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이안의 업적 -2 >
이안은 조금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드래곤 테이머는 카르세우스의 영혼석을 되살릴 수 있는 건가요?”
오클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 애초에 카르세우스의 영혼을 전해준 다는 것이 되살린다는 말이 아니라네. 드래곤 테이머에게만 있는 고유능력으로 카르세우스의 영혼을 새로운 워 드래곤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는 거지.]
“오클리님도 드래곤 테이머잖아요?”
[난 봉인된 상태라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네.]
이안은 순간 살짝 아쉬움의 감정이 밀려들었다.
‘신룡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면 정말 엄청난 소환수였을 텐데… 아깝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드래곤 테이머 보다 상위 클래스라는 테이밍 마스터에 자부심이 들었다.
[아무튼, 차원의 마도사에게 이 영혼석을 가져다주면 된다네. 그는 드래곤 테이머가 아니지만, 다른 방법으로 워 드래곤의 명맥을 이어가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야.]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꼭 전해드리도록 할게요.”
이안의 말에 오클리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드디어 나의 염원을 이루어줄 사람이 나타나서 다행구만.]
그리고 오클리는 이안에게 새하얀 깃털장식을 건네었다.
[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보상을 주도록 하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드래곤 테이머의 깃털장식’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오클리의 말이 이어졌다.
[드래곤 테이머들의 수장에게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아티펙트라네.]
한눈에 보아도 무척이나 귀해 보이는 아이템의 자태에, 이안은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헤… 감사합니다.”
[단, 차원의 마도사를 만나서 아티펙트에 걸려있는 봉인을 해제해야 아티펙트가 완벽한 본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이안은 아직 완전한 물건이 아니라는 말에 입맛을 다졌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퀘스트는 할 생각이었으니까.
‘차원의 마도사인지 뭔지… 찾아가면 되지 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꼭 차원의 마도사를 찾도록 할게요.”
오클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나는 모든 업보를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겠구만.]
“그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남부 대륙의 동쪽 끝. 그 곳에 차원의 마탑이 있지.]
말이 끝남과 함께 파랗게 빛나던 오클리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졌고, 점점 허공으로 흩어졌다.
[부디, 신룡의 후손을 이 땅에 되살려주기를…]
이 말을 마지막으로, 오클리는 허공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 뭔가 엄청난 퀘스트를 받은 것 같은데….”
사실 B등급의 퀘스트는 초기화 전에도 몇 번 클리어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등급만 놓고 봤을 때 엄청나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클리에게 들은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B등급 이라는 난이도 이상의 무언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분명 연계 퀘스트일거야. 차원의 마도사인지 뭔지가 또 이것저것 해달라고 하겠지.’
닳고 닳은 게이머 이안의 직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본다!’
마음을 다잡은 이안은 오클리에게서 건네받은 ‘드래곤 테이머의 깃털장식’을 꺼내 들었다.
‘봉인된 아이템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확인이나 해 볼까?’
이안의 눈 앞에 드래곤 테이머의 깃털장식 아이템의 정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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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 테이머의 깃털장식 -
분류 - 머리장식
등급 - 전설 (봉인)
착용제한 - 없음
방어력 - 36
내구도 - 150/150
옵션 - 모든 전투능력치 +15%
통솔력 +150 (봉인)
친화력 +200 (봉인)
* 소환된 모든 소환수의 능력치가 20% 증가하며, 치명타 확률이 25% 증가한다.
* 머리장식을 착용하고 있으면, 통솔력에 제한 없이 무한정 몬스터를 포획할 수 있다. (단, 통솔력의 한계치가 넘어가면 소환하여 전투에 사용할 수는 없다.)
(봉인)
* 머리장식을 착용하고 있으면, 드래곤 클래스의 소환수를 부리는데 필요한 통솔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봉인)
* 머리장식을 착용하고 있으면, 드래곤 클래스인 소환수와의 친밀도가 높아진다.
(봉인)
* 유저 ‘이안’ 에게 귀속된 아이템이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랍되지 않는다.
