어에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보스 몬스터 ‘포를란의 거인’의 신형이 서서히 쓰러지기 시작했다.
놈의 생명력을 전부 깎아내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쿠쿠쿠쿵-
거대한 몬스터가 무너져 내리며 던전 전체가 크게 진동했다.
그리고 그 앞에서 헤르스와 피올란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휴, 드디어 깼네요, 피올란님.”
“그러게요. 제한시간 얼마나 남긴 거죠?”
“글쎄요. 결과 창 떠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곧 두 사람의 눈 앞에 던전 클리어를 알리는 결과창이 떠올랐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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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를란 영웅의 무덤
제한 시간 - 00:50:00
클리어 시간 - 00:49:43
클리어 등급 - D
획득 경험치 - 3356000
획득 골드 - 35250골드
획득 아이템 - 포를란 영웅의 갑옷 조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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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창을 확인한 헤르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와… 20초 남기고 깬 거네요.”
피올란이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정확히 17초 남았어요.”
헤르스는 피식 웃었다.
“크, 그래도 다섯 번 시도 만에 깼으니 우린 양호한 편이예요.”
“그러게요. 바깥에 보니까 벌써 열 번 째 실패하고 나오는 파티도 있더라고요.”
찬찬히 던전 클리어 결과창을 읽어 내려가던 피올란이 조금 놀란 표정이 되어 다시 입을 열었다.
“어, 그런데 이거 경험치가 생각보다 쏠쏠한데요?”
마침 경험치 부분을 확인하던 헤르스도 예상보다 높은 경험치량에 놀라는 중이었다.
“그러게요. 저도 지금 그 생각 하고 있었어요. 50분 정도 투자해서 300만 경험치면… 거의 사냥이랑 효율이 비슷하네요.”
피올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우리가 클리어 등급이 최하등급인 걸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익숙해 져서 상위 등급으로 클리어하면 사냥보다 오히려 효율이 좋을 수도 있겠어요.”
“조각 모아서 세트 아이템 만들면 분명 영웅 등급 이상인 괜찮은 아이템도 얻을 수 있을 테고….”
하지만 문제는 클리어 성공확률이 100%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타임어택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사냥해 봐야 경험치고 아이템이고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그 말인 즉, 클리어하지 못하면 50분을 아무런 보상 없이 고스란히 날린다는 이야기였다.
한 번이라도 클리어에 실패하면 사냥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피올란님. 일단 저랑 둘이서 완벽히 공략 끝낸 뒤에 다른 길드원들 불러오는 게 좋겠어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둘이 완벽히 익숙해 진 다음에 한명씩 데리고 들어가서 따로 공략하면 다른 길드원들이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클리어 할 수 있겠죠.”
생각을 정한 두 사람은 빠르게 던전을 빠져 나갔다.
한번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면 10분 뒤 다시 도전할 수 있다.
그 때까지 모든 정비를 다 끝내야 했다.
* * *
“후우….”
이안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르노빌 고원’ 필드 저지대에 내려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고지대에서 사냥한 5일까지 합하면 벌써 12일 째 필드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이안.
최초 발견자 버프가 끝난 지도 벌써 이틀이나 지난 것이었다.
‘이제는 여기서 좀 나가고 싶다고!’
이안은 자신의 눈앞에서 으르렁거리는 커다란 호랑이 형상을 한 몬스터를 보며 이를 갈았다.
‘이게 대체 몇 번째 사냥이냐… 인간적으로 이번엔 좀 나와 줘라…!’
이안이 아직도 필드 안에서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도 그와 한참을 격전중인 영웅등급 몬스터 ‘할리칸의 영혼’ 때문이었다.
‘7번 조각… 제발…!’
이전 퀘스트에선 4번 조각이 말썽이더니, 이번엔 7번 조각이 이안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었다.
이안의 분노가 담긴 전류 덩어리가 할리칸을 향해 쏘아졌다.
“전류증식!”
지지직-!
이안은 할리칸을 거의 농락하듯 쉽게 상대하고 있었다.
상대는 강력한 몬스터였지만 벌써 셀 수 없이 전투를 치렀기 때문에 공격패턴을 전부 다 외워버린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주변 지형지물과 몬스터들을 이용해 여러 번 재사용 대기 시간을 초기화시켜 전류증식과 마력구체를 난사했다.
생명력이 많이 닳았는지, 할리칸의 이름이 빠르게 점멸하고 있었다.
‘이제 금방 잡을 수 있겠네.’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눈앞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콰콰쾅-!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이안이 쏘아 낸 전류들이 일제히 터져 나간 것.
그리고 시야가 온통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강렬한 섬광이 눈앞을 가득 메웠다.
