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이안의 업적 -5 >
이안이 교환소의 앞에 다가서자, 그 앞을 지키고 있던 NPC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공헌도 교환소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엘프를 연상케 하는 뾰족하고 긴 귀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 NPC를 보니, 이안은 기분이 좋아졌다.
“아, 안쪽에 있는 아티펙트들을 구경하고 싶어서 왔어요.”
“그렇군요. 입장하시는 분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가지고 계신 공헌도를 조회해 드리겠습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안’입니다.”
“네, 이안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입구 옆에 둥둥 떠있는 마법구에 뭔가를 입력한 NPC는 놀란 표정이 되어 이안에게 돌아왔다.
“아, 선지자 님 이셨군요!”
갑자기 친밀도가 무척이나 오른 NPC를 보며, 이안은 떨떠름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에… 맞아요. 제 공헌도는 얼마나 있죠?”
“선지자 님의 공헌도는 5천입니다.”
“아하, 그렇군요.”
이안이 기억하고 있는 대로였다.
사실 레벨50 최초 달성 때 받은 5천의 공헌도 이후, 뭔가 공헌도가 오를 만한 건덕지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한 사실이었다.
“이 쪽으로 오세요, 이안님. 안쪽에 공헌도로 교환이 가능한 아티펙트와 스킬북들이 많이 있습니다.”
“네, 고마워요.”
이안을 데리고 교환소 안으로 들어간 NPC는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안님, 마음껏 구경하신 뒤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시면 제게 말씀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NPC가 자리로 돌아가고, 이안은 본격적으로 교환소 내의 아이템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안의 레벨이 아직 높지 않아서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이 한정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방대한 양이었다.
“아직 공헌도로 아이템을 교환해 간 유저는 없을 테니까.”
아직 탑이 생긴 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았으니, 이안을 제외하고는 공헌도가 있는 유저는 있을 리 없었다.
아무리 간단한 퀘스트라도 직업퀘스트는 하루 이상은 걸리는 게 보통이었으니까.
이안은 전시대 위에 올라와 있는 아이템들을 하나씩 집어 들어 옵션을 확인했다.
‘오호, 이건 내가 얼마 전에 경매장에서 산 너클이랑 같은 종류잖아?’
이안이 집어든 아이템은 ‘고대 소환술사의 강철검’ 이었다.
아이템의 이름과 레벨제한부터 시작해서 옵션까지 이안의 너클과 무척이나 비슷한 물건이었다.
이안은 아이템의 앞에 쓰여 있는 필요 공헌도를 확인했다.
‘음, 350공헌도…? 이 아이템의 가치가 이 정도였군.’
보통 직업의 탑에서 주는 퀘스트 중, B급 정도의 난이도를 하나 클리어하면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서 200~400 정도의 공헌도를 얻을 수 있었다.
350의 공헌도는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었다.
이안은 문득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드래곤 테이머의 깃털장식’ 아이템이 떠올랐다.
‘공헌도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중에 내 깃털장식 만큼 좋은 아이템도 있을까?’
드래곤 테이머의 깃털장식은, 그 옵션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등급 자체가 전설등급인 아이템이었다.
전설등급의 아이템은 초기화 전에도 몇 번 구경 못 해봤을 정도로 희귀했고, 궁사 직업의 탑 교환소에서도 두어 번 정도밖에 보지 못했었다.
‘내가 궁사의 탑에서 처음으로 전설등급 아이템을 봤던 게… 레벨 80정도일 때였나?’
레벨이 높을수록 교환소에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 자주 등장한다.
이안은 역시 레벨을 빨리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곱씹었다.
열심히 교환소에 있는 아이템들을 뒤져 보았지만, 다 비슷한 수준의 아이템들이었다.
아직 그가 50레벨밖에 안 되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흠… 여기는 이제 됐고….”
마음에 드는 아이템도 몇 개 발견하긴 했지만, 그 정도 수준의 아이템이라면 경매장을 열심히 뒤져서 구입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공헌도는 좀 아껴서 나중에 더 좋은 아이템으로 바꾸는 것이 현명해 보였다.
‘옆방으로 넘어가 봐야지.’
옆방은 스킬북들을 교환할 수 있는 곳 이었다.
스킬북은 최소 하나 정도는 괜찮은 게 있으면 교환해서 나가고 싶었다.
‘일단 공격스킬부터 좀 볼까?’
그렇지 않아도 공격스킬 자체가 부족한 소환술사였는데, 이안이 전직한 ‘테이밍 마스터’ 클래스는 스킬들이 더욱 테이밍 위주로 습득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안은 공격스킬이 거의 전무한 상황.
잘 키운 소환수들을 부려서 전투를 이끌어 나가는 것도 재밌었지만, 이안은 자신도 전투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 또한 그 못지않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공격스킬을 먼저 하나 구입할 생각이었다.
