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6화 (107/1,027)

< (6). 고대의 소환수 -1 >

*          *          *

퀘스트 완료까지 시간제한은 없었지만, 퀘스트 수행을 위해 이안에게 주어진 정보 또한 크게 많지 않았다.

‘결국 부딪쳐 봐야 된다는 거지.’

시간제한이 없는 퀘스트임에도 클리어등급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이안이 구해올 몬스터의 영혼석 등급이 클리어 등급 및 보상과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소리였다.

‘이 필드 안에서 가장 강해 보이는 놈으로 영혼석을 모아 가야겠어.’

몬스터 영혼석 조각의 드랍 방식은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단순했다.

필드에서 등장하는 고대의 몬스터들은 모두 유령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해당 몬스터를 사냥하면 그 몬스터의 영혼석 조각이 드랍되는 방식이었다.

쉽게 말해 그냥 퀘스트만 빠르게 수행하려면, 필드에서 가장 약한 몬스터만 계속 사냥해서 빠르게 그 몬스터의 영혼석 조각을 모두 모아 돌아가면 된다는 말.

‘그럴 순 없지.’

하지만 이안의 욕심이 그것을 허락할 리 없었다.

‘최초발견 버프도 10일이나 받았으니 정말 이 잡듯 맵 전체를 싹 다 뒤져야겠어.’

필드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살펴보니, 이 전 퀘스트를 수행했던 던전보다 3~5레벨 정도 높은 레벨의 몬스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필드 초입의 몬스터가 이 정도라는 건… 보스 급 몬스터는 100레벨이 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일 테고….’

그렇다면 이안에게 조금 버거운 상대가 나타날 수도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레벨업이다!’

마치 빗자루로 마당 쓸 듯, 이안은 맵의 초입부터 구석 구석 모든 몬스터들을 쓸어 담으며, 이 필드 안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에 착수했다.

*          *          *

“헤르스님! 지금 커뮤니티 게시판 난리 났는데 보셨어요, 혹시?”

허겁지겁 거점지로 뛰어온 피올란을 보며 헤르스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피올란이 식사하고 오겠다며 접속 종료한지 채 15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벌써 식사 다 하셨어요?”

“아뇨, 커뮤니티 들어갔다가 깜짝 놀라서 다시 접속했어요.”

헤르스의 두 눈이 조금 커졌다.

“네? 또 무슨 일 터졌어요? 전 사냥만 열심히 한다고 커뮤니티는 확인 못 했는데….”

참시 차오르는 숨을 고른 피올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타이탄길드 북부원정대에서 ‘포를란 분지’ 라는 신규 맵을 찾았는데요, 여기에서 타임어택 던전이 발견됐데요.”

“네?”

타임어택 던전은 다른 일반적인 게임들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새로울 것 없는 방식의 던전이었다.

하지만 카일란에서 타임어택 던전이 발견된 것은 최초였으니, 헤르스가 놀란 것이었다.

“분지에서 발견된 던전이 두 곳인데, 한 곳은 레벨제한이 100이고, 한 곳은 120인가 봐요.”

그녀의 말에 헤르스는 반색했다.

“오오… 레벨제한 100인 곳은 지금 우리 길드원들이 들어가서 공략해볼 수도 있겠네요?”

피올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가능할 것 같아서 소식 듣자마자 재빨리 뛰어 온 거예요.”

헤르스는 잠시 고민했다.

“음, 일단 치안도 작업 잠시 미뤄두고 던전 공략부터 가 봐야 하나…? 피올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생각에는 저랑 헤르스님 둘만 먼저 가 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나머지 인원은 그대로 거점지에 남겨두고요.”

의외의 말에 헤르스는 살짝 당황했다.

“네? 던전 공략인데 저희 둘이서 가서 뭘 해요?”

“그게… 던전이 특이하게도 입장 제한이 2명인 던전  이더라구요. 120레벨 던전은 3~4인 던전인데, 100레벨 던전이 2인 던전이에요.”

“아….”

그렇다면 피올란의 제안이 이해가 되었다.

현재 길드 내에서 최고레벨은 어느새 110레벨까지 올린 피올란이었고, 나머지 상위 길드원들의 레벨은 다 헤르스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마법사인 피올란과 2인파티로서 가장 궁합이 잘 맞는 클래스가 기사이기도 했고, 헤르스가 길드 마스터 이기도 했으니, 두 사람이 정보도 알아올 겸 먼저 던전에 들어가 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인 것이었다.

