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9화 (90/1,027)

< (2). 두 번째 진화 -1 >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62레벨이 되었습니다.]

“아자!”

레벨 업을 알리는 기분 좋은 시스템 메시지.

이안은 주먹을 불끈 쥐며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아직까지는 레벨 업이 할 만 하네. 이럴 때 더 빨리 업해야 하는데….”

이안은 50레벨 90% 대의 경험치 에서 62레벨까지 도달하는 데 일주일이 조금 넘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일반적인 유저들이 들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의 미친 레벨 업 속도.

하지만 이안은 만족하지 않았다.

아니, 만족할 수 없었다.

93레벨에 도달하기 전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그나마 60레벨에 얻은 직업특수스킬 덕에 사냥이 조금 빨라져서 다행이야.’

이안은 60레벨이 되면서 또 두 개의 직업 특수스킬을 얻었다.

역시나 이안의 모든 스킬 중 가장 숙련도가 높은 스킬은 ‘고급’ 단계를 눈 앞에 두고 있는 훈련 스킬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잠재력과 관련된 스킬이 또 하나 생성되었다.

‘잠재능력 폭발 숙련도가 몇이나 올랐는지 확인해 볼까…?’

이안은 새로 얻은 특수스킬, ‘잠재능력 폭발’의 스킬정보를 열어보았다.

---------------------------------------

- 잠재능력 폭발 -

분류      -  엑티브 스킬

스킬레벨  -  lv 1

숙련도    -  5%

재사용 대기 시간 - 20분

지속 시간 - 1분 20초

사용조건  - 소환수에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 개체의 소환수의 잠재능력을 폭발시킵니다.

잠재능력이 깨어난 소환수는 모든 전투능력이 ‘잠재력’ 능력치% 만큼 증가합니다.

* 스킬부여의 레벨과 숙련도가 높을수록 지속시간이 늘어납니다.

---------------------------------------

‘잠재능력 폭발’ 스킬은 잠재력과 관련된 버프 스킬이었다.

해당 소환수의 잠재력이 높을수록 상향되는 능력치의 비율이 높아지는 스킬로, 소환수 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버프스킬.

예를 들어 잠재력이 100인 소환수에게 ‘잠재능력 폭발’ 스킬을 사용하면 모든 능력치가 추가로 100% 만큼씩 증가하는 것이었다.

라이의 잠재력은 현재 80이 넘는 수준이었으니, 잠재능력 폭발 버프를 받으면 잠깐 동안 이지만 거의 2배의 전투력을 갖게 되었다.

“오, 언제 1레벨이 됐지? 지속시간 20초나 늘었네.”

현재 잠재능력 폭발의 지속시간은 1분 20초.

어찌 보면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정말 효율적인 사냥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안이 투기장 보상으로 얻은 활을 잘 사용하면 계속해서 재사용 대기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거의 10분에 한번 정도는 사용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빙의 스킬은 내 사냥 방식에선 확실히 효율이 떨어지네. 그래도 얻었다고 좋아했는데….”

이안이 잠재능력 폭발과 함께 얻은 직업 특수 스킬은 ‘빙의’ 스킬이었다.

소환 가능한 몬스터 중, 하나의 영혼을 자신의 몸에 빙의 시켜, 해당 소환수가 가진 능력치의 30%를 부여받는 스킬이자,

히든 클래스가 아닌 일반적인 소환술사들이 처음에 가지고 시작하는 가장 기초적인 소환술사의 스킬.

이안은 처음 빙의 스킬을 얻었을 때, 뿍뿍이와 떡대에게 번갈아 가며 빙의를 사용하고 사냥을 해 봤다.

하지만 반나절 정도 그렇게 사냥해본 결과, 주력 몬스터에게 빙의스킬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이제 뿍뿍이는 61레벨. 라이는 63… 떡대는 64레벨이네.”

이안은 슬슬 사냥터를 옮길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이안이 지금 사냥하던 곳은 65~68 정도의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류란 협곡 이었다.

