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5화 (106/1,027)

< (5). 차원의 마탑 -4 >

마을 외곽 쪽에 떡 하니 자리한 건물.

이안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이진욱 교수에게 물어 보았다.

“교수님, 어떻게 이런 곳을 아셨어요?”

로보스 마을은 루스펠 제국의 수도인 뮤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마을이긴 했지만,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주변에 이렇다 할 사냥터도 없었기 때문에 항상 한적한 곳이었다.

정상적인 레벨업 루트를 밟았더라면 올 일 자체가 없는 마을.

‘커뮤니티에도 아직 뜨지 않은 것을 보면, 생긴 지도 얼마 안 되었다는 소린데….’

이진욱 교수가 대답했다.

“이 몬스터 사육소의 주인이 ‘랄프’ 라는 NPC인데, 내가 소환술사의 탑에 처음 갔을 때, 운 좋게 그를 만날 수 있었다네.”

이안은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히든 퀘스트인 것 같은데… 아무나 받을 수 있는 퀘스트였다면 벌써 커뮤니티에 알려지고도 남았지.’

그리고 이진욱의 말이 이어졌다.

“처음에 내가 그를 만났을 때만 해도 몬스터 사육소는 지어지는 중이었어. 그리고 난 그에게 퀘스트를 받았는데, 늑대나 여우, 곰 등 몬스터들을 포획해 오는 퀘스트였고.”

여기까지 들은 이안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시설물 준공을 돕는 퀘스트를 수행하면 해당 시설물을 지어서 운영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이는 보통 생산직업을 주로 육성하는 유저들이 받는 퀘스트였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대장간이나 음식점 등의 시설물을 직접 지어서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하린이도 거점지에 음식점 지으려면 퀘스트 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진욱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무튼 이제 퀘스트를 다 해서 이 몬스터 사육소가 완공되었고, 나는 지금 여기서 일하고 있다네.”

이안은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았다.

“혹시 교수님, 퀘스트 완료하시고 나서 몬스터 사육소 건설할 수 있다는 시스템 메시지 같은 거 안 뜨셨어요?”

그리고 그의 물음에 이진욱은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이 되었다.

“아니, 자네 그걸 어떻게 알았는가?”

“보통 생산직업 유저들이 관련 시설 운영자격 얻게 되는 퀘스트가 이런 식이거든요.”

이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니 얘기하기가 편하겠어. 난 자네 말대로 몬스터 사육소를 건설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네. 하지만 아직 그 조건을 다 충족 못 해서 당장은 불가능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데요?”

이안의 물음에 이진욱은 품속에서 특이하게 생긴 책자 같은 물건 하나를 꺼내었다.

“이 책이 랄프로부터 얻은 ‘몬스터 도감’ 이라는 물건인데… 여기에 최소 50종 이상의 몬스터를 등록해야 사육소를 지을 수 있는 자격이 생겨.”

이안은 몬스터 도감 이라는 물건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어, 마탑 퀘스트 중에 저런 비슷한 것을 얻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고대 몬스터 도감’이라는 이름의 물건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생김새부터 시작해서 이진욱이 꺼내 든 몬스터 도감 과는 확연히 다른 아이템이었다.

‘여기엔 내가 몬스터를 등록할 수 있는 기능 같은 건 없었는데… 다른 종류의 물건인가 보네.’

이진욱은 자신이 들고 있던 몬스터 도감을 이안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몬스터 도감에 새로운 몬스터를 채워 넣으려면 해당 몬스터를 포획해야 하는데, 내 능력으로는 30종 정도가 한계였지. 그래서 자네가 이 물건을 가져가서 내가 포획하지 못 한 몬스터들의 정보를 좀 더 채워줬으면 하는데 말이야.”

도감을 건네받은 이안은 일단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

- 몬스터 도감 -

분류      -  잡화

등급      -  일반

* 포획한 몬스터를 도감에 등록할 수 있다.

몬스터를 한 종류 등록할 때 마다 명성이 최소 100씩 증가하며, 희귀한 몬스터일수록 명성의 증가폭이 높아진다.

