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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 식구들 -3
* * *
“후우….”
트레핀 공작성의 조리실.
하린은 비지땀을 흘리며 무언가를 요리하고 있었다.
“이번엔 성공…?!”
하린의 앞에 놓인 고급 식기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크림수프가 놓여 있었다.
무려 랍스타가 헤엄치고 있는 초 호화 수프!
그리고 그녀의 눈에 기다리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랍스타 크림 수프’를 조리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최초로 호화요리를 조리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명성이 1200 증가합니다.]
“아자!”
하린은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해맑게 웃었다.
그녀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구슬땀을 닦아내며, 요리의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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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스타 크림 수프 -
분류 - 국물 요리
등급 - 호화
요리점수 - 275
요리가치 - 9235골드
포만감 - +80
랍스타의 부드러운 살과 고소한 크림이 조화를 이룬 호화로운 요리이다.
요리 숙련도가 고급에 이른 훌륭한 요리사에 의해 만들어 졌다.
고유능력
섭취 시 3시간 동안 생명력이 500만큼 증가하며, 공격력이 20%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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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은 요리정보를 읽어보며 보람을 느꼈다.
마음에 드는 요리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요리가치가 1만골드가 넘는 요리도 만들 수 있겠어!’
요리 정보에 쓰여 있는 요리가치는 곧 카일란에서 음식점을 내고 판매하면 그 정도의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랍스타 크림수프의 가치는 9235골드.
현금화 하면 2만원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었다.
조금만 더 가치가 올라가면 현실에서 먹을 수 있는 고급 요리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가격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랍스타 크림수프의 원가는 4천 골드가 채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 앞으로 카일란에 가게를 차리고 요리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조금만 쉬어볼까?”
하린은 목이 탔는지, 조리실 구석에 걸터앉아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래도 확실히 공작성 조리실에 들어오니 요리 숙련도가 금방금방 오르네.’
하린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녀와 같이 야영지 퀘스트를 해 준 이안이 떠올랐다.
‘이안님은 지금 뭐 하고 계시려나.’
그런데 그 때, 하린의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안 : 하린님, 지금 뭐하세요? 혹시 바빠요?]
하린은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온 이안의 메시지에 잠깐 당황했지만, 재빨리 대답했다.
[하린 : 저 지금 공작성에서 요리 하고 있었어요. 방금 다 끝났어요!]
[이안 : 음… 공작성이면 트레핀 공작성이요?]
[하린 : 네 맞아요. 트레핀에 있어요.]
그리고 잠시 후, 약간 조심스러운 이안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안 : 저… 하린님. 죄송한데 혹시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하린 : 네 물론이죠! 무슨 부탁이요?]
[이안 : 제가 북부지역에 가려는데… 하린님 요리를 좀 들고 가고 싶어서요….]
하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요리는 경매장에 팔 수도 없어서 음식점을 차리거나 개인적으로 유저에게 판매할 수 밖에 없었는데, 마침 이안에게 연락이 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숙련도 노가다 한다며 만들어놓은 음식들이 산더미같이 있었다.
‘절대로 이안님이 보고 싶어서는 아니야.’
하린은 알 수 없는(?) 감정을 애써 부인하며 이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하린 :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만들어 놓은 게 많거든요. 어디서 뵈면 될까요?]
메시지를 보낸 하린은 서둘러 주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공작성 광장에서 하린과 만난 이안은, 하린의 이틀 노가다의 산물인 요리들을 전부 다 강매 당했다.
“이거, 정말 재료비밖에 안 받는 거라구요.”
하린의 말에 이안은 멋쩍게 웃었다.
“하하… 제 값 다 드리고 사도 되는데….”
“아니에요, 이안님 덕에 막혔던 직업퀘스트도 진행되고 목걸이도 얻었는데 이 정도는 해 드려야죠.”
이안은 하린에게서 받은 요리들을 보며 놀라는 중이었다.
