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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9화 (81/1,027)

< (5). 첫 번째 죽음 -3 >

개미굴 던전 초입부에 있는 개미들은 고블린 야영지에 있던 고블린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약한 수준이었기에, 그때보다 많이 성장한 이안에게는 스킬 연습용 상대로 제격이었다.

[거대개미를 처치했습니다. 315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는 북부 설산에서 사냥하던 때에 비하면 무척 적은 수준.

레벨도 이안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의 몬스터들 이었기에, 기본적인 경험치 자체도 낮았고, ‘사냥의 달인’ 칭호의 효과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도 많은 숫자를 몰살시키면서 사냥하다보니 쌓이고 쌓여서 적지 않은 경험치가 흘러들어왔다.

“후후 이거 재밌는데?”

이안은 전류증식 스킬의 활용법을 점점 깨달아 가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무식하게 근접스킬처럼 사용했지만, 조금씩 요령이 생기자 몬스터의 이동경로를 예측해서 맞추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예측공격의 난이도는 무척 높은 편 이었다.

하지만 원거리에서 써버릇 해야 좀 더 강한 적을 만났을 때 에도 효과적으로 전류증식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안은 스킬이 몸에 완전히 익을 때 까지 일부러 어렵게 플레이할 생각이었다.

‘이 대로면 여기서 이틀 정도 꼬박 노가다 하면 99%까지 경험치를 채울 수 있겠어.’

게다가 전류증식이 튀어 나갈 방향까지 예측하면서 사용하면 좀 더 많은 몬스터를 맞출 수 있었다.

마치 당구를 치는 것과 비슷한 느낌!

운이 따라주면 여러 번 튕기면서 하나의 구체가 대여섯 마리를 맞추는 겨우도 생겼다.

이안은 자칭 ‘게임 전문가’ 답게 금방 ‘전류증식’ 스킬의 스킬이해도가 쑥쑥 늘어났다.

그리고 한 시간 뒤.

사냥에 완벽히 적응이 끝나자, 아예 한 구역의 거대개미들을 이동속도가 빠른 라이를 이용해 몰아왔다.

“떡대 아이스웨이브!!”

떡대가 아이스웨이브를 쓰고 나면, 그 위에 이안의 전류증식이 난사되었고, 두 스킬의 둔화효과가 중첩된 거대개미들은 굼벵이같이 느려졌다.

지직- 지지직-!

거기에 이안의 무기에 붙어있는 ‘감응’ 효과까지 터져서 아이스웨이브가 중첩이라도 되면, 거대개미들의 발이 바닥에 딱 붙어서 안 떨어지는 수준!

광역스킬로 거대개미들의 피를 전체적으로 줄여 놓으면, 라이가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개미부터 한 마리씩 처치하면서 돌아다녔다.

정령마력이 전부 소모될 때 까지 신나게 전류증식을 난사한 뒤, 한 무리의 사냥이 끝나고 나면 다시 정령마력이 전부 회복되어 있었다.

“크하하!!”

이안은 신이 나서 광소를 터뜨렸다.

“역시 사냥은 몰이사냥이지!”

북부대륙에 처음 올라가서 자신보다 강한 유닛들을 한 마리씩 상대해가며 레벨을 올리는 것도 재밌었지만, 이렇게 광역 사냥으로 약한 몬스터들을 쓸어 담는 것이 스트레스 푸는 데는 제격인 것 같았다.

‘이제 레벨이 더 올라서 60레벨이 넘어가면 슬슬 사냥의 달인 칭호의 효과도 약발이 떨어질 거야.’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적을 상대할수록 경험치를 더 많이 주는 사냥의 달인 칭호 효과의 덕은 이미 톡톡히 보았다.

하지만 고레벨이 될수록 비약적으로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슬슬 전투방식을 바꿀 때가 된 것 같았다.

“크, 파괴력 위주의 광역스킬이 하나 있으면 딱 인데….”

지금도 충분히 사냥속도는 빨랐지만, 이안은 조금 아쉬웠다.

