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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 식구들 -1 (2권 시작)
“어후, 라이야. 잠깐 쉴까?”
방금 잡은 아이스골렘의 능력치를 확인한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척이나 피곤해보이는 모습.
크릉- 크릉-
라이 또한 고된지, 이안의 쉬자는 말에 재빨리 그의 옆으로 다가와 배를 깔고 엎드렸다.
“라이 미트볼 하나 먹을래?”
엎어져 눈을 감고 있던 라이는 미트볼 이라는 말에 눈을 번쩍 뜨고 이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이안은 웃으며 가방에서 미트볼을 하나 꺼내어 주었다.
“옛다 먹어라.”
이안에게 미트볼을 받아 든 라이는 순식간에 집어삼키고 쩝쩝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예의 그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소환수 ‘라이’가 쫄깃쫄깃한 미트볼을 먹었습니다.]
[20분동안 생명력이 100, 민첩성이 20만큼 증가합니다.]
입맛을 다시는 라이를 보며, 이안은 미트볼을 하나 더 내밀었다.
“너 덩치에 비해 미트볼이 너무 작지? 하나 더 먹을래?”
라이는 이안이 내민 미트볼을 물끄러미 보더니 이안에게로 슬쩍 밀었다.
“왜, 먹기 싫어?”
이안의 말에 라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크릉- 크릉-!
잠시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던 이안은 라이의 의사를 알아듣고 피식 웃었다.
“아, 나 먹으라고?”
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킁- 킁-
이안은 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미트볼을 주었다.
“어휴, 기특한 녀석. 형 생각도 해주네. 근데 형은 이거 말고 다른 거 먹을 거야. 이건 네 거야.”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라이는 이안이 내민 미트볼을 하나 더 받아먹었다.
이번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두개는 먹어봐야 소용이 없군. 그럴 거 같긴 했지만….’
이안은 라이가 엎드려 쉬는 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보다가, 소환수 정보창을 열었다.
정보창에는 라이 외에 두 마리의 아이스 골렘이 들어가 있었다.
아이스골렘의 레벨은 둘 다 37이었는데, 이안의 통솔력이 그동안 많이 높아져서 세 마리까지는 추가로 데리고 있는 것이 가능했다.
‘둘 다 괜찮긴 한데… 그래도 더 욕심이 난단 말이지.’
이안이 잡은 두 아이스골렘은 모두 능력치가 일반적인 놈들보다 상당히 준수한 것들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아이스골렘만 10시간이 넘게 잡았으니까….
하지만 이안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바로 라이 때문!
‘다른 건 모르겠는데… 진화는 가능한 개체로 잡고 싶은데… 쩝.’
모든 몬스터들이 진화가능 개체가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었다.
어쩌면 라이만 특별한 녀석일 수도 있었고, 그렇다면 지금 이안은 헛고생을 하고 있는 것일 것이었다.
‘그래도 내 감을 믿어 본다…!’
하지만 이안의 감은, 아이스골렘 중에도 분명 진화가능한 개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5분 정도 쉬고 난 이안은 다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라이야 좀만 더 힘내보자. 여기서 보낸 10시간이 아까워서 라도 꼭 좋은 녀석으로 얻어가야지!”
이안의 말을 다 알아 듣기라도 한 듯, 라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김을 내뿜었다.
크르릉!
“이 녀석은 갈수록 내 말을 더 잘 알아듣는 것 같단 말이야?”
이안은 라이를 키우면서 마치 한두 살 정도 된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명령만 알아듣다가, 요즘은 어지간한 복잡한 주문도 다 알아들었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자, 저기 아이스골렘 한 녀석 보인다. 그런데 저 놈은 아닌 것 같네.”
이안은 라이를 잡을 때 이상으로 이미 노가다를 했기 때문에, ‘골렘 전문가’ 의 칭호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가능성 있는 개체는 판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군데를 더 뒤지자, 이름이 금빛으로 빛나는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 있네. 그래도 이번엔 금빛 이름이 빨리 나와서 다행이다.’
