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3화 (104/1,027)

< (5). 차원의 마탑 -2 >

*          *          *

‘아르노빌 제국이라면… 카이몬 제국의 전신 인걸로 알고 있는데….’

콜로나르 대륙을 양분하고 있는 두 개의 거대 제국 중 하나인 카이몬 제국. 그리고 그 카이몬 제국의 전신이 바로 아르노빌 제국이었다.

이안이 이 대륙의 역사 속에 있는 과거의 제국 이름을 알고 있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처음 카일란을 시작하는 유저는 원하던 원치 않던 대륙의 역사가 담긴 15분짜리 영상을 캡슐 속에서 관람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영상은 제법 재밌는 편이어서 그것에 불만을 갖는 유저는 게임 초기에도 많지 않았다.

‘어디보자 여기 몬스터 레벨들은 몇 쯤 되려나….’

유적 지하던전에 출몰하는 몬스터들은 모두 유령이나 스켈레톤 같은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특이한 점은 사람의 형태 보다도 몬스터의 형태를 한 유령이나 뼈다귀가 더 많다는 점이었다.

‘레벨은 90대 초반 정도면… 사냥하기 딱 적당하네. 스노우 가고일들이랑 비슷하겠어.’

그리퍼가 말한 ‘도굴꾼의 영혼’ 이라는 녀석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이안은 몸이 근질거렸다.

그 이유는…

바로 눈 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 덕분이었다.

[던전의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앞으로 5일 동안 던전에서 획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2배가 됩니다.]

[앞으로 5일 동안 던전에서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2배가 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이안의 머릿속에 3일이라는 퀘스트 제한시간이 동시에 떠올랐다.

이안은 입맛을 다셨다.

‘이럴 거면 제한시간도 5일로 해주던가.’

5일을 꽉 채워 사냥하지 못한다는 것에 아쉬움이 조금 생겼지만, 3일이라도 감지덕지였다.

이안은 함지박만한 미소를 지으며 전투를 위해 몸을 움직였다.

*          *          *

“음, 아무리 뒤져봐도 역시 아르노빌 제국 고대유적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시피 하네.”

하루 종일 이 잡듯 던전을 쓸고 다니던 진성은 식사 때도 된 겸, 정보도 찾아볼 겸 캡슐에서 잠시 나왔다.

“최초발견 메시지까지 뜬 마당에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진성이 찾고 있던 것은, 지금 퀘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도굴꾼의 영혼’ 몬스터에 관한 정보였다.

반나절동안 사냥하면서 ‘도굴꾼의 영혼’ 몬스터는 스무 마리도 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퀘스트 아이템의 드랍율은 또 얼마나 낮은 건지, ‘고대 유물의 조각’ 아이템은 이제 겨우 두 개 획득했을 뿐이었다.

그 마저도 같은 조각이 나와서 열불 터지는 경험을 한 것은 덤이었다.

‘으, 이대로 가면 3일 안에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계속해서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게시판을 뒤적거리던 진성.

그런데 그 때, 그의 눈에 ‘도굴꾼’ 이라는 단어가 드디어 발견되었다.

‘어? 도굴꾼의 영혼 이라는 이름은 아니지만, 혹시…?’

게시글의 제목에 쓰여진 이름은 ‘도굴꾼의 영혼’이 아닌 ‘도굴꾼 코볼트’ 몬스터에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진성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게시물을 클릭했다.

제목 : 하… 도굴꾼 코볼트만 일주일 동안 잡았네요.

-내용-

칼리브 영지의 영주인 ‘스이칸 남작’에게서 ‘잃어버린 유물’ 퀘스트를 받았던 유저입니다.

히든퀘스트이긴 한데, 시간도 엄청 오래 걸리는데다 보상도 별로 좋지 않아서 저 이후로 또 누가 이 퀘스트를 할까 싶습니다만… 그래도 팁이랄 만한 게 있어서 한번 끄적여 봅니다.

제가 받았던 퀘스트는 유물의 조각들을 모아서 복원하는 퀘스트였습니다.

유물은 도굴꾼 코볼트를 잡으면 확률적으로 드랍되는 방식이었구요.

여기까지 읽은 진성은 일단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거 내가 받은 퀘스트랑 방식이 엄청 비슷하잖아?’

