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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53화 (84/1,027)

< (6). 이안의 활약 -3 >

[아, 이게 뭐죠? 저 소환술사는 엄청난 히든클래스라도 얻은 것일까요?]

[정말 엄청난 전투력입니다!! 특히 저 붉은 갈기를 가진 거대한 늑대는 단 세 번의 공격으로 랭킹 1위의 흑마법사인 히메네스를 아웃시켰어요!!]

적막한 가운데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방송국 해설자들의 목소리가 또렷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관중석도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뭐야? 저 늑대 어디서 잡을 수 있는 거야? 나 투기장 그만 보고 저 늑대 정보 찾으러 가야겠어.”

라이의 엄청난 공격력에 마음을 뺏겨 붉은 갈기 늑대를 찾기 위해 관중석을 떠나는 이도 있었으며,

“저 소환술사, 민첩성 특화 소환수를 빙의시킨 상태겠지? 움직임 봤어? 장난 아니던데.”

“그러니까, 내가 레벨이 좀 낮긴 하지만, 암살자인 나보다도 훨씬 날렵하게 움직이더라니까?”

이안이 보여준 움직임에 대해 나름대로의 지식을 가지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방금 경기를 본 모든 이들은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의 소환술사는 무척이나 저평가되었다!’

암살자나 흑마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마이너한 신규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던 소환술사였다.

그런데 그들의 눈 앞에서 랭킹1위의 흑마법사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소환술사에게 순식간에 당해버린 것이었다.

모두가 놀라고 있을 때.

이안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걸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안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뭐야? 흑마법사 랭킹1위라며? 왜 이렇게 약해?’

라이의 선제공격으로 충분히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연타공격 한방에 경기장에서 아웃될 줄은 생각조차 못했던 것.

‘그리고 라이 민첩성이 높긴 하지만, 후속타 중에 최소 한방 정도는 충분히 피할 수 있어 보였는데….’

유저의 컨트롤 능력도 이안이 보기에는 형편없어 보였다.

한편, 경기장에서 아웃된 히메네스는 주먹을 꽉 말아쥐고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 소환술사라고 해서 너무 방심 했어… 제기랄.’

뭔가 해 보지도 못한 채 경기장에서 아웃당한 그는 억울함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무기도 무슨 너클 같은 걸 끼고 있어서 완전 초짜인 줄 알았는데….’

현재 일반적인 소환술사들이 선호하는 무기는 석궁이나 매직완드 같은 간편한 조작으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무기들이었다.

빙의를 사용해서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근접전을 선호하는 소환술사는 거의 없었던 것.

‘길드에 있는 소환술사들은 대체 뭐하는 놈들이야?’

사실 히메네스가 소환술사를 얕잡아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며칠 전 길드의 고 레벨 소환술사와의 모의전투에서 어렵지 않게 승리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길드에 소속된 소환술사는 43레벨 정도였기에 히메네스 자신과는 레벨차이가 좀 나긴 했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소환술사라는 직업 자체가 pvp에는 무척 약하다고 느껴졌던 것.

‘하아… 예선 첫 라운드에서 떨어지다니….’

방송에 나가서 흑마법사 유저를 위한 팁 같은 걸 떠들었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럽게 느껴졌다.

‘으으…! 방심만 하지 않았으면 분명히 이겼을 텐데…!!’

하지만 결코 이안에 비해 자신이 약해서 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방심했고, 운 좋게(?) 늑대의 공격이 전부 치명타로 들어와서 아웃된 것일 뿐이라 여겼다.

하지만 히메네스가 어떻게 생각하든, 이미 경기는 끝났고,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그는 쓸쓸한 뒷모습만을 남기고 투기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          *          *

카일란의 공식 커뮤니티는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그것은 오전에 퍼진 한 소환술사 유저의 전투장면 때문.

오전 10시쯤에 커뮤니티의 전투영상 게시판에 올라온 고작 3분짜리 전투영상은 불과 다섯 시간 만에 오늘의 베스트 영상을 꿰찰 정도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댓글만 해도 벌써 천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바람의소환사 : 헐, 저 늑대 대체 뭐임? 처음 보는 몬스터인데 어디서 잡을 수 있는지 알려주실 분?]

