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2화 (6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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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 식구들 -2

이안은 투덜거렸다.

“아오, 그나저나 이 얼음덩이는 왜 마음에 드는 놈 찾기가 이렇게 힘드냐.”

뿍뿍이를 잡긴 했지만, 그것은 아이스골렘과 별개였다.

애초에 심연의 섬까지 온 이유가 전투력 상승을 위해 새로운 소환수를 테이밍하려는 것이었다.

포텐은 어떨지 몰라도 뿍뿍이의 현재 능력치는 전투력 상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아직 이안의 목적은 달성되지 않은 것.

‘광역스킬도 스킬이지만, 앞에서 탱킹 해 줄 수 있는 소환수가 반드시 하나는 필요해.’

이번 고블린 야영지 퀘스트 때는 이안 자신이 탱커의 역할을 좀 해 보았지만, 적성도 아닐뿐더러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에 아이스골렘은 반드시 필요했다.

뿍뿍이가 탱킹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애써 무시하는 중이었다.

이안은 뿍뿍이를 필드에 풀어둔 채로, 라이와 함께 다시 노가다를 시작했다.

어차피 뿍뿍이의 방어력이라면, 여기서 몬스터에게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뿍- 뿍뿍-

그리고 이안의 예상처럼, 뿍뿍이는 어떤 몬스터에게도 제지받지 않으며 신나게 필드를 들쑤시고 있었다.

그렇게 세 시간 정도가 더 지났을까.

이안은 마침내 원하는 ‘진화가능’ 옵션을 가진 아이스골렘을 잡을 수 있었다.

“아자!”

라이를 잡을 때 보다 더욱 고생해서인지, 더욱 뿌듯함이 느껴졌다.

‘정보를 한번 확인해 볼까?’

이안은 새로 잡은 소환수의 정보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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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골렘 -

레벨      :  38

분류      :  골렘

등급      :  일반

성격      :  우직한

진화가능

공격력    :  205

방어력    :  315

민첩성    :  66

지  능    :  125

생명력    :  5450 / 5450

고유능력

- 아이스 웨이브

크게 발을 구르면 사방 15미터 범위에 냉기의 충격파가 퍼져 나간다.

범위 내의 적에게 공격력의 50%의 위력으로 피해를 입히며, 10초간 움직임을 30% 느리게 만든다.

- 주변의 온도가 낮을수록 최대 30%까지 추가로 능력치가 상승하며, 화염 속성의 공격에 두 배의 피해를 입는다.

심연의 섬에 서식하는 얼음으로 이루어진 골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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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읽어본 이안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소환수를 얻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세부 창을 열어 잠재력도 확인해 보니 75나 되었다.

‘후후, 그래도 노가다 한 보람이 확실히 있네. 라이 잠재력이 곧 20이 되니까, 라이 스킬부여만 하고나면 이놈한테 훈련 스킬 써야겠다.’

아이스골렘의 능력치에 만족한 이안은 곧바로 골렘을 소환해 보았다.

“소환!”

그리고 이안의 앞에 늠름한 얼음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쿵-!

[‘아이스골렘’을 처음 소환하셨습니다.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아 맞다 이름….’

다시금 창작의 고통이 이안에게 찾아왔다.

‘덩치도 크고 든든한 녀석이니까….’

이안은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은 ‘떡대’로 하겠다.”

[‘아이스골렘’의 이름이 ‘떡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라이나 뿍뿍이 때와 달리, 떡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얘는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건가?’

이안은 떡대를 불러봤다.

“떡대야.”

그르릉-

이안이 부르자 마자 떡대는 고개를 돌려 이안을 보았다.

‘다행이 말은 알아듣네.’

“소환해제!”

이안은 일단 떡대를 다시 소환해제 했다.

라이나 뿍뿍이는 데리고 다녀도 이동하는데 지장이 없었지만, 떡대는 성인 남성의 두세 배는 되는 커다란 몸집 때문에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라이에게 중급훈련 스킬을 한번 더 걸어주고 뿍뿍이를 한 손에 안았다.

‘좋아, 이제 준비는 어느 정도 된 것 같고….’

골렘을 잡는데 2일이나 소모했다. 이제 늦어진 레벨업에 다시 박차를 가할 시간이었다.

‘크루피아 설산으로 간다!’

크루피아 설산은 이번 업데이트와 함께 공개된 북부대륙의 외곽 쪽에 위치한 곳이었다.

