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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5화 (77/1,027)

< (4). 이안의 업적 -4 >

잠시 앉아서 뿍뿍이의 식사를 지켜보던 이안은, 시야에 떠있는, 반짝이는 메시지 아이콘을 확인했다.

그가 접속하지 않은 동안 누군가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헤르스 : 진성아, 그 소환술사 50렙 찍은 거 혹시 너냐?]

바로 절친 헤르스의 메시지.

이안은 순간 소환술사 게시판에서 겪었던 이유 모를(?) 억울함이 한방에 씻겨 내려가는 걸 느꼈다.

‘역시, 날 알아주는 건 유현이 뿐이구나!’

그런데 반짝이는 메시지 표시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어? 또 있나?’

그리고 메시지를 다시 확인하자, 바로 아래 하린이 보낸 메시지도 있었다.

[하린 : 이안님, 뭐하세요? 대체 언제 50레벨 찍으신 거예요?! 이안님 짱짱!!]

의문문이었던 헤르스의 메시지에 비해 신뢰도가 훨씬 높은 하린의 확신에 찬 메시지!

사실 하린은 50레벨의 소환사가 이안이라고 확신할 만 했던 것이, 이미 그녀와 고블린 야영지 퀘스트를 할 때 동랩 이상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안은 감동했다.

순간 눈물이 핑 도는 것도 느껴졌다.

‘아… 하린님은 좋은 사람이었어….’

PK를 좋아하는 무서운 여자 이미지에서 요리로 한번, 이 메시지로 또 한번, 하린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다음에 방학과제 성실히 도와드려야지!’

시간도 조금은 덜 아까워졌다.

이안은 곧바로 하린에게 답장을 보냈다.

[이안 : 저 어제 50레벨 찍고 지금까지 기절해 있었어요. 방금 접속!]

하지만 하린은 접속 중이 아닌지, 대답이 바로 날아오지 않았고, 하린에게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고 싶었던 이안은 조금 시무룩 해졌다.

‘유현이는 접속 해 있으려나….’

이안은 헤르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안 : ㅇㅇ 나 맞다. 어제 50랩 찍고 잤음. 지금 일어남.]

그리고 헤르스는 접속해 있었는지, 곧바로 대답이 날아왔다.

[헤르스 : 와… 괴물 같은 놈….]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이안 : 그거 물어보려고 메시지 보낸 거냐?]

[헤르스 : 음… 그것도 있고, 다른 할 얘기도 좀 있어.]

[이안 : 할 얘기? 뭔데?]

[헤르스 : 얼마 전에 우리 길드에서 북부 지역에 거점지를 하나 점령했거든.]

거점지라는 말을 들은 순간, 이안은 반색했다.

그도 길드에게 거점지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안 : 오, 그래? 어딘데?]

[헤르스 : 그 크리피아 설산에서 반나절 정도 좀 더 북동쪽으로 올라오다 보면 로코르 설원 이라는 곳이 있거든, 거기에 있어.]

[이안 : 거점지 규모는 어때? 괜찮은 데 먹었어?]

[헤르스 : 응, 규모도 상당히 크고 위치도 좋아.]

이안은 기분이 좋아졌다.

별 기대 없이 500원짜리 복권을 긁었는데, 5만원 정도에 당첨된 기분.

이안은 사실 로터스 길드가 이번 원정에서 괜찮은 거점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첫째로, 북부 원정에 참여한 길드들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고 있었으며,

둘째로, 로터스 길드가 상위 5% 안쪽에 드는 강한 길드인 것은 맞지만, 10위권 안쪽에 있는 거대 길드들에 비하면 조족지혈 이라 할 수 있는 전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안 : 좋네. 북부 원정 간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괜찮은 거점지까지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네. 수고했다 인마.]

[헤르스 : 운이 좋았지 뭐.]

그리고 이안은 헤르스가 메시지를 보낸 가장 큰 이유가 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안 : 아 그럼 거점지 주변 정리 작업 도와달라고 연락한 거야?]