그리 만만한 사냥터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항상 사냥 가능한 한계난이도의 사냥터를 선호하는 이안이었기에, 사냥터를 옮기고 싶은 것이 당연했다.

‘음… 어디가 좋을까?’

잠시 생각하던 이안은 문득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아, 아예 지금 포르칼 산맥으로 가 볼까?’

포르칼은 남부대륙의 동쪽에 있는 커다란 산맥이었다.

출몰하는 몬스터들은 보통 70~75레벨 사이로 알려져 있는 곳.

지금의 이안이 원하는 딱 적당한 난이도의 사냥터였다.

게다가 이안이 이 사냥터로 가려고 하는 특별한 이유도 있었다.

‘포르칼 산맥에서 70레벨 찍고 나면 바로 넘어가서 차원의 마탑으로 가야지.’

바로 전설의 드래곤 테이머 오클리 에게 받았던 B등급 퀘스트를 깨기 위함.

포르칼 산맥에서 B등급 퀘스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적정등급의 레벨을 만들고 퀘스트를 하러 동쪽으로 이동하면 동선 낭비 없이 완벽히 움직일 수 있었다.

설령 중간에 다른 곳에 들러야할 일이 생기더라도 포르칼 산맥에서 사냥하기 전 인근의 마을의 귀환석을 미리 구해 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좋아, 좋아…!”

스스로 생각해도 뿌듯했는지, 이안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라이를 불렀다.

“라이야, 포르칼로 가자!”

크릉- 크릉-!

이안은 라이의 등에 올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즘 라이를 탈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편해졌단 말이야.’

이안이 라이를 타는 실력도 늘었지만, 라이가 이안을 태우고 움직이는 실력도 늘었는지, 이안은 완벽한 승차감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          *          *

잠시 점심을 먹기 위해 접속을 종료한 이안은 부엌에서 이것저것 뒤적거리고 있었다.

“뭐야? 콘푸레이크가 왜 없어?!”

생각지도 못했던 식량난.

이안은 당황했다.

“으… 그럼 어디 먹던 과자 부스러기라도 안 남아있나….”

5분여 동안 좁은 방구석을 샅샅이 뒤졌지만, 남아있는 빵 쪼가리 하나, 과자 봉지 하나도 없었다.

절망스러운 상황.

“심지어 라면도 없어….”

결국 이안은 지갑을 들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 뭔가 이질적인 물건이 이안의 발에 걸렸다.

부스럭-

지난번 마트에서 장을 봐 온 뒤부터 방에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던 비닐봉지.

그리고 이안의 눈에 비닐봉지에 쓰여 있는 마트의 전화번호가 들어왔다.

“음…?!”

마트의 전화번호 옆에 찍혀있는 ‘24시간 배송가능’ 이라는 파란색 로고!

이안은 무릎을 탁 쳤다.

‘아, 지금까지 멍청하게 이 생각을 왜 못 한 거지?!’

그리고 자책했다.

‘시대가 어느 땐데, 발품 팔아서 장을 봐 오고 있었다니….’

바보 같았던 자신을 반성하며 마트에 전화를 걸어 필요한 식량들을 주문한 이안은 캡슐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음… 30분 정도면 배송이 된다는데, 지금 접속하기도 애매하니 오랜만에 정보나 좀 검색해 볼까?”

컴퓨터에 앉은 이안은 곧바로 카일란 커뮤니티에 접속한 뒤 파란 이름으로 ‘신규몬스터’ 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게시판을 클릭했다.

게시판의 이름 그대로 패치 이후 새로 생긴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들을 다루는 게시판이었다.

대규모 패치가 이뤄진지 이제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게시판에는 신규 몬스터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카일란의 개발사인 LB소프트에서 신규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를 일절 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카일란에 대한 모든 정보는 오로지 유저들 사이에서 공유됨으로 인해서 생성되는 것들이었다.

‘포르칼 산맥 쪽에 혹시 발견된 신규 몬스터가 있나?’

이안이 검색하려는 것은 지금 움직이고 있는 새로운 사냥터인 포르칼 산맥의 몬스터에 대한 정보였다.

