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30화 (6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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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안의 설계 -5 (1권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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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골렘은 심연의 섬 어디에나 존재하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섬의 중심부 보다 서부 해안쪽에 아이스골렘이 많다는 사실을 이안은 알고 있었다.

“이제 슬슬 노가다를 시작해 볼까?”

아이스 골렘을 잡기 위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이안은 잠시 바위에 걸터앉았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하린에게서 받은 음식을 먹어볼 생각이었다.

“라이야, 이거 한번 먹어봐.”

이안은 하린이 주었던 미트볼을 라이에게 던져주었다.

덩치가 산만한 라이가 먹기에 너무 왜소한 사이즈의 미트볼이었지만, 라이는 맛있게 받아먹었다.

그리고 그때, 이안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환수 ‘라이’가 쫄깃쫄깃한 미트볼을 먹었습니다.]

[40분 동안 체력이 100, 민첩성이 20만큼 증가합니다.]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이안은 감탄했다.

“오 이번엔 민첩도 20이나 증가하네?”

체력상승 정도만 생각했었기에, 추가로 늘어난 민첩 20이 더 기분 좋았다.

게다가 지속시간도 두배로 증가해 있었다.

“나도 한번 먹어볼까?”

이안은 미트볼을 하나 집어 들었지만, 날고기가 많이 섞여 있는지, 살짝 비린내가 올라와서 포기했다.

‘라이에게 주라는 이유가 있었네.’

이안은 미트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하린이 자신에게 준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와… 맛있다.’

이안은 일단 맛에 감탄했다.

그리고 스테이크를 다 먹자, 또 다시 메시지가 생성됐다.

[‘부드러운 고급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1시간동안 체력이 500, 방어력이 30 만큼 증가합니다.]

미트볼 보다도 더 뛰어난 효능에 감탄하던 이안의 시야에, 더욱 놀라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급 요리를 처음 먹었습니다.]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3씩 증가합니다.]

이안의 표정은 멍해졌다.

‘영구적으로 능력치가 증가한다고?’

이안은 자신의 정보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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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lv 35   179540 / 700000 (25.64%)

종족 : 인간

직업 : 소환술사 (테이밍 마스터)

칭호 : 사냥의 달인

명성 - 7536 (명성이 0 이하로 떨어지면 악명으로 변환됩니다.)

힘   : 67 (+ 15)

민첩 : 102 (+ 12)

지능 : 52 (+ 25)

체력 : 70 (+ 40)

친화력  :  67

조련술  :  108

통솔력  :  105

공격력 : 365

방어력 : 221

민첩성 : 267

생명력 : 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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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창을 확인한 이안의 표정이 상기되었다.

‘정말 모든 능력치가 전부 3씩 올랐잖아? 친화력, 조련술, 통솔력도 3씩 증가했어…!’

7가지 능력치가 3씩 증가했으니 총 21의 능력치를 획득한 것이었다.

단순이 스텟으로만 따지면 거의 4레벨 증가한 효과를 본 셈!

이안은 갑자기 하린이 보고 싶어졌다.

‘하린님 닦달해서 요리 좀 뜯어내야겠는데…?’

물론 최초 라는 타이틀 때문에 스텟이 영구적으로 증가한 것 같긴 했지만, 하린의 요리가 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은 덤이었고.

한껏 기분이 좋아진 이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자 라이야, 얼음덩이 잡으러!!”

크릉- 크릉-!

미트볼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 라이도 덩달아 흥이 나는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          *          *

위이잉-

루스펠 제국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트럼본.

그리고 트럼본의 중앙 광장에 헐벗은(?) 세 명의 유저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그들을 본 주변 유저들이 수군거렸다.

“오빠, 쟤들 뭐야? 쟤들 왜 다 벗고 있어? 변태 인가봐!!”

한 초보 여성 유저의 외마디 비명에, 옆에 있던 남성 유저가 안타까운 눈으로 그들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저 사람들 변태 아니고, 불쌍한 사람들이야…. 아마 죽었다가 24시간 만에 접속하는 사람들일걸? 죽으면 장비하고 있던 아이템들은 전부 다 잃어버리거든.”

그 말을 들은 여성유저는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 미안한 표정이 되었다.

“아… 그렇구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

광장에 나타난 세 명의 헐벗은 유저는 다름 아닌 루킨과 팔콘, 그리고 밀런이었다.