---------------------------------------

그리고 그가 아이템 정보를 읽고 있는 동안, 이진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가 나를 도와준다면, 내가 앞으로 만들 몬스터 사육소를 자네에게는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하지. 어떤가?”

이안은 일단 몬스터 사육소의 기능부터 알고 싶었다.

“그런데 교수님, 몬스터 사육소에서는 뭘 할 수 있는거죠?”

이진욱은 선선히 대답했다.

“유저가 몬스터 사육소에 소환수를 맡기면, 소환수를 훈련시킬 수 있다네. 사육소의 등급이 더 오르면 다른 기능들도 생긴다고 되어있기는 하네만, 일단은 소환수를 훈련시킬 수 있는 시설인 것 같아.”

“훈련이요?”

이진욱은 대답 대신 자신의 소환수를 한 마리 소환했다.

“늑돌이 소환!”

그리고 그의 앞에 커다란 덩치를 가진 검정색 늑대 한 마리가 소환되었다.

그것을 본 이안은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

그가 놀란 이유는 늑대가 처음 보는 종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반 등급의 늑대 중에 검정늑대가 있기는 하지만… 저렇게 큰 놈은 처음 보는데? 거의 라이 만큼 크잖아?’

놀라는 이안을 본 이진욱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다시 열었다.

“하하, 자네 혹시 소환수 진화 시켜본 적 있나?”

이안의 두 눈이 조금 더 커졌다.

‘역시, 진화된 소환수였구나…! 그런데 어떻게?’

자신 외에 소환수를 진화시킨 유저를 처음 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충분히 지금쯤 소환수 진화에 성공한 유저가 생겼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진욱 교수의 레벨은 아직 30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당황한 것이었다.

‘뭐지? 교수님도 훈련 스킬이라도 있으신가? 아… 혹시…?!’

이안은 무언가 깨닫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놀라는 이안을 보며 이진욱이 그의 짐작을 확인시켜 주었다.

“몬스터 사육소에서 내 늑돌이를 훈련시켰더니 며칠 뒤에 ‘검은 발톱 늑대’ 라는 종으로 진화하더군. 정확히 어떤 이유로 진화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진욱과 달리 이안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 훈련스킬과 마찬가지로 여기서 하는 훈련을 통해서 몬스터의 잠재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거겠지.’

이안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유현이에게 말해서 몬스터 사육소를 우리 거점지에 지을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것도 괜찮겠는데…?’

아직은 아는 사람이 없을 테지만, 사육소에서의 훈련을 통해서 소환수를 진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몬스터 사육소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었다.

‘내 훈련스킬만큼 잠재력이 빠르게 오를지는 모르지만… 훈련 스킬에도 쿨타임이 있으니까 당장에 사용하지 않는 소환수들을 맡겨놓는 건 확실히 나한테도 도움이 되겠어.’

93레벨이 될 때 까지 계속해서 훈련 스킬을 돌렸음에도 아직 이안은 모든 소환수의 잠재력을 100까지 맞추지 못하였다.

곧 떡대를 마지막으로 모든 소환수의 잠재력이 100이 되기는 하지만, 스킬부여를 사용하고 나면 또 잠재력이 떨어질 것이었다.

그리고 사육소의 등급이 올라가면 또 어떤 기능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소환술사인 이안으로서는 그 가능성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새로운 생산건물을 거점지에 짓는다는 것 자체가 거점지의 성장수치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으니, 몬스터 사육소를 선점하는 것은 확실히 길드 차원에서 큰 이득이었다.

이안은 이진욱 교수를 돕기로 결정했다.

“교수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안의 대답에 이진욱은 반색했다.

“오, 정말 그래주겠는가?”

“예 교수님. 그런데 제가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부탁?”

조금 의외인 이안의 말에 잠시 멈칫 한 이진욱이었지만, 곧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보게.”

그리고 이안의 말이 이어졌다.

“제게 사육소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신다는 조건 대신에 저희 길드 거점지에 사육소를 지어 주시는 조건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          *          *

이진욱 교수와의 거래(?)를 무사히 마친 이안은 퀘스트 진행을 위해 곧바로 차원의 마탑으로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이진욱 교수는 이안의 조건까지 모두 수용했다.