빛의 강도를 보았을 때, 지금 데리고 있는 두 놈보다 크게 나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일단 이안은 잡아보기로 결정하고 라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라이에게 명령을 내리려 하는데, 그의 시야에 이질적인 것이 들어왔다.
‘어? 쟨 뭐지?’
이안의 눈이 향한 곳에는 작고 귀여운 거북이 한 마리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거북이는 몸집에 비해서 머리가 무척이나 큰 대두 거북이었다.
그런데 이안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그 외모가 아니었다.
‘뭐지? 유일등급…?!’
이안은 어느새 골렘의 존재는 잊어버리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거북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거북의 정보를 확인했다.
[어비스 터틀 / Lv30 / 유일등급]
‘어비스 터틀? 완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잖아?’
생긴 것만 놓고 보면,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 없어 보이는 거북이.
머리가 커서 귀여워 보이긴 했지만, 전투력은 정말 제로에 가까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희귀몬스터인데다, 유일등급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일단 한번 잡아봐야지. 분명 뭔가 있다…!’
이안은 라이에게 공격명령을 내리려다가 멈칫 했다.
‘한 대 맞으면 죽을 것 같은데…. 머리가 커서 등껍질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을라나.’
거북이가 너무 약해보였던 것!
뿍- 뿍- 뿍-
심지어 놈은 이상한 소리까지 내며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었다.
이안은 천천히 거북에게 다가가 지팡이로 등껍질을 살짝 두들겼다.
툭- 툭-
그러자 엉금엉금 기어가던 거북이 이안을 돌아봤다.
찌릿!
이안을 한번 째려본 거북은 쏜살같이 등껍질 안으로 몸을 숨겼다.
“얘 뭐야?”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이안은 발 밑에 놓여있는 거북이 등껍질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혹시, 바로 포획 할 수 있나?’
이안은 혹시나 해서 곧바로 포획 스킬을 시전했다.
“포획!”
그리고 이안의 손에서 뻗어나간 하얀 빛은 거북이의 등껍질에 닿기도 전에 튕겨 나가며 허공에서 사라져 버렸다.
“뭐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포획이 한 번에 성공하진 않더라도, 최소 빛이 몬스터의 몸에 머물었다가 튕겨나가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번엔 아예 무슨 벽에 가로막힌 듯 깔끔하게 튕겨나가 버렸다.
‘생명력을 좀 깎아야 되나?’
이안은 지팡이를 들어 거북의 등껍질을 내리쳤다.
물론 그리 세게 공격하지는 않았다.
퍽-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비스터틀’을 공격했습니다. 1의 피해를 입힙니다.]
“너무 약했나?”
이안은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며 거북의 등껍질을 두들겼다.
퍽- 퍽- 퍽-
[‘어비스터틀’을 공격했습니다. 1의 피해를 입힙니다.]
[‘어비스터틀’을 공격했습니다. 1의 피해를 입힙니다.]
[‘어비스터틀’을 공격했습니다. 1의 피해를 입힙니다.]
“뭐야 이거?”
방금은 제법 세게 내리쳤는데도, 1의 데미지밖에 입히지 못하자 이안은 당황했다.
그리고 약간 오기가 생긴 이안은 있는 힘껏 등껍질을 내리쳤다.
퍼억-!
[‘어비스터틀’을 공격했습니다. 1의 피해를 입힙니다.]
하지만 애꿎은 지팡이만 튕겨 나오고, 데미지는 여전히 1이었다.
“이거 뭐하는 녀석이야?”
옆에서 구경하던 라이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크르릉-?
“라이야 한번 물어봐.”
이안의 명령에 라이가 등껍질을 물었지만, 결과는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라이가 이빨이 아픈지 낑낑대고 있었다.
