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7화 (88/1,027)

< (1). 강적, 그리고 레벨업 -2 >

YTBC 방송국의 기획팀은 난리가 났다.

YTBC의 상담실 전화가 불이 나듯 울려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시청자들의 항의 전화였다.

[대체 루키리그 결승, 준결승 영상 언제 방송하는 거예요?!]

[아니, 경기가 끝난 지 벌써 하루가 지났는데 아직도 경기 영상 송출이 안되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러자 방송국 내의 모든 화살이 기획팀을 향해 돌아온 것.

“이팀장! 이거 도대체 왜 이런 거야? 매달 루키리그인지도는 별 거 없었잖아?”

박문성 국장의 노기 섞인 물음에 기획팀의 팀장인 이한성은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그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라고 루키리그 경기들이 대박 날 걸 알았나?’

이한성은 이번 투기장이 열릴 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특수효과 팀과 영상편집 팀의 인원을 메이저급 리그의 주요경기영상 편집에 투입했었다.

그런데 투기장이 종료되자마자 시청자들이 왜 루키리그의 경기는 방송되지 않느냐며 항의전화가 쇄도하는 것이었다.

유저들의 개인영상이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는 했지만, 방송국에서 수정구슬로 찍은 영상만한 퀄리티가 나오지 못했고, 무엇보다 해설을 원하는 유저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YTBC 기획팀에서는 부랴부랴 인원을 돌려 결승과 준결승의 영상편집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아마 신규직업의 유저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국장님.”

영상의 화려함이나 다이나믹함은 당연히 최고 레벨대의 유저들이 대결을 벌이는 메이저급의 경기들이 더 뛰어났다.

하지만 메이저급 리그에 등장하는 유저들은 대부분 너무도 잘 알려진 유명한 유저들이었다.

게다가 루키리그보다 참가인원이 열 배 이상 많은 메이저급 리그는 이제야 예선전이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주요경기라 해봤자 아직 64강전의 영상도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뻔한 양상을 보여주는 메이저급 리그의 예선전 보다는 신규직업들이 놀라울 정도로 선전한 루키리그의 결승전이 유저들의 관심을 더 불러 모은 것이었다.

“아오, 그걸 지금 말이라고…!”

박문성은 노발대발하며 이한성에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모든 인력 투입해서 최대한 빨리 루키리그 영상들 송출할 준비 해! 64강 경기부터 모조리 다!!”

“저, 전부 다요? 메이저급 리그 영상편집 중이던 인원까지 다 말입니까?”

국장은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다그쳤다.

“그래 인마!!”

그리고 이한성은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국장님….”

박문성의 말이 이어졌다.

“타 사 채널보다 늦게 방송되는 날엔 사표 쓸 줄 알아!”

쾅-!

박문성은 회의실의 문을 거칠게 닫으며 나갔고, 남겨진 이한성은 한숨을 푹 푹 쉬었다.

“아오, 이놈의 지랄 맞은 회사! 사표라도 쓰던가 해야지…!”

한성은 씩씩거리면서도 기획팀에 지시를 내리기 위해 서둘러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          *          *

투기장 루키리그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보상까지 받은 이안은 재빨리 귀환석을 이용해 투기장을 벗어나 버렸다.

귀찮게 하는 사람들로 인해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여기저기 길드들에서 영입 제안도 올 거고… 내 히든클래스에 대해 궁금해 하는 유저들도 많을 테지.’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너무 어처구니없이 쉽게 져 버린 자신에 대한 자기반성을 위함이었다.

‘후, 상대 페이스에 너무 말려들었어.’

분명 림롱은 강했다.

암살자와 소환술사가 상성이 좋지 않다는 점, 이안이 전혀 알지 못했던 히든클래스 스킬들에 대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대단한 상대였다.

그림자를 기반으로 하는 스킬들을 사용하는 히든클래스도 분명 이안의 히든클래스에 비해 등급이 떨어지지 않는 하이 티어의 클래스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길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어. 상대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맞 공격을 할 게 아니라 좀 시간을 끌면서 공격패턴을 익혔어야 했는데….’

어떻게 보면 이안은 자신이 히메네스를 상대로 썼던 속공 형태의 몰아치는 방식에 역으로 당한 것이었다.

림롱의 공격 패턴과 스타일에 익숙해질 시간조차 벌지 못한 채로.

‘지금까지 소환수들에 너무 의존적 이었구나….’

이안의 전투방식은 사실 소환술사로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일반 소환술사보다 테이밍에 더 특화된 ‘테이밍 마스터’ 클래스였으니 소환수에 대한 의존도가 더 클 수 밖에 없는 것.

이는 PvE(Player vs Environment)전투에서는 큰 강점을 갖지만, PvP(Player vs Player)전투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

“크흠….”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이안은 금방 털어내었다.

