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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8화 (80/1,027)

< (5). 첫 번째 죽음 -2 >

의도치 않게 스케일이 매우 큰 퀘스트를 두 개나 받아버린 이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잊혀진 고대 몬스터의 흔적 퀘는 어디로 가야할 지라도 알지…. 그리핀 알 부화 퀘는 진짜 감도 안 오네.’

어차피 두 퀘스트 모두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안은 며칠 후면 시작될 투기장 컨텐츠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장 5일 후면 투기장이 열리는데, 그동안 레벨 업 말고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기왕 나가는 거 최대한 높은 성적을 받고 싶은데….’

지금 이안이 동 레벨 대의 유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력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유저가 즐기는 게임인 만큼,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었으니까.

이번에 처음으로 유저대 유저간 전투의 시험대에 오르는 신규직업들!

실제로 붙어보지 않으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이안은 자신이 이번 신인전에서 어떠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예상이 안 되었다.

“새로 습득한 스킬들 숙련도나 올리러 가 볼까?”

지금 이안은 정확히 50레벨에 경험치가 0%였다.

‘51레벨만 아니면 되는 거잖아? 50레벨에 99%까지 경험치 올려놓을 겸, 새로 습득한 스킬들 스킬레벨 좀 올리고 숙련도도 쌓을 겸… 사냥이나 해야겠다.’

한 5일 정도 설렁설렁 노닥거리며 휴식을 취할 법도 했는데, 이안은 사냥을 않고 있으면 엉덩이에 가시가 돋는 병이라도 걸린 듯 했다.

‘사냥터는 어디가 좋을까?’

이안은 뮤란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괜찮은 사냥터들을 하나씩 쭉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곧 괜찮은 곳이 생각났다.

‘개미굴…! 맞다, 개미굴이 여기 있었지?’

개미굴은 진짜 개미들이 서식하는 곳이 아니었다.

개미와 비슷한 형태를 가진, 거대 괴수들이 군집 형태로 서식하는 유명한 인스턴트 던전 이었다.

인스턴트 던전은 한 유저, 혹은 파티가 들어가면 그 파티가 전멸 하거나 나올 때 까지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형태의 던전 이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인기있는 인스턴트 던전의 경우에는 대기 예약을 걸어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렸는데, 성질 급한 이안이 선호하는 사냥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개미굴은 좀 달랐다.

인스턴트던전 이면서도 개미굴 이라는 이름답게 수십개의 비슷한 던전이 모여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사람이 좀 몰려도 대기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항상 30% 정도의 던전은 비어있는 수준이었다.

‘잘됐다. 개미굴이라면 새로 익힌 스킬 연습하기 딱이겠어.’

개미굴에 등장하는 거대개미들의 레벨은 50레벨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개체수가 엄청나다보니, 실제로 개미굴에서 사냥하는 유저들은 60레벨 이상인 경우가 많았다.

어지간한 60레벨대의 유저도 솔로플레이를 하다가는 어이없이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제법 위험한 던전.

하지만 혼돈의 던전도 클리어한 이안은 자신이 있었다.

‘좋아, 가자!’

그렇게 이안이 마음을 정하고 던전으로 향하려고 할 때, 하린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음…? 하린님이네?’

이안은 메시지를 확인했다.

[하린 : 이안님, 지금 뭐하세요?]

[이안 : 아, 저 지금 사냥가려는 중이었어요.]

[하린 : 네? 이안님 50레벨이시잖아요? 지난번에 투기장 열리면 루키리그에 참가하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이안과 하린은 종종 메시지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하린은 제법 이안의 근황을 많이 알고 있었다.

[이안 : 네 맞아요. 그런데 아직 경험치가 0%라서 99%까지는 올려놔도 되잖아요.]

[하린 : 헐….]

이안의 집착에 가까운 레벨업 욕심에 잠시 하린은 할 말을 잃었다.

[하린 : 사실 저 오늘 친구 만나러 학교 쪽에 왔거든요.]

[이안 : 학교요? 지금 학교에 계세요?]

[하린 : 아니요, 그건 아니구 학교 근처에요. 친구랑 방학과제 상의하려고 학교 근처 까페에 왔거든요.]

