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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8화 (99/1,027)

< (4). 내기의 결과 -1 >

한편, 황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이안은 작열의 대지 지하 깊은 곳에서 열심히 노가다를 하고 있었다.

‘제기랄!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깎아지듯 아슬아슬한 각도의 절벽.

정확히 말하면 용암 구덩이 바로 위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이안은 곡괭이 비슷한 것을 들고 뭔가를 파 내고 있었다.

‘이 미친 무한 채집은 대체 언제쯤 끝나는 거야?’

오염된 몬스터 포획 퀘스트 이후, 그 다음에 받은 퀘스트 까지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오염된 몬스터들을 100마리 처치하고 돌아오는 퀘스트였으니까.

‘보상이 짜기는 했지만, 어차피 사냥할 겸 하면 되는 퀘스트라서 괜찮았지.’

하지만 그 뒤로 지금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연계 퀘스트는 죄다 던전 안을 들쑤시고 다니며 광물 혹은 약초를 채집해야 하는 채집 퀘스트였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이런 퀘스트인데!’

이안은 맵을 돌아다니며 잡다한 재료들을 모아오는 채집 류의 퀘스트들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경험치가 오르는 것도 아니었고, 스킬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심지어 돈이 되지도 않는 단순 노가다!

물론 퀘스트 끝에 나올 보상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연계 퀘스트의 특성상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 더욱 짜증나는 것이었다.

‘쓸 데 없는 거 주기만 해봐라. 용암의 수호자인지 나발인지 내가 다 부셔버릴 거야!’

이미 너무 멀리까지 왔다.

벌써 만으로 거의 24시간동안 반나절동안 레벨업도 하지 못하고 주구장창 퀘스트만 진행해온 것.

여기까지 왔으니 끝을 보기는 해야 했다.

띠링-

[‘붉은 이끼의 뿌리’를 채집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퀘스트 붉은 이끼의 뿌리 채집 (35/35)]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이안은 채집이 끝났다는 메시지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발… 이번엔 끝이라고 해줘….’

절벽을 기어 올라간 이안은 다시 용암의 근원지로 향했다.

헬리얀에게 가는 그의 걸음에는 힘이 없었다.

‘끝이겠지? 끝일거야… 끝이어야만 해….’

계속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던 이안은 헬리얀에게 가서 부들거리는 손으로 재료 아이템을 건네주었다.

“여기, 가져왔습니다….”

처음 퀘스트를 시작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힘 없는 목소리.

그런 이안을 보며 헬리얀은 피식 웃었다.

[수고 많았네, 잠시 기다리게.]

자신이 건네준 재료 아이템을 들고 다시 용암 속으로 사라진 헬리얀을 보며 이안은 털썩 주저앉았다.

‘하, 또 같은 패턴이잖아.’

저 시뻘건 불덩어리는 다시 나와서 또 지랄 맞은 채집 퀘스트를 줄 게 분명했다.

이안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또 채집 퀘스트가 나온다면 정말 진지하게 연계 퀘스트를 포기할까 고민이 될 정도였다.

‘퀘스트가 아직 더 있어도 좋으니까 제발 채집만 아니어라….’

이안은 앉은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종교도 없는 그가 열심히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이시여… 제발 제 기도 한번만 들어 주세요…. 저 평소에 바라는 것도 별로 없잖아요… 흑흑….’

소탈한 게이머 이안의 간절한 기도!

그런데 그 기도가 하늘에 닿았음일까.

이안의 앞에 쏟아져 내리던 용암의 폭포가 사방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던전이 무너지기라도 하듯 엄청난 크기로 울려퍼지는 굉음에 이안은 혼비백산했다.

“뭐, 뭐야?!”

그리고 절망했다.

‘던전 붕괴로 깔려 죽는 최초의 카일란 유저가 되기는 싫은데….’

이안이 진지하게 로그아웃을 고민하고 있을 때.

던전 전체를 뒤흔들던 진동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안의 눈 앞에, 폭포수 처럼 쏟아지던 용암들은 사라지고, 고요히 가라앉은 용암의 호수가 나타났다.

이안은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끝난 건가…?’

확실히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후끈거리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조금 음산한 기운이 돌던 용암의 근원지 맵 전체가 한층 밝아졌고, 던전 곳곳에 흐르던 거뭇거뭇한 용암들이 새빨간 색깔을 회복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요하던 용암의 호수가 요동치며 거대한 용암의 수호자 헬리얀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네 이안.]

“별… 말씀을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한 이안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이제 용암의 근원지 정화는 전부 끝난 건가요?”

헬리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자네가 내 기대보다 일을 더 많이 해 준 덕분이지.]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이안이 되물었다.

“제가 기대보다 일을 더 많이 하다니요?”

‘난 시키는 것만 했는데…?’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이안을 보며 헬리얀이 빙긋 웃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용암의 호수 바닥에는 거대한 용암의 핵이 있다네.]