그리고 집중해서 나머지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단 이 퀘스트의 지랄 맞은 점은, 유물 조각이 같은 게 또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총 4개의 서로 다른 조각을 모아서 유물을 하나로 완성해서 가져가면 클리어되는 퀘스트였는데, 설명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3번 조각만 죽어라고 나오질 않는 겁니다.

조각 자체의 드랍율도 낮은데 자꾸 다른 조각만 계속 나오니 미쳐버릴 노릇인거죠.

진성은 게시물을 올린 유저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지랄 맞은 퀘스트이긴 하지….”

정말 진성이 지금 진행중인 퀘스트와 판박이인 퀘스트였다.

괜찮은 정보를 얻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진성은 스크롤을 계속 내렸다.

그런데 일주일이 거의 다 되어서야 안 사실이지만, 이 도굴꾼 몬스터의 퀘스트 아이템 드랍율이 낮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몬스터를 잡을 때 등에 메고 있는 보따리를 손상시키면 아이템 드랍율이 낮아지는 것이었죠.

실제로 제가 실험을 해 봤는데, 거의 열 마리에 한 번 꼴로 드랍되던 퀘스트 아이템 조각이, 보따리를 훼손시키지 않고 잡자 2~3회에 한번 정도로 급격하게 확률이 올라갔습니다.

저야 퀘스트 다 깨 갈 즈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미리 알고 퀘스트 진행하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렇게 글 올려봅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진성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럼 그렇지, 역시 뭔가 비밀이 있는 거였어.”

진성은 확신했다.

같은 퀘스트는 아니었지만, 분명 자신이 진행중인 퀘스트에도 통용되는 팁일 거라는 느낌이 왔다.

시작부터 연계 퀘스트를 실패할 위기에 처할 뻔했던 진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번 시험해봐야지.”

원래 식사를 마친 뒤 오늘은 취침할 예정이었지만, 지금 얻은 정보를 확인해보기 전에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진성은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카일란에 접속했다.

*          *          *

이틀 뒤.

“으아아…! 미치겠네 진짜!”

그리퍼에게서 받은 돋보기(?)로 방금 얻은 유물 조각을 감정해 본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괴성을 질렀다.

“아오, 이거 진짜 확률 조작 아니야?”

커뮤니티에서 도굴꾼에 관한 정보를 얻은 뒤, 이안의 퀘스트 진행은 한동안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중복되는 조각 없이 여섯 조각 중에 다섯 조각을 하루 만에 다 모아버린 것.

하지만 퀘스트 마지막 날.

벌써 다섯 개 째 조각을 획득했지만 그가 필요로 하는 4번 조각은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진짜 미쳐버리겠네. 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이안은 퀘스트 창을 열어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03:39:21]

그리고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와, 이제 네 시간도 안 남았네?’

지금까지의 페이스로 봐서는 세 시간 정도에 획득할 수 있는 유물 조각은 많아야 두 개 정도였다.

다섯 번 동안 나오지 않은 4번 조각을 남은 시간 내에 획득할 수 있을지는 정말 미지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첫날 사냥은 좀 미뤄두고 도굴꾼 영혼부터 찾으러 다닐 걸….’

최초 발견 버프 때문에 신이 나서 보이는 족족 몬스터를 쓸어 담은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기에, 이안은 다시 열심히 움직였다.

“클로피아, 저쪽으로 가서 도굴꾼 찾으면 바로 알려줘!”

꾸륵- 꾸륵-

이안의 빙의 셔틀(?) 이었던 클로피아는 이번 퀘스트에서 도굴꾼을 찾는데 제법 큰 도움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민첩성이 높은 데다 고유능력인 ‘바람 타기’ 특성 때문에 이동속도가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이 던전에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몬스터가 없었던 게 정말 다행이었지.’

클로피아의 바람타기 능력은 5초 이상 공격받지 않고 날면 이동속도가 70% 상승하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몬스터가 없다면 하늘을 비행하는 클로피아가 공격받을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클로피아를 보내놓고 반대 방향으로 한참을 수색하던 이안의 눈에 지금껏 보지 못했던 특이한 몬스터가 들어왔다.

‘저건 뭐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어 잠시 도굴꾼의 영혼인 줄 착각했었지만, 도굴꾼 보다는 키도 좀 작고 허리도 굽어진 노인의 모습을 한 유령이었다.

‘어? 그런데 영웅등급이잖아…?’

이 던전에서 이안은 영웅등급은커녕 유일등급의 몬스터도 만난 일이 없었다.

