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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54화 (85/1,027)

< (6). 이안의 활약 -4 >

‘음…? 뭐지 이 궁사? 왠지 낯이 익은 녀석인데….’

상대는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안은 곧 그가 누군지 깨달았다.

‘아… 그 제사장퀘 피케이범!’

64강에서 이안의 상대로 매칭된 궁사는 다름 아닌 밀런이었던 것이었다.

제사장 퀘스트에서 이안을 털어가려 했던 괘씸한 삼인방 중 한명!

‘어 그런데, 저 궁사녀석 레벨이 딱 50이었었나? 그때 분명 50레벨이 넘어보였는데 어떻게 여기 나온 거지?’

사실 제사장 퀘스트 당시 밀런의 레벨은 51 이였었다.

그런데 이안의 역공격으로 인해 레벨이 50으로 다운되었고, 그렇게 된 김에 기다렸다가 투기장 루키 리그에 나오게 되었던 것!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상대도 이안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안 이 피케이범! 내 할리오의 목걸이는 잘 쓰고 있겠구나!”

밀런은 이안을 마주보며 이를 으드득 갈았다.

아직도 그 때 잃어버린 할리오의 목걸이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그 말에 이안은 피식 웃었다.

“글세? 난 모르는 일인데? 할리오의 목걸이를 왜 나한테서 찾지?”

물론 할리오의 목걸이는 경매장에 꽤 비싼 가격을 주고 팔았던 기억이 있었지만, 이안은 능청스레 밀런의 약을 올렸다.

그리고 이안의 이죽거림을 들은 밀런은 분노했다.

“으으… 이자식! 네놈이 그 때는 약은꾀를 써서 우리를 죽였지만, 오늘은 내 손으로 묵사발을 내 주겠다.”

이안의 입장에서는 코웃음이 나올 대사였다.

‘뭐? 날 묵사발 낸다고…? 그 때 싸웠어도 졌을 놈이….’

기왕 이렇게 만난 것.

이안은 저 괘씸한 놈을 좀 더 놀려주고 싶었다.

“이봐, 나 예선전 올 퍼펙트 게임으로 올라온 몸이야. 네놈이 무슨 수로 날 이겨?”

이안의 제법 합리적인 도발에도 밀런은 이안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지지 않고 대답했다.

“여기 올라온 사람 중에 전승이 아닌 사람도 있냐? 그리고 난 네 비밀도 알고 있지.”

한편 관중석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듣고 있는 관중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이 되었다.

“야, 쟤들 필드에서 한번 붙었던 적 있나봐!”

“정말? 이거 흥미 진진 하겠는데?”

총 서른 두 곳의 경기장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64강전 이었지만, 이안의 경기가 있는 곳과 림롱의 경기가 있는 곳에 대부분의 관중들이 몰려 있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관중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이안과 밀런의 대화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한편 이안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밀런의 말에 두 눈이 살짝 커졌다.

“뭐? 무슨 비밀?”

밀런은 이를 뿌드득 갈며 대답했다.

“지금까지 네 놈이 퍼펙트 게임으로 예선을 통과하는 게 온전히 네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템빨로 여기까지 올라온 주제에?”

“…?”

당황스러운 표정이 된 이안은 밀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밀런의 분노에 찬 한 마디는 이안 뿐 아니라 관중들까지 놀란 표정이 되게 만들었다.

“네놈의 그 늑대 소환수! 그 늑대, 네가 테이밍한 소환수가 아니라 봉인마법 아티펙트로 부리는 놈이라는 비밀 말이지!”

관중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끽 해야 50레벨인 소환술사가 데리고 다니기에는 말도 안 되게 쎄더라니….”

“맞아 맞아, 이제야 의문점이 풀렸네. 그런 소환마법 아티펙트가 있었으면 나라도 루키리그 우승했겠다.”

“에효, 결국 돈 많은 놈이 장땡이구만.”