전류증식 스킬은 사실 파괴력 자체는 좋은 스킬은 아니었기 때문.

50레벨 정도의 마법사가 사용하는 ‘화염지대’ 같은 스킬은 장비에 따라 위력이 다르긴 하겠지만, 2~3천에 육박하는 강력한 데미지를 자랑했다.

그에 비하면 전류증식은 후속 데미지를 감안하더라도 절반 정도 수준의 데미지밖에는 나오질 않는다.

전류증식 스킬은, 떡대의 아이스웨이브와 함께 몬스터의 발을 묶어놓는 용도의 느낌이 더 강한 것이었다.

‘둔화효과 중첩으로 몬스터들 기어 다닐 때 광역마법 몇 개 떨어지면… 크으….’

하지만 마법사와 함께 사냥을 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남 좋은 일 할 수는 없지.’

그렇다면 파괴력 위주의 광역스킬을 가진 몬스터를 테이밍 하면 된다.

‘흐흐, 뭘 테이밍 하면 좋을까. 화염의 고원에 있는 피닉스 같은걸 소환수로 쓸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하지만 그것은 희망사항.

피닉스는 평균레벨이 160~170정도로 알려져 있는 무지막지한 몬스터였다.

‘언젠간 잡아야지.’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사냥하는 동안, 던전 1층의 거대개미는 남김없이 사라졌다.

“라이야, 2층 가자.”

크릉- 크릉-

이안은 라이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2층은 줄무늬개미가 나와서 조금 더 위험하긴 하겠지만….’

줄무늬개미는 일반 거대개미보다 약간 몸집이 작고 전투력도 조금 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광역으로 독액을 뿌리는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 사냥하기는 더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하지만 이안은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초기화 전에도 사냥해본 경험이 많았던 몬스터였기 때문.

‘내가 죽기야 하겠어?’

이안은 자신만만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          *          *

하루 종일 사냥 끝에, 이안은 50레벨의 99%까지 경험치를 올릴 수 있었다.

개미굴의 보스인 여왕개미는 첫날에 이미 잡았고, 이틀 동안 개미들을 이 잡듯이 털어먹은 결과였다.

“흐, 이제 경험치 99.9%네. 정말 야무지게도 올렸군.”

이안은 뿌듯했다.

사냥하는 동안 떡대의 레벨도 하나가 올랐고, 라이도 51레벨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웨이브에서 완벽하게 계산대로 경험치가 들어찼기에 더 기분이 좋았다.

“얘들아 이제 돌아가자.”

이안은 던전을 나가기 위해 사냥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쓰러져 있는 거대개미들의 사체에서 잡템을 수거하고, 인벤토리를 정리했다.

등에 메고 있던 뿍뿍이도 내려 놓았고, 소환 지속시간이 다 끝난 짹이도 역소환 되었다.

충분히 목적달성을 한 진성은 가벼운 발걸음이 되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뿍- 뿍뿍-

뿍뿍이는 이안 몰래 어딘가로 쪼르르 기어가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먹음직 스러운 물체를 발견했기 때문!

뿍뿍이가 향하고 있는 곳은 던전 구석에 쌓여 있는 거대개미의 알 무더기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이안의 시야에 의문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거대개미의 알’을 파괴했습니다. 경험치가 36 상승합니다.]

[‘거대개미의 알’을 파괴했습니다. 경험치가 32 상승합니다.]

“뭐, 뭐지 이게?”

이안은 당황했다.

99.9%까지 야무지게 들어차 있는 경험치.

“아…!! 안돼…!!!”

그리고 지금은 레벨이 오르면 절대로 안 되는 상황.

“서, 설마 레벨이 오르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어야 돼….”

하지만 이안의 간절한 중얼거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메시지는 속절없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어… 어디야? 대체 왜 경험치가 오르는 거야?”

필사적으로 두리번거리던 이안은 곧 개미의 알을 파먹고 있는 뿍뿍이를 발견했다.

“아… 안돼…!! 뿍뿍아 돌아와!”

이안의 외마디 비명.

이안은 필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뿍뿍이 소환해제!”

하지만….