‘대체 방어력이 몇 인거야?’
한참을 두들겨보던 이안은 결국 이 방법으로는 답이 없을 것이란 걸 깨달았다.
“흠….”
거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잠시 고민하던 이안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벌떡 일어났다.
‘크크 한번 먹을 걸로 꼬셔볼까?’
이안은 인벤토리에서 하린이 준 미트볼을 한 알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거북이 머리가 들어간 구멍 앞에 미트볼을 놓아두었다.
“거북아, 이거 진짜 맛있는 거야. 안 나오면 후회할걸?”
급기야 거북이와 대화를 시도하는 이안.
그리고 이안은 그 앞에 앉아 계속 기다렸다.
‘원래 엄마랑 싸운 다음에도 치킨 배달이 오면 방 문 열고 나가게 되어있는 법이지!’
맛있는 음식이 바로 앞에서 향기를 내뿜는데, 거북이 주제에 참을 수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나도 못 참는데!!’
촌 동네 거북이 주제에 이런 별식을 구경이라도 한 적 있었겠는가.
이안은 확신했고, 기다렸다.
그리고 이안의 기다림은 배신당하지 않았다.
빼꼼-
대두 거북이 드디어 머리를 슬쩍 내밀고 이안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 이안이 가만히 있자, 거북이는 미트볼을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안은 잔인한 생각을 했다.
‘잽싸게 머리통을 때리면 잡을 수 있을까?’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먹는데 때렸다간 삐져서 절대로 안 잡혀 줄 것 같아.’
역지사지로 생각해봐도 그건 도리가 아니었다.
치킨 먹는데 누가 뒤에서 뒤통수를 후려갈겼다고 생각해 보니, 절대 해서는 안 될 후안무치한 짓이었다.
이안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거북은 어느새 미트볼을 다 먹고 다시 집 안으로 쑥 들어갔다.
그 때, 이안은 좋은 생각이 났다.
‘좀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안은 미트볼을 하나 더 꺼내어 거북의 앞에 두었다. 이번에는 바로 앞이 아닌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거북의 머리가 금방 쑥 하고 집 밖으로 튀어 나왔다.
“거북아 이거 먹으려면 일로 와야지.”
그 말에 거북은 천천히 기어오기 시작했다.
뿍- 뿍- 뿍-
이상한 소리는 여전했다.
그리고 거북이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이안은 거북의 앞에 있던 미트볼을 냉큼 집어가 버렸다.
찌릿-
거북이 다시 이안을 째려보았다.
하지만 이안은 싱글벙글 웃을 뿐이었다.
“이거 먹고 싶으면 나랑 같이 가자.”
유치하고 치사하기 짝이 없는 작전!
거북은 등껍질을 부르르 떨었다.
뿍- 뿍-!
항변하듯 이상한 소리도 내 보았지만, 이안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거북아 형이랑 같이 가자. 맛있는 거 많이 줄게.”
하지만 거북은 고개를 픽 돌려 버렸다.
이안은 실실 웃으며 포획 스킬을 시전했다.
“포획-!”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포획 스킬은 거북의 몸에 닿기도 전에 튕겨나갔다.
“거북아. 이거 먹고 싶지 않니?”
이안이 미트볼을 손으로 집어 허공에서 흔들자, 거북의 고개가 다시 슬쩍 돌려졌다.
“이 척박한 땅에서 이거보다 맛있는 걸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안의 공격이 이어졌다.
“형이랑 가면 이거보다 더 맛있는 것도 있어.”
거북의 동공이 가늘게 떨렸다.
뿍- 뿍뿍-
그리고 이안의 메쏘드 연기가 다시 펼쳐졌다.
“하, 이러면 형이 좀 손해긴 한데.”
이안은 인벤토리에서 미트볼 두 개를 더 꺼내었다.
“일단 계약하는 순간 미트볼 세 개 먼저 선 지급 한다!”