[이안 : 아하, 그렇구나….]

[하린 : 있다가 이안님 시간 괜찮으시면 밥이나 한 끼 먹을까 하는데…. 어때요?! 이안님 이 근처에 자취하시잖아요?]

이안은 순간 고민했다.

‘오랜만에 바깥에 나가서 외식 한번 하는 것도 좀 끌리기는 하는데….’

사실 50레벨 이상 올릴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약간의 고민도 필요 없이 하린의 제안을 거절하고 사냥하러 갔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안의 카일란 인생에 이렇게 여유 있는 상황도 엄청 드물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약간은 고민이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 빨리 전류증식 스킬을 써보고 싶은데….’

결국 하린과의 외식보다 새로운 스킬로 사냥해 보는 것이 더욱 설레는 이안은, 고심 끝에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고 말았다.

[이안 : 음… 죄송해요 하린님. 밥은 다음에 먹는 걸로 해요. 지금 제가 사냥터 다 와서 나가기가 조금 애매하네요.]

아직 마을이었지만, 서슴없이 거짓말을 하는 이안.

애써 찔리는 마음을 부정하며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린님 기분이 나쁘지 않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니까….’

[하린 : 그렇구나. 그럼 사냥 끝나면 메시지 줘요. 음… 게임은 접속해있지 않을 테니까, 제 번호 알려 드릴게요.]

사냥이 언제 끝날지도 몰랐고, 끝나도 밖에 나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싶을 지 아직 확신은 안 섰지만, 이안은 일단 하린의 번호를 받아 적었다.

‘뭐… 사냥하다가 죽기라도 하면 나가지 뭐.’

죽으면 어차피 24시간 접속불가 패널티가 있기 때문에 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개미굴에서 죽을 일은 없을 게 분명했으니,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이 거의 없다는 말.

이안은 하린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서둘러 개미굴을 향해 움직였다.

*          *          *

“흐, 역시 바글바글하네.”

개미굴 던전에 들어온 이안은 전방에 최소 10~15마리 단위로 군집해있는 거대개미들을 보며, 함박미소를 지었다.

운 좋게 개체수도 다른 굴에 비해 많은 편이라 알려진 7번 던전에 들어올 수 있었다.

“크으.”

이곳이야 말로 이안이 생각하기에, 새로 배운 스킬인 ‘전류증식’을 제대로 써먹어볼 수 있는 곳이었다.

‘스킬을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몰이사냥을 하는데 적합한 느낌이란 말이지.’

전류 증식 스킬은 양 손에 전류가 흐르는 구체를 만들어 적을 향해 던지는 방식의 스킬이었다.

그런데 구체를 적에게 맞추면 구체가 4등분으로 분리되어 사방으로 비산하면서 여러 개체의 적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

고레벨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광역스킬과 비교해 보면 그 범위나 스킬 발동 조건이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의 이안에게는 충분히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기술이었다.

이안은 새로 얻은 짹이를 포함한 모든 소환수들을 소환하고 전투 준비를 마쳤다.

“자, 떡대. 하던 대로 먼저 들어가자.”

드르륵-

이안의 명령을 받은 떡대가 천천히 거대개미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쿵-

거대한 몸집으로 인한 큰 발소리 때문에, 개미들의 관심이 금방 떡대 에게로 쏠렸다.

크르륵 크륵-

개미들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떡대에게 다가왔다.

떡대가 주먹을 아래쪽으로 내리찍었다.

쾅-!

‘거대개미’ 라는 몬스터의 이름만큼, 흉측할 정도로 커다란 개미들.

하지만 떡대에 비하면 작은 몸집이었고, 레벨도 떡대가 더 높았기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소환수 ‘떡대’가 ‘거대개미’로부터 376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소환수 ‘떡대’가 ‘거대개미’로부터 201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순식간에 여러 마리의 개미들이 떡대의 주변을 둘러쌓았다.

짧은 시간 안에 제법 여러마리에게 공격당했지만, 총 체력이 이제 2만에 육박하는 떡대에게는 간지러운 수준.

그리고 그 때를 기다리고 있던 이안이 명령을 내렸다.