기존의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는 빠삭했지만, 신규몬스터가 있다면 미리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디보자….”

조용한 이안의 방 안에 딸깍거리는 마우스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에이, 포르칼에는 신규 몬스터가 발견된 게 아직 없나보네. 분명히 있을 텐데 아직 아무도 못 찾은 거겠지.’

십여 분 동안 ‘포르칼’ 이라는 검색어로 열심히 검색을 하던 이안은 아쉬운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가 게시판을 나서려던 순간, 게시판의 상단에 새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다.

“어?”

게시물의 제목은 굵은 Bold체로 눈에 잘 띄게 쓰여 있었다.

[작열의 대지 지하던전][신규몬스터 라바위치]

제목은 단번에 이안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라바위치’라는 몬스터의 이름도 처음 들어봤을 뿐더러 ‘작열의 대지’ 라는 맵은 포르칼 산맥을 넘으면 바로 나오는 맵의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망설임 없이 게시물을 클릭했다.

그러자 ‘라바위치’ 라는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모니터에 떠올랐다.

---------------------------------------

- 라바위치 -

레벨      :  72~75

분류      :  원소형

등급      :  희귀

성격      :  ???

공격력    :  ??? ~ ??? (400 전후 추정)

방어력    :  ??? ~ ??? (200 전후 추정)

민첩성    :  ??? ~ ??? (알 수 없음)

지  능    :  ??? ~ ??? (1000~1100 추정)

생명력    :  12000 전후

마  력    :  ??? (알 수 없음)

고유능력

화염의 영역

전 방위 넓은 범위(3m^2 정도로 추정)에 지속적으로 화염 피해를 입힌다.

일정 확률로 화상 상태에 빠지는데, 중첩이 될수록 피해가 증폭되는 것으로 추정.

???

---------------------------------------

커뮤니티의 신규몬스터 정보 게시판의 양식에 맞게 정리되어있는 정보.

대부분이 ? 표시로 채워져 있었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몬스터를 포획해서 정보창을 확인해 보지 않는 이상 정확한 능력치를 아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충분히 흥미를 느꼈다.

‘고유능력이 범위공격이잖아?’

일반적인 유저들이 신규몬스터 게시판에 들어오는 이유는 보통 처음 상대하는 몬스터를 쉽게 공략할 방법을 얻기 위함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안을 비롯한 소환술사들은 자신이 포획해서 전투에 쓸 소환수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기도 했던 것.

그리고 이 라바위치는 이안이 그토록 원했던 광역 데미지 딜러였다.

이안은 라바위치에 대한 정보를 읽어 내려가며 스크롤을 쭉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정보를 올린 유저가 직접 찍어 올린 스크린샷도 첨부되어 있었다.

‘오, 외형도 마음에 들어!’

라바위치의 모습은 ‘온 몸에 용암이 흐르는 유령’ 정도로 표현할 수 있었다.

용암으로 이루어진 상반신만 둥 둥 떠있는 모습과, 그 주변을 휘감고 있는 불꽃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신비로운 분위기.

그것은 제법 멋들어진 외형이었다.

‘이 동영상에 찍힌 이 스킬이 화염의 영역 이라는 스킬인가본데.’

이안은 흥미롭게 라바위치의 스킬시전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스킬에 격중 당하고 있는 유저의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광역딜인 점을 감안한다면 딜량도 준수한데?’

라바위치에 대한 정보의 마지막은 게시자의 코멘트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기사인 제가 알아낼 수 있는 라바위치에 대한 정보는 이 정도가 다인 것 같습니다. 정확한 세부 능력치까지 알아내려면 소환사분이 포획해서 정보를 확인해 주셔야 되겠죠?

아직 라바위치를 포획하실 수 있을만한 레벨의 소환술사 유저분이 계실 것 같지는 않지만… 근시일 내로 포획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네요.

제 정보가 업데이트 되는 것도 좋지만, 라바위치 몬스터 자체가 마주해본 결과 간지덩어리 였거든요.

