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61화 (92/1,027)

< (2). 두 번째 진화 -3 >

수적으로 훨씬 우세한 산적들 이었지만, 이미 그들은 혼란에 빠져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으아아! 이 돼지 같은 골렘부터 먼저 죽여!”

떡대는 돼지라는 말에 발끈했다.

쿵- 쿵-!

“아악-! 여기 이 늑대나 좀 어떻게 해봐!”

이안에게 잠재력 폭발 버프까지 받은 라이는 그야말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잠깐 동안이지만 거의 100레벨에 가까운 능력치를 보유하게 된 라이에게 한 번만 물려도, 산적들은 빈사 상태에 빠져 버렸다.

[소환수 ‘라이’가 ‘포르칼 산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포르칼 산적’의 생명력이 5475 감소했습니다.]

[‘포르칼 산적’이 ‘출혈’ 상태가 되어 10초간 초당 1095의 피해를 입습니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라이!

출혈 데미지조차 네 자리 숫자가 찍히는 것을 보며 이안의 입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출혈’로 인해 ‘포르칼 산적’이 사망합니다.]

라이에게 한번 물린 뒤 4~5초 뒤면 사망해 버리는 산적들!

라이는 잠재력 폭발 버프가 지속되는 1분 30초 동안 여섯 명의 산적을 해치워 버렸다.

[‘포르칼 산적’을 처치했습니다. 244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북부대륙 혼돈의 던전에서 최초 발견자 버프를 받고 사냥할 때의 경험치 보다는 낮은 수준 이었지만, 워낙 사냥속도가 빠르다 보니 막대한 양의 경험치가 들어왔다.

그리고 라이가 활약하는 동안, 이안도 쉴 새 없이 활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포르칼 산적’ 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포르칼 산적’의 생명력이 1350 감소했습니다.]

[치명적인 공격에 성공하여 3의 정령마력을 회복합니다.]

[포르칼 산적에게 ‘빛나는 표식’을 남겼습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산적의 머리 위에 생겨나는 새하얀 표식.

이안은 곧바로 표식이 생긴 산적을 조준하여 한발 더 명중시켰다.

[‘빛나는 표식’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5초 감소합니다.]

이안은 자신이 가진 모든 스킬들과, 그 스킬들이 갖고 있는 부가효과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전투를 이끌어 갔다.

그는 단 1초의 재사용 대기시간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모든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서른 명이 넘던 산적들이 절반 이하의 숫자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안은 의아했다.

‘포르칼 산채에 산적이 이렇게 적었나? 분명 더 있을 텐데….’

그리고 이안이 속으로 중얼거리자마자, 추가 지원병력들이 귀신같이 등장했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부리느냐!”

이안은 자신을 향해 호통 치는 산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곧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뭐야?! 저게 지금 여기서 왜 등장해!’

이안의 눈에 들어온 것은 레벨이 70대 중반에 가까운 ‘포르칼 산적 주술사’였다.

게다가 스무 명 정도의 일반 산적들도 충원되었다.

이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쩐지, 너무 쉽게 풀린다 했어.’

너댓 명 정도의 주술사들이 추가로 등장했지만, 도망쳐야 할 정도는 아니라 생각했다.

이안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          *          *

SH전자 강남지부의 한 사무실.

딸깍-

적막한 사무실 속에 쉴 새 없이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 소환수들의 등급을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거군.”

흰 머리가 언 듯 언 듯 보이는 중년의 사내.

그의 이름은 김철우였다.

“도련님께서 얼마 전에 구입하신 라바 드레이크의 등급은 그럼 어느 정도이려나?”

김철우가 SH전자에서 하는 일은 회장의 차남인 이동우의 비서 역할.

그리고 그가 모셔야 할 도련님인 이동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카일란 안에서 보냈기 때문에, 그를 보필(?)하기 위해 철우도 항상 카일란을 플레이했다.

게다가 그는 원래 카일란을 즐겨하던 유저였기 때문에 오히려 동우가 카일란에 빠져 있는 것이 임무 수행에 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었다.

얼마 전 까지는….

‘나이도 어린 도련님이 그렇게 게임에 재능이 없으실 줄은 몰랐지….’

그의 카일란 아이디는 ‘란마’ 였고, 그의 도련님인 동우의 아이디는 ‘카노엘’ 이었다.

동우는 게임도 잘 못하는 데다가 자존심고 고집도 무척이나 드세서 대놓고 도와주기도 쉽지 않은 최악의 인물이었다.

