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4화 (76/1,027)

< (4). 이안의 업적 -3 >

루스펠 제국의 수도인 뮤란.

그리고 뮤란 동쪽에 위치한 플리노르광장.

유저들 사이에서 직업의 광장 이라는 말로 불리기도 하는 이 광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웅성거리며 광장 한 편에 서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이거 진짜야?”

“진짜지, 그럼 가짜냐?”

“이게 말이 돼? 신규직업 세 개 중에 소환술사의 탑이 가장 먼저 생기는 게 말이 되냐고!”

유저들이 모여 있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각 클래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전문가의 탑이 모여 있어서 직업의 광장 이라는 말로 불리기도 하는 플리노르 광장에 새로운 건물이 세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기초공사가 시작되었을 때는, ‘신규클래스의 유저들 중에 누군가가 드디어 50레벨이 되었구나’ 라는 기쁜 마음에 다들 탑이 건설되는 것을 구경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난 지금 탑의 하층부가 완성되면서 드러난 것은 놀랍게도 소환술사의 탑이었던 것.

모두가 흑마법사의 탑일 것이라 예상했던 상황에, 심지어 암살자의 탑도 아니고 역대급으로 성장이 더디다고 알려진 소환술사의 탑이 생겨나고 있었으니, 모두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놀라는 유저들이었지만, 한 켠에는 기뻐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와, 소환술사의 탑이 가장 먼저 생길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는데!”

“그러게, 여기서 기다렸다가 완공되면 곧바로 직업 퀘스트 받아야겠어!!”

“카이몬 제국 보다 먼저 생기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빌었었는데… 모든 신규직업 통틀어서 가장 먼저 생기다니….”

그들은 당연히 소환술사 유저들이었다.

직업의 탑이 생기면 해당 직업의 유저들은 탑에서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 직업 관련 퀘스트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퀘스트를 해서 공헌도를 많이 쌓으면 해당 직업 관련 고급 스킬북들과 아이템들도 얻을 수 있었으니, 신이 나는 것이 당연했다.

여러 유저들이 수근 거리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소환술사의 탑은 빠르게 지어지고 있었다.

뚝딱거리며 금세 한 층 한 층 쌓여가는 소환술사의 탑의 위용!

그리고 세 시간여가 더 지났을 쯤.

루스펠 제국의 모든 유저들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콜로나르대륙, 루스펠 제국에 최초로 50레벨 이상의 소환술사가 생겼습니다.]

[루스펠 제국의 수도 뮤란에 ‘소환술사의 탑’ 건축물이 건설되었습니다.]

그리고 플리노르 광장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루스펠 제국의 유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소환술사의 탑 생겼대!”

“신난다!! 사냥 접고 일단 뮤란부터 가자!!”

기뻐하는 소환술사들도 있는 반면,

“방금 시스템 메시지 뜬 거 봤어?”

“나도 방금 떴어. 이거 뭐야? 이게 가능해?”

“헐, 난 이제 레벨 20인데… 레벨 50이 벌써 나왔다고? 미친 거 아니야?”

“이거 분명 시스템 오류야. 말이 안 되잖아. 아직 흑마법사도 50랩이 안 나왔는데.”

“버그다. 확실해. LB소프트 버그게시판에 신고하자.”

현실을 믿지 못하고 부정하는 이들도 있었고,

“대체 누굴까?”

“분명 거대길드에서 전폭지원 받은 유저겠지.”

“어휴, 이거 서민 유저들은 서러워서 살겠나.”

시기 질투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질투하는 유저들의 대부분은 다른 신규직업의 유저들이었다.

[이제부터 루스펠 제국의 소환술사들은 소환술사의 탑에서 직업 관련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메시지까지 떠오르자, 루스펠 제국의 대부분의 유저들은 전체적으로 기뻐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어찌 되었든 카이몬 제국보다 먼저 신규직업의 탑이 생긴 것은 루스펠의 유저들에게 좋은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날.

카일란 공식 커뮤니티는 무척이나 시끄러워졌다.

*          *          *

“으아아, 잘 잤다.”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난 진성은 기지개를 켜며 부엌으로 향했다.

여느 때처럼 우유에 후레이크를 타먹기 위함이었다.

평소와 달리 오늘은 거의 12시간 가까운 긴 시간을 자고 일어난 진성이었지만, 기분은 무척이나 상쾌했다.

이 모든 것이 최초로 50레벨을 달성한 소환술사라는 사실 덕분.

“하아암.”

연신 하품을 해 대며 후레이크를 탄 그릇을 집어든 진성은 컴퓨터 책상으로 향했다.

오늘은 게임에 접속하기 전, 공식 커뮤니티에 들어가 정보를 좀 검색해 볼 생각이었다.

“음? 이거 뭐지, 오늘따라 글 리젠이 왜 이렇게 많아?”

진성은 직업 게시판을 열자 마자 당황했다.