“어떤 던전인지도 아직 잘 모르는데 길드원 전부가 다 몰려가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잖아요?”

헤르스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피올란님 말이 맞아요. 일단 저희 둘이 먼저 가 보죠.”

“지금 바로 갈까요?”

성질 급한 피올란의 말에 헤르스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피올란님 식사는 하고 가셔야죠.”

“으… 그건 그렇네….”

시간을 잠시 확인한 피올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 30분 뒤에 포를란 분지에서 만나는 거로 해요 헤르스님. 아마 지금쯤이면 커뮤니티에 던전 전투 영상이 떴을 것 같으니까… 영상도 한 번 보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케이,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후에 뵙죠.”

*          *          *

이안이 아르노빌 고원 필드 최초발견으로 획득한 ‘시간여행자’ 라는 칭호는 제법 쓸 만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사냥의 달인 칭호에 효율이 많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확실히 이게 낫네.’

시간여행자 칭호의 효과는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 15% 감소’였다.

기존의 사냥의 달인 칭호에 붙어있는 고레벨 적 상대 시 5%의 모든 전투 능력치 상승효과, 그리고 경험치 상승 효과도 좋은 것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레벨이 높아질수록 전투에서 소환수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의 전투스텟 5% 정도는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고, 이제 레벨차이가 많이 나는 적을 사냥하는 것도 불가능했으니, 경험치 상승 효과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반면에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 15% 감소는 무척이나 유용했다.

90레벨에 새로 얻은 스킬들은 물론 기존 스킬들의 싸이클까지 한 템포 빨라지면서 사냥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확실히 체감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칭호와 최초발견 버프로 며칠 간 신나게 사냥한 이안의 레벨은 어느새 2레벨이나 더 올라 96레벨이 되어 있었다.

‘역시 최초발견 버프는 꿀이란 말이지.’

영혼석 조각을 전부 모은 고대 몬스터도 세 종류나 되었지만, 이안은 퀘스트 클리어를 위해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제 그가 점찍어두었던 녀석을 사냥하러 갈 시간이었다.

“후, 이제 슬슬 절벽 아래로 내려가 볼까?”

이안이 발견한 필드인 아르노빌 고원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었다.

처음 포탈이 열린 위치를 기준으로 남쪽은 95~98 정도 레벨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고지대였고, 북쪽 절벽을 타고 내려가면 도달할 수 있는 저지대의 몬스터들은 100레벨이 넘는 몬스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라이야, 저기 저 놈 보이냐?”

크릉- 크릉-!

절벽 아래쪽, 멀찍이 보이는 영웅 등급의 몬스터.

거리가 멀어서 몬스터의 이름이나 레벨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커다란 호랑이의 형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는 멀리서 봐도 강력한 몬스터임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제 저 놈 이길 수 있겠지?”

라이는 대답 대신 허공을 향해 힘찬 하울링을 뿜어 내었다.

아우우-!

그리고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옆에 서 있던 레이크도 허공으로 시뻘건 입김을 내뿜었다.

화르륵-!

이제 곧, 이안의 식구들 중에 가장 먼저 100레벨이 될 레이크는 공격력이 거의 2500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우리 라이랑 뿍뿍이도 진화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잠재력은 100으로 맞춰놓은 지가 벌써 오래였다.

하지만 진화에 어떤 조건이 필요한 건지, 레벨이 부족한 건지 아직도 둘은 진화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뭐… 둘 다 아직 1인분은 충분히 하니까.’

라이는 아직까지도 높은 민첩성과 공격력으로 톡톡히 단일 딜러 역할을 해 주고 있었고, 뿍뿍이는 링크 스킬이 생긴 뒤로 무척이나 유용하게 써먹는 중이었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방어력 덕에 항상 100%에 가까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뿍뿍이는, 위험 상황일 때 링크를 걸면 50%의 생명력을 곧바로 회복하는 포션(?)같은 역할을 추가로 수행하게 된 것이었다.

데미지 분산 효과는 덤이었다.

“얘들아 내려가자.”

이안은 보기만 해도 든든한 소환수들을 대동하고, 천천히 절벽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일단 여기 나오는 놈들이랑은 아직 싸워 본 적이 없으니까, 적응부터 해 보자.’

이안은 클로피아를 빙의시킨 뒤, 라이에게 동화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이안의 몸이 자라나면서 마치 늑대인간 같은 외형으로 변하였다.

‘역시, 라이에게 동화 스킬을 쓰는 게 외형 면에서도 그렇고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단 말이지.’