궁상맞게 패배를 속에 담아두는 것은 이안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다음에 이겨주면 되지 뭐.’

이안은 더욱 투지를 불태웠다.

몇 일을 기다려가며 루키리그를 준비한 시간들은 아쉬웠지만, 고레벨이 될수록 더 중요한 새로운 리그들이 있었다.

“아이템이나 까러 가 볼까?”

아쉬운 마음을 정리한 이안은 준우승 보상을 확인하기 위해 인벤토리를 열었다.

이안이 보상으로 받은 것은 두 가지였다.

총 8만의 명성과 50레벨 수준의 소환술사 전용 영웅 등급의 장비상자.

준우승으로 받은 장비상자에서는 랜덤으로 영웅 등급의 장신구 하나와 무기 하나가 나온다고 알려져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간 이안은 장비 상자를 인벤토리에서 꺼내었다.

“이런 거 오픈할 때가 제일 설렌단 말이지.”

이런 랜덤보상을 확인할 때의 설렘은 우승을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아쉬움과는 별개였다.

“뭐부터 까볼까…? 무기상자? 아니면 장신구상자?”

행복한 고민을 하던 이안은 먼저 장신구 상자를 오픈해 보기로 결정했다.

혼돈의 던전에서 얻은 머리장식을 제외하면, 모든 장비를 다 바꿀 때가 되기는 했지만, 가장 바꾸고 싶었던 부위가 장신구였기 때문.

이안은 장신구 상자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오픈!”

그러자 푸른 빛이 뻗어 나오면서 상자가 활짝 열렸다.

그리고 이안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빛나는 소환술사의 투지’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획득한 아이템의 정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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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는 소환술사의 투지 -

분류      -  반지

등급      -  영웅

착용제한  -  레벨 50 이상

내구도    -  255/255

옵션      -  소환마력   + 100

정령마력   + 30

친화력     + 50

통솔력     + 15%

* 착용 시 초당 1의 정령마력을 추가로 회복한다.

* 친밀도와 충성심이 최대치인 소환수에 한해 모든 능력치를 5% 상승시킨다.

* 유저 ‘이안’ 에게 귀속된 아이템이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랍되지 않는다.

투기장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소환술사에게 수여된 고급스러운 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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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괜찮은데?”

아이템의 정보창을 확인한 이안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옵션으로 상승하는 능력치들도 무척이나 준수한 수준 이었지만, 특히나 마음에 드는 부분은 고유옵션으로 붙어있는 정령마력 회복이었다.

“안 그래도 전류증식 쓰는데 정령마력이 부족할 때가 많았는데 잘 됐네.”

50레벨제한이 걸려있는 아이템이라 그런지, 50레벨에 얻은 직업 특수능력치가 딱 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건 왜 쓸 데 없이 계정귀속이 붙어 있는 거야?”

하지만 이번에 얻은 반지에 붙어있는 계정귀속 옵션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반지는 머리장식과는 달리 계속해서 쭉 쓸 만한 수준의 아이템은 아니었기 때문.

레벨이 올라 더 좋은 반지를 얻으면 경매장에 팔아야 했는데, 계정귀속 아이템은 팔수 없으니 아쉬운 것이었다.

이정도 아이템이면 나중에 팔더라도 높은 값을 받아 챙길 수 있었을 게 분명했다.

“그럼 이번엔 무기 상자를 한번 열어볼까…?”

지금 이안이 착용하고 있는 너클인 ‘고대 소환술사의 강철너클’은 50레벨이 된 지금도 무척이나 쓸 만한 무기였다.

특히 ‘감응’ 이라는 고유능력 때문에 어지간히 좋은 무기를 새로 얻지 않는 한 교체할 생각이 없었다.

“오픈!”

그리고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푸른 빛이 뻗어 나오면서 상자가 활짝 열렸다.

[‘빛나는 소환술사의 장궁’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오! 활! 활이다!!”

일단 활이 나왔다는 것에 무척이나 신난 이안은 장비의 정보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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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는 소환술사의 장궁 -

분류      -  장궁

등급      -  영웅

착용제한  -  레벨 50

공격력    -  205 ~ 395

내구도    -  600/600

옵션      -  민첩 +65

소환마력 + 30

치명타 확률 +15%

치명타 피해 +70%

* 소환된 모든 소환수의 민첩성이 20%, 공격력이 30% 증가한다.

*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시, 3의 정령마력을 회복하며 적에게 ‘빛나는 표식’을 남긴다.

표식은 5초간 유지되며, 표식이 사라지기 전 적을 다시 명중시키면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5초 줄어든다.

* 유저 ‘이안’ 에게 귀속된 아이템이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랍 되지 않는다.

투기장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소환술사에게 수여된 고급스러운 장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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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아이템 정보를 다 읽은 이안은 고민에 빠졌다.

생각보다 좋은 아이템이 나와 버렸기 때문.