꼭 라바위치를 전투에서 운용하는 소환술사님을 보고 싶습니다.

그럼 이만…!]

코멘트를 읽은 이안은 씨익 웃었다.

“크크, 내가 잡아다 쓰겠노라.”

동영상을 두세 번 돌려봤지만, 정말 매력적인 소환수였다.

다만 조금 걸리는 점은 ‘희귀등급’ 이라는 정도.

희귀등급이 나쁜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지금까지 일반등급의 소환수만 잡아서 진화시켜 사용했던 이안으로서는, 처음부터 희귀등급인 소환수를 잡아서 진화시키고 싶은 욕망이 당연히 있었다.

문제는 시간.

‘희귀등급이면서 진화가능 개체를 잡으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필드에 산재해 있는 일반 몬스터 중에서 찾는 데도 쉽지 않은 것이 ‘진화가능’ 개체였다.

하물며 필드에도 드문드문 등장하는 희귀등급 몬스터임에야.

‘으으… 고민되네.’

레벨업에 쫓기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몇날며칠이 걸리더라도 개의치 않았으리라.

충분히 그 정도의 값어치는 할 소환수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잡기만 하면 레벨업 속도가 배 이상 빨라질 것 같은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스크롤을 내리자 수많은 댓글들이 보였다.

그리고 댓글의 반 이상이 소환술사 유저들이었다.

pts1120 : 와… 라바위치 간지 터지네요. 잡아서 쓰고싶다…ㅠㅠ

김건달 : 하지만 현실은 반달곰이죠.

박트리 : 윗님, 반달곰이 어때서요ㅠㅠ 우리 곰돌이가 얼마나 쎈데요ㅠㅠ

전설의마도사 : 하, 라바위치 잡아다가 전투하는 소환술사 생기면 불법사들 실직하겠네. 소환술사 사기! 너프좀!

jjang123 : 마도사님, 소환술사가 사기라니요… 게다가 너프라니. 그건 소환술사들을 두 번 죽이는 겁니다. 레벨업 속도도 극악인데다, 소환수 많이 부린다고 그거 다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소환수 컨트롤하다 본캐 신경 못써서 순삭 당하는 경우도 많아요.

1004yj1 : 윗님은 지금 언제적 얘기 하시나. 요즘은 소환술사가 대센데. 이님 얼마 전에 루키리그 못 보셨나봄. 신규직업중에 최초 50레벨 찍은 것도 소환술사고 피빕에서도 날아다니던데 이안님 보니까.

암살자뿡뿡 : 그래봐야 결승전에서 림롱님한테 순삭. 암살자 만세!

1004yj1 : 하... 뿡뿡님. 그건 상성이 너무 안좋았던거죠. 솔직히 소환술사로 암살자 상대해서 그 정도 했으면 이안님이 실력으로는 림롱님 이긴 거라고 봄.

댓글을 읽어 내려가던 이안은 뿌듯함과 분함을 동시에 느꼈다.

‘크윽… 내가 그 림롱인지 빙봉인지 그 놈을 이겼어야 됐어. 하….’

그리고 곧바로 포스트잇을 한 장 떼어서 라바위치에 대한 정보 중 중요한 몇 가지를 적고 모니터 상단에 붙였다.

‘라바위치는 한 80레벨 정도 되고나면 그 때 상황 봐서 잡으러 가야지.’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잡으러 가고 싶었지만, 아직은 레벨도 부족한데다, 떡대의 경우 화염속성의 공격에 두 배의 피해를 입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포획 이전에 엄청나게 고전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굳은 의지를 담은 글씨로 작은 포스트잇도 하나 덧붙였다.

[다음에 만나면 이긴다. 림롱.]

그제야 흡족한 표정이 된 이안은 컴퓨터를 종료했다.

“좋아 좋아. 광렙 이상으로 유익한 시간이었어.”

그리고 마침 시간에 맞춰서 마트에서 이안의 식량조달반이 도착했다.

자칫 낭비할 뻔한 20분의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한 이안은 기분이 좋아졌다.

< (2). 두 번째 진화 -1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