생각지도 못한 밀런의 공격.

이안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뭐? 라이가 아티펙트로 소환한 소환수라고? 그걸 정말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화가 차올랐다.

이안이 게임하면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템빨’ 이라는 말이었다.

이어지는 밀런의 도발.

“긴말 말고 덤벼라! 늑대는 무시하고 네 놈부터 죽여 버리면 그만이니까.”

이안은 눈 앞의 이 멍청한 놈 에게는 화가 났고, 밀런의 말을 믿는 분위기인 관중들은 답답했다.

‘하, 저 머저리 말을 믿는 거야?’

그리고 이안이 해명(?)할 겨를도 없이,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5초 후, 경기가 시작됩니다.]

이안은 분노했다.

“하, 이 덜떨어진 놈. 넌 30초 컷이다.”

[5… 4… 3….]

이안은 어차피 다른 경기가 끝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 김에 밀런을 조금 봐주며 놀아주려 했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2… 1… 시작…!!]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라이는 광폭화를 쓰고 밀런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크릉- 크릉-!

그리고 밀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뒤쪽으로 몸을 빼며 활 시위를 당겼다.

“죽어라!!”

밀런이 쏘아낸 화살 촉에는 새하얀 기운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궁사 클래스를 랭커 수준까지 키워봤었던 이안은 그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유도화살이네. 그래도 제법 좋은 스킬북인데… 어떻게 구했지?’

유도화살은 궁수들이 얻고 싶어 하는 상급 스킬북들 중 하나였다.

비록 위력은 다른 기술들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지는 스킬이었지만, 일단 쏘기만 하면 막을 순 있어도 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했으니까.

이안은 그냥 맞아줘도 그렇게 피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만히 서서 맞아줄 생각은 없었다.

‘나에게는 방탄조끼가 있지.’

뒤로 메는 특이한 모양의 조끼(?) 이긴 했지만, 방탄이라는 수식어에 부족함이 없는 뿍뿍이가 이안의 등을 지키고 있었다.

타탓-

이안은 일부러 유도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을 등지고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이안이 유도화살을 피해 달아나는 듯한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밀런은 통쾌한 웃음을 지으며 열심히 발을 놀렸다.

어쨌든 그 또한 라이에게 사거리를 주면 안 되는 입장이었기 때문.

“크큭, 유도화살이 그런다고 피해질 줄 아냐?”

궁사 클래스여서 민첩성이 무척 높은 편인 밀런은 라이에게서 제법 잘 도망 다니며 계속 유도화살을 쏘아대었다.

1:1PVP에서 궁사 최강의 스킬이라 평가받는 유도화살!

열 발도 넘는 유도화살이 이안의 꽁무늬를 쫓아다니자, 밀런은 쾌재를 불렀다.

자신도 라이에게 쫓기고 있었지만, 라이가 자신을 잡는 것 보다는 유도화살이 이안을 잡는 것이 더 빠를 것이었기 때문!

그리고 전사나 기사도 아닌 이안이 열 발이 넘는 유도화살에 격중 당하면 살아남지 못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밀런의 망상이었을 뿐.

그는 곧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팅- 팅- 티팅-!

그가 쏘아낸 유도화살이 이안의 등에 명중하면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유도화살’ 스킬이 유저 ‘이안’의 소환수 ‘뿍뿍이’ 에게 명중합니다. 1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유도화살’ 스킬이 유저 ‘이안’의 소환수 ‘뿍뿍이’ 에게 명중합니다. 1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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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데미지 1? 아 놔…!! 뿍뿍이는 또 대체 뭐야?!!’

그리고 열심히 라이를 피해 도망가던 밀런은 원형으로 생긴 경기장 탓에, 반대 방향에서 뛰어오는 이안을 맞닥뜨릴 수 밖에 없었다.