세 개의 미트볼을 본 순간.
거북은 이성을 잃고 말았다.
엉금엉금 기어오던 짧은 다리가 갑자기 길어지기라도 한 듯, 쪼르르르 달려와 이안의 앞에 선 거북은 미트볼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뿍- 뿍뿍-!
그리고 이안은 계약이 성사되었음을 확신했다.
“포획!”
이안의 손에서 쏘아진 빛이 거북에게로 날아갔고, 이번엔 거북의 몸이 하얗게 빛나며 이안에게로 빨려들어왔다.
“오케이!”
이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도도한 대두 거북이 같으니라고. 연예인도 너보단 꼬시기 쉽겠다.”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던 이안은 재빨리 소환수 정보창을 열어 거북의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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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비스 터틀 -
레벨 : 30
분류 : ???
등급 : 유일
성격 : 단순한
진화가능
공격력 : 15
방어력 : 725
민첩성 : 5
지 능 : 55
생명력 : 3520/3520
고유능력
- 모든 물 속성 공격을 흡수하여 그 피해량 만큼 생명력을 회복한다.
- 껍질 안에 숨어있는 동안, 방어력이 5배 증가한다.
백년에 한번 나타난다는 심연의 해저에 서식하는 거북이다.
머리가 너무 커서 빨리 걷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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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정보창을 읽어보고는 일단 쾌재를 불렀다.
‘심지어 진화가능 개체잖아!!’
열시간 동안 아이스골렘의 진화가능 개체를 구경도 못한 이안이었기에, 진화가능 이라는 글귀는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안은 금방 당황했다.
‘아니 뭐 능력치가 이래?’
특히 방어력과 특수능력은 가관이었다.
‘이러니까 아무리 세게 때려도 기스도 안 났지.’
껍질 속으로 들어갔을 때의 방어력이 3625.
어지간안 100레벨 대 몬스터 수준의 방어력이었다.
‘하아… 민첩성 5는 뭐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전투에선 써먹을 방도가 없어 보이는 능력치.
‘잠재력이나 한번 볼까?’
이안은 세부 정보창을 더 열어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심지어 잠재력은 0이야? 친밀도는 10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수치들.
하지만 이안은 ‘유일’ 이라는 등급과, 진화가능 이라는 점. 그리고 그럴듯한 몬스터 정보를 보며 위안했다.
‘그래, 진화시키면 엄청난 놈이 나올지도 몰라!’
‘머리가 너무 커서 빨리 걷지 못한다’ 라는 설명은 애써 무시했다.
‘아까 미트볼 먹으러 겁나 빨리 뛰는 거 봤거든.’
이안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휴.”
어찌됐든 라이 이후 처음으로 새 식구가 생겼다.
이안은 거북이를 소환했다.
“소환!”
그리고 이안의 앞에 새하얀 빛 무리와 함께 대두 거북이가 나타났다.
뿍-!
그리고 예의 그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비스터틀’을 처음 소환하셨습니다.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음….”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은 이안은 고심 끝에 거북이의 이름을 정했다.
“넌 오늘부터 뿍뿍이다.”
뿍-?
“뭐 인마, 뿍뿍이 귀엽고 좋구만!”
뿍-!!
[뿍뿍이가 자신의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뿍뿍이와의 친밀도가 하락했습니다. 뿍뿍이의 충성도가 5 만큼 떨어집니다.]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거 참 까탈스러운 거북이네.”
그리고 계약내용(?)을 잊지 않은 이안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트볼 세 개를 뿍뿍이에게 건네었다.
[뿍뿍이가 ‘미트볼’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뿍뿍이와의 친밀도가 상승했습니다. 뿍뿍이의 충성도가 10 만큼 올라갑니다.]
“하하….”
소환수 정보창에 쓰여 있는 ‘단순함’ 이라는 성격이 무척이나 정확하다는 걸 새삼 느끼는 이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