이안과 하린의 전폭지원을 받은(?) 고블린 제사장에게 당한 그들이 장비했던 아이템을 모두 잃어버린 채 로그인한 것이었다.

주변의 유저들이 수군거리던 말던, 접속하자마자 자신들의 인벤토리를 확인한 팔콘과 밀런은 절규했다.

“으아아…!! 내 리자드 레더아머!! 그게 얼마짜린데…!”

“팔콘, 고작 리자드 레더아머 가지고 그러냐? 난 지금 할리오의 목걸이 잃어버렸단 말이야!”

할리오의 목걸이를 잃어버렸다는 밀런의 말에 팔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할리오 목걸이? 그거부터 죽기 전에 장착해제 했어야지!”

장착중인 아이템은 유저가 사망하는 순간 아주 높은 확률로 드랍된다.

하지만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아이템은 운이 정말 나쁘지 않으면 잘 없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유저들은 죽을 것 같으면 가장 비싼 아이템부터 벗어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하지만 팔콘의 그 말에 밀런은 더욱 힘없는 목소리가 되어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아니… 당연히 했지. 분명히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는데… 운도 지지리도 없네, 어떻게 이게 드랍 돼 버리냐….”

할리오의 목걸이는 옵션으로 붙어있는 능력치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고유옵션으로 사정거리 증가 라는 희귀한 옵션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제법 가격이 나가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궁사인 밀런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아이템이었다.

그 때, 멍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루킨이 세상 다 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인벤토리조차 확인하고 있지 않았다.

“하, 니들은 그나마 건진 아이템이라도 있지…. 나는 제일 처음으로 제사장한테 타겟팅 당해서 죽었단 말이야. 미처 손 써 볼 새도 없이 죽어서 입고 있던 장비 하나도 해제 못 하고 다 떨궜다고….”

인벤토리를 뒤지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확인할 것도 없이 그가 가졌던 가장 비싼 아이템들을 모조리 드랍 했을 것이었기 때문!

잃어버린 아이템들로 인해 분노에 휩싸여 있던 세 사람은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대충 아무 아이템이다 꺼내서 입었다.

처음 캐릭터를 생성한 초보자들도 초보자들에게 주어지는 옷을 입고 다니는데, 자신들이 속옷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으드득-!

루킨은 이를 갈았다.

그리고 손바닥에 피가 맺힐 정도로 주먹을 세게 말아 쥐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팔콘….”

“왜?”

“우리 피케이 한 그 연놈들…!”

팔콘은 얼굴을 부르르 떨며 대답했다.

“그래 그 피케이범.”

자신들이 먼저 피케이하려 했던 사실은 이미 안중에도 없는 루킨들에게, 어느새 이안은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그 남자 놈 이름이 이안… 이안 맞지…?”

“그래, 맞아.”

“그리고 그 여자 사제 이름은 하린… 맞나?”

팔콘 대신 옆에 있던 밀런이 대답했다.

“맞아, 그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 하린이라고 했어.”

밀런의 말에 루킨은 씩씩거렸다.

“아니, 밀런 이 속없는 놈아. 지금 이 상황에서 피케이범 얼굴 예쁘고 몸매 좋은 게 중요해?”

이번에는 팔콘이 대답했다.

“응. 근데 그건 좀 중요한 거 같아.”

밀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중요하지.”

하린의 예쁜 얼굴을 생각하는지 헤벌레 해진 두 남자를 보고, 루킨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하… 이것들을 때려 죽일 수도 없고….’

루킨은 차오르는 분노를 다시 가라앉히며 냉정히(?) 생각했다.

‘분명 놈은 허접했어. 놈의 계략에 걸려들지만 않았어도 당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놈이었을 텐데…!’

분노가 가라앉자 그 자리에 다시 차오르는 감정은 탐욕이었다.

‘어떻게든 놈을 찾아서 복수해야 해…!’

루킨은 무려 상위 30%에 속해 있는 자신의 길드를 떠올렸다.

길드에 레벨 70이 넘는 유저만 추려도 족히 20명은 넘을 것이었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아 척살령을 내린다면 이안은 뼈도 추리지 못하리라!

‘오늘부로 카일란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어 주지!’

루킨은 이를 갈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다짐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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