[‘약점포착’ 스킬이 발동됩니다. 대상의 약점이 표시되며 명중률이 20% 상승하고 치명타 확률이 25% 증가합니다. 약점을 공격할 시 추가로 110%의 피해를 더 입힙니다.]

약점포착 스킬의 발동과 함께, 이안과 라이가 양 방향에서 동시에 밀런을 덮쳤다.

“크아악-!!”

그리고 그대로 그의 운명이 정해졌다.

*          *          *

잠깐 밀런으로 인한 소란(?)이 있었지만, 이안은 그 뒤로 특별한 어려움 없이 8강전까지 전부 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이제 드디어 준결승 경기.

‘흐음, 이제 좀 강한 상대를 만나려나?’

그때 그의 상대로 보이는 유저가 경기장으로 올라왔다.

상대는 온통 회색빛 일색의 로브에, 짙은 검정색의 고깔모자를 쓰고 해골 모양으로 장식되어있는 제법 긴 스태프를 한 손으로 쥐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전형적인 흑마법사의 아이템들.

‘오랜만에 흑마법사 상대를 또 만나네. 이번 상대는 어떠려나…?’

레벨만 높고 별 볼일 없던 히메네스를 떠올린 이안이 상대를 응시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상대의 외모를 확인하자, 자신의 가슴정도 밖에 오지 않는 매우 작은 키에 젖살도 아직 빠지지 않은 앳된 얼굴이 보였다.

자신의 키보다도 더 큰 스태프를 꼭 쥐고 있는 모습이 귀엽기 까지 했다.

‘이제부터 준결승이니까. 겉모습이 다가 아닐 수도 있어.’

그래도 상대의 외모가 이안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안이 웃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이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다른 곳을 보고 있던 꼬마 흑마법사가 고개를 탁 치켜들며 이안을 응시했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칫, 결국 여기서 강력한 상대를 만났군. 이번 대결은 쉽지 않겠어.”

“…?”

마치 어린이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나 쓸법한 소년의 대사에 이안은 당황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상대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대륙 최강의 마법사인 내가 여기서 꺾인다면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겠지. 어둠의 소환술사! 네놈의 악행은 오늘로 끝이다. 각오해라!”

아니, 자기가 흑마법사인 주제에 어둠의 소환술사라니? 이안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대륙 최강의 마법사라니.

이안은 움찔 하며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뭐, 뭐지…? 이게 말로만 듣던 중2병인가?’

중2병이라기엔 아직 초등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앳된 외모의 소년.

정신공격에 혼란스러워 하는 이안을 향해 소년 흑마법사가 한 마디 더 보탰다.

“내 이름은 ‘간지훈이’다.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야. 곧 사라질 녀석에게 알려주기 아까운 이름이긴 하지만… 크큭.”

다시 이어진 정신공격에다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반말까지!

‘도, 도대체…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이안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훈훈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준결승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5초 후, 경기가 시작됩니다.]

준결승이라 그런지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 많은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5… 4….]

준비타임 동안, ‘이안’과 ‘훈이’는 각자의 소환물들을 전부 다 소환했다.

그리고 이안은 훈이의 소환물들을 보고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

‘히든클래스! 분명 히든클래스야.’

훈이가 소환한 해골들은 일반적인 흑마법사의 해골들과는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일반적인 백골의 해골이 아니라 시커먼 흑색의 뼈로 만들어진 해골이라는 점.

그리고 덩치가 일반적인 해골들보다 조금 더 커 보였다.

‘대신 숫자가 좀 적네.’

이안은 경시하던 마음을 조금 접었다.

아직 어떤 히든클래스인지 감도 잘 오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스킬을 사용할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

‘젠장, 왜 이 흑마법사 경기를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보지 못 한 거지?’

이안은 매 시간 치러진 경기들을 하나씩 꼭 보았지만, 훈이는 처음 보는 유저였다.

이안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경기가 시작되었다.

[3… 2… 1…. 시작!!]

< (6). 이안의 활약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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