아직 등록된 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붉은색 n 표시가 붙어있는 게시글이 수 십 페이지를 넘었기 때문.

평소에도 직업게시판이 활발한 편이기는 했지만, 이정도까지 글 리젠이 빨랐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진성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흐흐… 모두가 나의 업적에 감동했군.’

소환술사 게시판 내용의 대부분이 진성으로 인해 건설된 소환술사의 탑 에 관련된 내용들 뿐 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성은 신나서 게시물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원래 후레이크만 다 먹으면 캡슐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던 진성이었건만, 어느새 모니터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어라? 이 게시글 뭐지?’

몇 페이지 째 게시된 글들을 읽어 내려가던 진성은 흥미로운 제목의 게시글을 발견했다.

[제가 여러분들이 궁금해하는 레벨 50 소환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

이 게시글의 조횟수는 다른 게시물들의 20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뭐지? 날 안다고?’

보통 이런 글은 영양가 없는 낚시 성 글일 확률이 높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진성이었지만, 궁금해서 누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딸깍-

그런데 게시글을 클릭한 진성은 놀라서 헛바람을 집어 삼킬 수 밖에 없었다.

‘헉…!’

진성이 글을 클릭하자 가장 먼저 화면에 나타난 것이 다름 아닌 진성의 케릭터 이안의 모습이 찍힌 스크린샷 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성은 재빨리 스크롤을 내려 게시물의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기사 게시판에서 놀러온 60레벨 정도의 중랩 유저입니다.

위에 제가 올려놓은 스샷은 다들 보고 내려오셨죠?

이 글이 낚시글이라 생각하신 분도 많았겠지만, 틀렸습니다.

낚시글이 아니거든요.

저 위 스샷에 보이는 소환술사가 바로 소환술사 중 최초로 50레벨을 찍은 주인공 이라 확신합니다.

제가 어떻게 확신 하냐구요?

꿀꺽-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글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저기 스샷에 나와 있는 장소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가 보신 분들은 아마 바로 아셨겠지만, 이번에 새로 오픈된 북부대륙입니다.

북부대륙의 크리피아 설산이죠.

그리고 저기 저 스크린 샷 안의 소환술사 유저가 잡고 있는 몬스터도 혹시 보이십니까?

놀랍게도 평균 레벨이 50대 후반 정도인 ‘아이스트롤’입니다.

자, 그렇다면 저 소환술사의 레벨은 몇일까요?

50대 후반의 레벨인 아이스트롤을 솔플로 잡으려면 최소 레벨이 몇이어야 할까요?

아무리 좋은 장비들을 도배하고, 강력한 소환수를 부린다고 하더라도, 이미 40대 후반의 레벨을 가진 소환술사가 아닐까요?

아쉽게도 저 유저가 개인정보를 전부 비공개 해놔서 아이디나 소속길드, 레벨 등등을 알 수는 없었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심지어 사냥 장면도 직접 봤는데, 영웅등급 아이템으로 전부 도배하기라도 했는지, 60레벨인 저보다도 잡는 속도가 빠르더군요.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여러분.

판단은 소환술사 여러분들에게 맡기도록 하죠.

논리 정연한 게시내용과 이안 자신이 분명한 스크린샷에, 이안은 당황했다.

하지만 곧 그는 현실을 인지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후, 귀찮은 날파리들 달라붙는 게 싫어서 전부 비공개로 하고 몰래몰래 다녔는데… 이렇게 결국 내 정보가 노출이 되는 건가?’

그리고 알 수 없는 뿌듯한 만족감도 동시에 떠올랐다.

‘이제 유명인이 되겠네. 어디 댓글 반응들이나 한번 볼까?’

이안은 스크롤을 내려 게시물에 달려있는 댓글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아니 어디 기사 놈이 남의직업 게시판에 와서 사기를 쳐? 님들, 저거 딱 봐도 조작 아닌가여?]

[ㅇㅇ 윗 님 말이 맞음. 진짜 40랩 후반대 소환술사가 있다고 쳐도, 저기를 왜 감? 저기서 사냥할 수 있다는 것도 믿기 힘든데, 설령 할 수 있어도 효율 완전 꽝일텐데.]

댓글을 읽어 내려가던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게 뭔 소리야? 저기 사냥효율이 얼마나 좋은데?’

[어휴, 어디서 합성사진 들고 와서 어그로를 끌어.]

[님들, 저기 저 붉은 늑대 봐여. 늑대 덩치가 거의 반달곰 만한데, 저게 말이 됨?]

[ㅇㅇ 저도 그 말 하려고 했음. 합성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하던가, 크기 비율도 이상하게 합성한 사진 들고 와서 뭐 하는 짓임? ㅉㅉ 관심 끌고 싶으면 포샵이라도 제대로 하던가….]

이안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분통이 터졌다.

‘아니, 이런 멍청한 놈들!! 답답해 죽겠네, 아오…!’

이안은 씩씩거리며 컴퓨터를 끄고 일어섰다.