[헤르스 : 역시, 눈치 빠르네. 맞아. 그런데 지금 당장은 아니고, 이쪽 몬스터들이 레벨이 제법 높거든. 최소 70레벨대 이상이야. 조금 멀리 나가면 100레벨 가까이 되는 괴물들도 있고.]

[이안 : 그럼 내가 한 70레벨 가까이 찍으면 도울 수 있겠다.]

[헤르스 : 응. 그럴 것 같네.]

[이안 : 오케이, 더 할 말은 없지?]

이안은 이제 메시지를 마무리 짓고 사냥하러 가기 위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지만, 곧 다시 의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헤르스 : 아 맞다, 깜빡할 뻔 했네.]

[이안 : 응? 뭐가?]

[헤르스 : 너 일주일 정도만 랩 올리지 말고 기다려 볼 수 있냐?]

[이안 : …? 왜?]

일주일이나 레벨을 올리지 말라니, 이안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이어진 헤르스의 말에 이안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헤르스 : 이번 제국 투기장 열리기까지 일주일 남았잖아. 50레벨 유지하고 있다가 루키 자격으로 나가보는 건 어때?]

이안의 동공이 살짝 확대되었다.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하고 있었지? 초기화 한 것도 아닌 헤르스도 생각하고 있었던 건데….’

사실 헤르스도 얼마 전 클로반이 루키리그에 참여해서 명성을 5만 얻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생각난 것이었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그의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생각난 사람이 이안이었기 때문.

카이몬 제국과 루스펠 제국의 제국 투기장은 매달 1일에 번갈아가며 열린다.

그리고 지난 달에 카이몬 제국의 투기장이 열렸으니, 이번달은 루스펠 제국의 투기장이 열릴 차례였다.

투기장이 열리면 유저들은 누구나 입장신청을 할 수 있었고, 예선을 통과한 서른 두 명의 강자들이 대전으로 전투력의 우열을 가리게 된다.

결승까지 모두 진행되고 나면, 등수에 비례하여 막대한 명성과 강력한 아이템을 얻게 되는 것이었기에,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유저들이 매달 투기장에 도전했다.

그리고 제국 투기장은 항상 동시에 두 개의 리그를 열었다.

하나는 모든 유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합리그였고, 다른 하나는 50레벨 이하의 유저들만 참여할 수 있는 루키리그 였다.

헤르스는 이안에게 일주일만 50레벨을 유지하고 있다가 루키리그에 참여해 보라고 권한 것이었다.

[이안 : 아, 맞다! 투기장!! 으, 내가 왜 제국 투기장을 깜빡하고 있었지?]

이안은 울상이 되었다. 일주일동안 레벨업을 참으라는 건 이안에게 거의 고문이었으니까.

이안은 자책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하루 두 시간 자면서 50레벨 찍은 거야?’

억울함을 넘어 생각이 짧았던 과거의 자신에게 미안할 정도.

[헤르스 : 왜긴, 8월 1일 되기 전에 50 찍는 거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까 그랬겠지. 나도 네가 이렇게 빨리 50레벨 찍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헤르스의 말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진성이 소환술사로 전직한 시점은 카일란의 업데이트 날이었던 6월 20일.

그리고 제국 투기장이 오픈되는 날짜는 8월 1일.

고작 한 달 하고 10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만에 50레벨이 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어떻게 했겠는가?

사실 이안이 초기화 하면서 제국 투기장을 염두 해 두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투기장 열리기 전에 최대한 레벨 업 해놔야겠다고… 만 생각했었지.’

설마 일주일이나 남겨놓고 50레벨이 되어버릴 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까.

[이안 : 으… 일주일이 좀 아깝긴 하지만, 타이밍 맞게 50레벨도 찍었는데 참가 안하는 게 바보겠지?]

[헤르스 : 알면서 묻지 마라. 너 나가서 8강에만 들어가도 명성 1만에 직업 관련 영웅등급 목걸이 먹는 거야. 명성 1만 올리려면 퀘스트 몇 개 해야 되는지 알지? 일주일로는 택 도 없어.]

이안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다만 억울할 뿐.

[이안 : 휴, 알겠다. 일주일 좀 아깝기는 하지만, 레벨업 쉬고 다른 거 하지 뭐.]