크루피아 설산에 대한 정보는 현재 부 길드마스터인 피올란 으로부터 얻었는데, 이안이 생각하기에 레벨업에 적합한 곳이었다.

‘약간 무리인 감도 있지만, 조금만 머리 써서 사냥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을 거야.’

크루피아 설산은 북부대륙 중에서는 그나마 낮은 레벨대의 몬스터가 등장하는 곳으로, 대략 50~60레벨 정도의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곳이었다.

일반등급인 떡대가 아직 라이에 비해서는 한참 약했지만, ‘탱커’ 라는 새로운 포지션이 생겼으니, 전체적인 전투력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떡대의 고유능력중 하나가 추운 지역에서 능력치가 상승하는 효과였으므로, 이 또한 이안이 설산을 고른 이유 중 하나였다.

‘일단 마을가서 필요한 것들 좀 사자.’

북부대륙은 아직 미개척지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마을’ 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필요한 포션이나 추위에 견딜 수 있는 보조 아이템들, 그리고 포만감을 채워 줄 음식 등을 미리 장만해 둘 필요가 있었다.

*          *          *

게임 전문 방송채널인 YTBC의 주가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가상현실 게임이 나오기 전에도 인기 게임들의 프로리그와 신규 게임에 대한 정보 등을 방송에 내보내며, 나쁘지 않은 입지를 가지고 있긴 했었지만, 고작 몇 개월 사이에 회사가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 가상현실 게임 ‘카일란’이 있다는 건 두말 할 필요 없는 이야기였다.

카일란 안에 있는 또 다른 세계는, 정말 방송할 거리가 무궁무진할 정도로 많은 컨텐츠들이 있는 보물단지였으니까.

이제는 평소 게임에 관심 없던 이들도 하나둘 이 엄청난 가상현실에 빠져들고 있었고, 특히 처음부터 가상현실 게임에 열광적이었던 한국 같은 경우는 카일란을 모르면 간첩 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유저들이 카일란을 즐겼다.

덕분에 YTBC의 기획팀은 오늘도 정신이 없었다.

카일란의 방송으로 YTBC가 흥하자 우후죽순처럼 경쟁사들이 늘어났기 때문.

그랬기에 기획팀은 항상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컨텐츠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기획팀의 팀장인 이한성은 오늘도 점심시간이 끝나자 마자 독촉전화를 받아야 했다.

[이팀장, 그 북부대륙 탐험하는 유저들 중에 있잖아, 광휘의 기사였나? 히든클래스 가진 랭커유저.]

방송국 내에서도 깐깐하기로 유명한 박문성 국장은 최근 들어 기획팀을 계속 닦달하고 있었다.

“아, 예 국장님. 광휘의 기사 세일론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그 유저. 그 유저가 타이탄 길드 부 길드마스터 맞지?]

타이탄 길드는 한국서버 랭킹 5위권에 있는 거대 길드였다.

그리고 광휘의 기사 세일론은 한국서버 기사 랭킹 2위이자, 타이탄길드의 부 길드마스터였다.

“예, 맞습니다.”

[컨텍 한다던 건 어떻게 됐나?]

최근 세일론이 꾸린 북부 원정대는 카일란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이슈였다.

북부대륙에서 처음 등장한 보스 급 몬스터인 마무스를 처치하는 영상이 커뮤니티에 올라왔기 때문.

그리고 YTBC는 그의 개인영상을 따내기 위해 벌써 여러 번 접촉하고 있었다.

“예, 다행히 어제 협상 끝냈습니다. 다음 주부터 방송 나갈 겁니다.”

[수익 배분은?]

“4:6 정도로 잡았습니다.”

[음… 좀 많이 주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 인물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지.]

박문성 국장과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한 후, 전화를 끊은 이한성은 툴툴거렸다.

“아오 나도 좀 쉬자. 나도 카일란 좀 하고 싶은데 도무지 접속 할 시간이 안 나네.”

하지만 투덜대면서도 그의 손은 계속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대한 바쁘게 움직여야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할 테니까.

그리고 일찍 퇴근해야 카일란을 조금이라도 더 플레이 할 수 있었다.

그는 편성되어 있는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을 하나씩 확인하며 커피를 홀짝였다.

‘확실히 업데이트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가, 신규직업이랑 미개척지에 관련된 방송들이 시청률이 높아.’

그는 자신의 수첩에 쓰여 있는 목록들에 하나씩 체크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어지간한 섭외는 다 끝난 거 같고… 소환술사 중에 스타성 있는 유저 하나만 찾아내면 되는데….’

