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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36화 (6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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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크루피아 설산 -3

[아이스트롤을 처치했습니다. 106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트롤의 사체에 손을 올려 잡템을 획득한 이안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투덜거렸다.

“어휴, 경험치 진짜 징 하게 안 오르네.”

고블린 전사를 사냥할 때 얻던 경험치가 900초반대 수준이었다.

그런데 고블린 전사보다 10레벨 이상이 높은 아이스 트롤을 사냥했음에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1060의 경험치밖에 획득할 수 없었다.

이안이 투덜거릴 만 한 것이었다.

‘라이랑 둘이 나눠먹다가 넷이서 나눠먹으니까 확실히 레벨 올리기 힘들기는 하네.’

설산에 도착하자마자 하루 종일 사냥했음에도 불구하고 1레벨 밖에 올리지 못했다.

일반적인 30레벨 후반대 유저의 성장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미친 듯이 광랩을 하던 이안의 입장에선 답답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잠깐 쉬었다가 움직이자!”

바로 다른 사냥감을 찾아 움직이고 싶었지만, 떡대의 생명력도 회복해 주어야 했고, 이안 자신도 잠시 숨을 돌릴 필요가 있었다.

이안은 바위에 걸터앉아 쉬면서 시선을 움직였다.

그리고 팔자 좋게 졸고 있는 뿍뿍이를 발견했다.

찌릿-

이안은 뿍뿍이를 째려봤다.

‘거북이 팔자가 상팔자네. 편하게 졸면서 경험치 루팡이나 하고 있다니….’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힘들게 키워놓으면 나중에 어떻게든 밥값을 하겠지….’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현실을 외면하는 이안!

뿍뿍이가 과연 밥값을 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일이었다.

*          *          *

그리고 이안의 사냥 강행군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철저하게 밥 먹는 시간 30분씩, 자는 시간 5시간 정도만 제외하고는 캡슐을 떠나지 않았다.

집 밖으로 나가본지는 벌써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만큼 성과도 있었다.

뿍뿍이를 마지막으로 모든 소환수들이 40레벨 대에 접어든 것이었다.

이안과 라이의 레벨은 42, 떡대의 레벨은 43, 뿍뿍이는 40레벨이었다.

‘보자… 이제 떡대도 잠재력이 100 채워질 때가 되었는데?’

이안은 지금까지 사냥의 성과도 확인할 겸, 떡대의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이안은 당황스런 표정이 되었다.

‘뭐야? 이거 왜이래?’

떡대의 잠재력이 이미 100이 되어 있었던 것.

‘왜 진화를 안 하는 거지? 잠재력이 100이 되면 진화하는 거 아니었나?’

이안은 혼란스러웠다.

‘잠재력 100이 진화의 조건 중에 하나인 건 확실한데…. 진화하는 데 잠재력 말고 다른 조건도 필요한 걸까?’

그렇다고 밖에는 생각이 되질 않았다.

‘레벨이 더 필요한 건가? 그렇게 따지면 라이는 진화할 당시 20레벨밖에 안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단 생각할 수 있는 추측은 레벨이었다.

몬스터마다 진화하는 데 필요한 레벨이 다를 수도 있었으니, 라이가 20레벨에 진화했다고 해서 떡대도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뭐, 이건 지금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니까….’

이안은 어차피 지금 고민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떡대의 잠재력에 관한 생각은 덮어 두었다.

‘이제 훈련스킬은 뿍뿍이한테 써야하나….’

잠재력이 100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진화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뿍뿍이를 훈련시켜 스킬부여를 먼저 하는 게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뿍뿍이에게 괜찮은 스킬이 생기면, 이안의 너클의 고유효과로 끌어올 수 있는 스킬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니 많은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 다음에 다시 라이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것이 이득일 것 같았다.

이안은 뿍뿍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뿍뿍아.”

뿍-?

“이리 와봐.”

뿍뿍-

뿍뿍이는 픽 하고 고개를 돌렸다.

말을 듣지 않겠다는 명백한 반항!