[syw1203 : 윗님, 맨 위에 있는 댓글부터 정독 하고 오시는 게 좋을 듯. 지금 거의 중론이, 소환술사의 탑에서 받은 소환술사 직업퀘로 얻은 몬스터거나, 늑대를 진화시킨 개체일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들이 기울고 있어요.]

[샤미르 : 그런데 벌써 진화를 성공시킨 사람이 있을까요 과연? 저는 직업퀘스트 중에 뭔가 히든퀘스트를 받아서 보상으로 받은 몬스터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뮤란의후예 : 저도 샤미르 님 말에 동감. 아직 진화가능 이라는 옵션을 가진 소환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졌지, 진화조건에 관한 단서는 아무도 모르는데… 벌써 진화 시켰다는게 말이 안 돼죠.]

[그림자무사 : 전 암살자 클래스인데, 소환술사님들 질문 하나만 드릴게요. 원래 소환술사들 빙의하면 민첩성 저렇게 많이 올라가나요?]

[kka0707 : 저 영상 속의 소환술사님은 레벨도 최소 40레벨 후반은 되어 보이고… 아마 빙의도 10레벨 정도는 더 높은 소환수를 빙의하신 것 같아 보이네요. 빙의 숙련도 중급까지 올린분도 봤는데, 그래봐야 45% 정도 스텟 가져오거든요? 근데 빙의로 저 정도 민첩성 만들려면… 한 60레벨쯤 되는 맹금류 몬스터 빙의시킨 게 아닐 까 생각합니다.]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 댓글 창.

졸지에 이안은 갖고 있지도 않은 빙의 스킬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부터. 라이는 직업퀘로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소환수라는 이야기까지.

갖가지 가설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소환술사 직업게시판은 전투영상의 댓글 창 보다도 몇 배는 더 흥분의 도가니였다.

[php0931 : 이안님, 혹시 직업게시판 보고 계시면 답글 좀 달아주세요!!]

[소환술채고시다 : 붉은 갈기 늑대 어디서 획득하는지 아시는 분 제발 좀 알려주세요, 현기증 날 것 같아요.]

[룰랑 : 님들, 이안님이 사용하신 전격속성 기술은 전류증식인가 그 스킬 맞죠? 직업의 탑에서 설명 읽어본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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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안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한차례 더 불을 지피는 영상들이 이어져서 올라왔다.

다름 아닌 이안의 예선전 영상을 누가 현장에서 찍어서 바로바로 게시판에 업로드 한 것.

흑마법사 히메네스를 상대할 때 만큼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이 영상들은 다른 의미에서 핫한 이슈가 되었다.

예선전의 어떤 상대도 라이 하나를 상대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졌기 때문.

라이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은 급속도로 증가했고, 유명해지고 싶었던(?) 이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유명인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          *          *

반나절이 넘게 루키리그의 예선전을 중계하던 루시아와 하인스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인스님, 이번 루키리그는 정말 역대급인 것 같지 않아요? 특히 그 이안이라는 소환술사랑, 림롱이라는 암살자가 정말 엄청난 것 같아요.”

루시아의 말에 하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두 유저는 뭔가 특별한 방법으로 육성시킨 것 같이 보이더라구요.”

“맞아요. 캐릭터도 특별해 보였고, 컨트롤 수준도 엄청났구요.”

물병을 들어 목을 살짝 축인 하인스는 다시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런데 루시아님, 전 아까부터 걸리는 부분이 있어요.”

“네? 걸리다니요?”

하인스는 무언가를 생각해내려는 듯 살짝 아미를 찌푸리며 말했다.

“그 소환술사 유저 있잖아요. 이안님이요.”

“네.”

“제가 어디서 본 유저 같아서요.”

그의 말에 루시아의 눈이 살짝 커졌다.

“네에? 정말요? 어디서 보셨는데요?”

“그… 붉은 늑대가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잠시 생각하던 하인스는 이윽고 손뼉을 탁 쳤다.

“아…!! 맞아요. 기억났어요.”