“어디보자, 도련님의 드레이크의 능력치가….”

철우는 오전에 진땀을 빼며 겨우 알아낸 동우의 라바 드레이크의 능력치를 액셀 위에 적어 내려갔다.

라바 드레이크

레벨   - 32

공격력 - 395

방어력 - 175

민첩성 - 125

지능   - 105

생명력 - 4950

마  력 - 2470

“됐다.”

능력치를 다 옮겨 적은 철우는 인터넷 브라우저에 띄워 놓은 커뮤니티에서 소환수 성장치 계산공식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니까 모든 능력치를 더해서 레벨로 나누라는 거지?”

며칠 전부터 카일란 공식 커뮤니티의 소환술사 직업 게시판은 새로운 이슈로 많은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유저들은 각자 가진 소환수들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서 등급을 매기고자 했고, 그로 인해 유저들끼리 자신들의 소환수의 능력치를 스크린 샷으로 찍어 올리기 시작한 것.

그리고 자칭 분석 및 연구가인 몇 몇 유저가 유저들이 올린 소환수들의 능력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소환수들의 가치를 판단할 공식을 만들어 냈다.

“395에 175, 125… 다 더하면 800이군.”

그런데 사실 말이 공식이었지, 그것은 무척이나 간단한 계산법이었다.

해당 소환수의 생명력을 제외한 모든 전투 능력치를 더한 후 그것을 레벨로 나눈 수치를 가지고 소환수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방식.

이 방식은 무척 단순했지만, 제법 명쾌하게 소환술사 유저들에게 해답을 제시했다.

내 소환수가 더 좋느니, 네 소환수가 더 좋느니 하는 언쟁이 많이 줄어든 것.

이 공식으로 도출된 값을 소환술사 게시판에서는 ‘성장치’ 라고 명명했고, 이 성장치의 고하에 따라 소환수의 가치가 정해지기 시작했다.

계산을 마친 철우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흐음, 라바 드레이크의 성장치는 25네. 이 정도면 유일등급 치고는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데…. 게다가 생명력 성장치는 154.6이면… 생명력은 최악이라는 소리고….”

소환술사 직업 게시판에 올라온 소환수의 스크린샷 중, 유일 등급인 몬스터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치를 보였던 몬스터는 28의 성장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

성장치 3 차이가 작아 보일지 몰라도, 이게 쌓이고 쌓여서 100레벨 이상의 높은 레벨이 되면 300 이상의 능력치 차이가 된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생명력 성장치의 경우 유일등급의 소환수들은 200이 넘는 경우가 허다했다.

성장치 50의 차이라면, 레벨이 20만 차이나면 생명력이 천 이상 차이난다는 이야기였다.

철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아… 도련님께서 이런 걸 1500만 골드를 주고 사셨다니….”

진화가능 옵션을 가진 유일등급의 소환수는 아직 발견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능력치까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으니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구석에 있는 캡슐로 향했다.

“내가 도련님을 더 잘 보필했어야 했는데….”

돈의 액수가 아깝다고 하기보다 무려 그가 모시는 도련님인 동우의 ‘무지’가 안타까웠다.

철우는 책임을 통감하며 카일란에 접속했다.

*          *          *

“하… 저 주술사 놈들은 왜 하필 화염 속성인거야.”

이안은 떡대를 향해 화염 덩어리들을 뿌려대는 포르칼 산적 주술사를 보며 답답한 한숨을 내뱉었다.

그 많던 일반 산적들도 많이 줄여 놓았고, 주술사도 둘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그 주술사들이 사용하는 공격마법의 속성이 화염인 것이 문제였다.

협곡을 틀어막고 탱킹 역할을 하고 있는 떡대가 화염 속성의 공격에 두 배의 피해를 입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 이었다.

‘여기서 일단 뒤로 빼야 돼?’

이안은 고민했다.

지금 떡대의 생명력은 이제 1만도 채 남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무리해서라도 남은 산적들을 다 잡아 낸 뒤에 후퇴하고 싶었지만, 안전하게 하려면 지금 떡대부터 소환해제 하는 것이 옳았다.

‘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나? 소환해제 하면 30분만 쉬면 되지만, 떡대가 죽어 버리면 거의 일주일 동안 떡대 없이 싸워야 되니….’

이안은 마음을 정하고 떡대를 소환해제할 생각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그 때,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어…? 떡대 경험치가 99.7%잖아?’

순간, 이안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빠르게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은 적들부터 잡아서 떡대의 레벨을 올려 버리면 생명력이 다시 가득 찰 것이었다.