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며 뿍뿍이에게로 다가가 훈련 스킬을 시전 했다.

[‘중급훈련’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25분)]

[소환수 ‘뿍뿍이’가 10분간 소환술사의 명령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며, 학습합니다.]

[훈련을 거듭할수록, 소환수의 ‘잠재력’이 증가합니다.]

[소환수 ‘뿍뿍이’의 현재 잠재력 : 2]

훈련을 시키지 않았음에도, 계속 데리고 다니면서 사냥을 해서 그런지 잠재력이 조금 오르긴 했다.

이안은 반항하는 뿍뿍이를 협박했다.

“너 자꾸 그러면, 미트볼 안 준다 이제?”

뿍…?

이안의 기습적인 공격에 뿍뿍이는 당황했다.

뿍- 뿍뿍-!

훈련 스킬의 영향으로 이안의 말을 너무도 정확히 이해해버린 뿍뿍이는 시무룩해졌다.

“뿍뿍이 이리 와봐.”

까딱-

이안의 손짓 한번에 뿍뿍이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기초 군사 훈련단에 갓 입소한 훈련병같은 빠릿빠릿한 움직임!

“처음부터 이렇게 말 잘 들으면 얼마나 좋아?”

뿍-

미트볼로 손쉽게 뿍뿍이를 제압한 이안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잠깐 쉬었으니 다시 사냥을 해야 할 때였다.

“떡대, 저기 밑에 아이스트롤 보이지?”

떡대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이안은 말을 이었다.

“네가 먼저 가서 시선 끌고 그 다음에 나랑 라이랑 공격할거야. 라이, 너도 알았지?”

크릉-

“라이 이번에는 광폭화 쓰자. 근처에 트롤이 네 마리나 더 있어서 빨리 못 잡으면 오히려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구체적인 작전지시.

떡대는 아직 이안이 복잡하게 명령하면 정확히 수행하지 못했지만, 라이는 정말 완벽할 정도로 이안의 말을 알아들었다.

이안은 라이의 광폭화가 유지되는 15분 동안 근처에 있는 5마리의 트롤을 전부 잡을 계획이었다.

쿵- 쿵-

떡대가 쿵쿵거리며 트롤에게 다가가자, 트롤은 당연히 떡대를 향해 달려들었고, 전투는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아이스트롤을 처치했습니다. 104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아이스트롤을 처치했습니다. 1076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

:

다섯 마리의 트롤을 깔끔하게 계획했던 15분 안에 잡아낸 이안은 이동할 준비를 했다.

이제 이 근방의 아이스트롤들은 씨가 말랐다.

다시 젠 되려면 최소 3시간은 기다려야 할 터였다.

“얘들아 가자.”

이안이 부르자 라이와 떡대는 곧바로 이안이 있는 곳으로 움직여 왔다.

그런데 한 녀석이 보이질 않았다.

“아, 뿍뿍이 이 녀석 그새 또 어딜 간 거야?”

이안은 두리번거리며 뿍뿍이를 찾았다.

그런데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긴 해도, 항상 근처를 벗어나지 않았던 뿍뿍이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다.

‘공격당하거나 했다면 시스템 메시지가 알려줬을 텐데….’

“뿍뿍이 어디 있니~ 미트볼 줄게 이리와~”

뭔가 해를 입은 것 같진 않았지만, 괜히 걱정이 됐다.

그 좋아하는 미트볼로 유혹해도 나타나지 않으니, 걱정이 될 만 했다.

‘소환해제 했다가 다시 소환해야하나? 얘 어디 간 거지?’

한번 소환해제를 하고 나면 같은 소환수는 30분동안 다시 소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안은 어지간하면 소환수를 소환해제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이안의 눈에 익숙한 대두 거북이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뿍뿍이 너 거기서 뭐해?”

이안이 불렀지만 뿍뿍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꼬물거리며 뭔가를 계속 하고 있었다.

‘얘 뭐하는 거지?’

