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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크루피아 설산 -1
북부대륙과 인접해있는 유일한 마을 말로나.
신규 업데이트 전만 하더라도 파리 날리던 이 마을이, 엄청난 활기를 띄고 있었다.
이번에 오픈된 북부대륙을 탐험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원정대들 때문.
말로나 마을의 중앙 광장에는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가고일 첨탑 탐험가실 탱커 한분 구합니다! 80레벨 이상 기사만 메시지 주세요!!”
“마무스 레이드 갈 공격대 꾸립니다! 현재 90레벨 이상 유저들로만 열 명 정도 모여 있구요, 사제 두분 원거리 딜러 세분만 더 오시면 바로 출발합니다!”
이동 게이트를 타고 말로나 마을에 도착한 이안은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
‘북부대륙 탐사를 위해 파견되는 원정대가 갈수록 늘고 있다더니… 진짜 사람 많네.’
하지만 이안은 파티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곧바로 크루피아 설산을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여기에 이안같은 저랩과 파티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설산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으면 좋겠는데….’
크루피아 설산에도 말로나 마을처럼 사람이 북적대면 그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었다.
이안은 라이를 소환했다.
크르릉-!
라이의 갈기를 한 차례 쓰다듬어 준 이안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등에 올라탔다.
크루피아 설산은 제법 거리가 있었기에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면 라이를 타고 가야했다.
‘그리고 여기라면 그렇게 주의를 많이 끌지도 않겠지.’
고레벨 유저들 중에는 탈 수 있는 소환수가 봉인된 아티펙트를 가지고 있는 유저들도 많았다.
탈 수만 있고 전투력은 높지 않은 소환수가 봉인된 아티펙트는 고가의 물건이긴 했지만, 전투형 소환수가 봉인된 아티펙트보다는 저렴했기 때문.
게다가 마무스를 레이드하러 간다는 최고 수준의 공격대의 유저들은 무척이나 기상천외한 소환수에 탑승해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북부지역에서는 라이를 타고 있어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라이, 가자! 저 쪽으로!”
이제 라이를 타는 데 많이 익숙해진 이안은, 안정감 있게 라이의 등 위에서 몸을 가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라이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삼십분 정도 이동했을까?
이안은 크루피아 설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안의 바램대로, 크루피아 설산은 휑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뭐지?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거지? 몇 파티 안 보이네?’
최근 핫한 신대륙인 만큼, 어딜 가든 탐험하는 유저들이 제법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안은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사실 크루피아 설산은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 한 곳이 아니었다.
북부 원정에 참여하는 유저들은 최소 80레벨 이상의 유저들이었기 때문.
크루피아 설산에 올 만한 유저라면 레벨 50~60 정도의 사냥터를 찾는 유저들일 것이었는데, 그 정도 레벨대의 사냥터는 기존의 사냥터 중에도 널려 있었다.
게다가 크루피아 설산은 무척이나 추웠고, 아직 오픈된 지 얼마 안 된 탓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몬스터들도 사냥에 변수로 작용했다.
따뜻한 남부대륙에 좋은 사냥터들 두고 여기까지 오는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그런 일반적인 사냥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좀 위험하긴 하지만, 신규 던전 이라도 찾아낸다면 그만큼 경험치가 짭짤한 곳도 없으니까….’
최초로 인스턴트 던전을 찾아낸 유저에게는 5일 동안 경험치와 아이템획득률이 두 배로 상승하는 특전이 주어진다.
이안은 그것을 노리기 위해 일부러 신대륙까지 올라왔던 것이었다.
물론 일반 유저들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괜히 무리하다가 한번이라도 죽으면 1레벨 강등에 24시간 접속제한까지 걸리는 막대한 패널티를 얻게 되니, 모험을 하지 않는 것 뿐이었다.
설산에 드문드문 보이는 몇몇의 파티는 이안같은 특이한 성향을 가진 몇 안되는 유저들일 것이었다.
“뭐, 나야 좋지.”
이안은 전투하기 괜찮은 자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인적이 아예 없는 깊숙한 곳 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괜찮아 보이는 자리를 찾은 이안은 떡대를 소환했다.
“떡대 소환!”
이안의 주문과 함께 떡대가 하얀 빛을 뿜으며 소환되었다.
‘으… 근데 뿍뿍이도 소환을 해야 되나…?’
이 부분은 좀 고민이었다.
분명 뿍뿍이는 전투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주제에 경험치만 나눠갈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진화가능 옵션도 붙어있고, 지금까지 알려진 적도 없는 희귀한 녀석을 그냥 포기할 순 없잖아?’
어차피 키워서 진화시키고, 앞으로 쓰기로 마음먹은 녀석이라면 같이 레벨을 올려두는 게 나을 것도 같았다.
‘그래. 경험치 1/3먹나 1/4먹나 큰 차이 있겠어? 그만큼 더 많이 사냥하면 되지. 정 쓸모 없으면 몬스터 유인 용으로라도 써야겠어.’
부족한 경험치는 노가다로 채우면 되는 법!
생각을 정리한 이안은 마지막으로 뿍뿍이도 소환했다.
“뿍뿍이 소환!”
뿍-!
‘얘는 왜 소환될 때 꼭 이 이상한 소리를 내는 거야?’
뿍뿍이는 소환 되자 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이안을 찾자마자 쪼르르 기어왔다.
“왜?”
뿍- 뿍뿍-
이안은 뿍뿍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곧 녀석이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있었다.
“에휴, 기다려봐.”
이안이 꺼낸 것은 미트볼이었다.
‘하린님 만나서 넉넉하게 받아오길 잘했네.’
라이와 뿍뿍이가 좋아하는 미트볼은 그 자리에서 하린에게 부탁하여 추가로 더 만들어 달라고 하기까지 했다.