“‘화염의 장막’…? 무슨 마법사 전용 스킬 같은 게 있지?”
이안은 화염의 장막 이라는 스킬을 꺼내서 한번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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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염의 장막 -
분류 - 엑티브 스킬
스킬레벨 - lv 0
스킬등급 - 희귀
숙련도 - 0%
소모값 - 20 정령마력
재사용 대기 시간 - 3분
불의 정령을 소환하여 일시적으로 화염의 장막을 만들어 낸다.
만들어낸 화염의 장막으로 적의 공격을 막으면, 소환마력의 350% 만큼의 데미지를 흡수하고, 200% 만큼의 화염 데미지를 돌려준다.
* 스킬 습득 조건 : 패시브 스킬 ‘화염의 정령 소환’을 배운 상태에서만 습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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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오호, 소환마력이랑 정령마력이 이런데 쓰이는 능력치였어?”
50레벨이 되면서 새로 생긴 직업특수 스텟의 쓰임새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소환마력은 공격마법의 공격력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치였고, 정령마력은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소모값 이었던 것.
마법사로 치자면 마나와 비슷한 것이었다.
‘어디보자, 내 능력치는 지금 몇이지?’
이안은 오랜만에 상태창을 열어 능력치를 확인했다.
‘소환마력은 500이네? 정령마력은 100이고… 음 그럼 지금 이 스킬을 쓰면 최대 1750 데미지까지 흡수되고, 1000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건가? 정령마력은 1/5 정도 소모하네.’
나쁘지 않은 스킬이었다.
하지만 3분 이라는 재사용 대기시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좋은 스킬도 아니었다.
‘다른 스킬들도 좀 볼까?’
이안은 몇 가지 스킬들을 더 확인했다.
그리고 곧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소환술사의 공격마법은 거의 정령술이 기반이 되는 것들이네. 처음에 어떤 속성의 정령술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겠어.’
공격마법을 선택하기 전에, 패시브 스킬로 어떤 원소의 정령 소환술을 배울지 부터 생각해야 했다.
‘화염이나 빙결도 좋지만… 어쩐지 전격 속성이 끌리는데…?’
이안은 ‘전격의 정령 소환술’ 스킬을 집어 들고는 잠시 고민했다.
‘다른 속성의 원소 공격은 왠지 소환수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당장 이안이 지금 데리고 있는 떡대 만 해도 빙결 속성의 소환수다.
그리고 화염이나 대지 등의 속성들은 당장에 생각해도 테이밍해서 쓸 만한 몬스터들이 많이 생각나는데 반해, 전격 계열의 몬스터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래, 일단 전격 계열 공격 마법으로 가 보자.’
어차피 전격계열 배웠다고 해서 나중에 다른 속성의 정령술을 배울 수 없는 것도 아니었고, 이안은 금방 마음을 정했다.
‘음, 공헌도 500 필요하네. 좀 아깝긴 하지만….’
‘전격의 정령 소환술’ 스킬북을 집어든 이안은 이제 전격계열의 공격 마법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마음에 드는 스킬을 찾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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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류 증식 -
분류 - 엑티브 스킬
스킬레벨 - lv 0
스킬등급 - 영웅
숙련도 - 0%
소모값 - 15 정령마력
재사용 대기 시간 - 1분
전격의 정령을 소환하여 양 손에 전류가 흐르는 구체를 만들어 낸다.
만들어낸 전격의 구체를 던져 적을 격중 시키면, 소환마력의 250%에 해당하는 피해를 적에게 입히며, 구체가 4등분 되어서 빠르게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튕겨 나간 구체들은 주변의 적, 혹은 지형지물에 격중되면 또 다시 튕겨져 나가며, 5초 동안 유지된 후 완전히 사라진다.
전류증식에 피해를 입은 적은, 15%의 확률로 20초 동안 ‘마비’ 상태가 된다.
‘마비’ 상태가 되면 움직임이 30% 느려지며, 전격 속성의 공격에 50%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 스킬 습득 조건 : 패시브 스킬 ‘전격의 정령 소환술’을 배운 상태에서만 습득 가능하다.
* 스킬 발동 조건 : 전격의 정령이 소환된 상태에서만 스킬 발동이 가능하다.
* 상태이상 ‘마비’ 가 발동하면,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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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영웅’등급의 공격스킬들에 비해 공격력 자체는 낮은 편인 스킬이었지만, 이안은 전류증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공격력은 좀 떨어지지만, 어차피 내 공격이 전투에 주력이 되는 공격력도 아니고….’
전류증식은 사용해 봐야 알겠지만, 한 번에 여러 개체의 적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마비’효과도 줄 수 있어 무척이나 유용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운이 좋아 15%의 확률로 발동되는 ‘마비’가 계속 발동한다면, 재사용 대기 시간도 초기화 되어 스킬을 난사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한 번에 여러 적을 맞추면 진짜 계속 난사할 수도 있겠는데?’
