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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6화 (97/1,027)

< (3). 작열의 대지 -3 >

‘저 꼬리부터 먼저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리면 되지.’

스콜피온의 맹독이 발산되는 원천인 꼬리.

꼬리를 공격하여 일정 피해 이상을 입히면 더 이상 맹독이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상대법만 안다면 오히려 상대하기 수월한 몬스터가 스콜피온 이기도 했다.

이안은 라이에게 명령했다.

“라이야, 먼저 들어갔다가 독에 당하면 낭패니까, 일단 대기하고 있어.”

크르릉-

“그리고 둔화효과 걸리고 떡대 스킬까지 들어가고 나면 꼬리부터 공격해. 알겠지?”

라이의 우월한 민첩성 때문에 어지간하면 맹독공격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었지만, 한 방이라도 허용하면 낭패였기 때문에 이안은 신중히 명령했다.

크릉- 크릉-

라이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안은 활 시위를 당겼다.

이미 스콜피온들이 떡대의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상태.

이안은 떡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떡대, 어비스 홀!”

그리고 떡대의 양 팔에서 예의 그 진동파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쿵- 쿠쿠쿵-!!

키이이익-!

스콜피온들이 어비스 홀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자, 전류 증식을 발동시킨 이안은 활 시위를 놓았다.

피이잉-!

지지직-! 지직!

이안은 단 한발의 전류증식으로 다섯 마리 중 네 마리의 스콜피온을 격중 시켰고, 두 마리에게서 곧바로 마비 효과가 터져 나왔다.

어비스 홀로 인해 스콜피온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스콜피온’이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스콜피온’의 움직임이 30% 느려지며, ‘전격’속성의 공격에 50%의 추가 피해를 입습니다.]

[‘전류증식’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됩니다.]

이안은 계속해서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약점포착이 발동되자, 라이가 재빨리 몸을 날렸다.

“라이, 가장 왼쪽에 동떨어져있는 녀석 먼저!”

라이는 이안이 명령을 내린 대로 영리하게 움직였고, 둔화효과와 어비스 홀의 인력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스콜피온은 라이의 날카로운 이빨을 피할 수 없었다.

[소환수 ‘라이’가 스콜피온의 꼬리를 공격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스콜피온에게 3007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스콜피온의 꼬리’가 전투기능을 상실했습니다.]

단 한방에 꼬리를 전투불능으로 만들어버리는 라이의 공격력에 이안은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초기화 전에 궁사로 싸울 땐, 저 꼬리 맞춘다고 정말 애를 먹었었는데….’

이안은 소환술사의 장점 중 하나가, 소환수들과 소환수들의 스킬을 입맛에 맞게 조합해서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장점이 다른 많은 단점들을 상쇄시켜줄 수 있다고 느꼈다.

"전류증식!"

이안의 활 시위를 떠난 화살이 교묘하게 스콜피온들의 사이로 파고들어가 중앙에 위치한 스콜피온의 몸통에 작렬했다.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증식된 전류덩어리들은 모두 주변 스콜피온들에게 격중되었고, 여러 번 튕기며 피해를 입힌 뒤 사라졌다.

운도 따르기는 했지만, 이제 정말 달인의 경지에 오른 이안의 전류증식 컨트롤이었다.

그리고 이안은 계속 화살을 날리는 와중에도 떡대와 라이에게 세세한 지시를 내렸다.

“떡대는 독침에 안 맞게 뒤로 살짝 빠지고 라이, 저 맨 앞에 스콜피온이 마비가 안 걸렸으니까 저거부터 공격해!”

놀라운 이안의 멀티태스킹 능력.

컨트롤이 어렵다는 것도 많은 유저들이 꼽는 소환술사의 단점 중 하나였다.

유저 캐릭터 하나만 잘 컨트롤하면 되는 일반적인 다른 직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게 되고, 그러다가 오히려 본인의 캐릭터를 신경 쓰지 못해 어처구니없이 사망하는 사태도 많이 발생하는 게 소환술사였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컨트롤 난이도도,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이안에게는 단점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안은 빠르게 다섯 마리의 스콜피온들을 제압했다.

