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5화 (67/1,027)

========================================

(2). 크루피아 설산 -2

“헤르스님, 여기서 잠시 쉬어가는 게 어때요?”

피올란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헤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요? 다들 지치기도 했고, 잠시 정비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긴 하네요.”

허리까지 쌓여있는 눈을 헤치며 앞으로 나가던 헤르스는 뒤를 돌아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한 시간 쉬어가겠습니다! 치료하실 분은 치료하시고, 각자 정비하세요!”

로터스 길드는 한국서버 상위 5% 안에 드는 길드답게 신규업데이트가 되자마자 원정대를 꾸려 북부지역을 탐험하고 있었다.

원정대의 레벨대는 90레벨 전후.

원정을 시작하고 레벨들이 많이 올라서 피올란의 경우는 93레벨이나 되었다.

“이번 경계당번은 누구죠?”

“접니다.”

“혹시 모르니 긴장 풀지 마시구요!”

“네, 부길마님!”

결코 낮은 레벨들은 아니었지만, 크루피아설산을 넘고부터는 최소 90레벨 이상의 몬스터들만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며 움직여야 했다.

아이스 오우거의 경우에는 100레벨에 육박하는 놈도 간혹 나타날 정도였다.

“후우.”

피올란은 경계당번을 확인한 후 편하게 자리에 앉았다.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하며 정비를 하는 이유도 안정적인 탐험을 위함이었다.

눈을 헤쳐 내서 앉을만한 공간을 만든 헤르스도 피올란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북부대륙, 정말 만만치 않네요.”

피올란의 말에 헤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그래도 뭐, 이정도의 난이도는 예상했던 수준이니까… 얻은 것도 제법 많고요.”

“맞아요.”

이번 원정에서 로터스 길드는, 원정대의 전체적인 레벨도 2에서 3정도는 다들 올랐고 괜찮은 아이템도 제법 획득했다.

하지만 가장 커다란 수익은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이번 원정에서 로터스 길드는 아이템이나 레벨 따위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성과를 하나 올렸다.

“원정 오길 정말 잘했어요. 덕분에 이제 우리길드도 길드 소유 거점지가 생겼군요.”

피올란의 말에 헤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게요.”

카일란에서는 길드 레벨이 50이 넘으면 길드 소유 ‘영지’를 가질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길드가 영지를 획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이미 NPC나 다른 길드가 다스리고 있는 영지를 침략하여 빼앗는 방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직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미개척지에 가서 ‘거점지’를 선점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번 업데이트 전, 카일란에 영지를 소유하고 있는 길드는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랭킹1위 길드로 유명한 ‘다크루나’길드 조차도 이번 업데이트로 북부대륙이 오픈 된 후에야, 첫 거점지를 획득한 것.

이유는 간단했다.

남부대륙에는 남아있는 땅이 없었다.

처음 게임이 오픈될 때부터 유저들이 활동해왔던 남부대륙은 이미 대부분의 땅이 제국의 영토였으며, 제국의 영토가 아닌 곳은 작은 중소국가나 귀족NPC들의 소유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NPC들의 영토를 빼앗기에, 유저들의 힘은 아직 그들에 비해 너무도 약했다.

그래서 모든 상위길드들은 이번 업데이트만을 고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로터스 길드도 다른 상위권 길드들과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북부원정을 계획할 때 거점지를 하나라도 선점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성공한 것이었다.

아직 유저들의 거점지는 북부의 척박한 땅이라 큰 매리트가 없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키워 가면 언젠가는 거주하는 NPC들과 유저들에게 세금도 거둬들일 수 있는 커다란 도시가 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헤르스는 중얼거렸다.

“이제 거점지를 무사히 지켜낼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거점지는 처음 길드의 소유로 들어가면 3달 동안은 자동으로 불가침 조약이 맺어지게 된다.

게임 시스템 상에서 보호받는 것이었다.

로터스 길드는 이번에 얻은 거점지를 최대한 빠르게 발전시켜서 3개월 안에 함부로 공격할 수 없는 튼튼한 영지로 만들어야 했다.

“지켜 내야죠. 앞으로 삼개월간은 길드원들이 총력을 기울여서 거점지 개발에만 힘써야 할 것 같아요.”