와그작-!

뿍뿍이는 하얗게 빛나는 와중에도 마지막 들고 있던 개미의 알을 꿀꺽 삼켰다.

[‘거대개미의 알’을 파괴했습니다. 경험치가 45 상승합니다.]

그리고….

이안을 중심으로 환한 빛이 퍼져나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51레벨이 되었습니다.]

“….”

털썩-

이안은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고, 라이는 그런 이안의 모습을 멀뚱거리며 응시했다.

그리고 잠시 후, 현실을 직시한 이안은 절규했다.

“으아악…!! 이럴 순 없어!!”

이안은 절규했다.

‘아… 너무 욕심을 부렸어… 98% 정도에서 그만 사냥하고 멈출 걸….’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 이었다.

‘아… 뿍뿍아….’

뿍뿍이를 다시 소환해서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소환해제된 뿍뿍이를 다시 소환하려면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으… 으으….”

그리고 사실 뿍뿍이의 잘못이라고 하기도 뭐했다.

결국 주의력이 부족했던 이안 자신의 실책.

이제 이안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 이었다.

“라이야.”

크릉-?

라이는 이안의 슬픈 눈망울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이안의 말을 잘 알아듣는 라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이안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

“좀 쉬고 있으렴….”

이안은 한숨을 푹 쉬고는 모든 소환수들을 소환해제 했다.

“휴우.”

그리고 계정귀속인 머리장식을 제외한, 장비하고 있던 모든 아이템을 벗어 주섬주섬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결국 레벨다운을 위해 이안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살’ 이라는 극단적인 선택 뿐 이었다.

*          *          *

욕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온 진성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흐, 결국 이렇게 집밖으로 나가는 구나…. 캡슐 밖은 위험한데….”

아직 자취방의 관리비 납부할 때도 안 됐고, 집 안에 식량도 넉넉했다.

그런데 이렇게 밖으로 나가게 되다니, 진성은 어쩐지 서러웠다.

“하아…. 초기화 후 첫 죽음이 자살이라니….”

생각지도 못 한 전개.

뿍뿍이가 좀 원망스럽기는 했지만 뿍뿍이를 탓할 명분도 없었다.

뿍뿍이는 단지 맛있어 보이는 거대개미의 알이 먹고 싶었을 뿐!

진성이 먹으면 안된다고 말해준 적도 없었고….

“그나저나, 그래도 여자사람 만나러 가는데 머리에 뭐라도 발라야 하나?”

진성은 서랍을 뒤져 왁스를 꺼냈다.

대학 면접을 위해 사서 한번 사용하고 구석에 쳐 박아 놓았던 왁스.

미용실에 간 지 오래된지라, 머리가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기 때문에 대충이라도 머리를 정돈해야했다.

처음 보는 여자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랄까….

진성이 이렇게 생각하는 데엔 하린에 대한 호감도 한 몫 하긴 했다.

‘하린님에게 앞으로도 요리를 얻어먹으려면 잘 보여야 해.’

약간은 핀트가 나가있는 듯 보였지만….

이안은 대충 외출 준비를 마쳤다.

원래 그렇게 못난 외모는 아니어서, 면도도 하고 대충이라도 차려 입으니 게임폐인의 아우라는 조금 사라져 보였다.

“이제 나가볼까?”

진성은 스마트폰을 들었다.

하린으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었다.

[하린 : 이안님, 저 이제 출발해요. 거기 후문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 앞에서 봬요!]

지금 시각은 낮 1시 30분.

“하린님이랑 점심 먹고 까페에 앉아서 얘기하다 보면 시간 좀 지나려나?”

이안이 자살(?)한지 아직 3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직도 21시간 이상 더 기다려야 다시 접속할 수 있다니.

슬픔이 밀려왔다.

“이 시련을 잘 이겨내야 해.”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진성은 문 밖을 나서며 하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진성 : 네, 저도 지금 나가요. 한 10분쯤 걸릴 것 같아요.]

진성은 약속장소로 걸음을 옮기며 하린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생각했다.

< (5). 첫 번째 죽음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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