“이제 떡대도 소환했으니, 작정하고 보이는 족족 다 잡으면서 움직여야겠어.”

대충 정비를 마친 그는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시간쯤 뒤.

이안은 작열하는 대지의 지하 던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어후, 이 안은 더 덥네. 아마 저 라바스폰들 때문이겠지?’

이안은 지하던전에 라바위치를 잡기 위해 왔지만, 원래 지하던전 대부분의 지역에 서식하는 몬스터는 라바스폰 이라는 녀석이었다.

지하 던전에 도착한 이안은 먼저 라바스폰의 레벨부터 확인했다.

‘레벨이 71…73… 상대하는 데 크게 무리는 없겠어.’

그의 기억대로 위치들의 레벨은 70초반 정도였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돼. 잘못해서 열 마리 이상 몰리기라도 하면 충분히 위험할 수 있는 놈 들 이야.’

라바스폰은 하나만 상대할 때는 포르칼의 산적보다도 오히려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기본 공격으로 쏘아내는 용암의 화염 공격력이 강력한데 비해 생명력은 거의 종잇장 수준이었고, 증식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집중적으로 공격해 버리면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었기 때문.

하지만 숫자가 많으면 달랐다.

한 두 놈이 죽는 동안 다른 놈들의 증식이 시작되기라도 하면 몇 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강력한 광역마법이 없는 지금, 그런 상황은 최대한 피해야 했다.

수십 마리가 된 라바 스폰들이 화염을 쏘아대면 떡대라고 해도 오래 버티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보여줄 것이었다.

‘일단 거의 두셋 정도가 무리지어 다니는 형국이네.’

이안은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던전 초입을 구석구석 살핀 뒤, 계획을 세웠다.

‘일단 던전 최하층까지 내려가야겠어. 하층부로 내려갈수록 희귀 몬스터의 개체수가 많아질 테니까.’

지금 이안이 있는 최상층에는 단 한 마리의 라바위치도 보이지 않았다.

하층부로 내려가면 아마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떡대까지 유일등급으로 진화하고 나니, 욕심도 좀 더 생겼다.

‘그냥 희귀 등급의 라바위치 말고 유일등급이나 더 대단한 놈이 혹시 있지는 않을까…?’

커뮤니티의 신규 몬스터 정보 게시판에는 라바위치의 정보만이 올라와 있었지만, 그렇다 해서 다른 새로운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이안은 기대에 차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떡대 조심스럽게 뒤따라와. 네가 앞에서 너무 시선을 끌어버리면 라바스폰들이 죄다 몰려들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

드르륵-

떡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그리고 이안은 라이를 앞세워 천천히 앞으로 이동했다.

다섯 마리 이상 몰리기 전 까지는 떡대를 배제하고 기습해서 순식간에 잡아버리는 형식으로 사냥을 할 생각이었다.

라바스폰들의 근처까지 다가온 이안은 라이에게 작게 말했다.

“라이, 준비해. 내가 화살 쏘면, 화살 맞은 놈부터 먼저 물어 죽이는 거야.”

크릉- 크릉-

이안은 명령을 내린 뒤 버프를 걸었다.

그리고 활 시위를 천천히 당겼다.

"전류증식!"

화살촉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고, 신중히 조준된 이안의 화살이 활 시위를 떠나 날아가기 시작했다.

쐐애액-!!

이안의 화살은 여지없이 라바스폰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에엑-!

그리고 활 시위를 놓은 이안은 재빨리 라이에게 잠재력 폭발 스킬을 사용했다.

"잠재력 폭발!"

그리고 라이의 능력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잠재력 폭발' 스킬을 소환수 '라이'에게 사용합니다.]

[소환수 '라이'의 잠재력에 비례해 '라이'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라이'의 능력치가 1분 40초 동안 98%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훈련 스킬이 고급레벨로 올라서 그런지, 라이의 잠재력은 어느새 거의 100에 가까운 수치에 도달해 있었다.

'라이 잠재력이 100까지 채워지고 나면 빨리 떡대 잠재력 올려 줘야지.'