고대의 전설적인 소환술사의 머리장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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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입이 쩍 벌어졌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이 있어…?!’
일단 옵션에 붙어있는 스텟 증가량 부터가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모든 전투 능력치 +15%도 컸지만, 통솔력과 친화력은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수준!
‘봉인만 풀면 진짜 졸업아이템인데?’
능력치 옆에 (봉인) 이라고 빨갛게 쓰여 있는 부분이 너무도 거슬렸다.
‘통솔력 제한 없이 무제한 포획가능… 게다가 드래곤 소환수 통솔력 요구치 하락이라….’
단순히 생각하면, 포획에 통솔력 제한이 없어진다는 옵션은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어차피 소환하여 전투에 사용할 수 없는데 포획만 많이 하는 것이 쓸모가 없어 보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냥 포획만 하는 건 봉인마법서를 들고 다니면 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안은 이 옵션을 보는 순간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깨달았다.
‘전투중인 소환수들의 생명력이 떨어지면 소환해제 해 버리고 쌩쌩한 다른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겠어!’
쉽게 말해, 스포츠 경기로 치면 주전 선수들의 힘이 빠졌을 때 출전해 줄 후보 선수들이 생기는 것이었다.
게다가 드래곤 클래스의 소환수를 부리는데 필요한 통솔력이 줄어드는 옵션은 또 어떤가.
물론 지금 이안에게 드래곤 소환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가지게 될 터.
드래곤 테이밍이야 말로 테이머의 로망이었다.
‘크… 게다가 계정귀속까지.’
마지막으로 계정귀속 옵션.
일반적으로 고가의 아이템을 얻었는데 계정귀속 옵션이 붙어 있으면 팔 수 없어서 곤란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 머리장식은 이안이 게임을 접기 전까지는 쓸 것 같은 아이템이었다.
어차피 팔 일이 없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죽어도 드랍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 더 큰 매리트로 다가왔다.
‘이거 반드시 성공 한다…!’
이 퀘스트를 무조건 성공시켜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이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B급 퀘스트를 지금 당장 하는 건 미친 짓이고… 일단 레벨업부터 열심히 해야겠다.’
이안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레벨에 비해 훨씬 강한 이안이라 하더라도, B급 퀘스트를 파티 없이 클리어하려면 최소 70레벨은 넘어야 할 것이었다.
이안은 서둘러 석실을 빠져나갔다.
1분 1초라도 아껴야 하는 지금.
이안에게 머뭇거릴 시간 같은 건 없었다.
* * *
카오스 드레이크와 싸우느라 제법 많은 체력을 소모했지만, 이안은 쉬지 않고 곧바로 사냥에 돌입했다.
레벨업을 빨리 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던전 최초발견 버프가 끝나기 전에 뽕을 뽑아야 한다는 시간제한이 이안을 쉴 수 없게 만들었다.
“으… 이제 눈이 다 침침해 지려고 하네.”
5일 동안 하루 2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었다.
몸 상태가 정상이면 그게 더 이상한 수준.
이안은 눈 앞의 마지막 고스트 드레이크를 잡으며 소리쳤다.
“마지막이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50레벨이 되었습니다.]
[‘소환마력’ 능력치가 생성되었습니다.]
[‘정령마력’ 능력치가 생성되었습니다.]
레벨업 알림음이 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안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힘없는 몸짓과 달리, 그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맺혀 있었다.
‘크으, 역시 이론상 가능한 목표는 실제로도 가능한 거야.’
이안은 뿌듯했다.
사실 최초발견자 버프가 끝나기 전에 50레벨을 찍는 것은 이안조차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던 하드코어한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잠자는 시간도 절반 이하로 줄인 덕에 결국 해 내었다.
‘근데 소환마력이랑 정령마력은 뭐에 필요한 능력치지?’
레벨50이 되면, 모든 클래스는 직업 특화 능력치가 하나씩 새로 생성된다.