피올란의 말에 헤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점지 개발에만 힘쓴다고 해서, 길드원들의 성장이 멈추는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주변의 미개척지를 개척하고, 영향권을 넓히는 과정에서 레벨도 오르고 좋은 아이템도 획득할 확률이 높았다.

“운이 좋은 건지, 제법 큰 규모의 거점지를 발견해서 초기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점지는 쉬운 말로 주인 없는 마을이었다.

발견한 마을이 크고 인구가 많을수록 초기비용이 절약되는 것은 당연했다.

“한 군데 정도 더 선점하고 싶지만… 그건 욕심이겠죠?”

피올란의 말에 헤르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도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은데, 거점지 두 곳을 신경 쓰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서 둘 다 다른 길드에 빼앗길 수도 있어요. 그냥 한 군데에만 집중하도록 하죠.”

“네, 저도 그냥 한번 해 본 말이에요.”

‘다크루나’길드나 ‘타이탄’길드같은 순위를 다투는 길드들은 벌써 북부대륙의 좋은 위치에 거점지를 서너 군데 이상 씩 선점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최상위 전력을 가진 길드이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로터스 길드에게 그 정도는 무리였다.

헤르스는 인벤토리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꺼내어 홀짝였다.

“원정 끝나는 대로 모든 길드원 전부 거점지로 불러들이도록 하죠. 앞으로는 사냥도 거점지 주변에서 하도록 하구요.”

조금 벅찰 수도 있는 레벨대의 몬스터들이 많았지만,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했다.

거점지를 빨리 키우기 위해서는 주변의 몬스터를 토벌해서 영역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으니까.

“아마 한명 빼고는 다 올 수 있겠네요.”

헤르스의 말에 피올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한명요? 한명 누구요?”

헤르스가 피식 웃었다.

“누구긴요, 이안이죠. 이안이는 남부대륙에서 좀 더 사냥하면서 레벨 올리고 나서 올라와야죠.”

하지만 피올란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헤르스님, 그거 아세요?”

“네?”

“이안님 지금쯤 아마 북부대륙 올라와 있을 걸요? 크루피아 설산에 있지 싶은데….”

당황한 헤르스의 목소리가 살짝 커졌다.

“네에?!”

피올란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얼마 전에 저한테 메시지 와서 북부대륙 정보 좀 알려달라고 하더라구요.”

“무슨 정보요?”

“크루피아 설산에서 사냥할 거라고, 그쪽 정보 있는 대로 다 받아갔어요.”

헤르스는 어이없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지금 레벨이 몇 이길래요?”

“그건 저도 정확히 몰라요.”

“하… 제 친구지만 진짜 상식 밖의 녀석이네요. 소환술사 키우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50~60레벨대 사냥터에 기어들어오는 거지…?”

헤르스가 아는 이안은 그렇게 무모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사냥하겠다고 했으면, 분명 사냥이 가능하다는 소리일 것이었다.

“뭐 이안님 빨리 성장하면 우리야 좋은 것 아니겠어요?”

헤르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뭐… 그렇죠?”

*          *          *

헤르스와 피올란이 이안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이안은 크루피아 설산에서 줄타기 하듯 아슬아슬한 사냥을 하고 있었다.

“떡대, 아이스웨이브!”

쿵- 쿠쿠쿠쿵-!

떡대가 힘차게 발을 구르자, 그 주변으로 새파란 얼음 파동이 퍼져 나갔다.

[아이스 트롤이 175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10초간 아이스 트롤의 움직임이 30% 느려집니다.]

“내가 정면으로 공격할 테니까, 라이 네가 뒤에서 공격해!”

뿍뿍이가 관전(?) 하는 가운데, 이안을 중심으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크릉 크릉-!

라이가 허공으로 도약해 아이스 트롤의 뒤쪽으로 움직이자, 이안은 재빨리 트롤의 옆구리를 향해 파고들었다.

[‘약점포착’ 스킬이 발동됩니다. 대상의 약점이 표시되며 명중률이 19% 상승하고 치명타 확률이 23.5% 증가합니다. 약점을 공격할 시 추가로 97%의 피해를 더 입힙니다.]

약점 포착 패시브 발동과 함께, 이안의 시야에 트롤의 약점이 붉게 표시되었다.