이안은 곧바로 실행에 올렸다.

“떡대 조금 뒤로 물러나!”

레벨을 올릴 때 까지 약간의 시간을 벌기 위해, 떡대를 살짝 뒤로 물린 이안은 재빠르게 라이와 함께 협곡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라이 광폭화! 내가 쏘는 놈부터 죽여!”

크르릉-!

이안은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아 이름이 깜빡이는 녀석부터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핑- 피핑-!

그리고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온 모든 스킬들을 한번에 사용하면서 공격력을 극대화 시키자 금방 한 놈을 잡아낼 수 있었다.

[‘포르칼 산적’을 처치했습니다. 244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가 오르자 슬쩍 떡대를 봤지만, 기다렸던 레벨업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눈에 화염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주문을 외는 주술사의 모습이 들어왔다.

주술사의 머리 위에 시뻘건 표식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헀다.

‘캐스팅 시간이 저렇게 길다는 건 엄청 큰 스킬이라는 말인데…!’

이안은 다급히 활 시위를 당겼다.

떡대가 레벨업 하기 이전에 저 스킬이 발동되어 버린다면 떡대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라이! 저 놈부터!”

이안의 활 시위를 떠난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 주술사의 어께에 틀어박혔다.

하지만 주술사의 마법은 취소되지 않았다.

화르르르-!!

주술사의 머리 위에 타오르던 불길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사라졌고, 떡대의 발 밑에 커다란 불기둥이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소환수 ‘떡대’가 ‘포르칼 산적 주술사’의 ‘화염분출’ 스킬에 피해를 입습니다.]

[소환수 ‘떡대’의 생명력이 초당 745씩 하락합니다.]

일촉즉발의 상황!

화염속성에 2배의 피해를 입는 탓에 별 것 아닌 스킬에 너무 많은 피해가 들어왔다.

이대로라면 떡대는 5초 정도 후면 사망에 이를 것이었다.

“안돼!”

이안은 떡대의 레벨을 올리는 것을 포기하고 소환 해제를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 때, 라이에게 공격당한 주술사가 사망하며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포르칼 산적 주술사’를 처치했습니다. 3007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떡대의 몸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소환수 ‘떡대’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65레벨이 되었습니다.]

‘아자!’

이안은 쾌재를 불렀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떡대의 레벨이 올라준 것이었다.

물론 생명력은 최대치 까지 차 올랐다.

“이제 남은 놈들을 다 정리해 볼까?”

이안은 전류증식 스킬을 다시 발동시키며 활 시위를 당겼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떡대의 몸에서 왜 하얀 빛이 사라지질 않지?’

원래 레벨이 오를 때 생기는 하얀 빛은 1~2초 정도면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런데 떡대의 몸에 어린 하얀 빛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그리고 이안은 곧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다.

‘진화! 드디어 떡대가 진화를 하는구나! 떡대도 드디어 희귀 등급이 되는 건가?’

황급히 떡대의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진화중 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안은 떡대가 진화하는 모습을 보며 입 꼬리가 귀에 걸렸다.

“라이! 떡대에게 달려드는 놈부터 먼저 잡아!”

이안은 라이와 함께 필사적으로 떡대에게 달려드는 산적들을 막아 내었다.

그런데 곧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악!”

떡대에게 달려든 산적들이 알 수 없는 반발력에 의해 튕겨나갔기 때문!

그것을 본 이안은 한결 편한 마음으로 떡대의 진화를 지켜볼 수 있었다.

‘과연 뭐가 될까?’

라이가 그랬던 것처럼, 떡대의 몸집도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이안은 오랜만에 두근거림을 느꼈다.

진화 전 카일란의 최하위 레벨의 몬스터 ‘늑대’ 였던 라이가 진화 이후 보여주었던 강력함을 생각하면, 제법 상위 레벨의 몬스터인 떡대의 진화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는 것이 당연했다.

쿠구구궁-!

새하얀 빛으로 둘러싸인 떡대의 몸집은 그렇지 않아도 거대했던 몸집이 1.5배 이상 자라났다.

게다가 몸의 주위로 새파란 아우라 같은 것이 또렷하게 퍼져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서서히 빛이 걷히기 시작하며, 이안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다린 시간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이안이 느끼기에는 길고 긴 시간이었다.

띠링-

[아이스 골렘, ‘떡대’ 가 어비스 골렘 으로 진화했습니다.]

< (2). 두 번째 진화 -3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