여러 명의 적을 맞출수록 한 군데 에서라도 마비 효과가 발동될 확률이 높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만약 운이 좋아 마비가 계속 발동된다면 최대 6번은 연속으로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아직 실제로 사용해보지는 않았으니 정확히 감이 오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좋은 스킬 같았다.
‘공헌도가 아깝지 않네.’
무려 1200이나 되는 공헌도가 필요한 스킬.
그럼에도 이안은 망설임 없이 스킬북을 집어 들었다.
이안이 두 권의 스킬북을 들고 나가자, 입구에 서 있던 NPC가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
“어머, 다 고르셨나요 이안님?”
“네, 여기 두 권이요.”
이안이 스킬북을 내밀자, NPC는 잠시 살펴보더니 대답했다.
“음, 어디보자. 총 1700의 공헌도가 필요해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사용할게요.”
“정말 좋은 스킬들을 잘 고르셨네요. 이제 더 이상 교환하고 싶으신 물건은 없으신가요?”
일단 남은 3300의 공헌도는 아껴둘 생각이었기에, 여기서 더 볼 일은 없었다.
“네. 다음에 또 오도록 하죠.”
“그래요, 다음에 또 오세요!”
이안은 그렇게 총 1700의 공헌도를 사용하여 두 개의 스킬북을 교환하고 난 후, 소환술사의 탑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스킬북을 사용하여 두 개의 스킬을 모두 배워 버렸다.
[스킬북을 사용하여 ‘전격의 정령 소환술’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스킬북을 사용하여 ‘전류 증식’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두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이안의 눈 앞에 작은 스파크가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 이건 뭐지?”
이안은 지직거리는 노란 불빛들이 뭉쳐지는 모습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뭉쳐진 불빛들은 점점 커지더니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전격의 정령을 처음으로 소환하셨습니다. 정령의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이안은 잠시 멍한 표정이 되어 눈 앞에 나타난 전격의 정령을 응시했다.
정령은 작은 참새를 연상케 하는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음… 네 이름은….”
이안이 이름을 생각하는데, 소환된 정령이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짹- 째재잭 - 짹짹-!
그순간 정령의 이름이 결정되었다.
“짹이, 짹이로 해야겠다.”
역시 단순하고 부르기 쉬운 작명을 선호하는 이안.
이안은 이번에도 손쉽게 정령의 울음소리를 본 따 이름을 지어버렸다.
[‘전격의 정령’의 이름이 ‘짹이’가 되었습니다.]
남이 보면 무척이나 성의 없는 작명이었지만, 이안은 스스로의 작명센스에 흡족해 하며 짹이를 불렀다.
“짹이, 이리 와 봐.”
말을 하며 손을 내밀자, 허공을 정신없이 날아다니던 노랗고 작은 새가, 재빨리 날아와 이안의 손바닥 위에 앉았다.
짹- 째잭-
주변에서 튀어 오르는 스파크의 영향인지, 짹이는 일반적인 아기 새의 울음소리보다는 좀 더 촐싹 맞은 울음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찍- 찌직- 이라고 하는 건가? 누가 전격의 정령 아니랄까봐….’
새소리와 스파크 튀는 소리 사이의 미묘한 울음소리를 내는 짹이를 보며, 이안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얘는 그래도 통솔력 스텟이 필요 없나보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안은 손바닥 위에서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짹이의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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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짹이(전격의 정령) -
정령력 : 0 / 1000
속성 : 전격
등급 : 하급 정령
소환 지속시간 : 375분 (재소환 대기시간 : 500분)
* 정령력이 Max가 되면 상위 정령으로 진화한다.
(전격속성을 필요로 하는 소환마법을 사용할 때 마다 일정량의 정령력이 차오른다.)
* 소환술사의 소환마력이 높을수록 정령의 소환 지속시간이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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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심플한 정보 창.
이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전투력은 없다는 소리네?’
짹이는 딱히 전투능력이 없는 듯 했다.
외모가 작고 귀여워서 큰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조금 씁쓸했다.
‘어쩐지 통솔력 스텟이 필요하지 않더라니…. 그럼 짹이는 전격속성 관련 소환마법을 쓰는데 필요한 매개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기대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정령력을 Max까지 다 채우면 상위 등급의 정령으로 진화한다고 하니, 그땐 또 어떤 능력이 생길지 모르는 것이다.
‘처음부터 강한 녀석도 좋지만, 역시 게임은 쪼렙부터 키워나가는 맛이 또 쏠쏠하지.’
이안은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이제, 셀리아스인지 뭔지, 황제 만나러 한번 가 볼까?”
황제를 만나기 위해 광장을 벗어나는 이안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황궁은 플리노르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 (4). 이안의 업적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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