처음 동화 스킬을 얻었을 때는 공격력이 가장 높은 레이크에게 동화를 사용했었지만, 고대 소환술사의 지팡이를 얻은 뒤부터는 항상 라이에게 동화 스킬을 사용하게 되었다.

어차피 이안이 지팡이로 쏘아내는 마력구체의 피해량이 공격력이 아닌 소환마력에 비례하기 때문이었다.

소환수에게 동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소환마력이나 정령마력을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다면 민첩성을 극대화시켜 이안의 원래 전투 방식을 살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떡대, 앞장서!”

드르륵-!

고개를 끄덕인 떡대는 앞장서서 적들을 향해 다가갔다.

쿵- 쿵-

그리고 떡대가 한 걸음씩 옮길 때 마다 크게 울려퍼지는 발소리는, 항상 효과적으로 적들의 관심을 끌어들였다.

두두두-!

떡대를 발견한 몬스터들이 빠르게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이안이 절벽 아래에서 가장 처음으로 상대하게 된 몬스터들은 마치 콩벌레의 형태를 한 거대한 몬스터들이었다.

‘클롭시스의 영혼이라… 생긴 걸 보아하니 방어력이 엄청날 것 같은데….’

몸을 동그랗게 말고 떡대를 향해 굴러오는 거대 콩벌레들의 외피는, 한 눈에 보아도 무척이나 단단해 보였다.

‘방어형 몬스터라면 좀 더 과감하게 전투해도 되겠어.’

방어형 몬스터는 생명력을 깎아내기는 쉽지 않았지만, 반대로 공격력이 비교적 약한 편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공격을 허용해도 피해가 크지 않았다.

이안은 떡대의 어비스 홀이 발동하는 순간 곧바로 지시를 내렸다.

“라이, 들어가서 마음껏 물어뜯어!”

크릉-!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이안의 전투방식에 완벽히 적응한 레이크는 어비스 홀에 묶인 콩벌레들을 향해 브레스를 쏘아 내었다.

쿠오오오-!!

전방으로 뻗어 나가는 시뻘건 용암의 돌풍!

재사용 대기 시간은 30분으로 긴 편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크에에엑-!

브레스에 직격당한 콩벌레들이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콩벌레들을 유심히 살피던 이안은 입맛을 다셨다.

‘쩝, 역시 방어력이 높아서 그런지 생명력을 반도 못 깎았네.’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면 이름이 천천히 깜빡이기 시작했을 것인데, 단 한 마리도 그런 신호를 보이는 녀석이 없었다.

‘가고일들 이었다면 한방에 다 녹았을 텐데….’

속으로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이안의 몸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우우웅-

이안의 지팡이를 타고 파란 마력의 구체가 발사되어 클롭시스들을 타격했다.

펑-!

[마력의 구체를 명중시켜 ‘클롭시스의 영혼’ 에게 277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적을 성공적으로 명중시켜 5의 정령마력을 다시 회복합니다.]

지팡이의 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구체는, 명중 시 소모 정령마력을 되돌려 받기 때문에 적을 맞추기만 한다면 소모값에 제한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소환마력에 비례하는 일반 공격이라 부를 만한 능력.

이안의 전투 기여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게 만들어준 능력이었다.

하지만 시스템 메시지에 떠오르는 피해량 수치를 보며 이안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으, 데미지 진짜 안 박히네.’

방어력이 약한 고지대의 몬스터들에게 사용할 때에는 거의 5천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던 마력의 구체였는데, 거의 절반 수준으로 피해량이 하락한 것이었다.

“전류증식-!”

이안의 지팡이에서 뻗어나간 전류증식이 정확히 콩벌레들의 중심을 파고들어가 전류를 흩뿌리고 지나갔다.

어비스홀과 전류증식의 연계, 그리고 레이크의 광역 패시브인 용암의 숨결이 연속해서 터지자, 아무리 방어력이 높은 클롭시스들이라 하더라도 하나둘 이름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류증식이 다시 발동됨과 동시에 짹이에게로 노란 전류의 조각들이 빨려 들어갔다.

짹이의 정령력이 1포인트 모였다는 신호였다.

‘오… 며칠 내로 이제 짹이도 진화시킬 수 있겠는데?’

슬쩍 짹이의 정령력을 확인한 이안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짹이의 정령력이 993이 되어, 진화까지 단 7포인트만을 남겨놓은 것이었다.

힘이 난 이안의 손발이 더욱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6). 고대의 소환수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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