요리 중에 가치가 수천골드씩 되는 것들은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대충 정보 창에 써 있는 가치들만 더해 봐도 20만골드는 족히 넘을 듯 했다.
질적으로든, 양적으로든, 엄청난 수준!
하린에게 요리 값으로 지불한 3만 골드가 너무 적어 미안할 정도였다.
“고마워요 하린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이안의 너스레에 하린의 눈이 살짝 빛났다.
“그럼 제 부탁 좀 들어주실래요?”
예측범위 밖이었던 하린의 말에, 이안은 순간 당황했다.
‘여… 역시. 이렇게 비싼 요리를 거저 줄 리가 없지.’
이안은 방정맞은 자신의 입을 탓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무, 물론이죠.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하린은 이안의 동공이 조금 흔들리는 듯 한 느낌을 받았지만,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음, 잠시만요.”
하린은 품 속에서 작은 메모지를 꺼내었다.
“…?”
하린은 메모지를 이안에게 내밀었다.
“북부지역에 사냥하러 가신다면서요. 여기 적혀있는 재료들이 북부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이것들 좀 보이는 대로 채집해다 주세요.”
작은 메모지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이런 저런 요리 재료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크게 어렵지 않은 부탁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정도야….”
“그리고 두 번째 부탁은요.”
이안은 흠칫 했다.
‘뭐야, 두 번째도 있어?!’
그는 긴장했다.
하린의 말투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지? 무슨 부탁을 할까? 퀘스트를 또 하나 도와달라고 하려나? 아니면 요리 보조를 시키거나 그러는 건 아니겠지?’
이안이 두려운 건 딱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레벨 업 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새 식구를 늘린다고 이틀이나 사냥을 못 해서 마음이 편치 않았던 이안이었다.
그리고 불안(?)에 떠는 이안을 향해 하린이 입을 열었다.
그것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부탁이었다.
“다음에 저 학교 과제 한번 도와줘요!”
“네에?”
거의 자동반사 수준으로 튀어나온 이안의 반문에, 하린은 큰 눈을 깜빡이며 맑게 웃었다.
‘학교과제? 게임 안에서 하는 부탁이 아닌가?’
하린의 말이 이어졌다.
“카윈이 한테 물어보니까, 이안님 한국대학교 다니신다고 들었어요.”
이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 한국대학교 1학년이에요.”
“저도 한국대학교 학생이거든요. 저는 호텔 조리학과 2학년 이예요.”
이안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아….”
“이안님 맛있는 거 먹는 거 좋아하시죠?”
이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죠.”
“저희 과 방학 과제가 있는데요, 그걸 좀 도와주시면 되요.”
이안은 울상이 되었다.
‘심지어 집 밖으로 나가야 되는 거야?’
최소 1레벨 정도는 손해 보게 될 것 같은 불길함!
“과…제가 뭔데요?”
하린은 해맑게 웃었다.
“방학동안 개인별로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해 오는 과제예요.”
호텔조리학과 다운 방학과제.
하지만 이안은 의아했다.
“제가… 도움이 될까요? 전 라면도 잘 못 끓이는데….”
그러나 이안의 걱정은 기우였다.
처음부터 하린이 이안에게 요리에 관련된 무언가를 기대했을 리는 없었다.
“걱정 말아요. 이안님은 먹기만 하면 되니까요.”
“네에…?”
“제가 만드는 요리 전부 먹어보고 제일 맛있는 거 골라주시면 되거든요.”
벙 쪄 있는 이안을 향해, 하린은 한마디 덧붙였다.
“꼭 도와주셔야 돼요, 알겠죠?”
* * *
하린과 헤어진 이안은 마지막으로 경매장을 향해 움직였다.
‘으… 대체 뭐지? 하린님은 왜 나한테 그런 걸 도와 달라고 했을까?’
이안은 하린이 방학 과제를 도와달라고 한 이유를 열심히 추리하기 시작했다.