‘소환마력’과 ‘정령마력’은 소환술사의 직업특화 능력치였다.
‘뭐 지금 고민해 봐야 알 수는 없을 것 같고… 이제 부족한 잠을 좀 자러 가볼까?’
두 새로운 능력치에 대한 궁금증은 다음에 생각해 보기로 한 이안은 크게 하품을 하고는 일어섰다.
오늘 밤은 정말 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이안이 접속종료를 하려고 하는데, 또 다시 이안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환술사 클래스 중 최초로 50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명성을 1500 획득합니다.]
‘오오…!’
이안은 순간적으로 피로가 달아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연속해서 시스템 메시지는 계속 떠올랐다.
[콜로나르대륙, 루스펠 제국에 50레벨 이상의 소환술사가 생겼습니다.]
[루스펠 제국의 수도 뮤란에 ‘소환술사의 탑’ 건축물이 생깁니다.]
[‘소환술사의 탑’에 공헌도가 5천 증가했습니다.]
[이제부터 루스펠 제국의 소환술사들은 소환술사의 탑에서 직업 관련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명성 1500도 좋았지만, 직업 최초로 50레벨을 달성했다는 것이 가장 뿌듯했다.
게다가 이안 자신으로 인해 소환술사 직업의 탑이 생긴다니, 뭔가 대단한 일을 해 낸 기분이었다.
카일란 초기에, 게임이 오픈하자마자 시작하지 못해 맺혔던 한이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리고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소환술의 선지자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뭐? 이런 퀘스트가 있었어?’
이안은 멍한 표정으로 눈 앞에 떠올라 있는 퀘스트 정보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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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술의 선지자 (제국 퀘스트)-
당신은 루스펠 제국의 소환술사들 중, 가장 앞선 길을 걷고 있는 소환술의 선지자입니다.
당신의 명성이 루스펠 제국 전역에 알려졌습니다.
그에 따라 루스펠 제국의 황제 셀리아스가 당신에 대해 알게 되었고, 소환술의 선지자인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3일 안으로 셀리아스 황제를 찾아가야 합니다.
퀘스트 난이도 : -
퀘스트 조건 : 최초로 50레벨을 달성한 소환술사.
제한 시간 : 3일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를 거부하면 황제 셀리아스의 친밀도가 떨어집니다. (친밀도가 없다면 적대치가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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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국 퀘스트…!!’
제국 퀘스트는 정상적인 루트라면 최소 명성 40만이 넘어야 받을 수 있는 퀘스트였다.
그런데 이안의 명성은 아직 만 오천에도 못 미치는 수준.
그리고 예전에 잠시 궁금했었던 이안의 의문점 중 하나가 풀렸다.
‘맞아, 예전에 홍염의 마도사 레미르 였었나? 명성 40만은커녕 20만도 안 되던 유저가 제국 퀘 진행하던 게 알려져서 버그라고 논란이 됐었지…?’
홍염의 마도사 레미르는 현재 마도사 레벨 랭킹 1위인 유저였다.
‘그 여자, 분명히 마법의 선지자 퀘스트 받았던 걸 거야. 선지자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이런 류의 특별한 어떤 퀘스트를 받았던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게 다 설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건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제국퀘스트를 진행하면 막대한 명성과 보상, 그리고 공헌도가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헌도였다.
제국에 대한 공헌도가 쌓이면, 황제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을 수 있게 되는데, 귀족 작위가 생기면, 작위의 고하에 따라 그에 걸맞는 능력을 가진 NPC를 수하로 부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역시 카일란도 다른 많은 게임들처럼 남들보다 앞서 나갈 때 얻게 되는 선 이익이 무척이나 중요한 게임이었어.’
초기화 이후 소환술사를 키우면서 여러 번 느끼던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는 이안이었다.
‘일단 잠부터 자자. 내일 일어나면 접속하자마자 뮤란에 가야지.’
이안은 이제 정말 카일란을 종료했다.
더 버티다가는 캡슐에 앉은 채로 잠이 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4). 이안의 업적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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