떡대는 진화하는데 잠재력을 모두 소모해서 지금 잠재력 폭발 스킬을 걸어봐야 무용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능력치가 훨씬 높은 떡대를 두고 계속 라이에게 잠재력 폭발을 걸어주고 있었던 것.

이안은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며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온 전류증식 스킬을 다시 장전했다.

핑- 피핑-

이안의 화살이 연달아 날아가는 동안, 잠재력 증폭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갖게 된 라이가 순식간에 세 마리 중 두 마리의 라바스폰을 잡아버렸다.

그리고 남은 한 마리도 곧 이안의 화살을 맞은 뒤 회색 빛깔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증식할 틈조차 없이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제거해 버리니, 라바스폰들은 무척이나 무기력했다.

그리고 이안은 라이에게 걸려있는 잠재력 증폭 스킬의 지속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지속시간이 58초. 충분히 한 무리는 더 잡을 수 있겠어.’

생각을 마친 이안은 곧바로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라이도 뒤따라 다음 무리의 라바스폰들에게 달려들었다.

크르릉- 크아앙-!

이안은 이번에는 전류증식을 맞추는 것 보다 표식을 맞추는 데 더욱 신경을 집중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라이에게 걸 잠재력 증폭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줄여야 했기 때문.

그렇게 이안은 빠르게 라바스폰들을 정리해 가며 조금씩 던전 깊숙히 들어갔다.

*          *          *

작열의 대지 지하 던전은 한 층 한 층이 넓지는 않았지만, 지하로 깊숙이 이어졌다.

지하 3층 정도부터 한 두 마리의 라바위치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이안은 좀 더 하층부까지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하 5층 정도에 다다랐을 때. 이안은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 저 놈들은 왜 용암 색이 다르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지만, 라바위치와 라바스폰들을 감싸고 도는 불길과 용암의 색이 미묘하게 달랐던 것.

그리고 정보를 열어 보니, 몬스터들의 이름 앞에 (오염된)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뭐야…? 오염된?’

그동안 수많은 게임을 섭렵해온 게이머답게, 이안의 남다른 촉이 발동했다.

‘이거, 이거… 퀘스트의 향기가 나는데?’

미묘한 차이 하나만으로 퀘스트의 냄새를 맡은 이안!

조금 더 던전이 흥미진진해진 이안은 계속해서 몬스터들을 잡으며 하층부로 내려갔다.

‘작열의 대지 지하던전이 총 10층까지 있었던가…?’

초기화 전에도 지하 5층 이하로 내려와 본 적은 없었기에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일단 퀘스트의 냄새를 맡았으니 끝까지 내려가 보기로 했다.

지하 7층이 지나자 제법 많은 라바위치들이 등장했지만, 이안은 망설임 없이 사냥하며 계속 움직였다.

던전의 최하층을 확인하기 전까지 라바위치의 포획은 잠시 미뤄둘 생각이었다.

‘하층부로 내려갈수록 오염된 몬스터들의 비율이 점점 더 많아지는데?’

뭔가 있다는 확신이 점점 더 강해졌다.

그렇게 계속해서 내려가 결국 지하 10층에 도착한 이안은 조금 당황했다.

‘뭐지? 10층이 끝이 아니었어?’

지하 10층이 최하층인 줄 알았던 이안은 퀘스트와 관련된 단서를 찾기 위해 맵을 샅샅이 뒤지던 도중 하층부로 내려가는 입구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렇게 발견한 입구로 들어간 이안은 새로 나온 맵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눈을 반짝였다.

‘용암의 근원지…?! 완전히 처음 듣는 맵 이름이야! 대규모 업데이트가 되면서 새로 생긴 곳인가?’

대규모 업데이트로 새로 생긴 맵이라고 하더라도 이안에게 처음 발견된 맵은 아닐 확률이 높았다.

업데이트 된지도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뮤니티에서도 본 적 없는 이름인걸 보니… 많이 알려지진 않은 곳인데….’

용암의 근원지 맵은 던전 상층부의 다른 맵들 보다는 좀 넓은 편이었다.

이안은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남김없이 사냥하며 미로같은 길을 따라 맵의 중심부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렇게 이십여 분 정도가 지났을까?

이안의 눈 앞에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 (3). 작열의 대지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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