사실 이안이 제시한 것은 조건이랄 만한 것도 아니었다.

이진욱 교수의 입장에서는 건물을 지을 부지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었으니까.

말 그대로 윈윈이라 할 수 있는 거래였다.

‘의외의 수확이었어. 교수님께서 그런 재능(?)이 있으실 줄이야.’

이진욱 교수는 현실에서 교수이기도 했지만, 등산과 동물을 좋아하는 야생동물 애호가였다.

그래서 카일란에서도 곧바로 소환술사 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것이었다.

이안은 이진욱이 퀘스트를 받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일반적인 루트로는 히든퀘스트를 받기 힘들지.’

그는 일반적인 유저들과는 달리 소환수들과 사냥을 하기 보다는 교감을 느끼고 마치 애완동물 키우듯 게임을 플레이했고, 그러다보니 연계 퀘스트로 몬스터 조련소 퀘스트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안은 인벤토리에서 이진욱 교수가 빌려준 몬스터 도감을 꺼내었다.

‘퀘스트 시작하기 전에 일단 지금 가지고 있는 소환수들부터 한번 등록해 볼까?’

도감이 어떻게 작동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안은 이진욱에게서 들었던 대로 소환수들을 등록했다.

“보유 소환수 등록!”

그러자 이안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차례대로 떠올랐다.

[몬스터 정보 등록 : 붉은 갈기 늑대 - 희귀등급]

[몬스터 정보 등록 : 어비스 터틀 - 유일등급]

[몬스터 정보 등록 : 어비스 골렘 - 유일등급]

[몬스터 정보 등록 : 클로피아 - 희귀등급]

[몬스터 정보 등록 : 라바 드레이크 킹 - 영웅등급]

그리고 이어서 명성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붉은 갈기 늑대’ 몬스터를 등록하여 명성이 1200 상승했습니다.]

[‘어비스 터틀’ 몬스터를 등록하여 명성이 53700 상승했습니다.]

[‘어비스 골렘’ 몬스터를 등록하여 명성이 5600 상승했습니다.]

:

:

기분 좋게 명성이 올랐다는 메시지들을 확인하던 이안은 순간 당황했다.

‘뭐지? 왜 뿍뿍이가 가장 명성을 많이 주는 거지?’

같은 유일등급인 떡대와 비교하면 무려 1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명성치.

‘심지어 영웅 등급인 레이크와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 수준이잖아?’

하지만 이안으로서는 그 이유를 알 방법이 없었다.

‘뿍뿍이가 진화해서 정말 엄청난 놈이 될 가능성을 찾은 건가…?’

하지만 미트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단순한 뿍뿍이를 떠올리자 그런 환상이 곧바로 깨져 버렸다.

‘시스템 오류일지도….’

그리고 몬스터 도감에 등록된 몬스터들의 정보를 쭉 훑어 보았지만 특별한 부분은 없는 듯 보였다.

‘이제 퀘스트나 하러 가야겠다.’

어쨌든 순식간에 10만의 명성을 획득한 이안은 기분 좋게 차원의 포탈로 걸음을 내딛었다.

루키리그 준우승으로 획득한 명성에 그동안 자잘하게 받은 명성까지 합하니 졸지에 명성이 30만이 넘어버린 것이었다.

‘이제 이 포탈 안에서 던전 최초발견 한번만 더 떠 주면 오늘 하루는 완벽할텐데….’

이안은 설레는 마음으로 포탈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르노빌 고원’ 필드에 입장합니다.]

[필드의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명성이 100000 상승했습니다.]

[앞으로 10일 동안 필드에서 획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2배가 됩니다.]

[앞으로 10일 동안 필드에서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2배가 됩니다.]

[‘시간 여행자’ 칭호를 획득합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전부 읽고 난 이안의 입에 함지박만한 웃음이 걸렸다.

필드 최초 발견은 이안으로서도 처음 경험하는 특전이었다.

‘대박이다…!’

*          *          *

< (5). 차원의 마탑 -4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