‘무기를 바꾸게 되면 일단 감응 능력은 쓸 수가 없게 되네.’

감응 능력 이외에도 너클에 붙어있던 모든 소환수들의 치명 피해량 증가와 통솔력 옵션이 사라진다.

하지만 활에 붙어있는 옵션도 만만치 않게 쓸 만 했기 때문에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그래도 정령마력 회복에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옵션이 너무 끌리는데…!’

무기 자체의 공격력도 활이 너클보다 월등했지만, 사실 무기의 공격력은 예전보다는 이안에게 큰 메리트가 아니었다.

무기의 공격력보다 이안의 공격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제 스킬 데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환마력’ 능력치였으니까.

그리고 잠시간의 고민 끝에 이안은 결론을 내렸다.

“활로 무기를 바꾸고, 너클은 ‘감응’ 옵션이 붙어있는 다른 무기를 얻을 때 까지는 일단 가지고만 있어야겠어.”

이안이 이러한 판단을 내린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은 활의 옵션이 약간 더 마음에 들었지만, 만약 이안의 소환수가 엄청나게 위력적인 소환수 고유스킬을 얻게 된다면 감응 옵션을 가진 무기를 써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이안은 너클을 해제하여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장궁을 착용했다.

“이제 한바탕 사냥하고 나면 훈련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도 몇 분씩 쭉 쭉 줄어들겠지?”

사실 이안이 활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 있었다.

이안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소환수들의 ‘잠재력’ 능력치였다.

그리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훈련’ 스킬의 쿨타임을 더욱 빨리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옵션이 활에 붙어 있는 것이었다.

‘생각난 김에 라이 잠재력이나 확인해 볼까?’

이안은 뿍뿍이에게 ‘등껍질 거대화’ 스킬을 부여한 뒤로 줄곧 라이에게 훈련 스킬을 사용해 오고 있었다.

덕분에 훈련 스킬은 중급 8레벨 까지 올라 있었고, 라이의 잠재력도 50이 넘은 상태였다.

“좋아.”

이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더욱 빨리 훈련 스킬을 돌릴 수 있으니, 라이의 잠재력도 금방 100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었다.

“이제 뛰어난 소환수 하나 새로 얻으면, 그놈은 제대로 키워줄 수 있겠다.”

사실 이안이 분석한 잠재력 능력치를 최고 효율로 활용하려면, 잠재력을 100까지 채운 상태에서만 소환수를 레벨 업 시켜야 했다.

잠재력이 높을수록 레벨업 당 능력치 상승폭이 높게 적용되었으니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지금 이안은 소환수가 1레벨 오를 때 마다 상승하는 능력치 폭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것 보다는 절대적인 레벨을 빨리 올리는 것이 더 강해지는 길이었기에 잠재력이 몇 인지에 관계없이 계속해서 레벨업을 시킨 것이었다.

“이제 친화력도 300이 넘었고, 영웅 등급에 진화가능 옵션 붙은 개체 하나 잡았으면 좋겠네.”

높은 친화력 때문에 어지간한 희귀등급 몬스터까지는 이제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다.

아직 뿍뿍이를 제외하면 유일등급 몬스터도 잡아보지 못했지만, 느낌은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흐흐… 일반등급에서 시작한 라이가 이렇게 강한데, 유일이나 영웅 등급을 잡아다가 진화시키면 어마어마하겠지?’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상상!

‘영웅등급에 진화가능 몬스터를 얻어서 1레벨부터 잠재력 100 가득 채워서 키운다면….’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엄청난 놈으로 키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읏 차.”

기지개를 한번 켠 이안은 아이템들을 깔끔하게 정리한 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선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는 레벨업만 해야겠어.”

투기장 때문에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또 허비했다.

이안의 머릿속에 문득 이진욱 교수와의 내기가 스쳐지나갔다.

‘으 맞다… 93레벨…. 방학 끝나기 전까지 만들어야 하는데…!’

이안은 속으로 날짜를 계산했다.

‘개강까지는 한 달 하고 10일 남았어. 그리고 수강변경 기간인 첫 주 한주는 빼먹어도 되고… 이진욱 교수님 첫 수업은 목요일 이었으니까….’

이안의 머리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산이 끝나고 보니, 결과적으로 남은 시간은 50일 정도였다.

“망했다!!”

이안이 생각해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짧은 시간!

매일 1레벨 가까이 올려야 겨우 근접한 레벨을 만들 수 있었다.

당장이야 하루에 2~3레벨 정도 올리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았지만, 70레벨이 넘어가면 경험치가 지옥같이 안 오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으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사냥! 사냥하러가자!!”

이안은 허겁지겁 걸음을 떼었다.

승부욕 문제를 떠나, 이안의 앞으로의 게임인생이 걸린 중차대한 내기였다.

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 (1). 강적, 그리고 레벨업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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