가까이 다가가보니, 뿍뿍이는 이상한 풀 뿌리 같은 것을 먹고 있었다.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뿍뿍이에게 다가갔다.

“뿍뿍아, 형이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이안이 뿍뿍이를 들어 올리려 할 때, 그의 시야에 생각지도 못 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환수 ‘뿍뿍이’가 ‘만드라고라’를 먹었습니다.]

[뿍뿍이의 잠재력이 10 증가합니다.]

[뿍뿍이의 모든 능력치가 5씩 증가합니다.]

“커헉!”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식겁했다.

“만드라고라 라니!!”

이안과 뿍뿍이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걸 네가 먹었다니….”

이안은 속이 쓰렸다.

만드라고라는 무척이나 유명한 영약 아이템이었다.

사람의 형태를 한 뿌리를 가진 식물로 잘 알려진 이 영약은, 섭취하면 무려 모든 능력치가 5씩 증가하는 보물이었기에 경매장에는 올라오지도 않는 희귀 아이템이었다.

이안이 먹었다면 거의 5~6레벨에 육박하는 스텟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아… 내가 먹었어야했는데….’

그렇다고 뿍뿍이한테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이안의 것을 먹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찾아서 뜯어먹은 게 아닌가.

어떻게보면 만드라고라를 찾아서 뿍뿍이의 능력치와 잠재력 이라도 올랐으니 이득이었다.

이안은 쭈그려 앉아 뿍뿍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잘했어 뿍뿍아. 근데 다음에는 그런 거 찾으면 형 좀 가져다 줘라.”

뿍-?

뿍뿍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먹을 것을 양보하면 뿍뿍이가 아니었다.

“다음부터 형한테 가져오면 미트볼 다섯 개랑 바꿔줄게.”

하지만 미트볼 다섯 개 라면 얘기가 달랐다.

뿍- 뿍뿍-!

뿍뿍이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혹시 뿍뿍이의 진정한 능력은 약초채집 같은 것일까? 아니면 뭔가를 찾는 능력?’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이안.

뭔가 그럴싸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때 뿍뿍이가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또 어디론가 향했다.

“뿍뿍아 어디가?”

이안은 쪼르르 기어가는 뿍뿍이의 뒤를 따라갔다.

은근히 기대도 됐다.

‘혹시 또 만드라고라가 있는 곳을 발견했나?’

한 5분정도 뿍뿍이를 따라 움직였을까?

뿍뿍이는 걸음을 멈추었고, 이안은 두 눈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 이건…!’

그토록 찾고 싶었어도 나타나지 않던 곳이 드디어 이안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미 발견 던전!!’

그리고 이안의 눈 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던전의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앞으로 5일 동안 던전에서 획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2배가 됩니다.]

[앞으로 5일 동안 던전에서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2배가 됩니다.]

북부 대륙으로 무리해서 올라왔던 이유.

뿍뿍이 덕분에 숨겨진 던전을 찾게 된 이안은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연이어 시스템 메시지가 하나 더 떠올랐다.

[던전을 등록하시겠습니까? 던전을 등록하면 명성이 500 상승합니다.]

“노! 등록을 왜 해.”

[던전 등록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추후에 원한다면 다시 등록할 수 있습니다.]

명성 500의 가치가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당장 두 배의 경험치와 아이템을 누군가와 나눌 생각은 전혀 없었다.

던전 등록을 하는 순간, 근방에서 사냥하던 유저들이 득달같이 몰려올 것이었다.

‘그럴 순 없지.’

이안은 뿍뿍이를 들어 올려 라이의 등 위에 올려놓고는, 마구 쓰다듬었다.

“하하하…!! 뿍뿍아 잘했어! 네가 드디어 예쁜 짓을 하는구나!”

뿍뿍이는 기고만장한 표정이 되어 턱을 치켜 들었다.

뿍-!

“자 그럼 들어가 보실까?”

이안은 설레는 마음으로 던전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뿍뿍이를 소환해 놓음으로 인해서 손해 봤던(?) 경험치들을 이 던전을 통해 배 이상 메꿀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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