흑마법사와 암살자는 눈에 띄게 앞서 나가는 유저를 몇 발견해서 개인영상을 이미 따 놓은 상태였다. 심지어 흑마법사 유저는 레벨이 벌써 30이 넘었다고 들었다.

그에 비해 소환술사는 25레벨이 넘는 유저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

분명 소환술사 중에도 어딘가에 조용히 앞서나가고 있는 유저가 있을 것이었다.

그 유저를 다른 방송보다 먼저 찾아내는 것이 그가 할 일 이었다.

*          *          *

티잉-

탁자에 앉아 후레이크 봉지를 뜯은 진성은 티비를 틀었다.

“뭐 쓸 만한 정보 안 나오나?”

진성의 티비는 모든 케이블 채널이 전부 지원되었지만, 그가 보는 채널은 항상 고정이었다.

그곳은 바로 YTBC.

‘그나마 괜찮은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는 게임채널이 여기니까….’

절대로 귀찮아서 한 채널에 고정시켜 놓는 것은 아니었다.

후루룩-

진성은 우유에 후레이크를 말아먹으며 티비를 보기 시작했다.

“어? 드디어 소환술사 관련 정보가 나오네?”

진성은 숟가락을 멈추고 좀 더 티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티비에는 한 여성 소환술사 유저가 붉은여우를 끌어안은 채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와, 이 여우가 바로 칼림푸스 언덕에 수많은 소환술사들을 불러들였다는 그 녀석인가요?]

[네, 맞아요. 코코 라고 불러 주세요.]

[하하, 이름도 정말 귀엽네요. 그런데 이 코코는 다른 여우들과는 다르다던데… 사실인가요?]

화면 속의 유저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여기서 보여드릴 순 없지만, 이 녀석의 정보창에는 ‘진화가능’ 이라는 옵션이 떠 있거든요.]

푸웁-!

진성은 순간 먹던 시리얼을 뱉어 낼 뻔 했다.

갑자기 소화도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휴, 드디어 소환수 진화에 대한 정보가 풀렸네.”

진성은 투덜거렸다.

언젠가는 풀릴 정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고급 정보를 공유하게 되니 배가 아팠다.

‘그래도 생각보다 늦게 풀려서 다행이야.’

소환술사로 전직하는 유저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그 많은 유저들이 몬스터를 한 마리씩만 테이밍했다고 해도 분명 벌써 여러 명의 소환술사 유저들이 진화가능 개체를 테이밍했을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2주가 지난 지금에야 정보가 풀렸으니 오히려 늦은 감이 있었다.

아마 진화가능 개체를 포획한 유저들이 진성과 마찬가지로 정보를 쉬쉬했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뭐 훈련 스킬이 없는 한 진화시키기가 쉽지는 않을걸.’

진성이 지금까지 분석한 결과, 훈련스킬이 아니더라도 데리고 다니는 과정에서 친밀도가 오르면 아주 조금씩 잠재력이 증가했다.

아마 다른 유저들도 언젠가 진화된 소환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 시점은 적어도 보름 후 라고 진성은 생각했다.

“후레이크나 빨리 다 먹고 접속해야겠다.”

붉은 여우 코코에 관한 인터뷰가 끝나자 그 다음부터는 딱히 진성의 시선을 끄는 정보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나마 가장 관심 끌던 정보는 최초로 유일등급의 몬스터를 포획한 유저의 인터뷰 정도.

그가 포획한 몬스터는 일주일 전 진성도 만난 적이 있던 칠흑의 반달곰 이었다.

‘칠흑의 반달곰이네. 23레벨에 저놈 잡으려고 정말 용 썼다…. 보나마나 길드원이나 지인들 대동해서 힘겹게 잡았겠지.’

하지만 진성은, 당시 진화도 하기 전이던 라이로 손쉽게 사냥했던 몬스터인지라 별로 부럽지 않았다.

화면 하단의 ‘최초로 테이밍된 유일등급 몬스터’ 라는 자막을 보며 진성은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저놈보다 유일등급 몬스터 먼저 잡았는데…?”

순간 진성은 뿍뿍이의 귀여운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지만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에휴, 뿍뿍이나 보러 가야겠다.’

후레이크 먹은 그릇을 대충 싱크대에 던져놓은 진성은 서둘러 캡슐에 앉았다.

[홍채인식 완료. ‘이안’님 카일란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진성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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