‘혹시 요리 먹어 줄 친구가 없나…? 하린님이 좀 특이해서 친구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자신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안은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다행이야. 음식 몇 가지 먹어보고 오는 것 정도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어. 아마 학교 실습실로 오라고 하겠지?’
그 와중에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이안은 열심히 계산하고 있었다.
‘자취방에서 뛰어 나가면 이동시간은 왕복 30분이면 충분할거야.’
이안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솔로 생활이 벌써 7125일째인 이안으로서는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하린의 마음!
하지만 경매장에 도착하자 어느새 하린이 했던 말에 대한 것들은 싸그리 잊어버린 그는 열심히 아이템들을 바꾸기 시작했다.
솔로경력 20년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이안은 어느새 경매장 물품목록에 빨려 들어갈 듯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제법 위험한데다, 정보도 많지 않은 곳이야. 정말 최고 수준의 장비들로 맞춰야 해.’
이안은 40만 골드 정도의 거금을 들여 거의 모든 부위의 장비를 갈아치웠고, 마지막으로 남은 무기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안은 부모님의 지원 없이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기에, 평소에는 무척 자린고비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냥을 위한 아이템을 장만할 때는, 초기화 전부터 씀씀이가 무척이나 컸다.
밖에서 입을 옷 한 벌 살 때는 만 원 짜리 한 장도 아까워 했지만, 현금가치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아이템은 아무렇지도 않게 구매하는 이안!
‘혹시 활 중에 대자연 세트 같은 효과가 붙어있는 아이템은 없을까?’
지팡이로는 자신의 전투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기왕이면 활로 다시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소환수 강화 옵션이 붙어있는 활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검색 범위를 좀 넓혀 보자.’
일단 무기 종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소환수 강화 옵션과 관련된 무기들을 검색하기 시작하자 제법 많은 매물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중, 이안의 눈에 강한 끌림이 오는 수식어를 가진 무기가 발견되었다.
‘고대 소환술사의 너클?’
이안은 재빨리 매물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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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소환술사의 강철너클 -
분류 - 너클
등급 - 영웅
착용제한 - 레벨 38 이상
공격력 - 205~235
내구도 - 314/314
옵션 - 힘 + 20
민첩 + 15%
통솔력 + 40
소환된 모든 소환수의 생명력이 10%, 공격력이 25% 증가한다.
소환수의 치명타 피해량이 55% 증가한다.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시, 소환된 소환수들의 고유능력중 하나가 랜덤으로 발동된다.
(신체 조건상 발동 불가능한 능력은 발동되지 않는다.)
고대의 뛰어난 소환술사가 사용하던 무기로, 소환수들과 감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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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할 것도 없었다.
‘이건 무조건 사야해!’
90만 골드라는 높은 가격에 잠시 움찔했던 이안이었지만, 이미 그의 손가락은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으… 좀 비싸기는 하지만… 이정도 능력치면 적어도 50레벨까지는 무리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으니….”
제법 큰 지출이었으나, 그만큼 훌륭한 아이템이었다.
특히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시, 소환된 소환수들의 고유능력중 하나가 랜덤으로 발동된다.’ 라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발동제한이 있어서 다행이야.’
신체 조건상 발동 불가능한 능력은 발동되지 않는다는 제한.
뿍뿍이의 고유능력이 생각난 이안은 순간 닭살이 돋았다.
이 제한이 아니었으면, 뿍뿍이의 껍질 속으로 들어가는 능력도 발현될 번 한 것이었다.
‘그 능력이 발동되면, 내 목도 자라목처럼 쑥 들어가는 거야?’
물론 그럴 리 없었지만, 상상만으로도 끔찍한지 이안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 이제, 크루피아 설산으로 고고!’
모든 준비는 마쳤다.
이제 무한 사냥만이 이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안은 북부대륙으로 향하는 포탈을 이용하기 위해 마을 중앙의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