왠지 모르게 억울한 표정이었다.

*          *          *

카일란에 접속한 이안은 여전히 씩씩거리고 있었다.

‘아니, 요즘 애들은 의심 병에 걸렸나, 멀쩡한 사진을 두고 뭐? 합성?’

유명인이 되지 못한 설움(?)에 연신 투덜거리던 이안은 훈련 스킬을 걸어주기 위해 라이를 소환했다.

“라이 소환!”

크르릉-!

지옥같이 처절한 5일간의 사냥이 끝나고 아직 10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라이는 이안이 반갑다는 듯, 그르렁거리며 몸을 비볐다.

이안은 라이를 쓰다듬었다.

“뿍뿍이도 우리 라이같이 착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생각난 김에 뿍뿍이도 한 번 소환해 보았다.

“뿍뿍이 소환!”

뿍-!

소환된 뿍뿍이는 아니나 다를까 무척이나 심통난 표정이 되어 있었다.

“뿍뿍아, 형 안 보고 싶었니?”

픽-

뿍뿍이가 고개를 돌려버리자 이안은 한숨을 푹 쉬었다.

“넌 인마, 내가 미트볼 줄 때만 좋지? 형이 미트볼 하나 줄까?”

뿍-!

하지만 미트볼도 소용 없다는 듯, 뿍뿍이의 표정은 무척이나 단호했다.

그에 이안은 당황했다.

‘뭐지? 뿍뿍이가 드디어 미트볼에 질렸나?’

이안은 뿍뿍이를 슬쩍 보았다.

‘그럴 리가 없어. 뭔가 다른 이유가….’

곰곰이 생각하던 이안은 뭔가가 떠올랐다.

‘아, 혹시… 내가 등에 메고 다니면서 칼받이로 써서 그런 건가…?’

그거라면 서운할 만 했다.

이안도 조금 미안하긴 했으니까.

‘하지만 너무 좋은데 어떻게 안 써?’

이안은 뿍뿍이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뿍뿍아.”

뿍-

“형이 너 등에 메고 다녀서 삐진 거야?”

이안의 그 말에, 뿍뿍이는 고개를 슬쩍 돌려 그를 보았다.

표정을 보니 그 이유가 맞는 것 같았다.

이안은 뿍뿍이를 달랠 필요성을 느꼈다.

“너 덕분에 인마, 형이 몇 번이나 살았잖냐.”

뿍-!

듣기 싫다는 듯, 다시 고개를 픽 돌려버리는 뿍뿍이!

이안은 뿍뿍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뿍뿍아 잘 들어봐. 너같이 엄청 훌륭한 인재를 안 쓰는 건 루스펠 제국 차원의 국가적 손실이야. 그렇지 않냐?”

뿍뿍이가 듣기에는 묘하게 설득력 있는 이안의 말!

뿍뿍이의 고개가 다시 슬쩍 돌아왔다.

이안은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너만 내 등에 있으면 내가 무서울 게 없었어. 이 형을 좀 지켜주면 안 되겠니?”

뿍뿍이의 커다란 눈망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뿍-?

마음 약한 거북이 뿍뿍!

그리고 흔들리는 뿍뿍이에게 이안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제안을 내어 놓았다.

“뿍뿍이 네가 형을 계속 지켜주면, 아침에 미트볼 세 알, 저녁에 네 알 매일 일당으로 줄게. 어때!”

뿍…!

뿍뿍이는 고민했다.

맛있는 미트볼을 정기적으로 먹을 수 있는 달콤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잠시 흔들리는 듯 하더니 고개를 휙 젓는 뿍뿍이!

제법 미트볼 유혹에 면역력이 생긴 뿍뿍이를 보며, 이안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크게 양보한다는 듯, 다시 제안을 바꿨다.

“좋아, 그럼 아침에 미트볼 네 알, 저녁에 세 알 준다. 어때?! 콜?”

바뀐 이안의 제안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던 뿍뿍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제안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뜻.

이안은 뿍뿍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뿍뿍이 넌 역시 똑똑하고 훌륭한 거북이야.”

뿍뿍이는 이제 알았냐는 듯, 거만한 표정으로 이안을 올려다 보았다.

‘후후, 귀여운 녀석.’

그렇게 제갈공명도 울고 갈 조삼모사의 계략(?)으로 뿍뿍이를 회유하는 데 성공한 이안은, 계약금으로 미트볼 한 알을 던져준 뒤 바위에 털썩 걸터 앉았다.

‘어휴, 이 까칠한 거북이를 어째야 되나….’

미트볼을 맛있게 먹는 뿍뿍이를 보며,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귀엽긴 하네. 이젠 전투에 쓸모도 있고.’

잠시 앉아서 뿍뿍이의 식사를 지켜보던 이안은, 시야에 떠있는, 반짝이는 메시지 아이콘을 확인했다.

그가 접속하지 않은 동안 누군가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 (4). 이안의 업적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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