루시아는 궁금한 표정으로 하인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가 얼마 전에 친구 마법사 퀘스트 도와주려고 심연의 섬에 갔었거든요. 그때 유령선 안에 붉은색 거대한 늑대를 데리고 탄 소환술사 유저가 한 분 계셨는데, 그때 그 분이 분명해요!”

말을 하면서 하인스는 속으로 확신했다.

‘맞아, 분명 그였어. 경기에서 사용했던 아이스골렘은 그때 심연의 섬에서 잡은 것이겠지.’

등에 메고 있는 이상한 거북이(?)는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아이스골렘까지 매칭이 되자 이제 확실히 그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오, 그렇군요.”

루시아는 신기하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뿐이었다.

사실 이안과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본 적이 있다는 게 대수는 아니었다.

그리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루시아는 이안과의 계약을 자신이 따 낼 꿍꿍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하인스가 이안과 친분이 있었다면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빼앗기는 꼴이 되는 것이었다.

‘투기장 일정이 끝나면 접근해 봐야겠어.’

일전에 접촉하려 했던 ‘로렌’ 이라는 상위권의 소환술사 유저도 친분 때문에 하인스에게 뺏겼던 그녀였기에, 이번엔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인스도 나름대로의 꿍꿍이가 있었다.

‘그 때 인상으로는 사람은 선해 보였으니까… 배에 같이 탔었던 유저라고 하면서 접근하면 좀 쉽게 다가갈 수 있겠지.’

이안과의 계약을 성사시키고 보너스 받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하인스는 히죽히죽 웃으며 다음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흐흐… 흐흐흣….”

연속해서 5경기를 퍼펙트로 이겨버린 이안은 일찌감치 예선전을 통과하고 관중석 구석에 앉아 거만한 표정으로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예선전 이후 알아보는 사람이 제법 많아진 이안이었지만, 누구도 이안을 귀찮게 할 수 없었다.

이안이 앉아있는 곳은 예선 통과자만 들어올 수 있는 대기구역이었기 때문.

이안과 마찬가지로 전승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림롱 조차도 대진표 상 아직 네 경기밖에 치르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금 대기실에는 이안 혼자 앉아 있었다.

“이대로 우승까지 날 막을 인재는 없는 것인가… 후후.”

원래도 자신의 게임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그였지만, 예선전에서 상대다운 상대조차 만나보지 못 하자, 기고만장해 질 수 밖에 없었다.

‘10만 명성에 50레벨 소환술사 풀세트 아이템이 곧 내 것이 되겠군. 그것도 전부 다 영웅등급으로!’

루키리그의 1등 포상을 받고 나면 다시 광랩을 향한 탄탄대로가 열릴 것이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 기분!

이안이 혼자 실실대며 행복한 상상을 하는 동안, 루키리그의 예선전은 막을 내렸고, 최후에 남은 64명의 유저들만이 투기장 대기실에 남게 되었다.

몇몇 원래 알던 지인인 듯 보이는 유저들만이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나머지는 긴장된 표정으로 대진표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번에 50경기씩 진행된다고는 해도… 생각보다 유저들이 조금 참가한 건가? 아니면 루키리그라서 그런 건가… 잘하면 하루 만에 모든 경기 다 끝나겠는데?’

이안의 생각처럼, 루키리그의 참여인원이 적은 탓도 있었지만, 투기장은 기본적으로 1패만 하면 탈락시켜버리는 다소 잔인한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금방 유저들이 걸러진 것이었다.

‘나야 좋지. 내일부터 곧바로 사냥 갈 수 있겠네.’

한 2~3일 정도는 레벨업을 못하고 투기장에 눌러앉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안이었기에, 당겨진 일정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투기장 일정은 무척이나 빠르게 진행되었다.

대진표는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순식간에 나왔으며, 곧바로 64강의 모든 경기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안은 자신의 앞에 나선 상대를 보았다.

‘음…? 뭐지 이 궁사? 왠지 낯이 익은 녀석인데….’

상대는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안은 곧 그가 누군지 깨달았다.

‘아… 그 제사장퀘 피케이범!’

< (6). 이안의 활약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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