그리고 너클을 장착한 이안의 오른쪽 주먹이 빠르게 트롤의 약점을 향해 쇄도했다.

퍽- 퍼퍽-!

[‘아이스트롤’에게 276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아이스트롤’에게 293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아이스트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아이스 트롤의 생명력이 585 감소합니다.]

이안의 공격이 연달아 들어갔고, 아이스트롤이 움찔하는 그 기회를 라이가 놓칠 리 없었다.

라이가 트롤의 목덜미를 물어뜯자, 트롤의 생명력이 순식간에 2천 가깝게 빠져나갔다.

[‘아이스트롤’이 ‘신체재생’ 스킬을 사용합니다.]

[‘아이스트롤’의 생명력이 초당 1%씩 40초 동안 회복됩니다.]

이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열심히 후드려 패서 겨우 생명력을 다 빼 놨더니, 회복을 하려는 것이었다.

크아아오오!

아이스트롤은 괴성을 지르며 들고 있던 거대한 곤봉을 휘둘렀다.

이안을 향해 전력으로 휘둘러진 곤봉이 빠르게 쇄도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공격이 그대로 직격당할 상황.

그때, 이안이 생각해뒀던 스킬을 시전했다.

“공간왜곡!”

레벨 30이 되면서 소환수 스킬부여와 함께 배운 소환술사 특수스킬.

공간왜곡이 발동되었다.

원하는 소환수와 자신의 위치를 바꿔주는 스킬!

이안은 떡대와 자신의 위치를 바꿨다.

쾅-!

그리고 트롤의 곤봉은 떡대의 오른팔에 막히고 말았다.

쾅-!

[소환수 ‘떡대’가 ‘아이스트롤’로부터 1375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방어형 몬스터인 떡대였지만, 레벨 60이 넘는 아이스트롤에게 공격받으니 한방에 천이 넘어가는 엄청난 데미지가 들어왔다.

‘무조건 회복 전에 잡아버려야 된다!’

떡대가 아이스트롤의 공격을 막아낸 찰나, 떡대와 위치를 바꾼 덕에 아이스 트롤의 뒤편으로 이동된 이안은 곧바로 뒤를 파고들어 트롤의 약점에 너클을 박아 넣었다.

[‘아이스트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아이스 트롤의 생명력이 596 감소합니다.]

그리고 연이어 이안이 계속 기다리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대 소환술사의 강철너클’이 ‘감응’ 능력을 발동시킵니다.]

[소환수 ‘라이’의 ‘광폭화’ 능력을 빌려옵니다.]

순간, 이안의 몸 주위로 붉은 빛을 띄는 파동이 스멀스멀 피어나오기 시작했다.

[15분간 공격력과 민첩성이 30% 증가합니다.]

[15분간 방어력이 30% 하락합니다.]

이안은 온 몸에서 힘이 넘쳐흐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리스크도 더 커졌다.

‘지금 이 상태면, 놈한테 한 방만 허용해도 죽을 수 있다.’

이안은 긴장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두 대 맞으면 빈사상태가 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방어력까지 30% 하락한 지금 제대로 맞으면 단 한방에 골로 갈 지도 몰랐다.

이안은 더욱 정신을 집중해 이어지는 트롤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트롤같이 공격동작이 큰 몬스터는, 공격을 하고 난 후 생기는 빈틈을 잘 공략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

이안은 정신을 최대한 집중시켰다.

약점에 치명타만 한번 더 박아넣을 수 있으면, 놈을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광폭화 상태일 때 치명타를 박아 넣으면 5초간 공격력이 30% 추가로 상승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리고 이안은 제대로 된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빠각-!

[‘아이스트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아이스 트롤의 생명력이 876 감소합니다.]

[‘아이스트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 5초간 공격력이 추가로 상승합니다!]

한층 강력해진 이안의 주먹이 연달아 트롤의 약점에 꽂혔다.

[아이스 트롤의 생명력이 621 감소합니다.]

[아이스 트롤의 생명력이 1388 감소합니다.]

그리고 빈사상태가 된 트롤을 라이가 뒤에서 공격하여 마무리했다.

[아이스트롤을 처치했습니다. 106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