[헤르스 : 그래, 건투를 빈다.]

헤르스와 대화를 마친 이안은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이안은 어느새 미트볼을 다 먹고 자신의 무릎 위에 올라와있던 뿍뿍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뿍뿍아.”

뿍-?

“우리 이제 일주일동안 뭐하냐?”

뿍뿍-?

하지만 이안에게 답을 내어줄 리 없는 뿍뿍이였다.

“일단 원래 하려 했던 선지자 퀘스트나 하러 가야겠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이안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쩐지 힘 없어 보이는 발걸음이었다.

*          *          *

이안은 곧바로 뮤란으로 이동했다.

선지자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황궁으로 가야 했지만, 그 전에 먼저 소환술사의 탑을 보고 싶었다.

‘크, 나의 업적을 확인해보지 않을 수 없지.’

뮤란에 도착한 이안은 먼저 플리노르 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광장에 도착하자, 어렵지 않게 소환술사의 탑을 찾을 수 있었다.

“후후, 이렇게 보니까 더 뿌듯하네.”

소환술사의 탑은 기존 직업의 탑들과 약간 떨어진 거리에 홀로 우뚝 솟아 있었다.

이제 다른 신규직업의 유저들이 50레벨이 되면, 곧 옆에 두 개의 탑이 더 생길 것이었지만, 지금은 홀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어 더 멋져 보였다.

탑의 입구를 양 쪽으로 지키고 서 있는 드래곤의 동상까지 완벽히 이안의 취향이었다.

‘흐… 맘에 드네. 시간도 많은데 온 김에 한번 들어가 봐야겠어.’

항상 레벨업에 쫓기던 이안이었지만, 강제로 사냥을 쉬게(?) 된 지금, 이안은 초기화 이후 어느 때보다 여유로웠다.

룰루-

절로 콧노래까지 나오는 상황.

소환술사의 탑 입구에는, 직업 관련 퀘스트를 받기 위해 온 소환술사들이 제법 많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기왕에 퀘스트를 할 거면, 직업의 탑 퀘스트를 받는 게 여러모로 좋긴 하지.’

이안은 지금 던전에서 오클리에게 받은 퀘스트에다, 선지자 퀘스트 까지 두 개나 퀘스트 창을 채우고 있었기 때문에, 소환술사의 탑에서까지 퀘스트를 받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두 퀘스트 모두 완료하고 나면 그 또한 직업의 탑에서 퀘스트를 받을 생각이었다.

‘소환술사의 탑도 구조는 비슷하네.’

초기화 전에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궁사의 탑을 생각하며,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여기도 5층에 아티펙트 교환소가 있겠지?’

퀘스트를 받는 것이 아니더라도 직업의 탑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리고 지금 이안이 찾고 있는 곳은, 소환술사의 탑에 대한 공헌도를 아이템이나 스킬북으로 교환해 주는, 아티펙트 교환소였다.

이안으로 인해서 처음 탑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는 제법 많은 공헌도를 받은 상태였다.

‘내가 받은 공헌도가 5천이니까… 어지간한 건 다 바꿔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초기화 전, 궁사의 탑에서 쌓았던 공헌도의 누적량이 1만이 채 되지 않았던 점을 생각해 보면, 5천의 공헌도는 엄청난 양이었다.

‘좀 아껴놨다가 조금 더 고레벨이 됐을 때 쓰는 게 좋기는 하겠지만…. 스킬북은 좋은 게 나와 있으면 바로 교환해 버려야지.’

아이템 같은 경우는 고 레벨이 될수록 더 높은 등급의 아티펙트들을 구입할 수 있었기에, 50레벨밖에 안 되는 지금 교환하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스킬북은 달랐다.

스킬북은 좋은 것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교환해 놓아야 숙련도를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찾았다. 역시 같은 위치네.’

공헌도 교환소를 찾은 이안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 이안의 표정은, 생전 처음 쥐어보는 만원짜리 지폐를 들고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는 어린아이의 표정과 비슷했다.

이안이 교환소의 앞에 다가서자, 그 앞을 지키고 있던 NPC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공헌도 교환소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4). 이안의 업적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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