“뭐야?!”
당황한 이안이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 할리칸과의 거리를 벌렸다.
시야를 잃은 상태에서 공격당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할리칸의 공격이 이어지기는커녕 예상치 못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할리칸의 영혼을 처치했습니다. 12850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이안은 당황했다.
‘뭐지? 죽을 때가 되긴 했지만, 이번 공격으로 생명력이 다 사라질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리고 갑자기 번쩍이는 건 또 뭐야?’
이안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새하얗게 변했던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그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연속해서 떠올랐다.
[전격의 정령 ‘짹이’의 정령력이 전부 채워졌습니다.]
[전격의 정령 ‘짹이’가 하급 정령에서 중급 정령으로 진화했습니다.]
‘오, 짹이가 진화를 했네? 방금 일어난 폭발이 짹이가 진화하면서 발생한 현상인가?’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폭발이라고 이해한 이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조막만한 크기의 참새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던 짹이의 외형도, 제법 멋들어진 맹금류의 모습으로 탈바꿈되었다.
하지만 이안은 진화된 짹이의 정보를 띄워 보기에 앞서 먼저 눈 앞에 쓰러져 있는 할리칸의 사체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짹이도 진화했겠다… 이제 이놈한테서 7번 조각만 딱 나오면 미련 없이 여길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할리칸은 한번 사냥하면 최소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다시 등장하는 몬스터였다.
영혼석의 조각 드랍율은 체감 상 30% 정도.
중복되는 조각 없이 한 번에 열 개를 다 모은다고 해도, 30~35회 정도는 할리칸을 사냥해야 했다.
그런데 이안의 아이템 운이 그렇게 좋을 리는 없었고, 수도 없이 나오던 중복된 조각 때문에 벌써 할리칸의 영혼을 50마리 이상 잡은 것이었다.
노가다를 즐기는 이안으로서도 충분히 지겨울 만 한 상황이었다.
이안은 두 눈을 질끈 감고 할리칸의 사체 위에 손을 얹었다.
의미없는 주문(?)을 외는것도 잊지 않았다.
“7번조각!!”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영웅 몬스터 ‘할리칸의 영혼’ 으로부터 13845골드를 획득합니다.]
[‘할리칸의 영혼석 조각(9)’을 획득합니다.]
[‘할리칸의 영혼석 조각(7)’을 획득합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됐다! 드디어 나왔어!”
한 번에 조각이 2개나 나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번에도 7번 조각 못 먹었으면 아마 울었을지도 몰라….’
이안은 한 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목적을 달성하고 나니 온 몸에 힘이 풀린 것이었다.
‘이제 짹이 정보나 한번 확인해 볼까?’
이안은 진화해서 제법 멋있어진 짹이를 불렀다.
“짹아, 이리 와 봐.”
째짹-!
하지만 변함 없는 울음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짓고 말았다.
‘얜 왜 울음소리는 그대로야?’
그리고 이안은 짹이의 정보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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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짹이(전격의 정령) -
정령력 : 0 / 5000
속성 : 전격
등급 : 중급 정령
소환 지속시간 : 525분 (재소환 대기시간 : 800분)
* 정령력이 Max가 되면 상위 정령으로 진화한다.
(전격속성을 필요로 하는 소환마법을 사용할 때 마다 일정량의 정령력이 차오른다.)
* 소환술사의 소환마력이 높을수록 정령의 소환 지속시간이 길어진다.
고유능력 - 충전
* 전격 속성의 정령마법으로 입힌 피해량의 10%를 생명력으로 빼앗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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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중급이 되니까 없던 고유능력이 생겼네? 게다가 이거 흡혈이나 마찬가지잖아?’
정령인 짹이는 ‘생명력’ 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렇다면 빼앗아 와서 회복시킨다는 생명력은 당연히 캐릭터의 생명력일 것이었다.
‘전류증식이 데미지 딜링 용 스킬이 아니라서 공격력이 강한 게 아니라 좀 아쉽네.’
그래도 얼추 계산해보니 제법 쏠쏠한 회복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뮤란에 들릴 일이 생기면 소환의 탑에 가서 좀 더 공격적인 전격 계열 정령마법을 하나 더 구해야겠어.’
새로 생긴 고유능력을 활용할 생각에 신이 난 이안은 벌떡 일어나 라이를 불렀다.
“라이야, 돌아가자!”
크릉-!
라이를 제외한 다른 소환수들을 전부 소환 해제한 이안은 라이의 등에 올랐다.
한 시라도 빨리, 어렵게 모은 할리칸의 영혼석을 복원해 보고 싶었다.
< (6). 고대의 소환수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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