그 덕분에 미트볼은 무척 넉넉하게 가지고 있었다.
이안은 라이에게도 미트볼을 하나 주었다.
떡대는 골렘이라 그런지 음식을 섭취하지는 못하는 듯 했다.
미트볼을 다 먹고 나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뿍뿍이는 빨빨거리며 떡대를 향해 기어갔다.
원래 살던 동네에 있던 친구라 반가운 모양이었다.
떡대의 발 밑에서 빨빨거리며 기어다니는 뿍뿍이를 본 이안은 피식 웃었다.
“떡대야, 쟤 네 어께 위에 좀 올려줘라.”
드르륵-
이안의 말에 떡대는 뿍뿍이를 어께 위에 올리고 힐끔 쳐다봤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안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뿍뿍이 저거 귀엽기는 하네… 진화하면 대체 뭐가 되려나.’
그리고 이안은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하기 전 할 일이 하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라이 잠재력이 20은 채워졌겠지?’
30레벨이 되며 배웠던 소환수 스킬부여로 라이에게 스킬을 부여해 주려던 것.
‘스킬정보부터 다시 한번 확인해 볼까?’
그동안 쓸 일이 없어서 정확한 스킬정보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안은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한번 더 읽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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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환수 스킬부여 -
분류 - 엑티브 스킬
스킬레벨 - lv 0
숙련도 - 0%
재사용 대기 시간 - 24시간
소환수에게 랜덤으로 하나의 스킬을 부여합니다.
한번 스킬부여를 사용할 때 마다 대상 소환수의 잠재력을 20 소모하며, 한번 스킬이 부여된 소환수에게 다시 스킬부여를 사용할 경우, 기존에 부여되었던 스킬이 새로운 스킬로 변환됩니다.
* 스킬부여의 레벨과 숙련도가 높을수록 소환수가 고급 스킬을 획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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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러고 보니 이 스킬도 숙련도를 올렸어야 했는데….’
이안은 허술했던 자신을 질책했다.
스킬을 얻자 마자 루킨과 일행이 다가오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서 스킬정보를 대충 읽는 치명적인 실책(?)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숙련도를 어떻게 올려야 되지? 음… 하루에 한 번씩 아무 몬스터나 잠재력 있는 놈으로 한 마리 잡아다가 스킬부여하고 방생하면 되려나?’
주력인 몬스터들의 잠재력을 함부로 낭비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잠재력이 있는 몬스터를 새로 잡아서 스킬부여하는 방식으로 숙련도를 올리는 게 합리적이었다.
‘잠재력 있는 몬스터야, 전문가 칭호로 금방 찾아낼 수 있으니….’
전문가 칭호가 있는 늑대나 골렘 중에 희미하게라도 금빛으로 반짝이는 몬스터를 잡으면 잠재력 20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계획을 세운 이안은 라이를 불렀다.
일단 라이에게 스킬부여를 해야했다.
“라이야 이리 와봐.”
크릉- 크릉-
라이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은 이안은 스킬을 발동시켰다.
“스킬부여!”
그러자 라이의 몸에 일순간 새하얀 빛이 맺혔다가 사라졌다.
[‘라이’에게 ‘소환수 스킬부여’를 사용하셨습니다.]
[‘라이’의 잠재력을 20 소모합니다.]
[소환수 ‘라이’가 ‘광폭화’스킬을 획득합니다.]
그와 동시에 라이가 획득한 스킬의 정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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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폭화 -
분류 - 액티브 스킬
스킬등급 - 희귀
재사용 대기 시간 - 3시간
15분동안 자신의 공격력과 민첩성을 30% 증가시키고, 방어력을 30% 하락시킵니다.
* 광폭화 상태일 때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면 5초간 공격력이 30% 추가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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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괜찮은 스킬이 생성됐다.
그야말로 라이의 전투 스타일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옵션을 가진 스킬이었다.
‘지속시간에 비해 재사용 대기시간이 많이 길기는 하지만… 이정도면 한동안은 쭉 써도 될 만한 스킬이네. 다행이야.’
쓸모없는 스킬이 나오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잠재력을 20이나 소모해서 생성한 스킬인데, 쓸모없는 스킬이 나오면 그만큼 다른 소환수들의 스킬생성이나 진화가 느려지는 것이었다.
이안은 라이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라이야, 이 스킬은 내가 쓰라고 할 때 써야 돼, 알겠지?”
이제 이안의 명령을 거의 완벽하게 알아듣는 라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크릉- 크릉-
그리고 동시에 사냥터에 오기 전에 구입했던 너클의 옵션도 생각났다.
‘너클 고유효과가 터지면 나한테도 광폭화가 발동될 수도 있겠어. 이거 진짜 좋은데?’
다만 스킬의 쿨타임은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가 궁금했다.
아이템을 통해서 발동될 땐 쿨타임 없이 무한정 발동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밸런스가 붕괴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광폭화 스킬에 대한 판단이 끝난 이안은 가만히 서있는 떡대를 올려다 보았다.
‘이제 훈련스킬은 떡대한테 쓰면 되겠어.’
이안은 잠재력이 70이 넘는 떡대에게 훈련스킬을 먼저 쓰기로 결정했다.
뿍뿍이의 잠재력을 20까지 채워서 스킬이라도(?) 배우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지만, 아무래도 떡대의 진화가 먼저였다.
라이가 진화하면서 얼마나 강해졌던가?
“자, 이제 사냥할 시간이다!”
대충 계획을 정리한 이안은 한 시간 전에 경매장에서 구입한 너클을 착용하고는 씨익 웃었다.
이제 사냥할 시간이었다.
연구하고 분석하는 시간만큼, 아무 생각 없이 레벨만 올리는 사냥시간도 좋아하는 이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