이안은 아무 말 없이 헬리얀의 이야기를 이어 들었다.

[자네에게 지금까지 내가 부탁했던 재료들은 용암의 핵을 정화하기 위한 정수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들 이었지.]

헬리얀은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용암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용암의 핵을 정화하는 데 내게 주어졌던 시간은 정확히 24시간. 원래는 그동안 하나의 정수만 온전히 만들면 용암을 정화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었다네.]

헬리얀의 말을 듣는 이안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 헬리얀은 감동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자네가 부지런히 채집에 힘써준 덕에 정수를 다섯 개나 만들 수 있었지 뭔가. 덕분에 주기적으로 오염되는 이 용암의 핵을 앞으로 5회 정도는 문제없이 정화할 수 있게 되었어.]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이안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 정해진 시간이 있는 퀘스트였다니….’

헬리얀의 말에 따르면, 하나의 정수를 만들어 낼 때 까지만 퀘스트를 진행했으면 됐다는 소리였다.

억울함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쩐지 같은 재료를 여러 번 채집해 오게 시키더라니….’

이안은 단지 최대한 빨리 연계 퀘스트를 전부 완료하기 위해 열심히 채집했던 것이었다.

헬리얀 좋은 일을 하려고 이렇게 열심히 노가다를 한 것이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채집만 하지 말고 중간 중간 사냥도 하고 그럴걸 그랬어….’

그랬더라면 최소 40~50% 정도의 경험치 게이지는 채울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왜 속였냐며 헬리얀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기껏 지금까지 잘 쌓아놓은 NPC와의 친밀도를 보상을 받기 직전에 날려먹을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헬리얀이 이안을 속인 것은 아니었다.

단지 말하지 않았을 뿐.

그리고 그런 이안의 심리상태를 알 리 없는 헬리얀은 무척 기분이 좋아보였다.

[껄걸… 자네 덕분에 용암의 근원지는 한동안 걱정 없겠어. 정말 마음이 편하군.]

그의 말을 들은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이제 보상을 내 놔 인마.’

그리고 그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헬리얀의 말이 이어졌다.

[정말 수고가 많았네. 이건 약소하지만 내가 자네에게 주는 선물이라네.]

그리고 연계 퀘스트의 끝을 알리는 알림음이 이안의 귓전에 울려 퍼졌다.

띠링-

[용암의 근원지 연계 퀘스트를 전부 완료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SSS]

[경험치를 12935000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71레벨이 되었습니다.]

71레벨이 되고도 50% 이상 차오르는 경험치!

만으로 24시간이니, 거의 이틀 가까이 투자했지만 그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훌륭한 보상이었다.

포획 퀘스트부터 시작해서 모든 연계 퀘스트를 가능한 한계치까지 쉴 새 없이 했기에 클리어 등급도 트리플 S 등급이었다.

하지만 이안의 표정은 뚱했다.

‘중간에 사냥이라도 했으면 레벨이 하나 더 올랐을 거 아냐?’

이안이 그렇게 후회하며 부들거리고 있는데, 메시지가 하나 더 떠올랐다.

[‘용암의 봉인석’을 획득합니다.]

‘음… 용암의 봉인석이 뭐지?’

시스템 메시지를 읽은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헬리얀에게 물었다.

“이건 뭔가요 헬리얀님?”

그에 헬리얀은 웃으며 대답했다.

[이 용암의 정수를 수호하는 가디언 중 하나라네. 본래라면 다른 녀석을 보상으로 주어야 하지만, 자네가 정말 많은 일을 해 주었기에 가장 아끼는 아이를 선물하겠네.]

‘가디언…?!’

이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봉인석을 확인하자 그의 눈앞에 몬스터의 상태창이 커다랗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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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바 드레이크 킹(Lava Drake King) -

레벨      :  80

분류      :  드레이크

등급      :  영웅

성격      :  용맹한

진화불가

공격력    :  1975

방어력    :  975

민첩성    :  527

지  능    :  609

생명력    :  23537 / 23537

마  력    :  9750 / 9750

고유능력

- 화염 속성의 피해를 30%만큼 덜 받는다.

- 화염 속성의 브레스를 발사하여 전방에 공격력의 593% 만큼의 피해를 입힌다.

(재사용 대기시간 30분)

- 용암의 숨결

기본 공격 시 30%의 확률로 ‘용암의 숨결’ 능력이 발동한다.

용암의 숨결이 발동되면 입에서 화염을 내뿜어 전방의 적들에게 공격력의 175% 만큼의 피해를 입힌다.

(전방 4m, 부채꼴 형태로 분사된다.)

뜨거운 용암 속에서 태어난 라바 드레이크들의 제왕이다.

화염 속성의 공격에 특화되어 있으며, 무척이나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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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정보창을 정신없이 읽어 내려간 이안은 감격했다.