‘아… 이걸 그냥 지나쳐? 말아?’

이안은 고민이 되었다.

포획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인간형 몬스터 인데다가 언데드인 몬스터를 포획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전투에서 질 것을 걱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북부대륙에서 90레벨대의 영웅등급 몬스터를 사냥해 본 경험도 있었다.

단지 그가 걱정되는 것은 남은 퀘스트 시간이었다.

‘레벨 90이 넘는 영웅 등급의 몬스터면… 아무리 빨라도 전투에 최소 30분 정도의 시간은 소요될 텐데….’

하지만 갈등은 잠시.

최초발견 버프 때문에 경험치는 물론 아이템 드랍율도 두배인 지금 영웅 등급의 몬스터를 모른 체 하는 것은 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라이, 잡자!”

크릉-!

이안은 그렇게 또 유혹에 빠져들었다.

*          *          *

“어후, 유령 몬스터 주제에 소환술사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

생각보다 힘들게 영웅 등급의 유령을 잡은 이안은 투덜거렸다.

영웅 등급의 유령 몬스터는 ‘고대의 소환술사’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걸맞게 여러 마리의 소환수들을 소환하여 이안을 대적하였다.

마지막에는 본체를 집중공격 했기 때문에 전투에 소요된 시간 자체는 예상보다 오히려 짧은 편이었지만, 상대도 마찬가지로 이안을 먼저 노렸기 때문에 제법 위험한 상황도 몇 번 만들어진 것이었다.

‘아무튼, 잡았으니 아이템이나 뭐 나왔나 확인해 볼까?’

이안은 그의 사체(?) 위에 손을 올려 아이템을 회수했다.

[‘고대 소환술사의 지팡이’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고대 몬스터 도감’을 획득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본 이안의 눈이 반짝였다.

‘어?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영웅등급 아이템이야?’

고대 몬스터 도감 이라는 아이템은 일반등급인지 이름이 하얀색이었지만, 고대 소환술사의 지팡이 라는 이름은 선명한 보랏빛을 띄고 있었다.

영웅 등급의 아이템도 오랜만이었는데, 게다가 이름을 보니 소환술사 전용의 아이템임이 분명했다.

이안은 설레는 마음으로 지팡이의 정보를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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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소환술사의 지팡이 -

분류      -  지팡이

등급      -  영웅

착용제한  -  레벨 91

공격력    -  407 ~ 605

내구도    -  820/820

옵션      -  지능 +124

통솔력 + 30

소환마력 + 42

정령마력 + 20

* 소환된 모든 소환수의 공격력이 32%, 치명타 피해량이 46% 증가한다.

* 정령마력을 5만큼 소모하여 전방으로 마력의 구체를 발사할 수 있다.

마력의 구체는 소환마력의 250%에 해당하는 파괴력을 갖으며, 적을 명중시키면 소모한 정령마력이 다시 회복된다.

* 지팡이를 착용하고 있으면 고대의 몬스터들과의 친밀도가 3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고대의 이름 있는 소환술사가 사용하던 지팡이이다.

소환술사로서 능력이 뛰어날수록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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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

이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얼마 남지 않은 퀘스트 시간도 지금만큼은 잠시 잊혀졌다.

‘소환마력 비례 데미지 스킬이 하나 더 생긴 거나 마찬가지네. 내 딜도 이제 꽤 들어가겠어.’

어차피 무기 자체의 공격력이 높아봐야 캐릭터 딜량이 크게 오르지 않았기에, 레벨 제한 관계 없이 항상 옵션만 보고 무기를 고르던 이안이었다.

‘하지만 이건 다르지.’

이 지팡이에 달린 옵션은 쉽게 말해 이안의 평타를 공격력 비례가 아닌 소환마력 비례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이안에게는 정말 꿀 같은 아이템이었다.

‘고대 몬스터의 도감’ 아이템은 잡화 아이템이었고, 펼쳐 봐도 당장 크게 도움 될 만한 내용이 없었기에 조금 실망했지만, 이안은 지팡이 하나만으로도 영웅 몬스터를 지나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자, 이제 퀘스트만 성공시키면 된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이안은 주문이라도 외우듯 유물의 4번 조각을 속으로 외치며 도굴꾼을 찾기 위해 분주히 걸음을 옮겼다.

*          *          *

< (5). 차원의 마탑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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