“떡대, 아이스웨이브!”

이안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떡대의 주변으로 새하얀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콰아앙-!

[12마리의 거대개미에게 각각 298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10초간 거대개미들의 움직임이 30% 느려집니다.]

그리고 이제 이안의 생각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수준이 된 라이가 곧바로 개미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라이, 광폭화!”

이안의 명령과 함께, 광폭화 스킬을 사용한 라이는 거대개미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날뛰기 시작했다.

숫자가 많기는 했지만, 훨씬 더 강력한 적들만을 상대해오던 라이였기에, 자신보다 레벨도 낮은 거대개미는 손쉽게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안은 뿍뿍이를 슬쩍 쳐다보았다.

찌릿-

이안과 눈이 마주친 뿍뿍이는 체념한 표정으로 껍질거대화 스킬을 사용했다.

그 모습에 이안은 피식 웃으며 뿍뿍이를 등에 걸쳐 메었다.

뿍뿍이를 등에 메기 위한 뿍뿍이 전용 가죽끈도 만들어 놓았다.

이제 새로 얻은 스킬을 시험해 볼 때였다.

이안은 설레는 표정으로 스킬을 발동시켰다.

“전류 증식…!”

그와 함께 이안의 양 손에 누렇게 빛나는 샛노란 구체가 생성되었다.

지직- 지지직-

‘개미를 향해서 던지면 되는 건가?’

이안은 전방의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거대개미를 향해 양 팔을 휘둘렀다.

그리고 이안의 손을 떠난 두 개의 구체가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이안의 생각처럼 거대개미들은 쉽게 구체를 맞아주지 않았다.

‘아 이건 뭐 이렇게 느리게 날아가? 굼뱅이가 따로 없네…. 이걸 대체 누가 맞아줘?’

이안의 푸념 그대로였다.

이안이 던진 구체는 아주 느린 수준의 속도는 아니었지만 투사체가 날아오는 걸 확인만 하면 누구나 피할 수 있을 정도의 빠르기로 날아갔다.

피이잉-

이안의 전류증식 스킬은 결국 아무에게도 맞지 않아 증식조차 해보지 못한 채 허공에서 사라졌다.

‘어후, 이러면 그냥 이렇게 하는 수 밖에 없잖아…?’

그리고 이안은 소모된 자신의 정령마력 수치를 확인했다.

‘다행이 정령마력이 다시 차오르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진 않네.’

정령마력은 전류증식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다시 되돌아올 때 즈음 최대치까지 전부 회복되었다.

그리고 재사용 대기시간이 끝난 것을 확인한 이안은 전류증식을 다시 발동시켰다.

그리고 양 손에 전기구체를 쥔 상태로 거대개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안의 주먹은 전기구체를 거머쥔 상태로 거대개미의 복부에 작렬했다.

빠악-! 치지직-

[‘전류증식’ 스킬을 명중시켰습니다. ‘거대개미’ 에게 1179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안은 내심 ‘마비’ 효과가 발동되면서 재사용 대기시간이 초기화되기를 원했지만, 당연하게도 15%의 비교적 낮은 확률이 처음부터 발동되어 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때, 이안의 손에서 퍼져나간 내 갈래의 전류덩어리들이 빠르게 사방으로 튀어나가 주변에 있던 거대개미들에게 피해를 입히기 시작했다.

지직- 지지직-!

[증식된 전류가 ‘거대개미’ 에게 359의 추가피해를 입혔습니다.]

[증식된 전류가 ‘거대개미’ 에게 317의 추가피해를 입혔습니다.]

순간 너댓 마리의 거대개미들이 전류증식에 피해를 입었고….

[‘거대개미’가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거대개미’의 움직임이 30% 느려지며, ‘전격’속성의 공격에 50%의 추가 피해를 입습니다.]

[‘전류증식’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됩니다.]

연달아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재사용 대기시간이 초기화되면서 양 손에 전류 구체가 하나씩 더 생기자, 이안은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그래, 이거지!’

그때부터 이안의 전류증식 숙련도 노가다가 시작되었다.

< (5). 첫 번째 죽음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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