‘영웅 등급의 몬스터라니…! 게다가 공격력이 거의 이천이잖아?’

1975라는 어마어마한 수치의 공격력.

대부분의 드레이크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인 브레스는 기본 장착되어 있었고, 용암의 숨결이라는 패시브 스킬 또한 지금 이안에게 너무도 필요한 광역 공격 능력이었다.

‘진화불가’ 라는 부분은 역시 조금 아쉬웠지만 옥의 티 정도로 생각될 뿐이었다.

어차피 전설등급의 몬스터는 아직 구경조차 한 유저가 없었으니, 사실상 지금 기준으로 영웅등급이면 최상급의 몬스터인 셈.

여기서 진화가능 옵션까지 바란다면, 그것이 오히려 도둑놈 심보일 것이었다.

‘진화불가 옵션 때문에 한계가 이미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당장 레벨업이 시급한 나에겐 정말 최적의 소환수야.’

지금 당장 소환수로 계약하여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통솔력이 부족했다.

‘곧바로 마을 가서 통솔력 올려주는 아이템 전부 다 사다 입어야겠어.’

정 안되면 빙의 셔틀인 클로피아라도 계약해제 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렇게 까지 안 해도 돈 좀 쓰면 얼추 통솔력을 꽉 들어차게 맞출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쓸데없이 남 좋은 일만 했다는 자책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채집하는데 쓴 시간동안 라바위치 포획 노가다를 했더라도 이놈보다 나은 녀석을 얻을 수는 없었겠지.’

이 ‘라바 드레이크 킹’ 과 함께 사냥한다면 경험치도 채집에 쓴 시간 이상의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이안은 언제 원망했냐는 듯, 헤벌쭉 웃으며 헬리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맙습니다, 헬리얀님. 드레이크는 정말 잘 쓸게요.”

[아닐세, 내가 고맙지. 덕분에 용암의 근원지가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말이야. 그 아이가 부디 자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네.]

헬리얀과 작별인사를 한 이안은 서둘러 마을로 돌아가는 귀환석을 사용했다.

이안은 지금 한시라도 빨리 드레이크를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          *

이안이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라바 드레이크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 무렵.

또 한명의 라바 드레이크 오너 카노엘은 자신의 분신(?)과 함께 레벨을 올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용용아, 브레스!”

크오오오!!

전방으로 시뻘건 브레스를 쏘아내는 레드 드레이크 용용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을 잘 지었단 말이지. 후후.’

카노엘은 자신의 작명센스에 만족했다.

용용이라는 이름은 나름의 뜻(?)이 있는 작명이었다.

용암과 용에서 한 글자씩 따 온 이름이었던 것.

작명센스 만큼은 거의 이안에 필적할 정도로 훌륭한(?) 카노엘이었다.

화아아악-!

용용이의 브레스가 터져 나가자 그 앞으로 달려들던 다섯 마리의 페라곤들이 순식간에 회색 빛으로 변하며 명을 달리했다.

캬아악-!

그에 의기양양해진 용용이는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우쭐한 표정이 된 것은 용용이만이 아니었다.

“크하하핫! 맛이 어떠냐, 이놈들!”

카노엘은 며칠 전 자신을 힘들게 했던 나르한 늪지대의 페라곤들을 학살하며 광소를 터뜨렸다.

통쾌함의 극치!

허공에 연신 헛발질을 해대던 반달곰과는 차원이 다른 전투력을 가진 용용이가 사랑스러웠다.

“용용아 잘했어!”

카노엘의 용용이와의 친밀도도 거의 최상이었다.

툭하면 구박하던 반달곰 때와는 달리, 용용이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쏟고 있었기 때문.

사실 레벨 26 정도의 일반등급의 몬스터들인 페라곤이 30레벨이 넘는 유일등급의 드레이크인 용용이에게 맥을 못 추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당장의 레벨업 속도와 전투결과가 너무도 만족스러운 카노엘은 그런 것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

“후후, 이제 나르한 늪지대는 너무 시시하다 용용아. 그렇지 않니?”

크르르르-!

죽이 잘 맞는 소환수와 주인의 훈훈한 모습.

‘음… 이제 사냥터를 옮길 때가 되었어.’

벌써 3일 동안 나르한 늪지대를 쓸고 다닌 덕에 레벨은 6이나 올라 어느덧 30레벨이 되었고, ‘페라곤 학살자’ 라는 칭호까지 얻은 카노엘이었다.

게다가 처음 얻었을 때 32레벨이었던 용용이도 36레벨이나 된 상태.

지금 그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고블린 야영지 정도면 내 사냥터로 적합하겠군.’

용용이를 얻기 전이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사냥터에 갈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용용아, 소무르 협곡으로 가자!”

카노엘은 용용이를 소환해제 한 뒤 귀환석을 사용해 마을로 이동했다.

카일란 최고의 드레이크(?) 용용이와 함께라면, 카노엘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 (4). 내기의 결과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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